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제1부. # 10화. 오빠를 돌려줘! (11)
67.
수진이 괜히 심술궂게 연인 금붕어들이 있는 유리벽을 꾹꾹 누르며 금붕어 한 쌍을 놀라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을 요리조리 함께 도망가는 금붕어의 모습이 영락없는 연인의 그것이었다.
가뜩이나 명록을 보지 못해 외로운데
집에서조차도 금붕어들의 사랑놀음을 봐야 한다니........
수진이 심술궂게 금붕어 연인이 있는 반대편으로 물고기 밥 다섯 알을 던진다.
가까이 있던 세 마리가 순식간에 몰려와 끔벅끔벅 하며 방금 물에 떨어진 먹이들을 모두 먹어 치웠다.
저 멀리서 뒤늦게 달려온 연인 금붕어 두 마리가 수면 위로 입을 버끔 거리지만
수진은 줄 생각이 없는지 또 반대편으로 손을 뻗어 먹이 다섯 알을 뿌렸다.
또다시 연인 금붕어가 부지런히 헤엄쳐서 도착했지만 이미 먹이는 사라져 버린 후였다.
수진은 왠지 깨소금 같은 느낌에 훗 소리를 냈다.
" 어때? 이건 염장질 한 벌이야! 누가 내 앞에서 연애하라니? 체! 메롱! "
수진은 더 줄 생각이 없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금붕어에게 화풀이를 해서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전혀 조금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순간 금붕어한테도 이러는 자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비참한 기분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가운데 화를 내려는 건지,
울려고 하는 건지 수진의 얼굴은 이미 엉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거실에 걸려 있는 시계는 벌써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곱게 한 화장이 시간이 흘러 조금씩 지워지고, 수진의 기대도 조금씩 지워져 갔다.
시계의 바늘이 무정하게 틱틱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마음도 모래성처럼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못 오는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해주었을 텐데.....
아무런 소식도 없이 그녀를 기대에 찬 상태에서 시간만 보내게 하고 있는 명록이 미워졌다.
그 미움이 가득해서 흘러넘치는 순간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거 같았다.
이젠 희망도 사라지고......
오늘도 역시였어 라는 실망감에
수진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에 가득 찼을 때......
아니 우울의 바다 한가운데 깊숙이 가라앉아서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내고 싶을 때
갑자기 그녀의 전화기가 울어 댔다!
순간 깜짝 놀라 수진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떨리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발신자.....
<<명록>> 의 전화였다.
**************
" 잘 해봐라....... 너 운전하는 동안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박 과장도 얼굴이 사색이 돼서 내리더라.... 흐흐흐.... 오줌지렸을지도 몰라..... 임마! 아휴.... 아무튼, 이 자식...... 나중에 범칙금 나오면 다 너한테 다 던져줄 테니까 알아서 해라. "
오랜만에 승필 선배의 걸걸한 입담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기분 나빠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의 눈은 실실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사실 서울까지 거의 명록이 운전하고 올라왔다.
한 시간 정도 승필 선배가 운전하고 잠시 바꾸자고 하자마자 바로 운전석을 점거하고 그 뒤로는 미친 듯이 내달렸던 레이스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승필 선배가 야야~~ 소리를 몇 번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가로막는 차들 사이를 넘나들며 무조건 냅따 액셀을 밟았으니까 말이다.
뒷좌석에서 언제나 안전벨트를 안매던 박 과장님도,
그렇게 매라고 해도 갑갑하다고 매지않던 그 박 과장님이
주섬주섬 안전벨트를 매는 걸 봐선 명록 자신이 생각해보아도 상당히 터프한 운전임이 확실했다.
" 새해 복 많이 받아라. 그리고 그 아가씨한테도 대신 전해주고. 흐흐흐.... 덕분에 천국 구경 잘했다고 전해. 그럼 난 간다~! "
승필 선배는 특유의 미소를 씨익 짓고는 창문을 올렸다.
사실 박 과장을 내려다 주고 오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아마 한 시간은 더 단축 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승필의 차를 보고 바로 몸을 돌려 안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냈다.
부재중 전화들.
모두 수진한테서 오는 전화였다.
차선을 넘나들고 차 사이로 곡예 운전을 하면서 운전하는 중에 부르르 떨고 있는 진동을 느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아니 받을 여유 따위는 애초 있을 수 없었다!
이제서야 자유를 얻어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어져서 수진의 목소리.
" 오빠?! "
짧은 호칭 속에도 이미 울음이 약간 섞여 있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더욱 미안했다.
명록은 서둘러 말했다.
" 나 왔어. 미안해. 운전하느라 받을 수 없었어. 지금 너희 집 앞인데 나올래? "
" 알았어. 오빠 바로 나....나갈게! "
바로 전화가 끊어졌다.
명록은 그녀의 집으로 올라가는 아파트 입구 앞에서 기다렸다.
추운 겨울바람이 어두운 아파트단지를 더욱 춥게 느끼게 하였다.
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멈추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진이 뛰어나오고 있었다.
예쁘게 차려입은 그녀.
진작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거기에다가 금세라도 울 거 같은 표정으로 명록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명록은 바로 그녀 쪽으로 마주 뛰어가서 와락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수진의 몸이 더 작아진 듯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바로 입술을 내밀었다.
키스.....
" 아......오빠..... "
그래...
그녀의 입술이 이런 느낌이었어.....
명록의 뇌리에서 서서히 그녀의 감촉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그녀의 양손이 그의 등을 헤매고 명록은 그녀의 등과 허리를 더듬었다.
뜨거워지는 숨결.....
순간....
이곳이 수진의 아파트임을 생각했다
그와 그녀가 이러는 모습을 지인들이 보는 날이면 바로 구설에 휘말리고 그녀의 부모님께도 들어갈지도 몰랐다.
너무도 반갑고 미칠 듯한 마음에 잠시 이성을 잃었다.
명록도...
그리고 수진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우선 둘만의 장소로.....
아니 이곳에서 벗어나야 했다.
입술을 떼고 하나로 붙었던 상체를 약간 뒤로 뺐다.
수진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명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 젖어 있는 그녀의 눈동자가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다.
명록이 찬찬히 입을 열었다.
" 수진아..... 우리 여기서 나가자...... "
그의 말에 수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힘껏!
명록은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아파트를 벗어나 도롯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며 학학거리는 입김과 함께 둘은 왠지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택시를 타고 시내로 목적지를 말할 때 수진은 제야의 종소리를 들기 위해 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종각 쪽과는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고개를 갸웃하는 느낌이었다.
남산.
그녀와의 첫 데이트 기억이 새록새록 한 그곳을 이 야밤 시간대에 도착하니 기분이 묘했다.
택시에서 내려 수진의 손을 잡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녀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을 보았다.
화려한 연말 장식으로 반짝반짝 거리는 실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널따란 로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는 변함없이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며 한껏 연말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반들거리는 대리석 바닥.
정갈한 분위기가 그간 들어갔던 모텔과는 전혀 달랐다.
하긴....
여긴.
오성급이라는 호텔이었으니까 당연한지도 몰랐다.
같이 일하던 사람 통해서 연말 숙박할 수 있는 패키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나름 행운이었다.
체크인 시간이 늦었지만 이미 출발 전에서부터 다시 확인하고 또 확인해서 다른 손님에게 방이 나가지는 않았다.
키를 받아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수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야경이 좋은 쪽 방이라고 이미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클래식한 가구들과 조명이 명록과 수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문을 닫자마자 그것들을 감상할 새 없이 명록은 수진을 바로 끌어안았다.
수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강하게 빨아들였다.
얼마 만의 키스인가.
얼마 만에 그녀를 품에 안았던 것인가.....
그녀의 아랫입술이 촉촉이 젖어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명록은 입을 벌리고 혀를 그녀의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수진도 그의 혀를 순순히 받아먹으며 최대한 입을 벌리고 그녀의 혀로 휘감았다.
" 흡.... 읍......으읍......"
" 헉.....흑....."
명록의 숨소리와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타액이 섞이고 특유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수진의 반응도 예전과 다른 거 같았다.
좀더 뜨거운 반응.
적극적인 모습
그녀의 양팔이 애타게 명록의 몸을 더듬고 있었고
그의 손이 명록의 쪽으로 끌어당길 때마다
뜨거워진 그녀 숨소리가 더욱 급해지고 있었다.
명록은 키스를 나누며 그녀의 코트 앞자락 단추를 풀었다.
하나하나 풀 때마다 점점 앞이 벌어지며 안쪽 얇은 셔츠와 치마가 드러났다.
촤르륵.....
수진의 코트가 이내 바로 카펫이 깔린 바닥으로 떨어졌다.
명록도 자신의 두꺼운 겉옷을 벗어버리고 수진을 침대 쪽으로 안은 채 이동했다.
그리고......
침대로 그녀를 눕히며 쓰러졌다.
출렁이는 침대를 느끼며 하얀 시트에 뜨거워진 그녀의 몸이 하나 가득 자신의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찔함.
명록의 입술이 다시 수진을 내리눌렀고 서로 고개가 교차하며 움직였다.
**************
뜨거운 입김.
수진은 눈을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워서 잠자리에선 마주하지도 못했던 그의 얼굴을 이제야 또렷이 쳐다 볼 수 있었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얼굴인데......
얼마나 만지고 싶었던 얼굴인데 마주하지 못할까?
수진이 명록의 얼굴을 올려보며 손끝으로 그의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매끄러운 피부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의 손이 볼에서 머물던 그녀의 손을 잡곤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
탈지면처럼 폭신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손을 스쳐지고 포도송이를 먹듯
뜨겁고 촉촉한 입안으로 그녀를 쏙 빨아 당겼다.
그의 말캉한 혀가 입안에 들어온 그녀의 손끝을 핥았다.
그의 혓바닥이 그녀의 손을 쓸어내릴 때마다
또렷이 자신을 바라보는 명록의 얼굴에 부끄러움이 느껴져 살짝 눈을 감자,
찌릿하며 그가 그녀의 손가락을 잘근 씹었다.
아얏!
색스러운 아픔에 손가락을 빼내며 그녀의 입에서 살짝 뜨거운 숨이 빠져나왔다.
방심하며 벌어진 입술 사이로 명록의 입술이 또다시 마주쳤다.
지나치게 오랜만의 만남인지 거세게 파고드는 그의 혀에 그녀의 혀가 그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천천히 서로 끌어안는 연인처럼 둘의 혀가 그간의 일들을 속삭인다.
농밀해지는 키스에 그녀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수진이 팔로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명록도 다를 바 없는지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의 목덜미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며 그녀의 옷을 벗겨 냈다.
사르륵 얇은 옷감이 서로 부딪치며 슬금슬금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녀의 거친 숨에 빠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을 담은 브래지어가
그의 손에 풀려 아래로 사라지고 명록의 시선이 그녀의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명록의 입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배꼽 언저리에 남은 그의 입술,
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의 팬티를 살짝 잡아당겼다.
수진이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가리던 작은 조각마저 사라진 완벽한 나신,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의 옷을 벗어 던지고 그녀의 위로 올라왔다.
그의 손끝이 부드럽게 가슴을 스쳐 지나가자 체온이 스쳐 지나간 곳을 따라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가볍게 그의 손이 닿았을 뿐인데 얇은 피부에 스쳐 가는 그의 손길을 따라 날카로운 느낌이 지나갔다.
그 느낌은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고 소름이 온몸으로 넓게 퍼져 나가며 그녀를 긴장시켰다.
수진은 저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쉬어 지며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아아....
이렇게 뜨거웠었나?
여태까지 그녀가 그를 몰랐던 것처럼
그의 온몸이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뜨거운 숨을 뿜어내고 있었다.
벌어진 그녀의 다리 사이 자리 잡고 있는 둔덕에 그의 분신이 닿으며 그녀를 살금살금 찌르고 있었다.
명록의 혓바닥이 그녀를 감싸 안고 입안에서 그녀의 유두를 가지고 놀자,
아래가 촉촉이 젖어들며 엉덩이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수진의 코에서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신음이 울려 퍼지고
젖가슴을 간질이던 그가 그녀의 반응에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수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 오빠... 지금....하아... "
그녀가 스스로 원했던 적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 수진이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
너무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했다.
예전과 다르게 민감해진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그를 쳐다 봤다.
명록도 그녀와 다르지 않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검은 수풀을 살짝 헤집더니 금세 그의 분신이 쑤욱 하고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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