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제1부. # 10화. 오빠를 돌려줘! (9)
65.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딸각.
" 오...오빠.... ? "
힘 없는 그녀의 목소리......
금방 잠에 깬 듯한 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록은 목이 메는 듯한 느낌이 들어 침을 삼켜 우선 자신의 기분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 메리~! 크리스마스. 내 사랑 수진아........ "
" 오빠....... "
닭살스런 대사면 어떠냐.....
사랑하는데 사랑이라고 말하는 게 뭐 어때서......
" 미안해. 수진아....... 선물도 못 주고 옆에 있지 못했지만...... 내년에 정말 더 좋은 크리스마스 만들어줄께. 아니..... 내년은 내년이고 이번 31일에는 우리 같이 꼭 있자. 그리고 우리 같이 제야의 종소리를 듣자. "
" 오빠.....? 그거..... 진짜지? "
수진의 목소리가 떨려온다.
명록은 그녀가 보지도 못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너 데리러 갈께.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 우리 밤새 같이 있자. 아.... 참 그럴 수 있겠어? "
그는 그제야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진이 나올 수 있는지....
같이 그날 밤 있을 수 있는지 생각도 안 하고, 함께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는 자신을 깨달았다.
" 응..... 같이 있어요. 같이 있을 수 있어요...... 우리 꼭 같이 있어요....... "
하지만 수진의 대답이 바로 이어서 따라나왔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올수록 명록의 마음도 함께 떨려오고 있었다.
떨림....
진동.....
그녀에 대해 울렁이는 내 마음......
수진의 목소리를 듣자 조금 마음이 풀렸다.
그제야 그녀가 잠에서 깬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보낸 시간도 새벽 늦은 시간이었다.
명록은 서둘러 말했다.
" 그래.... .수진아.... 좀 더 자...... 어제 보니까.... 제대로 잠도 못잔 거 같은데..... 이따가 또 전화할께. "
" 응.... 알았어요....... 오빠도 목소리가 너무 피곤해 보여..... 오빠도..... 조금 더 자요. 우리 이따 또 통화해......."
명록은 그녀의 말에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래..... 나도 좀 더 잘게..... 사랑해..... 많이 보고 싶다. "
수진이 잠시 숨을 고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작게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울려왔다.
" 나도.... 오빠..... 사랑해... 많이 보고 싶어...... 메리 크리스마스..... 오빠...... "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가 한참 여운을 주며 울리고 있는 가운데 통화가 끊어졌다.
명록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명록은 그가 말했듯 연말......
새해의 첫날을 함께 맞이하기 위한 시간을 위해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 들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업체 쪽 관계자가 지나가듯 자신에게 말했던 그것......
그땐 별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그것을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시계를 보았다.
이런 이른 아침에 부탁하려고 연락한다는 것은 그냥 부탁을 빙자해서 자신을 미워해 달라고 비는 행위이자 깽판치는 짓이었다.
거기에다가 휴일 아니던가.
명록은 미칠 듯 애타는 마음은 꾸욱 참았다가 점심쯤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 응. 그럼.... 점심 먹었지...... 여긴 날씨 그렇게 안 추워. 그래..... 수진이 너야말로 감기 조심하고...... "
잠시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수진과 통화하고 있었다.
명록의 얼굴에 잔잔히 웃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꼭 갈게...... 응...... 그래. 이따 또 전화할께? "
수진의 마음이 풀어졌는지 수화기 건너에서 쪽 소리가 났다.
주변을 살펴보고 명록도 휴대폰에 입술을 댔다.
쪽.
희미하게 들리는 수진의 웃음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명록은 수진에게 계속 말하고 있었다.
12월 31일에 꼭 만나자고......
그때는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가겠다고......
이미 이브 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그런지 수진이 보채듯 물어보곤 하였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는지라......
몇 번이고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하며 그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명록은 촬영에 방해되지 않게 그림자가 비치지 않도록 신경 쓰며 자리를 옮겼다.
하얗게 눈이 덮인 세상.....
하얀 그 벌판에 분주한 스텝과 배우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폭설 때문에 어려워진 현장을 고려해서 올렸던 새로운 컨셉이 통과된 상태였다.
알게 모르게 승필 선배가 손을 쓴 것을 명록은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됐든 명록이 업체와 의뢰담당자 간 사이를 힘들게 조율하면서 들인 정성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그간 마음고생 하며 속이 시커멓게 타버릴 듯한 심정으로
협의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이 그나마 좋은 결과로 나와서 다행이었다.
멀리 떨어져 현장을 지켜보며 명록은 한숨 돌리고 있었다.
얼른 이대로 무사히 일이 마무리 되고 서울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다리고 있는 수진을 생각하면 반드시 그래야 했다.
**************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섭섭함도 잠시, 명록의 부재중 전화에 섭섭했던 수진의 마음은 금방 녹아 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바쁜 와중에도 계속 전화를 걸어주고 있는 그가 고마웠다.
정작 가장 마음이 안 좋은 건 명록일 텐데,
어린 자신의 마음에도 명록에게 상처를 줬다는 알고 있었다.
지금도 한밤인데도 같이 방을 쓰고 있는 회사동료를 피해 밖으로 나와서 그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창밖에 보이는 서울의 야경조차도 추위가 느껴지고 있었다.
얼마나 추울까.....
" 오빠 추울 텐데 빨리 들어가. 서울 왔는데 감기 걸려 있으면 내가 화낼 거야?"
" 응... 알았어..."
그나마 명록이 숙소에서 나와 조금 더 길게 통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겨울에 추운 밖에서 오돌오돌 떨며 통화할 명록이 안타까워서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전화기 너머 그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 역시 자신처럼 그리워하고, 애타고 있는 걸까?
수진은 잠시 시간을 두고 그를 불렀다.
" 오빠..."
" 왜?"
명록이 약간 멍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와락 치밀어 오르는 마음에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 사랑해... 보고 싶으니깐... 빨리 와~! 알았지? 잘자!!"
수진은 부끄러움에 서둘러 말하곤 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늘 마음 속으로는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면 간지럽게 느껴져서 언제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이 작은 단어가 짧게 남은 오늘 동안 명록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면
부끄러움 정도는 얼마든지 참고 말 할 수 있었다.
수진은 휴대폰을 탁자 위에 올리고 이불을 덮고 잘 준비를 했다.
두근두근......
아직도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역시 너무 빨리 끊은 걸까?
그가 귓가에 속삭이던 말들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명록과 통화한 시간......
조금 전의 시간이 너무 먼 과거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명록을 만나지 못한지 너무 오래되었다.
12월 첫 번째 주 마지막 날 보고 벌써 12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전에는 그와 매일 만나서 가던 모텔이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와 붙어 있던 그 시간이 너무 그리웠다.
푹신한 이불도 그의 부드러운 살결보다 못하고,
따뜻한 전기장판 온도도 은은한 그의 체온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그를 끌어안고 팔을 베개 삼아 누워있던 시간이 자꾸 생각나서 커다란 베개를 하나 품에 안았지만 그때의 시간을 대신할 순 없었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뒤......
자꾸만 명록의 품이 그리웠던 그때처럼.....
지금.....
명록의 체온이.....
명록의 품이 너무도 그리웠다.
수진은 눈을 감았다.
그가 자신의 옆에 누워 손을 뻗는 모습이 눈을 감고 있는 가운데 떠올랐다.
오빠.....
수진은 자신의 손으로 명록의 손을 대신하여 위로 올렸다.
언제나 명록은 그녀의 얼굴......
입술을 터치하고 정사를 시작하였다.
얼굴과 다른 촉감이 수진의 입술에서 느껴졌다.
보드랍고 탱글한 감촉이 손끝에 묻어났다.
그리고 그 감촉은 점점 옆으로 옮겨갔다.
그녀의 손이 명록의 손처럼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곤
잔뜩 긴장한 몸을 훑어 내리며 천천히 풀어갔다.
얼굴......
볼....
잠시 망설이던 손은 어느새 이불 아래로 들어와서 가슴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살결을 타고 미끄러져 내린 그의 손이 그녀의 브래지어를 들어 올리고는
둥글게 솟아있는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가슴을 덮는 따듯한 손길......
젖가슴 위에서 잠시 방황하던 그의 긴 손가락이
그녀의 젖꼭지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 손끝으로 그녀의 열매를 튕겼다.
아......
명록과 함께 있을 때처럼 아랫배 깊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저릿한 느낌이 강하게 흐르고 그 순간 그녀의 허벅지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부드러운 손길로 여전히 젖꼭지를 간질거렸지만 수진에겐 부족한 느낌이었다.
다른 한 손이 그녀의 매끈한 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뜨거운 느낌......
지릿지릿한 느낌이 있는 그곳이 지척에 있는데 들어갈 수 없었다.
왠지......
넘어선 안 될 거 같은 경계선......
두려움......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수진의 손은 여전히 팬티와 배의 경계 사이를 불안하게 갈팡질팡 움직이며 망설이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작은 애완동물처럼 쓸어내리자, 또다시 아랫배가 뜨거워지며 강한 자극이 밀려 들어왔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높아졌다.
머릿 속에 짜릿한 소름이 한차례 또 스쳐 지나갔다.
쾌락에 녹아 흐릿해진 그녀의 이성 틈새로 흔들리는 가운데 마침내 그녀의 손이 팬티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은밀한 곳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손 끝이 천도복숭아처럼 솜털이 가득한 부드러운 둔덕을 따라 흘러내려 가며 작은 산줄기를 만났다.
명록이 그녀를 희롱하던 곳......
산줄기 사이 작은 봉우리가 손끝에 만져졌다.
명록의 손이 그곳을 살짝 누르며 원을 그렸던 것이 생각났고
수진의 손도 그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아...
이 느낌.....
아- 흠.....
좋아....
아......
찌릿찌릿하게 소름 오르는 감각이 찰나의 순간을 채우고 흘러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수진의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하고,
그녀의 봉우리를 비비는 힘이 강해질수록 그녀의 다리가 펴지며 근육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오빠....
아..... 오빠.......
그녀의 엉덩이가 자연스럽게 위로 들리며 무엇인가를 요구했다.
벌어진 다리 사이로 축축한 것이 따라 흐르며 팬티가 젖는 느낌.
수진의 달 뜬 신음 속에 그녀의 손이 조금씩 조금씩 아래로 흘러 내려 왔다.
산줄기 아래 작은 연못에 가까워질수록 무언가가 그녀의 몸 안을 채우길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이 그 연못가 주름에 닿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 가슴 속 한구석을 때리며 싸늘하게 울리는 느낌이 퍼졌다.
누군가 귀에다가 소리치는 기분.
안돼!
죄책감과 함께 쿵 소리가 나는 느낌이었다.
쾌락.....
쾌감의 절정을 향해 올라가던 기분이
갑자기 바닥에 곤두박질 친 종이비행기처럼 급하게 추락하며 나빠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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