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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화 〉제1부.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3) (97/195)



〈 97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3)

97.

오빠, 그럼..... 좋아, 우리 애널 섹스 하자...... "



생각지도 못했던 수진의 말에 명록은 커다랗게 뜬 눈을 꿈뻑거렸다.
이게 왠 떡?
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
그간 거부했던 시간에 비해 의외로 너무도 쉽게 그녀의 입에서 허락이 떨어지긴 했다.



" 엉? 정말.....!? "

그녀의  한마디에 약간 멍했던 명록의 표정이 화색이 돌며 확 변했다.

하.....
저렇게 좋을까......


마치 나라라도 구한 듯한 그의 표정에 수진은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근데..... 대신에..... "

대신...??? 대신..... 먼데? 하하... 말해봐. 내가 다 들어 줄게. "


헐.......
다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을텐데,
마구 부도수표를 남발하는 모습에 그녀의 눈매가 가늘어지고 있었다.
하늘에 달도 별도 따다  기세로 명록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유유상종이라고, 수진도 역시 별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일원 중 하나였다.
치기어린 명록의 모습이 곧 좌절될 것을 상상하며 그녀의 입술에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수진이 이렇게 자신만만한 건  이유가 있었다.
 일의 시작은 단 한 줄의 영연의 메시지였다.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



그리고 그녀와의 통화가 수진의 머리에 떠오르고 있었다.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영연의 메시지가 수진이 명록과의 애널 섹스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안 곧 이어서 도착했다.


응?????
이에는  눈에는 눈이라니.....



애널섹스에 있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을 찾아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탈리오 법칙을 애써 적어준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한 문자 메시지만으로는 영연의 속뜻을   없었다.
수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멜로디가 흐르기도 전에 곧장 전화를 받은 영연이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속사포 같이 말을 꺼냈다.

" 미친 거 아니니?! 애널 섹스라니! 남자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니깐. 당하는 당사자가 얼마나 아플지는 아는지 모르는 건지....... 암튼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는 거지 머니?! 하여튼간 명록 오빠도 결국 남자였어! 아휴! "

잔뜩 화가 난 영연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들려왔다.
아무래도 남자친구가 수진처럼 애널섹스를 요구하며 그녀를 괴롭혔었는지
평상시보다 더욱 감정이입된 목소리가 씩씩 거리는 영연의 심정까지 같이 전달해주고 있었다.


한참 이성을 잃고 화를 내다가 갑자기 명록까지 싸잡아 욕을 하려하자 슬쩍 수진의 기분이 나빠졌다.
누워서  뱉기라고, 아무래도 자신의 남자친구인데 명록의 흉을 듣고 있는 건 속이 시원하다기보단 마음이 상하는 일이었다.

" 기집애.... 그러니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건 무슨 소리야? "




" 아하? 그거...?  그대로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명록오빠가 너에게 애널섹스를 한다고 하면, 너도 똑같이 오빠의 애널에게 똑같이 한다고 하는 거야. "




수진의 말에 이성을 되찾은 영연이 대답했다.

똑같이 한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수진은 여전히 무슨 뜻인지  수 없어서 되물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자세히 좀 말해봐. "




" 아놔, 답답하긴! 너도 확! 명록 오빠의 똥꼬에 박아버린다고 하라고! "


영연의 말에 수진이 허걱하며 굳어 버렸다.
그리고 뇌가 기능을 정지한 듯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박아?
멀?
어떻게?



말을 되뇌이는 동안 다시 기능을 되찾았는지
수진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게이, 그러니깐 남자와 남자가 결합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영연의 말은 분명 저렇게 명록의 항문에 삽입을 하라는 말인데 그녀는 남자가 아니었다.
아니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설마 게이를 끌어들여
오빠를 덮치게 하라는 거야.....?!


수진이 그 모습을 상상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영연의 뜻을 이해하자 요년도 설아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허탈함에 소리를 높였다.


" 미쳤어?!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아무리 애널이 싫다고 오빠를  남자한테......! "

아무리 함무라비 법전에 나와 있다곤 하지만 21세기에서 그런 짓은 범죄다.
그런데 영연의 반응이 이상했다.
갑자기 빵 터진듯 까르르 웃어댔다.

 놔~ 이뇬이 머라는 거야??? 푸하하~~~~~! 대체  생각을 하는 거니? 이 바보야, 언니 말을 끝까지 들어봐. 누가 남자를 끌어들이래? 그러니까~ 남자들은 태생적으로 자기 항문에 삽입되는 거에 심리적으로 예민하다  말이야. 이른바 후장 따인다고 하잖아. 군대에서 거기 비누 좀 주워줄래 라는 농담  들어봤어? 그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




영연의 말인 즉슨, 남자의 심리를 이용해서 똑같이 하겠다고 해서
그런 말이 나오지 못하게 한다....라는 건데 나름 그럴싸해 보였다.
아니 꽤 쓸만해 보였다!!!!
다만 완벽해 보이는 계획이지만 그래도 허점은 늘 있기 마련이다.




아이.... 이상하잖아.... 그런 건.... 글구 그래도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 그땐 남자를 찾아야 해? "




" 깔깔깔깔~~~ 이 미친뇬.... 아까부터 진짜....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꾸 왜 무슨 남자 타령이야? "

수진은 또 다시 웃음을 터뜨린 영연 때문에 약간 기분이 상했다.
나름 심각히 그녀의 조언을 받아드리고자 하는데 불친절한 영연의 설명이 꽁한 마음을 불러오고 있었다.




" 아니..... 오빠가 만약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그리고 오빠....거..거기에 애널 섹스를 내가 할  없잖아......"

수진의 말에 영연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확 전화를 끊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데 아직도 웃음기 가득한 영연의 말이 이어졌다.

" 하하하하~~ 에휴~  답답아....  그렇다고 어떻게 외간 남자한테 오빠 애널 섹스 하라고 시킨다는 생각을 하니? 푸하하하~~ 암튼 너도 가끔 깬다니까! 변태 수진..... 크크크크..... 정작 하라고 하면 딜도 같은 거 쓰면 될 거 아냐! 깔깔깔깔...... 암튼 진짜 깬다.... 크크크.... 우선 명록 오빠가 그런 얘기 들음 자신의 똥꼬에도 큰 물건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을  거 아냐! 그럼 어떨  같아? 아마 너한테 하고 싶은 생각이 바로 날아가 버릴걸? 남이 당하는 건 괜찮아도 막상 자기도 똑같이 당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다시  번은 생각해볼 거 아냐! 아마 그 정도면 그만 두자고  거야. 알겠니? 이 바보야! "

그제서야 수진의 눈도 반짝 커지며 화색이 돌았다.



그런가?
아하.....
아!!!!!
그런 수도 있구나......!!!!!!



영연의 그럴싸한 말에 어느새 넘어간 수진은 앞에 그녀가 보이는 것도 아닌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수진의 생각에도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영연의 말만큼 좋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인간이란 아무리 열망한다고 해도,
자신이 당할 것을 생각하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보기 마련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한 번도 자신이 삽입 같은 것을 당하는 일이 없는 존재 아닌가......


군대에서의 비누 농담을  때 보였던....
남자 선배들의 표정이나름 진지함을 보였던 모습도 떠오르고
어린 시절 성추행으로 삐뚤어져 가는 남자들의 이야기가 생각나며
이건 한번 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흐음....... "

명록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수진이었다.
확실히 그의 얼굴에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수진은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며 혼자 피식 웃고 있었다.
그렇게, 영연과의 대화로 결심을 한 그녀가 명록과 만나는 오늘, 그에게 제안을 했던 것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에게 그녀는 결정타를 먹이고 있었다.
이걸로 이번 문제는 해결될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눈에는 눈, 항문에는 항문. 애널 섹스 하는 대신에...... 나도 오빠 항문에 그만큼 똑같이 넣을 거야. 어때? 이러면 서로 공평하지? "



절로 피어나는 미소.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입가엔 수진의 속마음이 남아 있을 거 같았다.



머 어때.....
후후후......

과연 그는 어떻게 대답을 할까?
약간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오빠.... 집도 거의 다 왔고..... 추운데, 이제 어여 집에 가야지.... 많이 늦었다...."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 준다는 명록을 굳이 떼어 보냈다.
이대로 그와 함께 있으면 그녀의 심리상태만 들킬 것만 같았다.


벼룩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워버린 꼴이라
명록이 이마저 알게 되면 그녀의 얕은 수에 비웃을  같았다.


어두워서 보일 리도 없는데,
자꾸만 뒤돌아보는 명록에게 굳어서 올라가지도 않는 입술을 당겨
마음에도 없는 미소까지 만들어 보여줬다.
하지만.....
수진의 속은 까맣다 못해 새하얗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 어떡해!!!
괜히 영연 고것의 말을 들었다가....
으으으......




그전까지는 아주 괜찮은 저녁이었다.
당당하고 사악하기까지 했던 그녀의 미소는 순간....
명록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지, 뭐......."




아주 잠깐......
상당히 짧은 시간의 고민 끝에 나온 그의 말에
수진의 정신이 빠르게 그녀의 몸을 떠나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스갯소리처럼 말하던 멘탈 붕괴라는 말이 이렇게 자신에게 쓰이는 말이 될 줄이야.


수진은 명록이 점이 되어 사라지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영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진의 속은 한낮의 사하라 사막에 놓인 빨래처럼 바짝 타고 있는데,
늦은 밤이라 그런지 몇번의 신호음이 흘러도 영연은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야....
머하는 거야!
빨리 좀 받아, 이것아!!!


"여보슈..."



수진의 애타는 마음이 전해졌을까.
자다가 일어났는지 잔뜩 허스키한 목소리로 영연이 전화를 받았다.
태평스런 영연의 목소리에 약이 오른 수진이 절로 목청이 높아졌다.




" 야아~! 어떡해!!! 히잉~~ 큰일 났어! 어쩌면 좋아~ 으으..... 이게  너 때문이야! 책임져! 나 어떻하면 좋아..... "


야아..... 귀청 떨어지겠다. 자는 사람 깨워서 머라는 거래?뭔데.... 멀 책임져? 천천히 말해, 이 밤중에 시끄럽게 징징 거리지 좀 말고...."




"오빠가 한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수진의 말이 두서없이 말이 나왔다.
하지만 영연이 누구던가.

눈치하면 영연.
영연하면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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