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제1부.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1) (45/195)



〈 45화 〉제1부. # 9화. 여대생 그를 유혹하다. (1)

45.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명록을 제대로 만날  없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흘러간다.

 사이 전화로 수진이 은근히 명록에게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해도
명록은 수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정말로 바쁜 건지 만나자는 말은 끝까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수진이 데이트 하자며 매달리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
그녀 또한 끝끝내 명록에게 보자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여행 이후로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혹은 먼저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명록의 목소리에 힘이 영 없는  피곤해 보여서  일찍 끊게 되었다.


하지만....


여행계획을 짤 때 밤늦게 까지 휴대폰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
습관이 됐는지 짧은 통화로는 수진의 부족한 마음을 전혀 채워주지 못했다.

더 길게 통화하고 싶어.
아니, 보고 싶어.




그를 만나고 싶었다.
단지 그를 못  건 닷새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달 같이 느껴지며 수진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밤 9시.
수진은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몇 번의 신호음, 그리고 수화기 너머 명록의 잔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여전히 피곤한 지 낮게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

" 오빠, 집이에요? "


" 으응 이제 집에 왔어. "




오빠.... "

보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는 수진에게 턱없이 부족했다.
당장 그에게 보고 싶다고 아이처럼 매달려서...
수진의  빈 가슴을 그의 체온으로 채우고 싶었다.


목까지 차오르는 말.
하지만 수진의 높은 자존심은 그에게 차마 보고 싶다는 말을 꺼낼  없었다.


애써....
다른 말로  자리를 대신했다.

" 지금 퇴근한 거예요? 피곤하겠네요.... "


" 아무래도 조금 피곤하네. "

명록은 수진을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 수진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협조하지 않았다.


피곤하냐고 물어봐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면 괜찮다고
지금 너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 해줘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의 소심한 거절의 말에 수진도 상처 받을까봐
목을 웅크린 거북이처럼 입 밖으로 빼내려던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용기를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럼 피곤할 텐데 쉬어요... 일하는 사람인데 쉬어야죠. "

응... 미안해...."

으....
눈치라곤 하나도 없는 남자.
바보.
쉬라고 한다고 정말 끊을 거야?
바보....
바보 바보~~~!!!

수진의 마음이 다시 우울해졌다.
아무 대답이 없는 전화기.
끝끝내 <<괜찮아>> 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의 한구석에서는 지금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하라고 하지만
또 한 구석에서는 자존심을 지키라며 지금이라도 당장 전화를 끊으라고 말한다.



" 네 그럼 쉬세요."




" 응... "



명록의 어떤 말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수진은 그냥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그에게 자신이 화났다는 걸 알려주려는 마음.
그리고......
그가 자신이 화가 났다는 걸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하지만 막상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자 후회가 몰려왔다.

그냥 보고 싶다고 말할 걸.....
내일은....
볼 수 있을까.......?





**************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그것이 자신의 이유로 생긴 일이라면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할 것일까?


처음 첫발을 내딛는 순간 좋은 예감이 함께 했었다.

하지만......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수진을 결국 안지 못하고 제주에서 돌아왔다.

긴 코트 겉주머니에 언제나 손을 넣으면 만져지는 그것이 명록의 마음을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지럽히고 있었다.

눈부셨던 수진의 알몸.
입술에 베어 물었던 그녀의 젖꼭지.
 과실의 느낌.
손끝에 남아있는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
그리고......
보드라운 잔디 같은 그녀의 은밀했던 수풀.

아흑!!!!

명록은 자신의 머리를 양손을 휘감았다.
그리고 절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쥐어뜯겨나갈 거 같은 아픔.
 속에서 머리의 혼란이 깨어지는 듯한 시원함도 느껴졌다.

일분.....
일초가 흐를 때마다
그녀와의 첫날밤(?)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계속 떠올랐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침마다 있는 행사는 다시 제자리를 찾았고
그의 분신은 건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서 괜찮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둘째 날도 이랬었지만 결국 밤에는 결국 주저앉았다.

하아......
어떡하지.........




이런 남사스러운 얘기를 대체 어디 가서 얘기해야 할까.
누구한테 물어보고 도움을 청해야 될까......


외근을 나갔다가 거리를 걷던 중 시선에 들어오는 간판에 절로 발걸음이 멈추었다.


<<비뇨기과>>

잠시 멈춰서 바라보다가 명록은 깜작 놀랬다.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 볼까봐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빌어먹을......
젠장.....
대체......
수진이 같은 애를 두고 왜.......




도저히 쪽팔려서 수진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금세라도 밤에 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아챌까봐 만날 수도 없었다.

전화 목소리에서 그녀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는 기색이 느껴졌지만........
이 상태에선 그녀를 만날  없었다.

일이 많다고 핑계 삼아서 피하고는 있지만......
아흑......
쪽 팔린다.
쪽팔려.


요새 같아서는 회사 출근도 하기 싫어죽겠구나......
그냥 집구석에 처박혀 버리고 싶다.










**************





수진이 결국 택한 방법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었다.

저녁 8시.

명록이 오늘도 야근한다는 말에 수진은
친구들과 마침 근처에서 놀고 있을 테니 야근이 끝나면 말하라고 하곤
명록의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생각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진이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하자
명록도 마침 야근이 끝났다며 금방 내려온다고 하기에 수진은 명록의 회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빌딩에서 빠져나오는 명록의 얼굴이 보였다.

" 오빠~ "

수진이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가 명록에게 팔짱을 꼈다.
그녀에게 인사하며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유난히 피곤도 담겨있고,
안색도  안 좋은  이렇게 사람을 부려먹는 회사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는데 투덜거리기 싫은 마음에 애써 밝게 웃으며 명록에게 말을 걸었다.



" 오빠 밥은 먹었어요? "


사실 수진은 밥을 먹고 나왔다.
오늘도 늦게 끝날 거 같은 마음에 장기전을 각오하고 오는 참이라 미리 밥도 챙겨먹었다.

그런데......
세상은언제나 계산대로 되는 법은 아닌가 보다.

명록의 안색을 보며 그가 끼니는 제대로 챙겨먹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다.
 늦은 시간까지 부려먹으면서 저녁도 먹였을까봐 걱정이 되어 물어봤지만 명록은 그저 괜찮다며 웃기만 했다.

수진은 명록과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 늦은 시간에 딱히 갈 곳을 떠올리지 못했다.



술이라도 마시자고 그럴까....?



조금 피곤해 보이는 명록의 모습이 눈에 걸렸지만
회사에게 남자친구를 뺏기는 기분이라 이 짧은 만남마저 회사에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수진은 애써 상념들을 털어내고는 명록을 술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 영연이가 겉보기엔 엄청 여자답고 애교가 많아 보이는데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남자들 앞에서만 그런다니까요? 정말이에요~! 평소엔 얼마나 입이 걸걸 한지, 가끔 같이 다니면 부끄러울 정도에요. "


술집에 들어간 수진과 명록은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피곤한지 말없는 그 때문에 수진은 혼자 신이 난 사람처럼 친구들의 이야기를 조잘 거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금세라도 침묵의 바다에 빠져버릴 거 같았다.


수진은 이야기 하고, 명록은 웃으며 맞장구 쳐줬다.
하지만 혼자 이야기 하다 보면 슬슬 명록이 제대로 듣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왠지 제주도 여행 이후 부쩍 멀어진 기분이  때도 있었다.
계속 이야기 하느라 목이 탄 수진은 잔을 들어 목 안으로 시원한 맥주를 넘겼다.

벌써  잔째.

술이 약한 건 아니지만 맥주라도 두잔 쯤 들어가면 슬슬 취기가 오르기 시작하는 법이었다.
명록도 수진이 혼자 맥주를 마시자 머쓱하게 자신의 잔을 들어 맥주를 마셨다.

그가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킬 때마다 그의 목젖이 움찔 거리며 움직였다.
취기가 돌기 시작한 수진은 그런 그의 모습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맥주잔이 시원하게 비워지고 테이블 위로 탕 소리와 함께 내려온다.
그리고 맥주에 촉촉하게 젖은 그의 입술이 어두운 술집 조명에 그늘져 비치면서 수진을 유혹했다.

명록의 입술을 보니 키스가 하고 싶어진다.


제주도여행.
침대에서 그와 나눴던 짙은 키스들이 떠오르며 수진의 침이 꼴깍 하고 넘어갔다.

여행을 했던 그때처럼....
지금이라도 당장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를 잡아 당겨 입술을 부딪치고
차가운 맥주에 젖어 있는 그의 혀를 간질이고 싶었다.

하지만 이곳은 서울.
달달하게 취기가 오르는 수진에게도 제주도와 같은 용기는 나지 않았다.


칸막이가 낮은 주점인지라 차마 키스할 수 없는 수진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의문의 눈빛을 던지는 명록에게 수진이 살살 눈웃음 보냈다.
따듯한 그의 피부가 차가운 맥주잔을 잡았던 수진의 손을 기분 좋게 데웠다.

체온을 나눈다는 게...

어떻게 이리도 좋을  있을까?

술집을 나와 수진의 아파트까지 그렇게 함께 했다.

피곤해 보이는 명록을 그냥 보낼까 했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수진은 이기적으로 굴며 명록의 피곤함을 애써 모른 체했다.

미안해......
오빠......
그래도......
이렇게라도 같이 있고 싶어.......

집까지 꼭 잡은  손을 명록의 주머니에 넣고 왔다.


지하철에서도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미 취기가 도는 수진은 그의 손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껏 애정행각을 펼쳤어도 수진에겐 부족했는지
아파트가 가까워질수록 수진의 마음엔 눈앞에 있는 명록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갔다.

아파트들이 늘 그렇듯이 단지 안으로 들어가는 샛길엔
드문드문 놓인 주광색 가로등 불빛 사이사이엔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이 있기 마련이었다.

수진은 명록의 주머니 안에 넣은 자신의 손끝을 꼼지락 거리면서 명록을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는지 그저 앞을 바라보고 가고 있었다.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 않아!



수진은 불빛이 닿지 않는 가로등 사이에 멈춰 섰다.
그리고 조그만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 오빠.... "


그녀와 나란히 걷던 명록도 자연스럽게 멈춰 섰다.
수진은 꼭 잡고 있던 손을 주머니에서 빼냈다.

그리고 그동안 참고 있었던 키스를....
발뒤꿈치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가볍게 누른 그의 입술의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
부드러운 립스틱을 바르는 것처럼 혀로 그의 입술을 핥았다.
한결  부드러워진 그의 입술이 열리고  사람의 입술은 서로 맞물렸다.
그리고 하나가 된 입술처럼 두 사람의 사이엔 어떤 공간도 없이 밀착되어 두꺼운 겉옷을 뚫고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처음 가만히 멈춰 있던 그의 혀가 그녀를 옭아맸다.
수진도 그를 완전히 구속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가까이 부딪치고,  가까이 가기 위해 팔이 그의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농도 짙은 그의 혀의 움직임에 수진은 조금 더, 조금  그를 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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