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2)
96.
" 한번만 넣어보자...... 원래 다른 사람도 다 하는 거야........응? "
섹스 중에 그녀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은 곳으로
충분히 아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명록은 단념을 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그때 그녀가 잔뜩 화난 표정으로 쏘아보았는데
그새 까맣게 잊어먹었는지 그는 은근슬쩍
아니 아예 노골적으로 그곳에 삽입해보자고 조르고 있었다.
애널 섹스!!!!!
수진도 그곳으로 하는 행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선 드는 생각은 거부감이었다.
역시 항문은 더러운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배어있었다.
그리고 두려움.......
그때 손가락이 살짝 들어온 것만으로도
깜작 놀랄 만큼 이상한 감각을 안겨주었다.
아픔....
손톱의 양끝이 연약한 그곳을 찢고 들어오는 듯한 날카로운 고통.
그리고 수치스러움을 가득 자극하던,
알 수 없는 이물감!!!
그런데.....
지금 명록이 말하는 건 더한 두려움을 불러오고 있었다.
손가락보다 적어도 세배는 넘게 굵고
훨씬 길어 보이는 그의 페니스가 그곳에 들어온다니......
분명 찢어지는 고통에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강한 거부감이 수진을 휘감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예전 첫(?) 경험이 떠오르며
그때 겪었던 고통의 순간이 자연스레 꼬리를 이었다.
역시 명록의 물건이 그녀의 항문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돌아온 수진은 질색을 하며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그리고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생각들.
오빤....
왜 자꾸 그러는 걸까?
그런 게.....
정말 하고 싶은 걸까?
거듭된 그녀의 거절....
아니 딱 잘라 말하는 단호한 거부에 어깨가 축 쳐진 명록의 모습이 떠올랐다.
풀이 죽은 그의 표정.
으으......
애널섹스가 뭐길래
그에게 이렇게 환상을 심어 놓았을까?
마치 저 바다 어딘가에 아틀란티스가 잠겨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미친 듯이 태평양 바다를 헤매는 어느 탐험가의 이야기기 떠올랐다.
명록에게 저런 이상한 행위를 불어넣어
자신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으리라 뽀드득 이를 갈았다.
수진의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섹스의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질이 있는데
왜 하필 배변을 보는 용도인 지저분한 항문을 탐하는지 도통 이해할수 없었다.
처음 애널 섹스에 대해 알았을때 남자 동성애자들만 하는 것으로 알았다.
우스개 농담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그것은 자신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요근래 점점더 강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애널 섹스를 요구하는
명록의 행동 때문에 확고하던 수진의 생각도 서서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남녀간에도 다 하는 것이고
질에 삽입하는 섹스도 여러 체위가 있는 것처럼
항문도 똑같이 애무도 하는 성감대이고
거기에다가 애널 섹스 또한 여러 체위가 있는 것처럼
모두 하는 것이라는 말에 이게 정말인지 긴가민가 헛갈리고 있었다.
자신이 괜히 아무것도 모른 채 수치스러움으로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이러다 오빠가 마음 상해서 자신에 대한 애정도 식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왠지 들어줘야 하는것이 아닌가 하는 쪽으로 조금씩 넘어가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문뜩 어떤 장면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참!
설아가 애널이 관해서 말했었지?
예전 설아가 애널섹스에 관해서도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설아도 분명히 애널섹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살짝 달아올랐던 볼에 열기가 조금은 식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 기집애도 결국 해봤다는 거잖아......?!
주변에서도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떠오르자 약간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역시 그녀의 본능은 아직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결국 수진은 휴대폰을 들어 그녀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한번......
얘들에게 물어볼까???
적어도 남자....
섹스와 연애에 있어서는 친구들이 수진보다는 한수 위였으니,
적당한 답을 내리도록 도와줄 것 같았다.
그녀의 질문에 제일 먼저 도착한 건 나희의 메시지였다.
[ 정말 해보려고? 색다른 느낌이긴 해. 이벤트처럼 애인이 원하면 한번 해볼만 하긴 하지. 근데, 많은 준비를 해야 돼. 무턱대고 시작하면 피보는 수가 있어. 하고 싶으면 말해, 자세히 알려줄테깐.]
나희의 메세지를 읽는 동안 띠디링 벨소리가 울리고 새로운 메세지가 도착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 당연히 해야지, 아직도 안 해본거야? 양쪽으로 꽉 채우고 싶을 때 하면 좋지. 두개의 구멍을 이용해서 몸 속을 꽉 채우는 느낌이란 뭐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니까!!! ]
나희의 메시지와 연달아 도착한 설아의 메세지를 읽고 수진은 졸도할뻔 했다.
아니 느낌표 세개나 붙인 저 문자의 내용은 믿고 싶지 않았다.
절로 벌어진 입술이 다물어질 줄 몰랐다.
두개의 구멍이라니!
아무튼 이 계집애는 정말!!!!!!
거기에다가 남자의 물건이 하나인데 어떻게 두개를 동시에 채운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대체 그녀는 어떤 성생활을 하길래 이런 말을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설아의 말은 대충 흘러듣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로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영연의 메세지.
[ 미쳤어? ]
짧고 간략한 그녀의 문자.
세 글자에 앙칼진 영연의 목소리까지 함께 전송된 듯해서
보는 순간 바로 수진의 입가에서 살짝 웃음이 삐져 나오고 말았다.
또한 받았던 문자 중 사실 가장 마음에 드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스코어 2 대 1
영연이 반대를 하고 있긴 하지만, 나희와 설아의 반응은 애널 섹스에 딱히 반대하지 않는 의견을 보내왔다.
바로 변태냐!
이런 반응은 고작 영연 뿐......
결국 애널 섹스가 이상한 행위는 아니라는 친구들의 문자에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남자친구가 애인에게 변태적 행위를 요구한다는 건,
특히 그게 해당되는 사람이 본인일 경우엔 찜찜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럼...
역시 들어줘야 하는 걸까......?
'애널섹스=변태행위' 라는 공식은 머릿 속에서 사라졌지만
여전히 수진의 머 릿속에는 여전히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잘못된 행위가 아니라면.....
더군다나 사랑하는 애인이 그토록 간절히 원한다면
기분이 나빠서 하기 싫다고 계속 거절만 하기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일이 계속 되면 언젠간 계속 요구하는 명록 때문에
수진의 기분이 상하고, 계속 거부하는 수진 때문에 명록의 기분이 상할 것이 뻔했다.
이런 걸로 명록과 티격태격 하며 사이가 틀어지길 바라지 않았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지?
친구들의 답은 얻었지만 수진의 머릿 속은
여전히 출구 없는 미로를 헤매는 것처럼 답답하게 막혀있었다.
할리퀸을 읽으면서는 별 생각없이 가볍게 지났던 장면들이었는데
정작 자신에게 닥쳐오자 이렇게 고민스러울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하아......
그녀의 한숨이 유난히 길고 무겁게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
퇴근시간이 가까워졌다.
명록은 사무실 중앙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시계를 보고 있었다.
가끔 회사라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지금 같은 순간이었다.
<<대기>> 라는 말 한마디에 부서 사원들이
퇴근하지 못한 채 시간을 죽이고 있는 이런 시간.
딱히 업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다들 나름대로의 시간 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 귀중한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찾아 끄적이는 누군가.
홈쇼핑 홈페이지에서 무언가를 아이쇼핑하고 있는 누군가.
휴대폰을 붙잡고 문자질하고 있는 또다른 누군가.
저런 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연장근무 수당이 나온다는 것이 얼마나 낭비라는 것인가.
그게 다 <<대기>> 라는 한마디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었다.
명록 또한 앞에 있는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
미주씨 얘기만 나오면
부들부들 떠는 녀석도 했단 말이지?
공처가....
아니 상규 녀석한테는 공공공처가라고
공을 한 두개 정도 더 붙여야 할 거 같은 그녀석도
애널 섹스를 했다는 말에 그는 더욱 부쩍 하고 싶다란 생각이 부풀어오르고 있었다.
그 무섭다는 미주와도 상규가 했다는데 더욱 호기심이 자극되는 중이었다.
수진의 섹시한 엉덩이가 모니터에 떠올랐다.
후배위를 할때 보이던 그 곳.
마치 꽃잎 주름처럼 모여있는 그부분이 확대되서 보이는 중이었다.
지난번 사랑을 나누며 살짝 엄지손가락이 들어갔던 감촉.
질과는 다른 열기.
마른 열기가 떠올랐다.
하아......
역시.....
하고 싶다.
하지만 질색하던 수진의 표정을 떠오르며 명록의 가슴은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흐음.....
어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싶다-란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다만......
과정이 문제였다.
어떻게 꼬시지?
흐음...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하아...
명록의 머리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울트라 슈퍼 컴퓨터의 연산 과정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결국 평상시보다 두시간 늦게 퇴근했다.
아무것도 안한 채 공짜로 야근수당을 챙겼다지만 아무도 그것을 좋아하는 사원은 없었다.
아!
어쩌면 유부남인 박과장은 내심 좋아했을지 모르겠다.
저녁에 약속이 있다던 승필 선배의 얼굴은 이미 시커멓게 변했다.
아마....
제법 괜찮은 여자를 만나기로 했던 모양이었는데 회사가 그의 발목을 딱 잡았던 모양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그의 표정.
간만에 진정한 사냥꾼의 모습을 폴폴 풍기고 있었는데
헛되이 시간을 보내버린 저녁 때문에 그의 불타는 심장은 제대로 찬물을 맞아버렸다.
퇴근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후다닥 나갔지만 아마 좋은 밤 보내긴 틀렸을 것이다.
명록도 피해자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원래 수진과 영화라도 한편 볼 생각이었다.
저번 일도 있고 해서 모텔에 가기는 그렇고 수진을 달래기 위해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그러나.....
늦게 끝난 탓에 가볍게 술한잔만 하고 헤어져야 할 판이었다.
중간지점에서 만난 둘은 자주 가던 술집으로 들어섰다.
분위기가 좋아서 수진이 좋아하는 칵테일바였다.
은은한 술집의 조명아래 두잔째 새로운 칵테일을 시키고
오손도손 얘기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있었다.
사실.....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명록은 예쁜 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일편단심 하나 만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꼬셔질까나......
흐음.....
사실 인터넷에서 잠시 검색해보았지만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거부감이라는 게 얼마 안되는 게시물에서도 단단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명록도 약간 변태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상적인 섹스와는 확실히 조금 벗어난 길에 있는 행위....
그런 것이 변태적인 것 아니겠는가.
확실히...
애널섹스를 보통 평범한 것이라고
우기기엔 그 또한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오럴 섹스도 변태적인 행위로 터부(taboo)시 하던 시기가 있었다.
중세 어느 때인가는 정상위 만이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니까.....
이것도 변태나 하는게 아니란 이야기다......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는 얘기라고?
흐음......
이게 먹힐까????
혼자서 자문자답하며 수진에게 말할 것을 찾고 있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 오빠?! "
명록은 고개를 들어 수진을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
붉어진 볼.
긴 속눈썹이 깜박였다.
" 응? "
언제보아도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수진의 얼굴.
그녀의 예쁜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생각지 못한 그녀의 말.
그렇게 수진이 명록에게 거래를 걸어왔다.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2)>> 끝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3)>> 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