〈 99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5)
99.
사실 좀 더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구박이 만만치 않아서 손길을 내려서 다리에 비누칠을 하고 있었다.
매끈한 종아리 그리고 귀엽고 하얀
발등까지 빡빡 닦아주고 나자 수진이 샤워기를 내밀었다.
명록이 잡자마자 꼭지를 열리고 물이 쏟아져 나왔다.
수진의 몸에 물줄기를 뿌리자
비누거품이 샤워기에서 쏟아진 물에 흘러내리며
바닥으로 줄기를 만들고 흘러 내려갔다.
따스한 물에 그녀의 몸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처럼
붉은 기운을 띄우고 금세 욕실 안에 하얀 수증기를 만들었다.
안개가 낀 것 같은 모습에 수진의 몸매가 환상적으로 느껴졌다.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서 느껴지는 건강미.
그리고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쫙 빠진 에쓰 라인은 언제 보아도 예술 그 자체였다.
어느새 비누거품을 모두 닦아내고 몸에서 뽀드득 소리가 나는 거 같았다.
명록은 흐뭇한 마음으로 같이 나가기만 하면 된다
생각하는데 붉어진 얼굴의 수진이 입을 열었다.
욕실에 나지막한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저...저기 오빠..... 오빠 먼저 나갈래? 나....나 좀 조그만 더 씻고 나갈께...... "
엥?
다 씻었는데 뭘 더 씻어???
명록이 이상한 듯 수진을 쳐다보자
입술을 삐죽거리는 그녀의 표정이 눈동자에 들어왔다.
그리고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 나...나혼자 좀 씻어야 되서 그래...... 오빠 먼저 나가라....응? "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수진의 시선에
흐음 소리를 내고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아...알았어.... 나 먼저 나갈께. "
수진이 왜 자신을 먼저 나가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절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눈빛에 우선 욕실 문을 열고 나섰다.
방 안으로 들어온 그는 개어진 수건 하나를 빼서 먼저 물기를 닦았다.
텅 빈 방안......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침대를 내려다보는데....
심장이 쿵쿵 거리며 약간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하하....
이제 곧 이겠구나......
흐흐흐.....
혼자 자위를 하면서 달래 왔던 그 순간이 코앞에 왔음을 알았다.
명록은 실실 혼자 웃으며 수건을 신나게 돌리며 물기를 털어냈다.
그리곤 침대에 앉아서 머리에 있는 물기를 닦으며 수진을 기다렸다.
욕실에선 어느새 다시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곧 수진이 저 욕실 문을 열고 나올 것이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일 텐데 명록에게는 길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
탕.
명록이 무거운 유리문을 닫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욕실에 울리는 문 닫는 소리가 수진의 심장을 강하게 울리고 있었다.
두근두근....
수중기가 가득 찬 욕실.
그가 떠난 자리, 우웅 하고 문소리가 떨리는 거 같았다.
철컥 하고 부딪히는 경첩의 쇳소리도 수진의 신경을 거슬렸다.
하기사 지금 그녀의 심정은 끝이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는 거 같았으니, 그 어떤 것이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수진은 암담한 마음으로 그녀 만의 준비를 시작했다.
고통보다 끔찍한 건 애널 섹스 중에
명록의 물건에 그녀의 더러운 것이 묻어 나온다는 상상이었다.
나희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했지만, 수진이 그 엄청난 확률 속에서
있을 리 없다는 그 소수에 자신이 포함될까봐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걱정 되면 한 시간 전에 미리 볼일을 보라는
충고도 들었지만,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그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모텔에 오기 전 식당 화장실에서 아무리 쪼그려 앉아 있어도 전혀 소식이 없었다.
결국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모텔로 오게 됐다.
물론......
명록에게 관장을 부탁하라는 설아의 충고도 있었다.
" 그리고 남자 친구의 앞에서 너의 원초적인 모습과 냄새를 보여 주는 거야. 뭐 수치 플레이의 일종이지."
으으으으......
미친년!!!!!
암튼.....
설아의 충고는 가끔....
제정신으로는 들어줄 수 없는 경지였다.
결국 명록의 앞에서 보여야 할 그녀의 모습을 듣고 나서
기겁하고는 설아의 관장 권유는 아예 머릿 속에서 지워버렸다.
아마도 종이로 낸 기획서였다면 그 자리에서 발기발기 찢어버리고도 남았으리라.
또 하나의 걱정은,
그의 피스톤 운동 속에서 이상한 향기라도 올라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연인이라고 해도,
배설물까지 사랑하는 위대한 사랑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아니 일단 자신이 용납이 되지 않았다.
절대....
절대로 그런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무슨 이슬을 먹고 사는 것처럼
생각한다고 하던데 될 수 있음 그 모습 그대로 계속 영원히 남아있고 싶었다.
방귀를 튼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생리적인 것도 결혼한 남편한테 난 절대 안 보여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게 수진이었다.
명록이 혹시라도 섹스 중에 그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그 냄새를 맡는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벽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 돼.....
절대 그것만은.....
안 돼!
으으......
내가 미쳤지......
결국 이러는 것도 다 영연의 말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조언을 들은 그 순간을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나름 일리는 있는 말이겠지만.....
그것을 위한 희생이 너무도 잔혹하고 커다랗게 느껴지는 중이었다.
어찌됐든 냄새 만이라도 없애 보려고,
명록이 나가자마자 항문을 비누로 닦고 또 닦았다.
수진이 이렇게 항문을 열심히 닦아 본 적은 지금까지 살면서 없었던 거 같았다.
늘 샤워 할 때, 스치듯이 닦던 그곳이었는데
이렇게 정성들여 닦고 있다니 얼굴이 절로 화끈거렸다.
그리고 씻으면서 더 신경 써서 그런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져보는 곳처럼 손길이 지날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안을 깊숙이 밀어 넣어 씻어내는 동안
느껴지는 감각이 그녀를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으으...
이....
이 느낌은 머야......
혹시.....
이런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애널 섹스를 하는 건가......?
젖꼭지나 클리토리스를 만지는 것과 또 다른,
묘한 간질거리는 느낌.
그 느낌이 들 때마자 앞에 꽃잎 쪽이 움찔 거리며 전기가 흐르는 거 같았다.
긴장 때문인지...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더욱 예민해진 몸 상태에 자극에 민감해져 있었다.
명록의 애무 속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각에.....
설아나 나희가 말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 갈 것 같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이정도면 되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로 다시 한 번 헹구고 손가락으로 꾸욱 항문을 눌러 냄새를 맡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아......
어떻게 해!!!!!
샤워기 헤드를 항문 근처로 가져가 수압으로 닦아내고
비누칠을 그렇게 많이 하고 닦아도 미세하게 흘러나오는 퀴퀴한 냄새.
아...
도저히 안 되겠어.....
지금이라도 못하겠다고 할까?
늘 명록에게 예쁜 모습만 보여 주고 싶어서,
혹시나 입 냄새라도 날까봐.....
같이 모텔에서 밤을 지낼 때도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하는 그녀였다.
데이트 하면서 속이 안 좋은 와중에도 가스가 나오려는 걸 꼭꼭 눌러 참고
모텔에서 화장실을 가게 되면 혹시라도 명록이 냄새를 맡을까 봐
볼일을 보고 나서도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화장실 안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왔는데
망할 애널 섹스라는 것 때문에 그녀의 노력이 이렇게 무너질 순 없었다.
수진은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방금 전 기대에 찬 명록의 표정이 떠오르자
못한다고 말할 용기도 또한 쏙 들어가 버렸다.
오늘을 분명!!!!
그는 기다렸을 게 뻔했다.
제주도 여행을 가던 날도.....
그전에 얼마나 큰 기대를 가지고 그가 기다려왔던가......
언제나 명록은 그가 기대하는 모습을 숨기는 타입이 아니었다.
어린애 같은 모습의 그가 귀엽기도 했지만
그게 또한 그의 진심이었기에 수진도 그의 기대를 충족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 모텔 안에까지 들어와서 이제 못하겠다!?
실망할 그의 표정도 표정이고
우선 그를 실망시킬 그 말을 자신이 내뱉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왜....
왜 이제 와서 못하겠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거기서 내...냄새.....
-가 나서 도저히 싫다고?
으악.....
으으으.....
그것이야 말로 수진은 자신의 이미지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 말하고 싶지 않았다
설사.....
혹시 그렇게 말한다 해도 명록의 대답은 뻔했다.
"난 괜찮으니깐 하자."
수진이 전혀 안 괜찮은데
명록이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합당한 또 다른 핑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
대체 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울고만 싶어지고 있었다.
욕실 안에 홀로 남은 수진은 그야 말로 배수진과 다름이 없었다.
물러설 곳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남은 것은 애널 섹스를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상황.
그때 눈앞에 보이는 치약 튜브가 보였다.
" 군대에선 치약이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어. 이걸로 차도 닦고, 바닥도 닦고, 심지어 화장실 변기도 닦는다고. 근데 신기한 건 치약으로 닦으면 변기에 묵은 지린내마저 사라진다? 누가 생각해낸 건지, 웃기지? 물론 제대하곤 이 닦는 거 말곤 다른 용도로 쓴 것은 없지만.... 하하하..... 군대에선 제 용도로 쓰이는 물건이 몇 없다니깐? "
예전에 흘러가 듯 지나간 명록의 말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남자들 냄새로 가득한 내부반도 치약으로 닦으면 금세 상쾌한 냄새로 바뀌었다는 그 말.....
수진에겐 마치 커다란 발견을 한 것처럼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혹시.....
그럼 이것도?!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
이...이거라도....
수진의 손가락 위로 치약을 짜내지고 있었다.
치약이 변기에 묵은 지린내마저 없애 준다는데 항문이라고 다를 것 같지 않았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
수진은 질끈 눈을 감고, 용기를 냈다.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평생 몸부림치느니 차라리 잠깐의 미친 짓이 나을 거 같았다.
검지에 치약을 살짝 짜서 항문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비누칠을 하듯 손가락으로 항문 구석구석을 닦았다.
생각 외로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별 느낌이 없었다.
머야.....
별거 아니네?
칫솔질 할 때 화한 느낌이 혹시나 아플까 했는데......
머 별거 없잖아.....
괜찮......
!!!!!!!
안심하며 중얼거리는 순간.....
갑자기 항문에서 박하사탕 같은 좌약을 삽입한 것처럼 화한 느낌이 퍼졌다.
그리고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
으아악!!!
따거워.....
으아.....
악!
더 큰 고통으로 발전하기 전에 수진의 손이 서둘러 샤워기를 가져왔다.
불이 번지기 전에 소화기를 들이대듯 찬물을 틀어서 서둘러 닦아 냈다.
하지만 거품기를 닦아도 화한 뜨거움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나마 아주 조금만 짜서 다행이지,
양치질 하는 것처럼 짜서 닦았다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을 게 뻔했다.
그러나 그 작은 양으로도 순간....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아픔을 참는 수진이었다.
아악....
아....아파....
주..죽는 줄 알았네.....
으윽....
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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