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제1부.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12) (56/195)



〈 56화 〉제1부. #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12)

56.



" 아...아야... "

침대 밖으로  걸음을 걷자마자,
다리를 얻고 처음 걷는 인어공주처럼 엄청난 아픔이 수진의 하반신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고통보다 컸기에
수진은 천천히 한걸음씩 걸음마를 하는 아기처럼 어기적거리며 걸었다.
거기에다가 명록이 눈이라도 뜨면 더욱 부끄러울 테니 빨리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의 안에는 아직도 커다란 말뚝이 박혀 있는 듯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 으으..... 아파...... "




간신히 화장실로 들어와서 차가운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데...
어젯밤이 얼마나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는지
뜨거운 소변이 밑에 흐를 때마다 상처에 소금이라도 뿌린 것처럼 수진의 밑이 따끔따끔했다.

대체 섹스를  때마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여자들이 좋아할  있는지 의문이  정도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애정행위가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봉사행위로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그를 위해 섹스를 해야 한다고
친구들의 교육까지 받아놓고 자발적으로 나섰던 그녀 자신은 생각하지 못하고
이렇게 자기에게 고통을 준 명록이 이유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두 번째 섹스에서 보았던 명록의 이기적인 모습이
절로 그녀의 입술을 삐죽거리게 만들었다.


변기에서 일어난 수진은 샤워기를 틀어 가볍게 배부터 다리까지 씻어내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선, 이참에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픈데, 굳이 고통 속에서 몸을 청결히 해야  이유를 찾지 못했다.


대충 찬물로 씻어냈다.
약간의 찜찜함이 사라지고 난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야 한다고 했던지
속으로 실컷 명록을 욕하고 있었는데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그녀의 앞에 명록이 서 있었다.


갑자기 명록의 얼굴을 맞이한 그녀.
뒤에서 욕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그의 얼굴을 보며 어색하게 수진이 웃었다.

수진의 얼굴에 머물던 명록의 시선이 그녀의 알몸을 훑어 내려가듯 아래로 향했다.
그녀는 그의 시선이 그녀의 작은 숲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명록과 섹스 라는 것을 했음에도
역시 은밀한 곳에 닿는 명록의 시선은 금세 얼굴을 확끈거리게 만들었다.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느낀 이브처럼
그녀도 명록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끼고는
손에 쥔 수건으로 살짝 몸을 가리곤 후다닥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망토처럼 꽁꽁 둘러싸고 있는데 명록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손 안에 들고 있는 작은 상자를 수진에게 내밀었다.


보랏빛 반짝거리는 포장지.
 봐도 무언인지 알  있는....
작은 부피의 상자.


수진의 눈이 천천히 동그랗게 커졌다.



혹시.....?!



저만한 크기의 상자에 들어 있는 건은 뻔했다.
반지가 아니면 귀걸이.....

연인에게 주는 뻔한 선물이지만...
절대 뻔하지 않은 상황.
전라의 상태에서....
그것도 지금 받게  거라곤 절대로 예상하지 못했었다.

놀라움.....
그리고.....
솟아나는 따듯함.


수진은 저도 모르게 헤실헤실 바보 같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 이거... 머에요? "

혹시라도 김칫국을 마시는  아닌지 걱정할 만도 한데 확신에 찬 수진이 명록에게 밝게 물어봤다.



" 원래....... 제주도에서 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꺼냈네....... 자, 직접 풀어 봐...... "




명록이 멋쩍게 웃으며 그녀의 손에 작은 상자를 건네 줬다.
부끄러움과 기대감이 가득한 명록의 눈빛을 바라보고 수진도 신이 나서 포장지를 벗겨냈다.

역시나 예상했듯이 작은 쥬얼리 상자가 포장되어 있었다.
명록이 그녀의 반지 사이즈를 알긴 힘들 것 같고 그럼 귀걸이 인 듯싶기도 했다.


기대에 찬 수진이 마침내 무거운 쥬얼리 상자를 열었다.

아.....!

안에 들어 있는 한 쌍의 반지가 합쳐져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맙소사....
이건....
커플링?!!!

수진은 정말로 깜짝 놀랐다.

반지 사이즈는 어떻게 알고 샀으며, 커플링이라니!
그녀가 늘 동경하던 것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받게 될 줄이야!

너무 놀라 벌어진 그녀의 입이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수진이 너무 놀라 굳어 버리자 명록이 작은 반지를 꺼냈다.


수진은 그의 행동에 정신을 차렸다.
명록이 그녀의 왼손을 가져가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사이즈를 어떻게 알았는지 쏙 들어오는 게 수진의 마음에  들었다.

수진은 그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자신도 명록에게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다.
나머지 반지를 들어 명록의 따듯하고 투박한 왼손을 잡아끌어 그의 약지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손을 마주대자 작은 하트가 두 사람 손가락 사이에서 만들어졌다.






**************



아......


명록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몸이 뻑적지근한 느낌이었다.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떼고 나니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알았다.


옆자리를 더듬어보니 텅  시트만이 만져졌다.
고개를 돌려 보는데 수진이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라서 설마 혼자 갔나 싶어서 벌떡 일어나보니  안에 수진의 옷가지가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앙징스럽게 예쁜 핸드백과 가방까지....
순간 놀랬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찬찬히 살펴 보니 화장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명록을 놀라게 했던 수진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어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명록은 한숨을 내쉬며 안심했다.
만약 수진이 갑자기 가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거 같았다.


밤에 있었던 그녀와의 시간이 왠지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졌다.


제주도 여행 때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것이 갑자기 그렇게 해결될 줄이야......
그리고 수진이 콘돔을 끼고 했던 두 번째 정사마저 무사히 마치고서야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인터넷에서 발기부전으로 검색하면서 보았던 문구.

심인성 발기부전.


긴장으로 인해서 생긴다는 것을 보면서 믿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처음 경험한다고 하며 부담감 잔뜩 가지고 있었던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욕실 안 거울에 비쳤던 명록 자신의 얼굴.



바보같이.......
그냥 솔직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안으면 되는 건데......
동정 주제에 뭘 그렇게 잘하고 싶었던 거야?
바보 같은 자식......
허파에 바람만 잔뜩 들어가서.......
삽질이나 하고....
으이구...



아침이라고 다시 발딱 서있는 분신을 손바닥으로 툭하고 쳤다.
괜스레 맞는 녀석이 더욱 딱딱해지며 까닥거렸다.

밤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이게 무슨 홀대냐고 항의하는 거 같았다.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고민한 자신이 바보 같았다.


하긴 모든 일이 그랬던 것 같다.

힘들고 도저히 안될 것 같던 일도 막상 하고 나면 별게 아닌 것처럼....
그렇게 자신을 힘들게 했던 문제가 해결된 뒤엔 그냥 실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실실 웃고 있는데 순간 욕실에서 소리가 들리며 수진이 나오려는 거 같았다.


아!

아차!!!!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
명록은 아차 하는 마음으로 재빨리 자신의 옷이 걸려있는 옷걸이로 뛰어갔다.
발기된 그의 물건이 서둘러 뛰는 통에 덜렁거렸다.


명록은 코트 겉주머니 언제나 넣고 다녔던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 바로 침대 위로 올라가서 시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수진이 욕실에서 나왔다.
샤워를 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씻은 모양은 아니었다.

간단히 세수만 한 듯한 모습.....
그러고 보니 아랫도리 부분에 물기가 있었다.
아파하던, 간밤 수진의 모습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명록의 시선이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보고 있음을 느끼자
수진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수건으로 앞을 가리고는 침대로 쏙 들어갔다.
그녀가 침대 속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자 명록은 피식 웃고는 시트 아래 숨겼던 그것을 꺼냈다.


어느새 이리저리 꾸겨진 반짝이 포장지.
그리고 예쁘게 묶인 끈도 많이 낡아보였다.

수진은 그것을 보며 물었다.

" 이거... 머에요? "




직육면체를 이루고 있는 포장지가 대충 무엇인지 짐작은 되고 있었지만
다시 확인차 물어보는 듯한 느낌의 질문.
수진은 명록의 얼굴을 보며 묻고 있었다.


명록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원래....... 제주도에서 주고 싶었는데....... 이제야 꺼냈네....... 자, 직접 풀어 봐...... "




수진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예쁜 끈을 풀고는 포장지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 나온 보랏빛 반지함.
부드러운 천의 느낌의 반지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 아..... 이건...... "


수진이 반지함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두개의 반지.
두개가 포개져서 하나의 하트를 만들고 있었다.
반짝거리는 금색 가운데 백금이 문양을 이루고 있는 커플링!

 커플링을 맞추기 위해 미리 슬쩍 지나가듯 물어보았던 그녀의 치수.
수진이 끼고 있던 반지 치수를 물어보며 따로 메모했다가 맞춰 두었던 반지였다.
제주도 첫날밤 이후 꺼내려고 했던 그 반지함을 이제야 꺼낼 수 있었다.


수진의 얼굴에 커플링을 바라보며 입술이 서서히 벌어지는가 싶더니
감격인지 기쁨인지 감정이 이리저리 섞이면서 얼굴이 묘한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명록은 반지함에서 여성용 반지를 꺼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수진의 네 번째 손가락에 그 반지를 끼워주었다.

쏙 들어가 긴 손가락 가운데서 빛나는 금반지가 유난히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수진도 서둘러 남성용 반지를 꺼내서 명록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겹쳐진 명록과 수진의 손가락이 서로 겹쳐지며 포개졌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나누어진 하트가....
금색 테두리 안 백금의 하트가 서로 나란히 옆에 서서 빛났다.


반지를 보고 있자니 예전 수진과 올라갔던 남산이 떠올랐다.

철조망에 걸려있던 자물쇠.
유난히 시원한 바람이 불던 그날.
철조망에서 반짝이던 수진과 자신의 이니셜이 새겨진 자물쇠의 반짝거림이 눈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명록은 상체를 숙이며 수진의 얼굴에 다가갔다.
어느새 마주보던 둘의 거리가 좁혀지고 반지를 낀 양손은 서로 깍지를 끼고 묶였다.
둘의 입술이 맞대어지고 벌어지며 키스를 나누었다.

명록은 탱글거리는 그녀의 입술을 빨며 생각했다.

이제......
 귀엽고 예쁜 수진과......
오랫동안 소중한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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