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제1부. #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2)
46.
뜨거워.......
아아.....
수진이 몸의 열기는 느끼는 순간 명록의 몸이 뒤로 빠져나갔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수진이 눈을 뜨니 명록의 얼굴이 곤란하다는 듯이 옆을 흘깃 쳐다봤다.
수진도 무슨 일인가 싶어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저 멀리서 사람이 오고 있었다.
치이...
어차피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을 텐데.......
지금 나타난 저 사람이 밉고,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명록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진은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자신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둘 다 머쓱하게 있다가 결국 엘리베이터 앞에서 헤어졌다.
그녀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자 명록이 아직도 머쓱한지 어색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줬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며 그의 모습도 따라서 사라진다.
아까 왜 몸을 뺐을까?
난 좋았는데.....
내가 좀 서툴러서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여행 때 섹스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보통 여자가 한번 허락하기 시작하면
남자들은 더욱 스킨십을 하려고 애쓴다고 하던데...
그날 밤 너무 아파하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그가 그러는 건가 싶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웠다.
답답했다......
출구가 어딘지 모르는 미로를 헤매는 기분......
애들한테 묻기는 그렇지만....
역시 그녀들 말고는 수진이 달리 물을 곳이 없었다.
**************
강의 시간, 강단 위에 올라선 교수의 쓸데없는 설명이 지루하게 길어지고 있었다.
수업에 집중하며 필기를 하던 수진도 조금씩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온갖 잡념들이 머리에 떠오르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수진은 노트 구석에 작게 글씨를 적었다.
[저기..... 여자가 할 때 원래 그렇게 아파?]
앞뒤로 머리를 흔들며 옆자리에서 졸고 있던 영연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노트를 그녀에게로 밀었다.
갑작스런 수진의 어택.
멍 하니 수진을 바라보던 영연의 눈빛이
노트에 적힌 글에 잠이 확 달아났는지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순간 빠르게 샤프를 잡아 그녀의 노트에 휘갈겨 쓰고는 그것을 수진에게 밀었다.
[아파?]
수진은 다시 그 밑에 작게 적었다.
[응...]
다시 영연에게로 쭉 내밀었다.
그녀가 글을 보더니 또 그 밑에 뭐라고 휘갈겨 쓰고는 그녀에게 밀었다.
[애널로 했어?]
애널?
애널이 뭐지?
수진이 글을 읽고 모른다는 듯이 영연을 쳐다보자, 기대감에 찬 영연의 눈빛이 느껴졌다.
수진은 다시 노트 위에 빠르게 적었다.
[그게 뭔데?]
노트를 쳐다보고 있던 영연이 빠르게 그 아래에 적는다.
[항문 섹스. 어때? 좋았어?]
뭐?!
항문...?
자....잠깐!
게이들이 한다는 그걸 말하는 건가?!!!
저도 모르게 상상을 해버린 수진의 얼굴이 붉어졌다.
영연이 쓴 글자 위에 샤프를 마구 휘갈겨 지워버리고 빠르게 글씨를 휘갈겼다.
[뭐? 아냐!!! 그냥 섹스!]
[에이....자세한건 나중에 가르쳐주마! 일단 이 언니는 좀 잘게.]
영연이 제멋대로 휘갈겨 쓰더니
흥미를 잃었는지 이제는 완전히 엎드려 잘 자세를 잡았다.
어이가 없어서 수진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잠을 쫓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듯
영연는 교수의 수업을 자장가 삼아 빠르게 잠에 빠져 들었다.
하지만 지루한 수업이 끝나자마자 쌩쌩하게정신을 차린 영연이 그녀를 끌고 카페로 들어갔다.
나희와 설아도 대충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따라와선 그녀를 포위하듯 구석으로 몰아넣어 앉았다.
" 자, 뭔데 이야기 해봐! "
" 아 음... "
수진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었지만 실내는 어두침침하고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조금씩 수진의 마음도 한결 안정되었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녀들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이 되자 수진은 그제야 심호흡을 들이키고 입을 열었다.
" 그러니깐, 섹스 하는데 아프더라고... "
" 자세히 이야기 해봐. 오빠가 항문에 손가락이라도 집어넣었어? "
" 아...아냐!! 더럽게 어떻게 그래......? 그냥 아팠어. "
설아의 말에 수진이 기겁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항문이라니!
영연도 그렇고 설아고 그렇고 더러운 항문이야기에 수진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섹스하고 거기가 무슨 상관이라는 거야?
" 어디가 아팠는데? "
" 아래가 아팠지... "
" 아래???어떻게 아팠는데? "
그나마 어른스러운 나희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수진에게 물어 왔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말하는 것도 이상해서 수진은 두리뭉실하게 설명했다.
" 그게.... 쿡쿡 찌르는 느낌... "
"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하였는가! 로 대답해야지, 이년아. 에잇~ 답답하기는~! "
수진이 답답했는지 영연이 윽박을 질렀다.
부끄러워 자세히이야기 하고 싶진 않았지만
결국 수진은 얼굴을 붉히며 그날 밤 이야길 꺼냈다.
더듬거리며 정확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어찌 됐든 대충 설명을 마쳤다.
세 친구들은 답답한 표정으로 간신히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끝까지 듣고는 수진이 말을 마치자 바로 물었다.
" 그래서? 결국 못한 거야? "
수진은 얼굴이 완전 빨개져서 말했다.
" 응..."
" 푸하하.... 뭐야, 숙맥 여자와 숙맥 남자라는 거잖아? 딱 맞는 상대끼리 만났네? 후후후..... 그래서... 우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지? "
" 뭐, 숙맥은 숙맥 나름대로 길들이는 맛이 있지."
영연이 배를 잡고 웃었고 나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일단 두 가지가 필요하겠어. "
나희가 진단을 내리는 동안 설아가 일어나서 카운터로 갔다.
" 일단 아픈 건 남자 쪽이 경험이 적은 것도 있고, 여자 쪽이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는 걸 수도 있어. 그러니... 우리가 너에게 해줄 건 삽입에 대한 네 두려움의 해소와 남자의 부족한 스킬을 보충해줄 너의 스킬 향상. 이게 필요할거야. "
나희가 말하는 동안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영연이 수진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순간 나희가 찌릿 하고 그녀를 노려보자 그제야 조금 웃음을 참으려는 듯 목을 가다듬곤 수진에게 말을 걸었다.
" 일단 첫 번째는 기초 중의 기초! 키스부터 시작하자. 완전 숙맥이라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네! 일단 입술을 탁 마주쳐...."
수진은 그들이 완전 풋내기 취급을 하자 기분이 상해서 낮게 외쳤다.
" 나 키스 정돈 할 줄 알아!!! "
그녀의 반항에 영연은 말을 멈추었다.
" 그래....? 그럼 뭐 이건 일단 넘어가고... 나희야, 그럼 뭘 가르쳐야 하지? "
나희마저 얼굴을 찌푸렸다.
자신들은 꽤 쉽게 알게 됐던 것을 수진의 입장으로 놓고 풀어 설명하려니 막막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때 설아가 주문한 음료를 쟁반 채로 들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 키스? 키스를 안다고? 키스가 입술과 입술만 부딪히는 게 아니야. "
설아는 의자에 앉으며 수진을 가르치듯 이야기 했다.
그녀의 말에 나희와 영연도 처음 듣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 페니스와의 키스, 펠라치오가 있지! "
" 응? 페니스...? 남자 성기? "
페니스와 키스라니!
그런 행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키스라는 설아의 말에 수진은 깜짝 놀랐다.
설아가 어디서 구했는지
쟁반에 들고 온 바나나의 껍질을 반쯤 까더니
그 끝에 카페모카 위에 얹어져 있던 휘핑크림을 묻혔다.
그리곤 수진에게 바나나를 내밀었다.
" 자, 생크림만 먹어봐. "
수진은 그가 내민 바나나 끝을 보며 바라보며 물었다.
하얀 크림이 발라진 바나나가 눈앞에 오자 특유의 달달한 냄새가 났다.
" 응? "
" 바나나는 먹지 말고 생크림만 먹어보라고. "
설아의 말에 영연과 나희는 깔깔 웃었다.
" 크하하. 설아~ 진짜 대박이다. 완전 똑똑한데?! 수진이가 연습해서 끝내주게 잘하게 되면 명록오빠 그냥 입에 싸버리는 거 아니야? "
" 으응? "
수진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설아가 하라는 대로 바나나 끝에 묻은 휘핑크림을 조심스럽게 핥아 먹었다.
그 모습에 영연은 더욱 박장대소 하며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하지만......
수진이 혀로 핥는 모습을 보던 설아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었다.
" 끝에 생크림이 남았잖아! 깔끔하게 먹어야지...... 입술로 물어서 입 안에 압력을 주면서 살짝 빨아들이는 거야. 중요한건 이를 세워서 바나나에 흠집을 내면 안 돼. "
나희는 실실 웃고 있었고 영연은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 프흐흐... 맞아~ 맞아! 바나나에 이를 세웠다간 기겁을 하고 도망가겠지? 푸헤헤헤~ "
영문 모를 그녀들의 말이지만 아쉬운 건 수진이니 설아가 시키는 대로 바나나 끝을 입술로 지그시 눌러 물어 하드를 먹듯이 빨라 올렸다.
설아도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바나나의 옆구리에 휘핑크림을 정성껏 발랐다.
휘핑에 뒤덮인 바나나를 다시 수진에게 내밀며 말했다.
" 이젠 이걸 먹는 거야. 근데 옆으로 핥지 말고 아까처럼 입안에 넣어서 먹는 거야. 자 해봐. "
수진이 입술로 살짝 바나나를 물자
설아가 수진의 입안으로 바나나를 확 밀어 넣었다.
목구멍 끝까지 들어오자 숨을 쉬기 불편하고 의외로 두꺼운 바나나 때문에 턱이 불편해졌다.
이빨로 깨물지 말라고 해서 최대한 벌리고 있는데 너무 힘들었다.
" 그걸 그냥 넣는 게 아니라 입 안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생크림을 핥는 거야. 자~! 해봐. "
그녀가 설아의 말대로 생크림을 핥으며 바나나를 입안에서 움직이자 옆에서 웃고 있던 영연이 입을 열었다.
수진이멀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라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깔깔대며 손가락으로 수진을 가리키며 웃어대고 있었다.
" 깔깔깔~~~ 너, 그게 뭔 줄 알고 설아 말을 따라서 하는 거야? 푸하하하~ 미치겠다! 그거 펠라 가르치는 거잖아! 이 바보야! 낄낄낄낄~ "
설아는 그런 그녀의 말에도 전혀 표정변화 없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래, 그걸 남자 페니스라고 생각하고 쪽쪽 핥는 거야. "
설아의 말에 그제야 자신에게 뭘 가르치고 있었는지 깨달은 수진이 깜짝 놀랐다.
순간 바나나를 깨물었고 수진의 입 안에 들어있던 바나나와 입 밖에 나와 있던 부분으로 나눠져버렸다.
" 헐... 명록오빠 꺼 부러트렸어... 잔인한 년... "
나희의 말에 수진은 입안에 물고 있는 바나나를 씹어 삼킬 수도, 뱉어낼 수도 없었다.
으으으......
얼굴이 완전 빨개진 수진은 입 안 가득 올라오는 단맛과 떫은 바나나의 맛을 느끼며 굳어가고 있었다.
**************
또각또각.
탁탁탁탁.......
애써 썼던 글자들을 다시 지워버리고 있었다.
보고서를 빨리 작성해야 하는데 자꾸 글자가 엇나가서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아.......
명록은 고개를 들어 건너편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승필 선배를 쳐다보았다.
그답지 않게 미간 사이 주름이 잔뜩 잡혀 있다가 사라졌다가 하고 있었다.
그가 곧 진행될 담당 광고 건이 갑자기 출연자 문제로 뒤집어진 탓에 기획부터 다시 잡고 있느라 고전하는 모양이었다.
섭외도 다시 해야 하고 컨셉도 다시 잡아야 하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라면 금세 척척 내일까지 정리해서 다시 만들어낼 것이다.
능력이 있는 그가 진급을 못하는 건 어쩌면 그가 거부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업무능력도.....
여자에 대해서도......
전설......
하지만 지금 명록이 그를 보는 건 따로 이유가 있어서 였다.
하아....
승필 선배에게 상담을 받아볼까.......?
제주도 여행 전 계단에서 만났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가 무언가 말해주려는 순간.
제기랄......
왜 난 그걸 걷어차 버린 거지?
그라면 해답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갑자기 승필 선배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입술이 움직이면서 던지는 말이 비수가 되어 명록의 심장에 팍! 박혔다.
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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