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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제1부. 10화. 오빠를 돌려줘! (2) (58/195)



〈 58화 〉제1부. # 10화. 오빠를 돌려줘! (2)

58.


수진의 허리가 휘어지며 타원을 그리고 있었다.



" 읍.... .읍...... 아...... 흐읍....... "

베개에서 미끄러진 그녀의 머리가 어느새 다시 베개 속에 묻혀서 숨어버리고 있었다.

사선으로 내려진 수진의 하얗고 가는 팔에 힘이 들어가고
손은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신음소리와 함께 쥐어짜듯 비틀었다.

땀이 눈을 가렸다.

눈썹을 어느새 타고 넘어온
짜디짠 물방울이 눈꺼풀 위에 속눈썹을 촉촉이 젖히고
깜빡이는 사이 눈동자 안으로 들어왔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수진의 흔들리는 젖가슴 사이로 떨어졌다.
젖가슴 사이 위치한 유륜과 젖꼭지가 마치 풍랑을 맞은 작은 벚꽃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 하악.... 학..... 으으....... "

명록의 입에서도 숨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른 남자들도 이런 소리를 낼까?


피스톤 운동을 하는 순간 간간이 머릿 속으로 단편적인 생각들이 흘러갔다.

깨진 거울의 조각들 하나하나에 비춰지는 모습들처럼

완전히 모습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하나하나의 생각이 편린처럼 스치며 지나갔다.



겨울......
진짜 지금이 겨울인걸까......?




아까까지도 모든 것이 얼어붙을  같은
회색도시  가운데에 있었던 명록이었다.
이렇게 땀을 가득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지금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온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모텔 방이 이렇게 더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끊임없이 흐르는 땀......
더운 실내의 공기.....

숨이 막힐  가슴이 조여 왔다.
그리고 그녀의 딱딱한 치골과 부딪치며 얼얼해진 그의 사타구니에 점점 신호가 밀려오고 있었다.


얇은 콘돔의 느낌이 버석거리는 비닐처럼 느껴지며 뜨겁게 달아올라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느꼈다.


익숙해져가는 사정의 순간!
머릿 속에 떠오르는 영상 하나.

오늘은  순간 그의 머리에는
고요한 우유 표면에  방울 우유방울이 떨어지며 솟아나는 왕관 모양의 파문이 떠올랐다.
그리고 가슴이 탁 막히며 물건 끝부분에 찌르르 전기가 흘렀다.


파앗!!!!

울컥울컥.....
쏟아지는 느낌.......

죽어라 달려서 백 미터 골인 지점을 지나며 결승 테이프가 가슴에 휘감기는 기분이었다.


해방감.....
만족감......
그리고...... 안락함.

명록은 천천히 몸을 숙여서 수진의 가슴 위에 자신의 몸을 얹었다.
그녀의 심장 박동 소리와 자신의 그것이 둥둥 거리며 만나는 것을 느끼고
보드라운 그녀의 체온 속에서 눈을 감았다.

언제나처럼......
수진의 빠른 숨소리가 천천히 잦아드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어둠 속에 자신의 정신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




스르륵 스르륵.......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이 명록의 숨소리에 따라 들렸다가 내려갔다 하며 바스락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사 후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진 명록과 다르게 수진은

그의 따듯한 품속에 갇혀 눈만 말똥말똥 뜨고 허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수진이 명록의 턱 아래 머리를 두고 눈을 감고 그의 따뜻한 가슴팍으로 작은 몸을 꼼지락거리며 파고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그처럼 서서히 잠 속으로 빠져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쉽게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그러길 한 시간째.......
유난히 오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잠을 자길 포기했는지 슬금슬금 위로 올라와 명록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침대헤드에 상체를 기대고 앉았다.


모텔방 안은 작은 창문마저 나무판으로 가려 있었다
그 덕분에 달빛과 화려한 간판 빛마저 들어오지 않았지만,
잠을 자기 위해 몸부림치던  시간 동안 어둠에 익숙해진 수진의 눈에는
어두운 실내의 조명 속에서도 명록의 자는 모습이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것처럼 그녀와 섹스를 하고 쓰러져
잠들어 있는 명록의 표정은 너무나 만족스런 기색이 가득 차있었다.


수진은 손을 들어 명록의 짧은 앞머리를 손가락 사이로 쓸어 내렸다.
미처 마르지 않았는지 땀으로 축축이 젖은 머리칼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 나갔다.

아까 그의 열정이 남긴 흔적이었지만 수진에겐 그런 그의 노력이 어색하게 보일 뿐이었다.

어째서 남자들은 섹스를 원하는 걸까?
그렇게 힘들어 보이는데도.....
멈추지 않고......
그렇게 자신을 혹사하는 걸까.......?

그의 손이 사랑을 담아서 그녀를 기쁨으로 이끄는 전희는 언제나 좋았다.
하지만 그와 결합하고 나서 허리를 움직일 때의 느낌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할리퀸 소설에서 말하는 '쾌락'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수진은 가만히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았다.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긴 한숨.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면......
아직 서툴러서 그럴 뿐일까......




조잘대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나 야한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그녀들.

섹스의 쾌락이라 해야 할까?
그녀의 친구들이 말하던 정사의 즐거움을 정작 수진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금 그저 수진이 명록과 자는 것은
단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섹스는 담배와 같아 보였다.


호기심에 처음 시도해보고 담배의 지독한 맛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토록 지독한데, 담배를 원하는 이들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담배의 무엇이....

그들을 원하게 만드는 걸까?

수진은 담배를 피우는 주변사람을 보며 생각했었다.


모두의 처음이 그러했던 것처럼 수진은 아직 알 수 없었다.
물론 담배의 해답은 아직도 얻지 못했다.
과연.....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얻을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까.....?


정말.....
그녀는 궁금했다.......


어둠 속에서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는 수진에게
수많은 생각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다가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새벽같이 모텔을 나온 그들이었다.
아니 새벽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캄캄한 어둠 속에 길을 나섰다.

수진의 부모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 하는 그녀를 쫓아서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하겠다며 우기는 명록을 말리지 못하고 같이 함께  귀갓길이었다.

여태까지 함께 있어 놓고도, 그 짧은 순간의 헤어짐이 아쉬워 계속 돌아본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법.


째깍 째깍.


잠시간의 이별인 것을,
애정이란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은 매초마다 마음 속에 갈급한 그리움을 하나씩 쌓아 올렸다.

그리고 출근하는 명록과 다시 길어지는 통화.
부드러운 체온처럼 수화기 너머 그의 훗훗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풀어진 등,
사르륵 아래로 휘는 눈꼬리,
달콤한 사과처럼 물든 볼.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진 수진의 얼굴이었다.

휴대폰을 잡고 있는 손이 뜨거움을 느끼고 나서도 여전히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요사이....
그녀의 가슴 위로 땀을 방울방울 흘리던 명록의 모습이 생각나자
얼마 자지 못한 그의 몸이 피곤하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을 떠올리고는
아쉬운 대화를 줄이고 끝을 맺었다.

출근해서 사무실에 들어갔다는 명록의 말을 듣고 조금이라도 더....
눈을 붙이라고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가 출근하는 내내 계속 되었던, 길고  통화였지만,
갑자기 조용한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진 수진은 바로 전의 통화가 아쉬워졌다.
그러고 보니 이제 학기의 마지막, 기말고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험기간에 들어가면 지금처럼 명록과 함께 할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어제 힘들게 만든 <<외박>> 아니었던가.


이젠 자주 만나지 못  텐데 자신의 욕심대로 그냥 전화를 붙들고 있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출근하는 내내 통화한 것이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모자란 기분이었다.

중간고사 기간에 공부한답시고 명록을 만나지 못하고 간간히 통화로만 모자람을 겨우겨우 달래던 그때가 생각났다.



그런데....

마음이 더욱 깊어진 지금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뎌낼 수 있을까.

방금 전화를 끊었는데 다시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아니, 목소리로 만은 부족하다.

그의 따듯한 입술, 부드러운 체취, 달콤한 체온을 느끼던 제주도에서처럼 하루 종일 함께 보내고 싶다.

아아...
그때 제주도의 시간들.



수진은 베개를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의 샴푸향이 은은히 배어 있었다.


수진은 명록을 보고 싶은 간절함에 베개가 그라도 되는  조금 더 세게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안았다.






**************








밤새 같이 있었지만 새벽 같이 나와서 수진을 데려다 주었다.


사실 어젯밤...
들어갔어야 하는 모양인데 자신과 조금이라도  있고 싶어서
무리한 듯한 그녀의 마음 씀씀이에 명록은 너무 심장이 뭉클했다.


사실......
여자가 외박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수진에게 같이 밤에 있을까 물어보는 것도 부담이 되는 명록이었다.
이렇게 알아서 수진이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 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그녀의 집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서로 머리를 기대고 앉아서 눈을 감고 있었다.
버스 엔진 위라서 그런지 따듯한 좌석의 느낌에 살짝 조는 수진이 귀여웠다.


약간 어두운 버스 안.....
새벽 이른 시간 길을 나선 이들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명록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수진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약간 까칠한 머리카락의 느낌에 향기로운 샴푸의 향이 은은하게 올라왔다.
수진은 그런 그의 입맞춤을 모르는지 아무런 미동 없이 잠들어 있었다.

 태어난 강아지 같은......
그녀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아직 새벽의 어두움이 가득한 거리를 어젯밤처럼 주머니에 손을 잡고 걸었다.
아파트 높은 건물이 원인이 되었는지 갑자기 쌀쌀한 바람이 몰아쳤다.


종종걸음으로 그녀의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통로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짧은 키스를 나누었다.

차갑게 얼어붙은 두 입술이 만나서 함께 붙어 있다가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 사이 매정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 안으로 수진의 모습이 사라졌다.
마치 괴물이 그녀를 삼킨 듯 문이 닫혀버린다.


올라가는 숫자가 어는 한 곳에 머물렀다.



하아......




명록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다시 찬바람이 몰아쳤다.



아.....
이렇게 추웠나......?

새삼 혼자 걸어간다는 것이 온몸에 한기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순간 부르르 떠는 휴대폰.

액정에 표시되는 발신자.
<<수진>> 이었다.























<<오빠를 돌려줘!(2)>> 끝 =>  <<오빠를 돌려줘!(3)>> 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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