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제1부. #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6)
37.
명록이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먼저 샤워를 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웠지만
그가 먼저 샤워를 하고 나오면 정말 화장실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명록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재빨리 일어났다.
화장실에 들어간 수진은 샤워기를 틀었다.
물줄기가 퍼지며 아래 있는 수진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렸다.
따듯한 물에 차가웠던 몸이 녹아내리고, 거울에는 뿌옇게 습기가 찼다.
수진은 손으로 거울을 닦아내곤 거울을 응시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신(裸身).
첫날밤.
엄밀히 말하자면 첫날밤은 아니지만
오늘밤이 수진이 기억하는 진정한 첫날밤이 될 오늘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될 것 같았다.
처녀는 아니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해서 마음 속 한 구석에는 자신은 순결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순결 하지 않다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말했던 것처럼 섹스를 알게 되고,
남자를 알게 되고......
그럼 자신도......
세친구처럼 되는 것일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아닌 타인에게
멀쩡한 정신으로 알몸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부끄럽고,
그가 보게 될 내 표정에도 걱정이 생겼다.
또다시 이어지는 상념.
누워있는 내 모습이 예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화장은 새로 해야 할까?
깨끗이 지워내야 할까?
차라리 지금이라도 술을 잔뜩 마시고 그때처럼 기억이 끊긴 상태에서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려운 느낌.
멀쩡한 정신으로 그를 받아들인다는 건 수진에겐 큰 부담이자 부끄러움이었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울면서 주저앉으면 오빠가 그만두지 않을까?
난 그저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도망가고 싶은 마음.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수만 개의 물방울이 수진의 몸을 때리고,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얽혔다,
수진은 마침내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옷을 입고 나가야 할지, 샤워타월만 걸치고 밖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스러웠지만 결국 수진은 그냥 옷을 입고 나간다는 선택을 택했다.
티비 앞에 앉아 있던 명록이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긴장했는지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섰다.
수진은 굳은 표정에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오빠 씻어요."
" 응. "
머쓱한 표정으로 명록이 욕실로 들어갔다.
탁 하고 닫히는 화장실 문소리와 함께 수진은 화장대 앞에 앉아 젖은 머리를 말렸다.
이미 다봤겠지만,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한 듯 안한 듯 옅은 화장도 했다.
아까 마시다 남은 와인도 챙기고, 저녁 준비 전에 씻어둔 딸기와 치즈를 접시에 예쁘게 남았다.
셋팅을 마치고 조명을 조정했다.
그리고...
설아의 충고로 챙겨온 그것...
흐음....
조금 오버하는 거 아닐까?
그러나.......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아이템이었다.
생일 선물로 이거만 한 게 없다며...
적극 추천했다.
그래 뭐, 오빠 생일이잖아.
그리고 나 때문에 그간 너무 고생했고......
남자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니까.....
아랫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하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진은 마침내 자신의 가방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
딸깍.
쿵.
그녀의 샤워 흔적이 고스라니 남아있는 욕실 안으로 명록이 들어섰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방금 전까지 수진이 알몸으로 있었던 공간이라는 것이 그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세면대를 보니 수진이 쓴 욕실용품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샴푸......
트리트먼트......
샤워젤.....
폰클랜징......
나란히 놓여있는 그녀의 용품이 세트제품인지 앙증스러운 용기 안에 담겨서 줄지어 있었다.
흐......
좋은 냄새......
아직 습기가 남아있는 그곳에서 옷을 후딱 벗었다.
그리고 바로 샤워기를 틀어서 몸에 물을 부었다.
앗!!!!!
뜨뜨.....거!
순간 서두르다가 물의 온도를 확인하는 것을 잊었다.
아무래도 꼭지를 틀다가 온도를 건든 모양이었다.
뜨거운 물세례에 화들짝 놀라 사워기 머리를 벽으로 돌렸다
으......
거사를 앞두고 큰일 날 뻔 했네......
명록은 중얼거리곤 다시 물 온도를 조절해서 샤워를 시작했다.
옛날로 돌아가 군대 현역 복무중인 그때로 돌아갔다.
5분 만에 샤워하기!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후딱 씻으니 샤워를 마친 시간이 너무도 짧았다.
순간 명록은 생각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러면.....
너무 속보이잖아........
그는 다시 한 번 샤워를 시작했다.
너무 빨리 나가면 수진에게 자신의 마음 속을 읽을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그녀와의 섹스 만을 기대하고 있는 자신의 시커먼 속이 보일까봐
다시 괜스레 비누칠을 하는 명록이었다.
다시 한 번 샤워를 마치고거울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물줄기에 뿌옇게 흐려진 거울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함께 거울 속에 명록의 모습이 나타났다.
젖은 머리카락.
뜨거운 물에 약간 상기된 볼.
그리고 약간 긴장을 한 듯 굳어진 자신의 얼굴.
후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심호흡을 하며 가슴 속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로 나도 동정 타이틀을 떼는구나.
드디어......
스물여덟 살.
아니 이제 스물아홉살이 된 지금
그것도 생일날 첫경험을 맞이하다니.....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해도 절로 마음이 뭉클해졌다.
군대 가면서 끌려간 사창가에서도 버리지 않은 자신의 동정.
입사이후 간간히 가게 되었던 단란주점에서의 그 시간들도 지나쳐서....
결국 첫연애를 시작한 수진과 밤을 보낸다는 것이 왠지 기분을 묘하게 만들었다.
다시 한 번 배에 힘을 주고 거울 속 자신에게 말했다.
가자.....
첫날밤으로.
흰 티와 반바지를 입은 명록이 욕실 문을 나섰다.
**************
젖은 머리를 말리며 욕실 문을 열고 나섰는데 변해버린 분위기에 명록이 깜짝 놀랐다.
어느새 욕실 밖의 조명은 어둡게 변해 있었다.
완전 컴컴한 것은 아니고 구석 무드등 두개 만이 켜져있어서 전체적으로 어둡게 느껴지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방 한쪽, 침대 옆에 수진이 서있었다.
그림자 형태로 외곽선만 보이는 그녀는 약간 어두운 그늘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다.
명록이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가며 그 쪽을 보려고 하자 수진이 말했다.
" 오빠. 눈 감아요! "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명록은 되물었다.
" 응? 뭐라고? "
" 그냥 빨리 눈 감아요! 빨리! "
약간 초초한 듯한 수진의 목소리였다.
빨리를 연달아 외치는 그녀의 말에 명록은 순순히 눈을 감았다.
사폰사폰 다가오는 수진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내 그의 팔에 그녀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를 앞장서서 이끄는 수진의 손길.
어느덧 따라걷다보니 그녀의 걸음이 멈추고 명록도 따라 멈추었다.
수진은 천천히 그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조심스럽게 앉아보니 침대 옆 두터운 카펫이 깔린 그곳인 모양이었다.
엉덩이와 손바닥에 북실북실한 카펫의 촉감이 느껴졌다.
" 오빠..... 이제 눈 떠도 돼요. "
약간 떨리는 그녀의 음성과 함께 명록이 눈을 떴다.
생각대로 침대 옆 카펫이 깔려진 공간이었다.
그 위에 작은 탁자가 놓여있었고 그옆에 자신이 앉아있었다.
탁자엔 아까 수진이 만들었던 핫케잌.
핫케잌에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생일 축하해요. 명록오빠~ 그리고 하트그림]
그리고 수줍게 내밀은 그녀의 선물.......
예쁜 넥타이였다.
취업하면서 받은 넥타이 말고는 누가 자신에게 넥타이 선물을 해준 적이 없었던 터라 잠시 먹먹해졌다.
감동.......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니 딸기와 치즈가 같이 놓여진 접시.
양끝에 불이 켜진 아로마 초가 두개 놓여있었다.
마지막 자신의 앞에 와인이 따라져 있는 커다란 잔.
그리고 그 옆자리에 또 하나의 와인이 따라져 있는 잔이 놓여있었다.
시선이 자연스레 그 잔 위에 있는 공간으로 이어졌다.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명록의 입에서 탄성 같은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
그곳에는 수진이 서있었다!!!
그것도 여고생 교복 차림의 수진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광경에 명록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직 물기가 촉촉한 긴 머리카락을 가슴 위로 한 가닥 흘러내리고
볼에 붉은 기운을 가득 담은 채 그녀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명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약간 작은 듯한 교복이 살짝 그녀의 배꼽 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부분은 딱 조이는 것이 그렇지 않아도 봉긋하게 보이는 수진의 가슴을 더 글래머러스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치마도 긴 허벅지 위로 올라가 미니스커트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둠속에서도 하얀 피부가 더욱 그녀의 다리를 길게 느끼게 만들었다.
거기에다가.....
앳된 그녀가 화장도 지운 채 생얼로 그렇게 입고 있으니 정말여고생스러웠다.
워낙 내추럴한 화장을 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생얼의 그녀는 청순한 소녀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수진의 모습에 보면 볼수록 명록의 가슴은 쿵쾅거리며 북을 울리고 있었다.
설마......
정말 예전에 입던 교복을 가지고 온 걸까?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가는 명록이었다.
얼굴이 붉어진 수진이 명록의 시선에 뒷짐을 진 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오빠~ 생일..... 축하해요. "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달콤하게 들렸다.
그리고 다소곳이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 와인 잔을 들고는 명록에게 건배를 제의하였다.
명록은 감동과 설렘이 교차되는 마음으로 자신의 와인 잔을 들고 그녀의 잔을 부딪쳤다.
쨍.......
길게 와인 잔에서 소리가 울렸다.
우웅 하는 진동이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다.
잔에 든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내려놓자
수진이 치즈와 함께 딸기를 그의 입술로 가져왔다.
입술로 받아 베어 무는데 딸기와 치즈를 잡고 있던 수진의 손가락이 같이 그의 입술 안으로 들어왔다.
긴 그녀의 손가락 감촉이 명록의 입술에 느껴졌다.
두근.....
두근.......
미칠 것 같은 이 순간.....
행복해서 심장이 찌릿하는 이순간.....
명록은 천천히 그녀의 옆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수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진한 포도의 향.
와인의 맛이 그녀의 입술에서 느껴지며 명록은 좀 더 강하게 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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