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화 〉제1부. 11화 오빠, 우리 집에.... 놀러 와요. (1) (70/195)



〈 70화 〉제1부. # 11화 오빠, 우리 집에.... 놀러 와요. (1)

70.


수진은 모텔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에서 벗어나서 함께 있을  있는 순간순간을 누리느라 행복했다.
그런 그들이 별 상관없는 타인들의 시선에 신경 써야 할 이유는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수진의 마음도 달라지고 있었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계절 속에서
여전히 밖은 추웠고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따뜻한 모텔 만한 곳이 없었다.

확실히 어렵게 만났던 재회의 그날 이후 그녀는 변했다.

오히려 추운 날씨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보단 두 사람의 개인적인 공간이 되어주는 모텔을 즐겨 찾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라면, 다양한 디자인의 모텔 방을 구경하는 것도 일종의 탐험 같이 느껴져서 그녀에겐 또 하나의 재미였다.


그렇게 오늘의 탐험 장소인 객실에는  사람이 들어갈  있는 월풀 욕조가 놓여 있었다.
가득 풀어져 있는 하얀 거품이 그녀의 알몸을 가려주고 있어서 그런지 수진도 거부감 없이 명록과 함께 욕조에 누워있었다.

장미향이 나는 입욕제 덕분에 욕실 안에 가득한 향기가 더욱 은은하게 젖어왔다.



따듯한 물......
긴장을 풀어주는 장미꽃 향기.....
잠시 전 격렬했던 정사로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있었다.


수진이 따듯한 온기와 향기에 취해 몸이 나른해졌다.
서서히 잠이 쏟아지는 듯 싶어서 그녀는 명록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도 많이 피곤했는지 어느새 뒷머리를 욕조에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무방비 상태로 있는 명록의 모습에 장난기가 든 수진은 그의 눈 앞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자는지 확인했다.

그가 정말 잠들었는지 반응이  없자 수진이 킥킥 웃으며
자신의 앞에 모여 있는 거품을 끌어 모아 명록의 머리 위에 살포시 얹었다.


뿔을 만들고 싶었는데 막상 거품을 올리고 나자 중국 여자 헤어스타일인 만두머리가 되어 버렸다.
그녀는 그게 뭐가 웃긴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다시 거품을 끌어 모아 턱 아래 살짝 가져다 붙였다.




산타 할아버지 같긴 한데....
뭔가 부족한  같아....
뭐지?

명록의 잠자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수진이
그제야 아하 하며 명록의 인중에 멋들어진 콧수염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수진이 장난을 친다는 생각에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려고

부들부들 떨며 그의 코 아래 거품이 가득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명록이 숨을 내 쉴 때마다 뜨거운 숨이 그녀의 손가락을 간질이며
애써 그녀의 손가락에 모은 거품을 휘익 날려 보냈다.


아이 참. 왜 이렇게 콧바람이 쌘 거야?
바보 오빠!


수진이 아쉬움에 다시 손가락으로 거품을 콕 찍어서
명록의  아래 살짝쿵 묻히자 명록이 갑자기 눈을 번뜩 떴다.

" 무슨 장난이 그렇게 재밌어?"

" 악!"




갑작스런 명록의 반응에 깜짝 놀란 수진이 비명을 질렀다.
여태까지 자고 있었던 건 연기였던지 명록의 눈이 실룩실룩 웃고 있었다.
수진의 약점을 아는 명록이 손을 뻗어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질이려 다가왔다.
깜짝 놀란 수진이 등을 돌려 명록의 손을 피하려 했지만 이미 명록의 손이 파고 들어와 그녀를 간질이고 있었다.

" 아하하, 핰....하지 마...간지..러워....아하하하~~ 안 돼~"


" 그러게 누가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간지르래? 하룻강아지, 오빠 무서운  모른다더니...... 이리와!"


수진이 명록의 손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뛰어봐야 욕조 안이었다.
하지만 비눗물이 잔뜩 묻어 있어서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겨드랑이에 가있던 손이 자꾸만 미끄러지더니 어느새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는 꼴이 되어 버렸다.
순간 그도 타깃을 바꿨는지 미끈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간질이듯 만지기 시작했다.




" 아흥.... 오빠.... 간지러워, 하지 마..."

겨드랑이의 간지럼이 사라지자 그제야 수진이 숨을 고르는지 헐떡이며 그의 품에서 살짝 벗어났다.
하지만 이미 장난기 가득하던 소년이 사라지고 욕실엔 연인 만이 남았다.


명록의 눈엔 여전히 장난기가 맺혀 있었지만, 아까와는 또 다른 장난기였다.

그의 상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수진의 몸은 점점 뒤로 밀려갔다.


턱!

작은 욕조의 끝에 그녀의 등이 닿았다.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진 그녀의 입술을 그의 입술이 덮었다.

약간은 메마른 듯한 명록의 입술을 그녀의 혀가 촉촉이 적시며
그의 안으로 들어가고, 수진의 팔이 천천히 그의 목을 휘감으며 품 안에 바싹 다가갔다.

하얀 거품들이 출렁이고 그 거품 사이에서
명록의 손이 빠져 나와서 수진의 어깨 위로 얹어졌다.
손에 남아 있던 거품이 물기를 타고 주르륵 그녀의 쇄골 아래로 흘러내렸다.
잠시 거품들이 맺혀있는가 싶더니 비눗물에 미끄러워진 그녀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타고
내려와서는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젖꼭지를 가렸다.


뜨거운 물속에 들어가 있어서인지
우유처럼 하얗던 그녀의 온몸이 지금만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목을 끌어안던 그녀의 손이 비눗물로 조금씩 미끄러져 내리고,
붙어 있던  사람의 입술이 점점 멀어졌다.


키스를 끝내기 싫어서 미끄러지는 손으로 그의 목을 다시  붙잡았더니 거품이 출렁이며 흔들렸다.
순간 그녀의 몸이 그에게 바싹 붙었다.

그의 혀가 그녀의 입을 휘저으며 거친 숨을  때마다
그의 상체가 그녀의 몸 위에서 미끄러지며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그의 몸에 바짝 붙어 있던 그녀의 가슴이 스치며 민감해진 유두를 자극했다.
또다시 아랫배가 찌릿해지며 작은 콧소리가 뜨거운 증기로 눅눅하진 욕실을 울렸다.

침대 위에서 두 번째 정사를 치룬지 채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뜨거운 물과 미끄러운 거품 그리고 명록의 손길에 인해 그녀의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명록도 수진의 마음을 아는지 어깨에 올라가 있던 그의 손이
흘러내리는 거품처럼 아래로 떨어져서 그녀의 가슴을 다시 부드럽게 움켜 쥐었다.

그의  손에서 빠져 나갈듯 위태위태하게 가슴이 미끌거리며 수진의 숨도 조금씩 짙어지고 욕실에 울리기 시작했다.



" 하아.... 아....."


맞닿은 입술 사이에서 누구의 숨소리인지 알  없는 작은 신음이 빠져 나왔다.
그녀의 허리가 살짝 휘자 다시 욕조의 거품이 출렁거리더니 그녀의 아랫배가 그의 몸에 밀착되었다.
하지만 그를 원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수진은 조금씩 불안해졌다.


작은 스킨십이 짙은 키스가 되고, 전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사람이 있는 곳은 모텔, 그와 그녀에겐 작은 제약이 있었다.
오늘은 언제나처럼 외박을 할 수 없어서 모텔에 들어오면서 대실로 방을 빌렸다.


모텔의 퇴실시간.
명록의 스킨십이 진해질수록 수진의 머릿 속은 복잡하게 얽혀 들어갔다.

우리가 얼마나 있었지?
곧 퇴실 시간이 다가오는데 지금은 몇 시쯤 되었을까.....
오빠랑  있고 싶은데.....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있는 거지......?



그의 애무가 짙어 지는 가운데 수진의 귀에 작게 벨소리가 울렸다.
명록은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그녀의 목덜미를 괴롭히고 있었다.



" 아~ 오빠, 전...전화 오는 것 같아..."



수진의 작은 말이 입 밖으로 빠져 나갔지만
명록은 그마저도 들리지 않는지 여전히 그의 입술이 그녀의 목덜미를 계속 간질이고 있었다.
명록의 행동에 자신이 잘못 들었는가 싶어서 귀를 다시 기울였다.
밖은 조용했다.
아까 들었던 벨소리는 환청이었는지 전혀 들리지 않고 있었다.

명록의 손가락이 그녀의 젖꼭지를 가리던 거품들을 걷어내자
그녀의 목으로 마른 침이 꼴깍하고 넘어간다.

비누거품으로 미끌미끌한 그의 손에 그녀의 젖꼭지가 얌체공이라도 되는 양
쑥 미끄러지자 그녀의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짙은 숨을 참을 수 없었다.
습한 공기 속에서 그녀의 몸이 나른하게 풀려, 자신의 몸을 가지고 노는 그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시  번 몽롱한 감각 안에서
유달리 거슬리는 소리가 귀로 파고들었고 그녀의 환상을 깨게 만들었다.

전화 벨소리.....


아까의 그 벨소리가 환청이 아니라고 확신한 수진은 살짝 힘을 주어 그를 밀어 떼어 내었다.
명록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의문을 담아 수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그를 향해 속삭였다.
욕실 안에 수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빠... 전화 오는 것 같지 않아?"



" 전화? 아니 안 들리는데.....? 그보다 이리 와봐... "

수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명록이 하던 일을 마치려는 듯 그녀의 몸에 다시 바싹 붙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손길을 다시 밀어냈다.

" 아냐, 분명히 아까도 들었단 말이야...... "


명록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아 조금 토라진  말했다.
수진은 그녀의 말이 맞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지, 욕조에서 일어나서 욕실 문을 빼꼼히 열었다.


명록은 그녀의 행동에 못마땅한 듯 싶었지만
이미 분위기는 깨져 버린 후라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욕조에서 몸을 일으켰다.

얇은 유리벽 하나 차이 일 뿐인데
수진이 문을 살짝 열자마자 침대 옆에 놓인 모텔 전화기가 시끄럽게 울린다.
그녀는 환청이 아니었구나 안심을 하면서도 그제야 시간이 다됐다는 걸 깨달았다.




" 오빠! 전화 오는 거 맞잖아. 받아봐……. "

그녀의 말에 명록이 샤워기로 빠르게 거품을 닦아내더니 전화를 받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퇴실 시간이  되었으니 더 머무르거나 숙박을  건지 확인하는 전화가 분명했다.


수진은 그들이 방금 전까지 사랑을 속삭이며 노닥거리던 욕조에 가득찬 물을 빼고 샤워를 시작했다.
보통 30분 전 쯤에 전화를 해주니 빠르게 준비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아아...
여행을 갔었던 그 시간이  이렇게 그리울까...

조금 더 느긋하게 그와 함께 하고 싶은데,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외박을 하거나 늦게 들어 갈수도 없어서,
명록과 만나다보면 늘 시간에 쫓기며 모텔에서 빠져나와 서둘러 집에 돌아가야 했다.


오늘 그와의 헤어짐도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오빠와 함께 여유롭게 있고 싶은데.....
늘 이렇게 쫓기듯이 떨어져야 한다니......
제주도에서처럼.....
느긋하게 오빠와 같이 있고 싶어......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그녀의 아쉬움이라고 되는 듯
몸을 타고 똑똑 떨어져서는 소용돌이를 이루며 컴컴한 배수구로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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