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4)
98.
영연 그녀가 척하는 센스가 없었다면
그 오랜 세월 욕쟁이 영연의 내숭이
아직까지 남자들에게 들키지 않고 버텼을 리 없었다.
척하면 착이었다.
딱 수진의 한마디의 말로 모든 것을 파악했다.
" 뭐? 흐하하하~~ 진짜 그랬어? 명록오빠...... 진짜 애널이 하고 싶었나 보네..... 푸하하하~ 미치겠네...... 하하하하..... "
수진은 다급해 죽겠는데 웃고 있는
영연의 목소리에 얄미운 감정이 하늘로 급상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연이 인생무상을 겪은 노인처럼 허망하게 웃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수진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영연의 말대로 정말 명록은 애널이 하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아이.....
참나.....
오빤 왜 그런 게 하고 싶은 거야......
으.....
정말 미쳐!
"야... 웃지만 말고 말 좀 해....... 나 이제 어떻게 해? 엉? 으으..... 지금이라도 취소한다고 할까? 기집애.... 말 좀 해봐...... 으으으...... "
수진은 이 위기를 벗어날 한줄기 밧줄인양 영연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
자기 방에서 콩콩 발을 구르는 소리가 갑자기 크게 들리자
순간 아랫집 사람들이 올라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얼음이 되었다.
잠시 진정하고 침대에 걸터앉고는 초초한 마음에 대신 휴대폰을 잡고 있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차라리 못한다고 하는 게 낫겠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못하겠다고 한다면 명록이 안 된다고 하진 않을 것 같았다.
설마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하기 싫다고 말하는데
계속 하고 싶다고 고집 부리지는 않을 거야.......
그래.....
못하겠다고 하자.......
애널 섹스를 하고 싶지도 않고......
한 다음 오빠의 그곳에....
아악!
생각하기도 싫어!
그런데....
잠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영연은
수진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아니..... 흠.... 잠시 생각 좀 해보자...... "
잠시 말을 끊은 영연이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 얘! 할 수 없다.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응..... 할 수 밖에 없어, 이건. "
으악!
이 뇬이 지금 머라고 하는 거야?!
수진은 자신을 악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유일한 희망의 밧줄까지 손을 놔버리는 듯한 영연의 말에
완전 배신감에 빠져 열을 받고 있었다.
" 야!!!!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우씨! 너무해! "
" 아놔!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네!! 기집애...... 진정 좀 하고 내 말 좀 들어봐...... 이 언니가 조곤조곤 말해 줄 테니. "
무슨 음흉한 계획을 떠올렸는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웃음기 잔뜩 배인 목소리로 영연이 말을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악마의 유혹처럼 수진의 귓가에 그녀의 말이 살랑살랑 꼬리를 치며 속삭이기 시작했다.
**************
나름 피곤한 하루였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도
그냥 머물러 있기만 하면 왠지 몸의 생기를 빨아드리는 것인지
괜히 어깨가 뻐근해지고 눈이 침침해졌다.
그런 악의 구렁텅이에서 퇴근시간을 넘기고 두 시간 넘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수진을 만나러 오는 길이었다.
수진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은 멀기만 했다.
대략 잡아도 한 시간 반.
심하면 두 시간을 가득 채우는 거리였다.
어느새 날을 넘겨서 새벽 한시쯤 들어온 명록은 대충 씻고 자리에 누웠다.
하아......
등을 바닥에 눕히자마자 피로가
2009년 해운대를 덮쳤던 해일만큼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눈꺼풀을 눌러오는 졸음처럼 드는 상념.
흐음......
수진이 그런 제안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는 말이야.....
"눈에는 눈.... 항문에는 항문. 애널 섹스 하는 대신에...... 나도 오빠 항문에 그만큼 똑같이 넣을 거야. 어때? 이러면 서로 공평하지? 이게 내 조건이야......."
아직도 들리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
잠시 생각해보고 좋다.... -라고 말했지만 흐음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선 드는 생각은 애널 섹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든 그 뒤 수진의 얘기는 대충 넘기면 될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하하하....
설마....
정말 하겠어?
명록은 애널 섹스에 대한 호기심을 풀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후배위에서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지는 수진이 직접 하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손으로 살짝 터치해도 질색이던 그녀가 하자는데 당연히 그 거래가 무엇이든 받아야 했다.
하지만......
역시 조건으로 건 것은
찜찜함을 그에게 던져주고 있었다.
에이.....
역시 말도 안 된다니까......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머.....
고작 넣어봐야 손가락?
후후.....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그 정도야......
명록은 씨익 웃었다.
드디어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으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수진과의 술자리에서 확실한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
나중에 느긋하게 만날 수 있는 날.....
아니 아예 밤새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을 정해서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서둘러 들어가던 수진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탱탱한 히프라인이 줌이 되어 눈앞에 어른 거렸다.
절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침이 꿀꺽 목을 타고 넘어갔다.
훗....
어떤 느낌일까.....
과연....
흐흐흐......
친구 상규가 침을 튀기며 말해주었던....
감상기를 떠올리며 수진의 몸매를 겹쳐보고 있었다.
자위를 하며 상상만 하던 것이 이제 멀지 않았다.
곧 알게 될 새로운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의 마음은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피곤함에 하품을 길게 하면서도 그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드디어 결전의 날.
애널섹스를 하기 위해 수진을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만나면서 보았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어있는 느낌이었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모텔로 같이 들어섰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수진이 굳어진 얼굴로 명록에게 물었다.
" 오빠..... 그거....... 정말 하고 싶어? 나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
당연하지!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린 줄 아냐?
흐흐흐.
하지만 명록은 짐짓 표정을 관리했다.
진중한 얼굴로 대답 없이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의 심정을 줄줄이 그녀에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수진은 그런 그의 반응에 한숨을 쉬고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들어서 명록을 바라보며 물었다.
" 그럼..... 가져왔어? "
가져와?
뭐얼??????
명록은 뜬금없는 그녀의 물음에 멀뚱멀뚱 쳐다보자
수진이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새침하게 말을 이었다.
" 젤.... 젤 같은 거.... 말이야. 한번 찾아보니까.....할 때 무지 아프다는데 그런 것도 없이 그냥 할 생각이었어!? "
아......아차!
명록은 그녀의 말에 그제야 혹시나 하고 사두었던 젤을 두고 왔음을 알았다.
애널 섹스를 할 때는
그곳이 질처럼 애액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윤활유 노릇을 하는 것을 바른다는 얘기를 보기는 했었다.
이전에 수진이 아파했던 것도 봤던 터라
성인용품 판매하는 곳에서 인터넷 주문으로 사두긴 했는데
그날따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서둘러 출근하면서 집에 두고 나와 버렸다.
하긴 생활 필수용품도 아닌데 매일 출근가방에 들고 다닐 수도 없고.....
그러다가 들키면 회사사람들한테 무슨 개쪽이란 말인가.
특히나 승필선배가 있는 무시무시한 사무실에는 절대 들고 갈 수 없었다.
그 악마가 갑자기 무슨 핑계로 가방을 뒤질지도 모른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그렇게 쉽게 침범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는 악마의 심보를 믿느니 그냥 철저히 예방조치를 하는게 나았다.
그리고 오늘따라 왜 그리 바쁘던지....
내내 바쁘게 업무로 뛰어다니다가 수진을 만나는 그 순간까지 완전 시꺼멓게 잊어 먹고 있었다.
명록은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아..... 사두긴 했는데 오늘 좀.... 미안....준비는 했는데 집에 두고 왔다...... 정말 미안해......"
순간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모텔 화장대 위에 보이는 크림 로션.
하얀 로션이 명록의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모텔방에 있는 로션을 보면서 저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수진의 성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바라보니 그녀가 우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 설마 저걸로 하겠다는 건 아니지!!!? 저거.... 남성용이잖아! 저걸 어디에 넣겠다는 거야! 오빠.... 너무해. 으으..... 맨살에 발라도 따끔거리는 걸 거기다 발랐다간 난..... 암튼 오빠 미워...... 씨이....... "
수진은 눈을 홀기면서 소파에 내려두었던 가방을 뒤적거렸다.
뭐하나 봤더니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을 꺼내고 있었다.
명록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라?
수진이 눈을 홀기며 말했다.
" 혹시나 해서 준비한 거야...... 씨이... 오빠가 준비했어야지.... 내가 안 가져왔음 어쩌려고 했어? 오늘 오빠.... 암튼...... 실망이야..... "
어찌됐든 러브 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약속대로 진행하는 것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명록은 히히 웃으며 말했다.
" 미안..... 그래도 네가 챙겨왔으면 됐지.... 뭐. 그럼 우리 씻으러 가자. "
수진은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명록은 그런 그녀의 겉옷 단추를 풀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수진이 피이 소리를 내고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녀가 옷을 스스로 벗기 시작하자 명록도 자신의 겉옷부터 벗어서 옷걸이에 걸었다.
수진의 마음이 또 변하기전에 후딱 일을 진행할 참이었다.
어느새 옷을 다 벗은 그가 수진을 바라보자
그녀도 옷을 벗고 차곡차곡 개서 소파에 정리하고 있었다.
히쭉 웃은 명록은 그녀의 옷 정리가 끝나기 무섭게 손목을 잡고는 이끌었다.
알몸이 된 두 사람은 그렇게 욕실로 들어갔다.
**************
언제인가부터 모텔에 들어와서 씻을 때면 같이 샤워를 했다.
그리고 명록이 수진의 몸을 닦아주고 수진이 그의 몸을 닦아주곤 하였다.
누가 그러자고 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행사였다.
오늘도 평소처럼 거품을 만들어 수진의 몸을 닦아주었다.
이미 그전에 수진이 명록의 몸을 닦아준 다음이었다.
구석구석 비누거품을 잔뜩 만들어서 그녀의 몸을 뽁뽁 소리 나게 닦는 중이었다.
평상시라면 젖가슴 부분을 둥글게 말며
은연 중 젖꼭지를 감싸 쥐며 애무를 했을 텐데
오늘은 날이 날이니만큼 아랫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다.
엉덩이 볼록한 쌍 골짜기 사이로 손이 들어가서
부드럽게 비벼주자 수진이 손으로 살짝 밀치며 눈을 홀겼다.
오늘처럼 많이 눈을 홀기다간 가자미가 되겠다 생각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 씨이.... 오빠..... 왜 자꾸 거...거기만 닦아.....! "
고개를 들어보니 수진의 양 볼이 완전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눈동자에도 욕실등의 불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약간 화난 듯한 표정의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명록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 내가 멀..... 평상시처럼 닦아주는 건데....... "
" 피이.... 거짓말..... 자꾸..... 왜 아...아래만 닦는데 머..... 완전.... 응큼해....... 암튼 정말..... "
수진이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우물쭈물 삼키고 있었다.
이미 명록의 시커먼 속을 눈치채고 더욱 째려보는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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