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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화 〉제1부.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5) (36/195)



〈 36화 〉제1부. #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5)

36.

하하......

왠지 적극적인 그녀의 모습이 더욱.....
명록의 기분을 업해주고 있었다.
이래서 연인과 여행을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행.....
여행.......
커플 여행.......!!!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와 다가왔다.

아까와 달리 약간 어두운 표정.
수진이 조금 조심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 근데 오빠......."





응? "





그녀의 표정이 약간 곤란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 이번 여행...... 오빠 돈을 너무 많이 쓰는  아니에요? "




수진의 얼굴에 확실히 부담스러운 느낌이 가득했다.
그간 그가 보인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을 것 같아 걱정이 되는 표정이었다.

돈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명록이 말은 했지만 아무래도 그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비록 모든 비용에 대해 명록이 쓰겠다고 이미 선언은 했지만
그 금액이 생각 외로 커지는 느낌에 그녀가 걱정이 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수진의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드는 명록이었다.
수진이 돈을 부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곳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 있어서 였다.
모른 척 넘어가도 될 것을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어만 준 것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더욱 장난스럽게 히히 웃으며 말했다.


이거 회원권 있는 친구 도움도 받아서 실제는 얼마 안 들었어. 비행기 표도 그렇고 다 50% 반값에 오는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생각보다 많이 돈이 드는 건 아니야. 그리고 이왕 놀러온 거니까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재밌게 놀자. "





수진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사실 그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심쩍어하는 그녀를 다독이며 명록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사실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는 것은 맞는 얘기였다.



흑....
할인은 개뿔......




적금 깨고 찾은 돈이 팍팍 줄고 있었다.



제주의 명물이라는 다금바리 회를 알아봤는데
한 끼 식사에 백만 원이 가볍게 깨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그냥 바로 포기했다.


하지만  외엔 돈을 아끼고 있지 않았다.



어찌됐든 최상급으로 그녀와의  커플여행을 보내고 싶었다.
있는 호화 없는 호화 다 부릴 작정이었다.


렌터카를 몰고 그녀 앞에 왔을  기뻐하는 수진의 표정.
펜션에 들어와 감탄하는 그녀의 모습만으로도 명록은 만족스러웠다.



우선 짐을 풀고 간단히 옷을 갈아입은 다음, 저녁에 먹을 끼니를 위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시내로 가는 거라 쿠퍼의 커버 닫고 차를 몰았다.
커버를 씌우자 검정 모자를  듯한 자동차 모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수진도 우스운지 옆에서 히히 웃고 있었다.


제주 시내로 들어가서 목표한 대형마트로 들어갔다.
주차를 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섰다.
수진이 명록의 곁에 다가와서 팔짱을 꼈다.

부드러운 그녀의 감촉.
좋은 향수의 냄새.

명록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손짓으로 쇼핑할 곳을 가리키는 수진의 옆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둘은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아리따운 수진과 함께 다닌다는 것은 절로 명록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스치고 지나가는 남자들의 시선.
그리고 부러워하는 시선까지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둘이 카트를 몰고 다니며 미리 준비한 쇼핑꺼리를 체크하면서 안에 담았다.



부추와 양파.
치즈.
와인.
바비큐용 소금.
미역, 마늘.
라면 등......

어느덧 잔뜩 카트에 짐이 올라갔다.
고작 삼일인데 담다보니 어느새 산을 이루고 있었다.

수진이와 함께 카트를 몰고 마트를 누비는 동안
명록은 왠지 그녀와 부부가 된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나하나 품목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르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알뜰한 가정주부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연인.
그리고 부부.
그렇게만 된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하아....
그녀와의 커플여행......
아......
밤이 어서 되었으면 좋겠다......











**************













마침내 쇼핑을 끝내고 펜션으로 돌아온 수진과 명록은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은 싱크대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사온 야채들을 씻기 시작했다.
볼에 담긴 차가운 물속에서 야채를 건져 올리는 두 사람의 손이 살짝 닿으면
두 사람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키득 거렸다.




" 간지러워요~"




차가운 물 안에서 수진의 손을 간지럽히던 명록의 손이 와락 달려들어 수진의 손을 꼬옥 잡는다.
명록의 움직임에  사람의 손이 담긴 볼의 수면이 찰랑이며 손목을 간질거리고 있었다.

순간 수진의 얼굴에 명록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리고 차가운 손만큼 뜨거운 입술이 푹신한 푸딩처럼 달콤하게 입 안으로 들어왔다.


짧은 입맞춤.
입술을 뗀 두 사람은 차가운 물에 잠긴 서로의 손을 어루만지며 수줍게 웃었다.



시간 맞춰서 주인집에서 바비큐 준비를 해놓았다고 알려주었다.
명록은 바비큐를 위해 밖으로 나가고 수진은 주방에서 서둘러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명록에겐 저녁을 준비한다고 말했지만 수진은 몰래 생일 음식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명록이 눈치 챌까봐 제대로 된 케이크도 사지 못한 탓에 마트에서 사온 핫케잌 가루를 우유에 개었다.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생일.
새벽부터 집을 나서느라 생일상도 못 받았을 명록을 위해 직접 미역국도 끓이기로 했다.


미역국과 새로 지은 밥.
이 정도는 수진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그에게 안겨주고 싶었다.


전기밥솥에 밥을 안치고, 달군 팬 위에 핫케잌 반죽을 부었다.
약한 불에서 서서히 부풀어가는 빵 냄새가 방안에 퍼지기 시작하고

수진의 마음도 자신이 차려준 음식에 감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위해서 준비하는 음식.....
그게 자신의 첫 남자친구라는 것이 가슴에 찡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중이었다.
또 맛있게 먹을 명록의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 만들고 있는 핫케잌처럼 부풀어 올랐다.



준비는 모두 순조로웠다.
미역국, 밥, 고기를 먹으며 같이 먹을 간단한 반찬들을 예쁜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고, 달콤한 시럽이 뿌려져 반짝반짝 빛나는 핫케이크 위에 버터 한 조각을 올렸다.
한국식 부추 샐러드가 연한 녹색으로 조명을 받아 더 신선하게 보인다.




수진은 따로 잘 구워진 핫케잌을 빼놓았다.
이건 또 다른 시간을 위한 준비였다.



식탁 위에 접시를 올리자, 접시에 담긴 음식들에게 식탁을 비추는 조명이 마법이라도 거는 듯 반짝반짝 빛나며 음식들을 맛있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생일 선물로 준비한 넥타이.
수진은 가방에서 꺼내온 포장된 선물을 손에 꼭 쥐고 명록을 기다렸다.
작게 포장된 넥타이가 어쩌면 제주도라는 여행에 비하면 보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녀에겐 마지막으로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남아있었다.


다만,  비장의 카드가 설아의 조언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가 그 선물을 받았을 때의 얼굴을 상상하며 수진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







쇼핑하고 오는 사이 어느새 시간이 저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사이 펜션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주황빛 가로등 불빛이 나름 펜션에 새로운 분위기를 가져다주었다.


밖에서 그가 열심히 구운 고기를 들고 실내로 들어서자 이미 식탁에 수진이 저녁을 차려놓았다.
갖가지 반찬을 예쁘게 담고 그녀가 열심히 준비한 것들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 수진이 준비해준 미역국과 밥이 너무도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자기 생일이었다.
생일 기념......
커플여행.
아마 수진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자 더욱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이를 먹고 나니 어느새 그냥 지나가버리는 자신의 생일이었다.
기껏 해봐야 친구들이랑 주점에서 모여 술이나 마시며 케이크 세례나 받고 지나던 생일을 누군가 이렇게 옆에서 축하해준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니.....
감동이었다.

맛있다고 엄지손을 치켜세우며 미역국과 밥을 먹었다.
그리고.....
사온 김치와 부추샐러드 그리고 바비큐로 구운 고기......
거기에 달달한 핫케잌까지......


레드와인과 함께 마시며 먹은 풍성한 저녁식사.


그 옆에 수진이 함께 웃으며 저녁을 먹고 있었다.
명록과 함께 시선을 맞추고 배시시 웃으며 맛있게 먹고 있는 그녀.......


둘만의 시간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끼는 명록이었다.



어느덧 식사를 마쳤다.
포만감 가득한 배를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먹은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도 함께 했다.




수진은 괜찮다고 했지만 명록은 옆에서 헹구는 것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다행이 두 군데 물받이가 있어서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할  있었다.
아까 야채를 같이 씻었던 것처럼 그녀 옆에 섰다.

수진이 퐁퐁을 묻힌 수세미로 그릇을 닦아 비누칠하면 옆에서 그것을 받아 명록이 물로 헹궜다.
서로 나란히 싱크대에 서서 사이좋게 설거지를 했다.
가끔 부딪치는 서로의 엉덩이에 마주보며 키득거렸다.




설거지도 끝내자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었다.
고무장갑을 벗고 손을 찬물에 씻고는 같이 펜션  바다로 산책을 나섰다.



시원한 밤바다의 바람.
그리고 파도소리.

촤아아아~
촤아악~
쏴아아아~~~



부석거리는 잔디밭의 느낌을 발바닥 아래 느끼며 걷는 동안 다시 수진이 그의 팔짱을 껴왔다.
조금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바짝 붙은 그녀의 젖가슴이 강하게 느껴졌다.

뭉클거리는 느낌.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따스한 체온.




하아.....



명록은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생각해보니 모텔에서의 그날 이후 이렇게 오붓하게 같이 있는 건 처음이었다.
병원을 같이 다닐 때도 팔짱보다는 손을 마주 잡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런 날이 오다니......
마치 꿈과 같았다.





흐.....
역시......
커플이 가까워지기 위해선......
여행이 최고인가 봐.....


명록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의 팔은 자연스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









밤이 점점 무르 익어가자  사람은 펜션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바닷바람에 차갑게 식은 몸이 따듯한 실내에 들어오자 몸이 점점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묘한 분위기, 누가 묻지도 않았지만
꼭 잡은 두 사람의 손 사이에 촉촉이 젖는 땀이 두 사람의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수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빠 저 먼저 씻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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