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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화 〉제1부.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6) (50/195)



〈 50화 〉제1부. #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6)

50.


" 일단 가장 중요한건 야한 옷차림이야. 가슴이나 팬티가 보일  말 듯한 옷차림.. 그리고 야한 속옷. 근데 또 이게 이상한  남자들은 컬러풀한 속옷을 좋아하지 않아. 빨간색 보다 검정색을, 검정색보단 흰색 속옷을 선호한다고 하더라고. 야한  좋아하면서 여친 속옷은 순결을 바라다니! 이상한 놈들 같으니... "



" 뭐 영연이 말도 맞긴 하지만... 막상 하려면 정신없이 벗겨내느라 속옷색깔 따윈 중요하지도 않을걸? 뭐 그다지 고민하지 않아도   같은데? 그냥 안 입는 게 어때? 벗기지 않아도 되서 빠르고, 간편하게! 그리고 남자 쪽도 그게 더 자극이 되고 말이지. "



속옷을 입지 말라니, 나희의 말은 당장 기각이었다.
가슴이 나오기 시작한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
브래지어 없이 밖을 돌아다녀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상상 만으로도 어색하고 민망했다.


" 아, 그리고 유혹을 하려면, 터치가 중요해. 귓가에 대고 말로 유혹하는 것도 좋지만,  전에 은근한 터치로 남자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거지. "



수진은 조금  만한 얘기가 나오는  같아 다시 귀를 기울였다.

" 터치? "



" 은근히~ 이게 중요해 너무 끈적이지 않게 남자의 몸을 쓰는 거지. 팔뚝이나 등, 가슴? 좀 더 흐르면 자연스럽게 허벅지까지. 이렇게... "




나희가 수진의 팔을 손끝으로 미끄러지듯 살짝 쓸어내리자 간질이는  느껴졌다.


" 입술은 항상 촉촉하고 빨갛게 유지하는 거야. 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거나  잡아 먹은 미친년처럼 씨빨갛게가 아니라. 알겠어? 물이든 립스틱이든 립글로즈든 발라서 남자가 바라만 보면 덮쳐서 키스하고 싶게 만들라는 거야. "




영연도 나희에게 뒤질 새라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마음 아냐? 네가 백날 유혹해 봐야 그 남자가 꼴리지 않으면 헛수고라고... 돌부처 거시기 세우기나 마찬가지 아니야? "

" 아...아냐! 우리 오빠는 돌부처가 아니라고! "

수진이 영연의 말에 대경하며 반대했다.

돌부처라니!
돌부처에 거시기가 있긴 했었어?
대체 영연의 사고는 어떻게 되어 있는 건지
명록이 돌부처일 리도 없는데..
제주도의 밤...
그녀를 원했던 그가 돌부처일 리가 없었다.

" 돌부처 거시기 세우는 게 뭐가 힘든가? 세상에 유혹에 안 넘어 오는 남잔 없어... "


갑자기 끼어든 설아의 말에 다들 경악을 하며 놀랐다.


설마 이년이 저번에 템플스테이에서는 스님을...?

다들 방금전 머리를 스친 생각의 정답이 궁금했지만 그녀가 '그렇다'  말할까봐 다들 차마 묻진 않았다.
주님의 종에 이어, 스님까지 속세로...
끌어 들이다니, 그녀들은 차마 생각하기도 싫었다.



하지만......
그러고도 남을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여기 얌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설아였다.








**************







[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에 시간 비워요. 우리 만나요. 안 나오면 화낼 거예요! ]

아침 일찍부터 날아든 수진의 문자 메시지.

명록은 심란한 마음으로 오전 업무를 시작했다.


수진이 이런 식으로 문자를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한 마음은 어쩔  없었다.

저녁에 시간을 비우라고.....?
만나요......
-라...




무조건 오늘 만나야겠다는 식의 통보.
특히 명록의 시선을 끄는 문구가 있었다.

화낼 거예요......

심장이 덜컥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윽......
수진이 화를 낸다......

여자가 마음이 토라지면 얼마나 풀기 어려운 지는
이미 겪어도 봤고 그전에도 사무실 진희씨 경우만 해도 충분히  수 있었다.

가볍게 던진 농담에 팽 해서 삐져버린 진희씨 마음을 풀기 위해 사무실 직원이 모두 동원되지 않던가.
결국 전설 중 전설 승필 선배가 나서야만 그제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니 가장 좋은 건 여자가 화를 내지 않도록 조심한다가 결론이었다.



하아.....
 오늘 꼭 만나려고 하는 걸까?


그러나 찔리는 게 많아서 어떤 것 때문인지  수 없었다.

근래......

전화도 여행 전처럼 길게 하지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수진이가 서운해 할 만한 일이었다.
내가 피곤한 모습을 연기하고 그랬지만 어쩌면 눈치 챘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역시 데려다주면서 키스 때 그거일까?
혹시 내가 그때 수진이 몸을 밀었었나........
너무 티나게 밀쳤거나......
으으...
생각이 안나...




흐릿한 기억을 되돌아보며 너무 골똘히 생각했는지 골치가 아팠다.


어찌됐든 여행 전과는 달리 수진을 피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것만 해도 그녀가 자신에게 화를 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명록은 슬쩍 걸려있는 자신의 코트를 보았다.
저 안에 제주도 여행 때 전달했어야 했을 그것이 들어있었다.

그런데......
쓰지도 못하고 결국 계속 지금까지 가지고 다니고 있었다.


휴우.......

절로 한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왠지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음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과장이 순간 명록의 자리를 지나며 눈을 부라렸다.
그간 계속 업무 태도가 좋지 않았던 명록은 절로 목이 움츠러들면서 모니터 아래로 자신의 고개를 쨉싸게 숙였다.





**************





수진은 거울  자신의 얼굴을 노려봤다.

고양이처럼 섹시하게 보이기 위해 길게 올려 뺀 아이라인이 굉장히 어색했다.
처음 해보는 짙은 화장도 새 구두를 신은 듯 어색하고
타이트 하게 달라붙는 빨간색 미니 원피스도 처음 입어 본지라 이렇게 불편  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불편해도 참아야 했다.
최대한 아름답고 매력적이게 보여야 할 날.

오늘이 준비의 결실을 맺는 그 마지막 날, 결전의 날이었다.


수진은 머리를 뒷목이 보이게 머리를 틀어 올린  코트를 입었다.
엄마에겐 미리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들어온다는 말도 해놓은 터라 혹시라도 외박을 하게 되도 적당한 핑계 거리만 대면 그만이었다.

다만 이 모습을 보게 되면 뭐라고 할지 뻔해서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거실을 살폈다.
확실히 엄마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외출한 수진은 명록의 회사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선전포고를 단단히 해둔 터라 도망갈 리 없지만 혹시나 해서 나와 있었다.


그리고......

열심히 치장한 예쁜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건물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칼퇴근하는 용자들이었다.
명록도 저 사람들처럼 안면이 철판 깔고 당당하게 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회사에 매이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보......
오빠도 저렇게 칼퇴근 하면 안되나.......
맨날 늦게까지 일하고.....
꼭 보면 오빠만 일하고 있는 거 같아......
저 회사는!



슬슬 찬바람에 그대로 드러난 다리가 꽁꽁 얼어버린 것처럼 시려왔다.
아래에서 기다린다고 말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됐다.
그러면 이렇게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는데.......

그를 놀라게 해주려다가 괜히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점점 건물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퇴근하는 사람의 모습이 점점 보기 어려워지자 수진은 점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안나오지....?
서...설마
정말 도망친 거야!?
아니면 엇갈린 건가?????

혹시나 하는 마음이 정말 일까 하는 마음으로 바뀌어가고
수진이 여러 망상과 상상으로 온갖 걱정을 하며 헤매고 있는 가운데
명록처럼 보이는 사람이 힘없이 터덜터덜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수진이 그 사람이 명록이라는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오빠!!! "

마치 한 달 넘게 떨어졌다가 만난 것처럼 그를 부르며 한달음에 달려가 껴안았다.

깜짝 놀라는 명록의 표정!

그 표정이 자신의 출현 때문인지 자신의 옷차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놀라는 모습에 수진은 고생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손이 그녀를 감싸 안고는 따듯하게 품어주어 더욱 좋았다.

" 춥잖아......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따듯한 카페 안에서 기다리지...... 많이  기다렸니? "

명록의 부드러운 목소리.
그 목소리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야하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조금 어색한 듯 보였지만 싫다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수진은 웃으며 말했다.



" 오빠!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우리 사귀기 시작한지 백일이에요. 몰랐죠? "


명록은 그제야 아 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바로 미안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


아..... 미...미안해. 몰랐어...... 이런...... "

당황해서 어쩔  몰라 하는 그의 얼굴을 보니 수진은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남자들이 이런 기념일을 전혀 챙길 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또 그간 바빠서 힘들었던 그를 지켜보아왔던 터라
쿨하게 이번은 용서하기로 했다.


더군다나 자신이 명록을 위해 무언가 하려고 준비한 날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 괜찮아요. 후후. 대신 내  잘 들어야 되요? 자~ 가요! "

수진은 그의 팔짱을 끼고 기쁨이 흘러넘치는 마음으로 정해둔 장소로 명록을 이끌었다.



**************





수진이 미리 준비해둔 조용한 술집이었다.
테이블간 거리가 넓다며 나희가 추천해준 곳이기 했다.
나희의 안목이라면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술집은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플로우에는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며 테이블의 개인적인 대화가 다른 테이블에 들리지 않게 보호했다.
또 어둡고 낮은 조명은 그 곳에 두 사람만 존재한다고 믿도록 했다.

수진도 명록의 옆에 앉아 나희가 말했던 대로 그의 팔 위에 손을 얹고 슬쩍슬쩍 터치를 시도 했다.
갑자기 숙맥이 되어버린 건지 그녀의 접촉마다 움찔거리며 어쩔  몰라 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어차피 홀을 울리는 재즈음악에 다른 테이블에 그들의 대화가 빠져나갈 리도 없는데 수진은 괜히 명록의 귀에 속삭였다.

" 오빠가 안 나타났으면 정말 울었을지도 몰라요. 나와 줘서 고마워요. "


그리곤 그의 팔뚝을 가슴으로 압박했다.
이쯤 되면 명록이 눈치를 못채는 게 이상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자리에서 일어나자는 말은 안하고
노래가 좋다느니 술이 맛있다느니  소리만 늘어놨다.


그녀가 아파하는 것 때문에 명록이 참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는 그의 모습을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왠지 점점 애달아하는 것도 수진 뿐인 것 같았다.

결국 수진은 나희가 가르쳐준 마지막 터치를 시작했다.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려 그의 허벅지를 슬그머니 훑어 내렸다.
그녀의 행동에 명록이 경악을 하는  같았지만....
애초에 수진이 이런 행동을 하게 만든 건 명록인지라
수진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서양에서는 여자가 남자 허벅지를 만지면 '당신과 자고 싶어요.'라는 뜻이라던데...
명록이 과연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래도 명록이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수진의 손은 점점 그의 안쪽 허벅지로 다가기 시작했다.


슬슬 명록도 긴장이 되는지 자꾸만 마른 입술에 침을 발랐다.

그는 알까.....
이러고 있는 수진 자신의 마음도....
긴장되고 떨리고 있다는 것을?

수진도 그의 허벅지를 가볍게 터치하며  위로 올라갈수록 가슴이 떨리고 목이 말라왔다.

그때마다 자연스레 시선이 명록의 얼굴을 향했고
그의 입술을 낼름이며 핥는 혀가 나타날 때 마다
수진은 와락 안겨서 키스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이 아무리 개인적인 공간이 넓다고 해도
그렇게 큰 행동을 취하면 보일 수밖에 없어서 수진은 애써 참았다.

자신을 애태우는 명록 때문에 테이블 아래 수진의 행동은 점점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손이 점점 허벅지 위로 올라가가 곧 있으면 그의 다리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그것을 만질  같았다.


명록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나가자...."


드디어 결심을 한 걸까?
수진은 기쁜 마음으로 그의 팔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곤 가게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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