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제1부. # 11화 오빠, 우리 집에.... 놀러 와요. (7)
76.
욕실 슬리퍼를 신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의 집과 달리 비어있는 욕조 공간이 아무래도 샤워하면서 주로 이용하는 공간인 듯 싶었다.
그의 집에서는 이미 그냥 수납공간이 되어 버렸다.
욕조 바닥을 보니 그리 많은 물기가 없었지만 그곳에만 방금 전 이용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흠....
그럼 씻어볼까......
방금 전까지는 그냥 집으로 갈려는 명록이었다.
감기몸살에 아파하는 수진을 보면서, 혼자 집에 있늘 그녀를
간호나 하고 얼굴이나 좀 보다가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외박......
모텔에서 보내던 그 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에게서 왠지 믿음을 받는 듯한 느낌......
혹시나 수진과 결혼을 한다면 이곳이 가족으로써 자신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결혼?
사위.....
가족........
아직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물론 자신의 나이가 그런 것을 염두할 나이인 것은 맞았지만
수진의 나이도 어렸고 그리고 그녀와 자신이 만난 것도 반년을 채 지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둘만의 만남이 즐거웠고 서로 같이 하는 시간이 꿈만 같다고만 느꼈을 뿐
아직 결혼하고 같이 남아있는 미래를 계속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훗......
수진과 같이 가정을 이루고 산다라.......
명록은 아까부터 느꼈던 것이 이 때문이었나 라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묘한 감정으로 가슴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엥?
갑자기 왠 노크!
순간 명록은 몸을 가리며 문을 빼꼼 열었다.
수진이었다.
수건을 건네며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 오빠...... 이거 새 수건이야. 샤워하고 이걸로 닦으라고...... "
" 아... 으응...... "
수건을 그녀에게서 받으며 명록은 그녀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명록과 눈이 마주치자 수진은 고개를 돌리고 얼른 문을 닫았다.
역시....
이상해......
후후후.....
명록은 자신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생각하며 소리없이 웃었다.
그리고 성큼성큼 욕조 안으로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온도를 조정하고 몸을 씻기 시작했다.
**************
명록이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팬티를 다시 입는데 순간 약간 신경이 쓰였다.
물론 오늘 아침에 갈아입은 팬티이기는 하지만 왠지 냄새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뭐.....
색색의 사각팬티라서 흰색 속옷보다는 덜한 느낌이었지만
모텔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까지 하나하나 다 그의 머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머리를 서너 번 흔들고 나머지 옷을 챙겨 입은 다음 욕실 문을 열고 나섰다.
거실의 불은 무드등 하나 켜져 있고 모두 꺼져 있었다.
아까보다는 어두워진 그곳이 이제는 잠잘 시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수진의 방 쪽 문 만이 열려 있었다.
그곳으로 유일하게 빛이 쏟아져 나와 마치 명록에게 들어오라는 듯 길을 만들었다.
그 빛을 따라서 수진의 방으로 들어갔다.
수진은 어느새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려서 덮고는 방에 들어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볼에 홍조가 올라와있고 유난히 큰 그녀의 눈동자가 깜박깜박 거렸다.
명록은 왠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느껴져서 다시 피식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왠지 소리 내어 웃으면 안 될 듯 싶어서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 불 끄고 이제 잘까? "
" 으...응..... "
수진의 작은 목소리가 들리고 명록은 방 입구에 있는 스위치를 내렸다.
암흑.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창문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 방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하아.....
명록의 심장이 왠지 크게 울리는 거 같았다.
수진의 방에서 자기가 자게 될 줄이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녀의 방을 상상해보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수진의 방에서 자게 되는 날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언제나 데려다줄 때도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헤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왠지 이 이상은 자신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였다.
아직 그녀의 부모님을 만날 용기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굳이 수진의 집에 방문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 오빠...... 머해...... 옷 벗고 올라와..... 옆에 같이 누워서 자자....... "
수진의 목소리가 조용히 그를 부르고 있었다.
불을 끄고 멍하니 서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수진이 자신이 같이 자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와도 된다고 허락하는 어조로 말을 건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 갈께....... "
명록은 다시 옷을 벗었다.
와이셔츠와 바지를 벗어 그녀가 앉는 책상 위 의자에 걸었다.
왠지 방금 입은 옷을 다시 벗는 게 우스웠다.
첫날밤을 새로 다시 겪는 기분이었다.
팬티와 흰 티셔츠 차림으로 그녀가 비껴 누운 옆자리로 이불을 걷으며 들어갔다.
침대의 스프링이 눌리는 기분과 함께 수진의 옆자리로 들어갔다.
원피스 만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몸이 느껴졌다.
두근....
두근......
수진은 명록이 들어오자 살짝 좀 더 옆으로 가서 그가 누울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이불을 덮고 마침내 그녀의 옆에 나란히 누웠다.
수진의 향기가 가득한 침대.....
이불......
베개도 따로 꺼내서 준비했는지 아까 간호하면서 보지 못했던 것이 그의 자리에 있었다.
수진은 바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명록은 옆으로 누워서 그녀의 옆얼굴을 보았다.
오똑한 콧날.
동그란 이마.
긴 속눈썹.
도톰한 입술.
작은 턱선 아래 희고 긴 목선.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명록이 부담스러웠는지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수진의 눈동자가 그의 쪽으로 살짝 왔다가 다시 천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명록은 손을 뻗어서 그녀의 가슴 위로 지나가 반대편 어깨를 끌어안았다.
움찔 하는 수진의 몸을 느끼며 명록의 얼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수진의 얼굴도 그를 향했다.
그리고 바로 명록의 입술이 그녀를 덮었다.
**************
이래도 될까?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그녀의 방에 남자가 머무는 날이었다.
예전에는 그에게 집을 알려주는 것도 싫어하던 그녀였는데,
이제는 그녀 만이 자던 침대에 명록과 함께 눕게 되었다.
친척들이 찾아와서 묶는다고 해도 절대 양보하지 못하던 침대인데.....
누군가와 함께 잔다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고
그만큼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깊다는 생각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모텔에서 지내던 밤과는 다른 느낌.
또 하나,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열어진 기분이었다.
명록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수진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모텔의 넓은 침대에 비하면 작은 그녀의 침대에 그의 몸이 누웠다.
갓 샤워를 한 서늘한 피부가 감기로 뜨거워진 그녀의 온도를 서서히 내린다.
그의 팔이 그녀를 감싸고, 한층 더 가까워 진 두 사람의 입술이 닿았다.
청량감이 남아 있는 혀가 그녀의 혀를 조심스레 간지른다.
말랑한 혓바닥에 닿는 간질임.
명록의 잔잔한 애무가 그녀의 마음을 간질였다.
아, 감기 옮으면 안 되는데...
수진의 머릿 속에서는 이제라도 입술을 떼라고 외치는데
그녀의 몸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양팔이 그의 허리를 꼭 감싸 안았다.
그녀가 부드러운 혀의 감촉을 느끼고 있을 때, 그의 손이 손쉽게 원피스를 벗기어 냈다.
그녀도 그의 몸을 가로막던 티셔츠를 벗겨 냈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은 피부에 그의 서늘함이 고스란히 닿았다.
얼마나 꿈꾸던 그 날이었는데, 이대로 그를 그냥 보냈으면 어쩔까 싶었다.
아마도 분명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 것이 뻔했다.
명록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꼬옥 움켜쥐었다.
열이 미처 식지 않은 터라 그의 사소한 애무에도 수진은 금세 달라 올랐다.
불이 꺼져 있는 건 다행이었다.
그녀의 볼이 얼마나 볼썽사납게 달아올라 있는지,
그녀의 머리 위로 열기가 솟아올라, 굳이 보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팬티를 벗겨내고 수진도 그의 팬티를 벗겨냈다.
그녀의 방,
그녀의 침대,
그녀의 이불 안에서 두 사람은 완벽한 전라가 되어 뒤엉켜 있었다.
명록의 손이 열이 아직 남아 있는 그녀의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급히 진행되던 애무의 손길이 갑자기 강도를 줄이며 브레이크를 밟는 거 같았다.
차가운 그의 피부처럼, 열기에 차던 그의 머릿 속도 냉정을 찾아가는 느낌이었다.
수진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끓어오르려던 그의 머릿 속에서 경종을 울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환자라는 사실을 상기했는지 명록의 손길이 잦아들자
그의 속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운 수진은 왠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중단된 스킨십.
그리고 으스러질 듯 그녀를 껴안은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짝 힘을 풀은 그는 그대로 굳어버린 듯 그녀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명록이 부드럽게 속삭였다.
" 이대로 자자. "
이대로?
그녀를 품에 떼어놓지 않으려는 듯 끌어안은 명록의 품에서 수진은 오히려 서운함을 느꼈다.
여기까지 그녀를 달아오르게 해놓고 이제 와서 쏙 빠지는 그의 태도.
그녀가 아파서 그런다는 것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몸이 어느 정도 나아진 것 같은데도 그는 여전히 환자취급을 하고 있었다.
일방적으로 중단된 느낌.
그런 건 싫어......
수진은 그의 품속에서 작게 꼼지락 거리며 그를 일부러 자극하기 시작했다.
명록이 하지 말라는 듯 그녀를 더 세게 끌어안았고,
그만 둘 생각이 없는 그녀는 오히려 그의 목덜미에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그가 움찔하자, 그녈 꼭 끌어안던 팔의 힘이 잠시나마 슬쩍 빠져 나갔다.
수진이 놓칠세라 그의 품에서 벗어나서 위로 올라갔다.
그의 표정이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놀라고 있을 게 뻔했다.
이렇게 그의 위로 올라온 그녀도 스스로의 행동이 부끄러운데 그는 얼마나 놀랬을까.
하지만 그가 그녀를 아낄수록 그녀는 무엇인가를 주고 싶었다.
그때처럼...
섹스의 즐거움에 눈을 뜬 수진은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다.
그녀가 즐겨 읽었던 할리퀸의 여자들은 수동적이었다.
남자주인공은 늘 여자주인공을 즐겁게 해줬다.
하지만....
수진은 그런 여주인공과는 달리 그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부끄럽지만 남몰래 인터넷에서 남자를 흥분 시키는 애무법이라던가 여러 가지 체위들을 찾아보곤 했었다.
" 아-.... "
수진이 바싹 서있는 그의 분신을 그녀의 엉덩이에 맞추곤 천천히 허리를 내렸다.
늘 해왔던 것처럼,
그가 그녀에게 넣을 때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직접 그의 물건을 수진의 몸 안에 맞아드리는 것이라 더욱 달랐다.
단지 넣기만 했을 뿐인데 조금은 거칠게 들어간 그의 것이 수진의 안을 찌르는 것 같았다.
말을 타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기승위(騎乘位).....
분명 자신이 보았던 체위의 이름이,
아니 지금 하고 있는 체위가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았다.
막상 머릿 속에 남아있는 대로 시도는 했는데
그 다음 어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혔다.
체중에 그가 무겁지 않을까 싶어 엉거주춤하게 쪼그려 앉았는데,
그 다음 과정으로 어떻게 넘어가야 하는 건지 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안 잡혀 막막하기만 했다.
이 와중에서도 그의 것이 수진의 안에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아아....
뜨거워.....
이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할 듯 싶은데 순간 공부했던 것이 하얗게 되며 생각나지 않았다.
영화처럼 폴짝폴짝 뛰어야 하나 싶었는데 우선 불안한 무게 중심에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었다.
잡을 것도 없어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한 기분이었다.
결국 그의 가슴을 짚기 위해 뻣뻣하게 세우던 허리를 눕혔다.
허리가 슬쩍 내려가면서 그녀의 몸 안에 그의 분신이 또다시 찌릿하게 찔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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