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제1부.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5) (49/195)



〈 49화 〉제1부. #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5)

49.


오늘은 명록도  피곤한지 그녀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며 즐겁게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


어두운 주점 안....
약간의 술기운이 도는 수진은 명록의 손을 잡고, 가만히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어깨 너머로 차분한 그의 숨소리가 그녀에게 전해졌다.

그를 만나기 위해 역까지 홀로 걷던 그  시간이 길게 느껴졌던 것과는 다르게
명록을 만나고 나자 시간은 날개가 달린 것처럼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만난  10분도  되지 않은  같은데 시계는 어느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와 더 있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은데 곧 버스도, 전철도 끊길 시간인지라 점점 헤어짐의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 이제 그만 집에 들어가야지... 집에서 걱정하시겠다. 말은 하고 나온 거야? "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자는 명록의 말에 수진은 뾰루퉁 해졌다.

자신도 헤어져야 함을 알지만
아직은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줄 알았는데
벌써 이렇게 서둘러 돌려보내려고 하다니...

네... 이제 돌아가야죠... "


아쉽지만 수진도 명록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고 술집에서 나오는 명록에게 팔짱을 둘렀다.


" 오빠, 집까지 데려다 주면 안 되요? "

헤어져야 하는 건 알지만......
그가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어서 피곤한건  알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와 조금이라도 같이 오래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수진은 아이처럼 명록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 그래... 밤이 늦었는데, 당연히 데려다 줘야지. "



명록의 말에 수진은 팔짱을 풀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따듯한 손바닥, 수진은 손을 비틀어 그의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을 끼워 넣었다.
깍지를 끼자 한층 더 단단하게 연결 된 기분이 들었다.

수진은 그렇게 겹쳐진 두 명의 손을 명록의 주머니에 넣은 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수줍게 웃었다.
명록은 희미한 미소로 그녀의 시선을 답했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서 있는 외로운 길을 같이 걷자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도란도란 작은 목소리로 그와 대화를 하다 보니 벌써 그녀의 아파트 샛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날, 키스를 하다가 방해를 받았던 곳...


이제 곧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고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운 마음에.....
그녀는 또 다시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머리를 묻고 명록의 허리를 안았다.


자신과 다른 넓은 가슴,
그리고 따듯한  속...
수진은 고개를 들어 지긋이 그를 쳐다봤다.



혹시 또....
거부 하는 건 아닐까?

망설이는 그녀였지만 그날은 방해를 받지 않았던가?
오늘도 그런 방해꾼이 나타날 것 같진 않았다.

" 오빠... 키스 해줘요... "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그에게 말했다.
명록의 표정은 어둠에 감춰 있어 보이지 않아 알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의 쿵쿵거림이 그녀의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천천히 그의 입술이 내려오고 그녀의 입술을 빨아 들였다.

취기가 오른 수진에겐 그 작은 자극도 야릇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혀를 그의  안으로 넣어 휘핑크림을 핥듯이 살살 간질였다.


밀착된 그의 하반신에 닿은 그녀의 아랫배에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는 그의 것이 닿았다.


그도 수진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에 수진의 몸이 점점 야릇하게 변해갔다.
수진은 더 정열적으로 그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런데....

갑자기 명록의 몸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매정하게 들리는 그의 목소리.

그렇게 차가운 어조도......
잘라 말하는 어조도 아니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낮은 음성이었는데 수진에게는 너무도 서운했다.



" 이러다가 늦겠다. "

명록이 휴대폰 시계를 확인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아파트 입구로 성큼성큼 걸었다.

갑자기 왜?

수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팔이 이끌려 걸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갑자기 키스를 멈춘 게 이해 가질 않았다.


그녀도 그와 붙어 있고 싶었고, 그도 그녀를 원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고 명록이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마치, 사과를 하는듯한 따듯한 그의 포옹....



왜...?
아까 그대로 계속해도 나는 좋았는데......

수진은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 저......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돼요...... "






**************







수줍고 부끄럽지만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꼼지락 거리며 그의 한 마디를 기다렸다.

된다고 말해줘요...
같이 있어도 된다고.......


수진의 마음속과 다르게 명록이 그녀를 품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 부모님이 걱정하실 거야... 오늘은 들어가도록 하자. 다음에.... 준비가 되면... 그때.... "



에...
거절의 말?

수진은 부끄러웠다.
어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마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대충 인사를 하곤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왜 그랬을까?
대체... 왜......?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걸까?

아직도 명록이 뒤에 서있을 것 같아서, 애꿎은 엘리베이터 버튼만 연신 눌러댔다.
지금이라도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거절당하는 게 이렇게 부끄러운 거 이었다니...
그것도 어렵게 말했는데.......
그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멈추고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아직도서있는지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뒤는 돌아서지 못하고 거울을 쳐다봤다.

거울 속에 비친 그가 돌아서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완전히 닫혔다.


우우웅 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소음과 함께 수진은 머리의 머리가 터질듯이 복잡했다.
거울  수진의 눈에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왜...?



키스할 때 그녀의 아랫배에 닿았던 딱딱해진 그의 분신.
분명.....
그건 남자도 여자를 원한다는 의미 아니었던가?




오빠도 나를 원하잖아....



도망치듯 뒤돌아서 뛰어온 자신을
엘리베이터를  때까지 뒤에서 기다려준 명록...


그런데...
왜....
나를 안으려 하지 않아?
혹시....
같이 모텔로 가서......
안게 되더라도.....
제주의 그날 밤처럼 내가 아파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시간 만들지 않으려고 날 밀어내는 걸까?

남자들은 욕망을 참는 게 어렵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를 밀어내는 게 혹시라도 자신 때문이라면...
나에게 고통을 줄까봐
내가 아파할까봐 걱정해서 될 수 있는 한 참아주는 거라면.....

수진은 순간 명록에게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고마웠다.



바보 같은 우리 오빠......


-띵!


버튼을 눌렀던 층에 정확히 멈추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수진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 어머? 너 이 늦은 시간에 어딜 갔다 오는 거니? "

언제 나오셨는지 소파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엄마가 수진이 밖을 나간 것은 몰랐는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수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을 관리하며 대충 생각나는대로 빠르게 대답했다.

"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서 슈퍼 좀 갔다 왔어. "



" 그래?  추운 날씨에 웬 아이스크림? 그리고 갈 거면 말하지! 안 그래도 심부름 시킬 것 있었는데! "



몰라~  들어가."


수진은 투덜거리는 엄마의 말을 뒤로 하고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탁.

방문이 닫히고 그제야 수진은 심호흡을 했다.
연애를 하면 할수록 엄마에게 거짓말만 늘어났다.
엄마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명록의 말대로 들어온 것이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엄마가  방을 열어보기라도 했다면....
외박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렇게 순순히 넘어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수진의 마음은 명록과 함께 있고 싶었다.
이런 뒷일따위 생각하지 못할 만큼....
그와  함께...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은....
그러기 위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엄마한테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워진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명록오빠와 만나서 정식으로 둘이 사귄지 100일째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명록에게 사귀자는 말을 듣고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지 곧 백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 우리의소중한 백일날,
그날이 오면......
나를 위해
이렇게 애써 참아주던 오빠에게....
내가......
내가.





**************






유혹은 어떻게 해야 할까? "



" 뭐? 유혹...? 유혹!! 야 얘가 유혹이라고 말한 거 맞아? "

수진이 아이스티에 꼽힌 빨대를 빙빙 돌리면서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영연이 깜짝 놀라며 다른 친구들을 쳐다봤다.
나희가 수진을 향해 물었다.



왜? 저번에 가르쳐준 펠라가 반응이 별로였어? "


" 아니... 그건 아니고... "

부끄럽게 그렇게 크게 말하다니....
나희의 말에 수진이 빠르게 대답했다.

사실 시도도 해보지 못했지만
이 자리에서  일일이 설명하다간
그녀들의 거침없는 언사로 낯 뜨거워 질것 같아 차마 부정하지 못했다.




" 이제 곧 100일째 되는 날이거든... 오빠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




그제야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는지 세친구들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 그래?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고 벌써 백일이라니.... 한참 풋풋할 때네~ "



" 그래서 유혹을 하고 싶다? "



수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응... "


그녀들은 곧 침묵에 빠졌다.


수진에게 유혹이라...

뭔가 엉성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어쨌든 뭔가 도움이  만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뭐 심심하던 참인데 순진하기 짝이 없는 수진이에게
이런 조언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았다.

" 이거. "



설아가 영연 앞에 놓인 조각 케이크 위에 얹혀 있는 체리를 가리켰다.
다들 설아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겨 그녀가 가리키는 체리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맛있거든... "



그건 지나가던 개도 알겠다. "




당연한 소리를 하는 설아에게 영연이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지 않았던가?
설아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말을 이었다.



" 이걸 네 그곳에 살짝 넣어놔. 그리고 오빠한테 살짝 입술로 깨물어 먹어달라고 해. 툭 터지는 과즙과 함께 네 것을 같이 음미하는 거지. 아님 네가 반대로 해주던지. 오빠를 애무하다가 항문이 촉촉이 젖으면 거기에 체리를 살짝 넣고 네가 입술로 터뜨려서 즙과 함께 핥아 먹는 거야. 오빠가 완전 좋아할 걸? 어때? 이정도면 최고의 유혹이지? "


설아의 말에 영연이 케이크를 퍼먹다 말고 설아 앞으로 케이크를 밀었다.
다들 그녀의 말에 질색을 한 표정이었다.
마치, 이년 미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대로 표정이 드러난 것 같았다.

특히 수진의 표정은 질색을 넘어선 혐오를 나타내고 있었다.

설아 자신의 생각보다 싸늘한 반응에 그녀는 기분이 나빠졌는지
영연이 밀어낸 케이크에 올려진 체리를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 이걸 터트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모르다니... 최근 책에서 읽고는 내 로망이 된 건데.... "

투덜거리던 설아는 입을 작게 오므려 모으곤 그 사이로 슬쩍 핑크빛 체리 즙을 흘려냈다.


' 저거.. 일부러 저런 거지? '

' 엉 내가 봐도... '




설아의 모습에 기가 찬 듯 속닥거리다가 결국 그녀를 무시하기로 결정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결국 설아 없이 작전 회의는 다시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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