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제1부. #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3)
34.
" 오오오~~ 커~ 플~ 여~ 행?! "
영연이 박수를 치며 수진을 놀렸다.
만년 쏠로로 지내더니....
이제 수진도 어른의 밀월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라!!!
수진의 친구들의 얼굴은 마치 자식의 성장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과도 흡사했다.
" 시...시끄러! 조용히 해! 온 동네에 내가 남자와 여행 간다고 광고 하려고 그래?!"
수진이 부끄러운 듯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 너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우린 순수하게 여행을 가는 거란 말이야! "
하지만 세친구들은 히히 웃으며 야릇한 표정으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 우리가 생각하는 걸 뭐라고 생각하기에 우리 미쓰 배의 얼굴이 이리도 달아올랐을까요? "
" 참 순수-한 여행인가 봐. 순수하게 섹스를 위한- "
설아의 말에 수진의 얼굴이 돌하르방처럼 딱 굳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나희의 마무리 공격!
" 피임은 잘 해야 된다? 너희 둘이 갔다가 셋이 오는 수가 있어. "
" 으아악! 너네 정말?! "
수진이 급기야 화를 내며 일어나자 나희가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눌러 다시 의자에 앉혔다.
" 그래서? 화를 내고 그래? 이래도 그냥 가면 기집애야, 너만 손해야. 그러니까 네가 필요한 게 이 언니들의 조언이라 그거 아니니?"
나희의 기세에 눌려 금세 순한 양이 된 수진이었다.
가끔 종갓집 딸네미의 포스를 발휘하는 나희였다.
하긴 이대로 가면 손해는 온전히 수진이 감당해야 했다.
수진은 순순히 입을 열었다.
" 응...."
나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 탐폰보다 더 좋은 게 있어! 자 이거. "
" 이게 뭐야? 경. 구. 피. 이.....야!?? "
나희가 손에 쥐어준 작은 상자에 적힌 글자를 읽던 수진은 까무러칠 듯 놀랐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먹는 피임약 아니던가?
수진도 가끔패션 잡지에 보면 광고를 하기에 어떤 건지는 알고 있었지만 실물을 직접 본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 생리도 미룰 수 있고, 피임도 하고~ 딱이지 머. 지금 너한텐 탐폰보다 그게 필요해. "
" 둘이 갔다가 셋이 오지 않으려면 말이지? "
영연이 키득키득 웃으며 수진의 어깨를 토닥였다.
약을 손에 쥔 수진은 점점 패닉이었다.
대체...
이런 걸 가지고 다니는 너네들은....?
남자와 만나려면....
이런 것도 준....준비해야 하는 거야....?!
동그랗게 눈을 뜨며 수진이 나희를 바라보자 나희가 그런 수진의 표정을 보며 웃었다.
" 피임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니? 남자를 어떻게 믿니? 차라리 내가 직접 챙기는 게 낫지. "
그러고 보니 점심시간마다 열심히 약을 먹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봤던 그 모습이 지금 손에 든 약과 매치가 되며 절로 입술이 벌어졌다.
서....설마.
나희와 영연이 챙겨 먹던 약이 이거 이었어?
" 이건 호르몬제라서 먹는 시간을 일정하게 해야 해. 그리고 하루라도 빼먹으면 위험하니깐 그땐 다른 피임도 같이하고...... 넌 생리를 미뤄야 하니깐 여행 갔다 오기 전까진 꼬박꼬박 챙겨 먹어! 알겠니? 이것아. 약 안 먹기 시작하면 3일이나 5일 이후에 생리 시작할 테니깐 기억해두고. 알았지?! "
단호하게 말하는 나희의 말이 자신도 모르게 수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 그나저나 제주도라니......! 누군 좋겠네, 하...... 서방 잘 만나서 제주도 여행도 가고! 그 남자한태 잘해, 이것아! 첫날밤에 입을 아주 섹시~한 속옷도 잊지 말고! 뭐 일명 승부속옷이라고 하지? 아~ 나도 한라봉 잘 먹는데... 날 제주도로 데려갈 님은 어디 없나? "
영연이 한숨을 쉬면서 한탄을 하는 동안 설아는 수진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수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 응? "
" 너 약먹기 싫음 먹지 마. 어차피 생리땐 피임 안 해도 되니깐 그 남자에게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줘."
" 응? 머...머라고??? "
설아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에 수진이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이게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려고.......
" 떡볶이라고 하지? 피칠갑된 페니스를..... "
" 악!!! "
경악하는 수진의 비명과 함께 동시에 설아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시작이었다.
여러 가지 코치하는 세친구 사이에 끼어버린 수진은 좀 더 하드한 강의를 듣고 있었다.
조언과 강의가 진행될수록 완전 얼굴이 붉어진 수진이 그곳에 있었다.
**************
마침내 수진에게 여행 갈 날짜를 받았다.
다행히도 월말이라 미리 연차를 신청할 수 있었다.
게다가 운이 좋게도 딱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별일 없이 통과될 예정이었다.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명록은 그들이 묶을 펜션도 예약하고 항공편을 예약했다.
사진으로 여러 번 훑어보고 사용기나 후기 열심히 다 검색해서 고르고 고른 펜션이었다.
만족도가 높은 곳이니만큼 가격은 비싼 편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넉넉한 자금(?)을 바탕으로 최고급으로 수준을 업해서는 준비하고 있었다.
그 정도는 수진과의 첫 여행인데 당연한 일이었다.
렌트업체 확인해서 미리 찍어두었던 그것도 예약할 작정이었다.
업체 연락하니 원하는 자동차 모델을 구할 수 있었다.
흐....
귀여운 자동차의 모습에 분명 수진도 좋아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수진을 옆에 태우고 제주도 해안가 도로를 오픈하고 달릴 생각을 하니 절로 싱글벙글 이었다.
창밖을 보면서 자판기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순간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어슬렁어슬렁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사람은 승필 선배였다.
언제나처럼 능글맞은 웃음을 흘리며 그가 말했다.
" 야, 요새 허파에 바람들어갔냐? 왜 이렇게 싱글벙글 이야? "
" 헤헤, 저 수진과 첫 커플여행 가려고요. "
역시 그의 포스는 만만치 않았다.
절로 꼬리가 내려간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또한......
그녀와의 첫 커플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나불나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승필 선배는 명록의 말에 푸하 웃더니 과연 그래서 그랬군 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턱에 힘을 주며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 어이, 풋내기 양반. 동정 주제에 첫날밤 잘 할 수 있겠냐? "
윽......
젠장.......
동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언제나 기회가 오면 명록을 놀려대곤 하였다.
하긴 그가 보기엔 여자에 관해선 명록은 완전 어린애처럼 보였으리라.
흥.....
이제 곧 저도 동정 졸업입니다.
이제모태쏠로 방명록이 아니라 이겁니다.
명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저 건강해요. 첫날밤 까짓것 벌 거 아니에요. 흐흐. "
그리곤 슬쩍 그를 피해 아래로 내려갔다.
순식간에 명록의 모습이 사라졌다.
승필은 그런 명록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 흐흐...... 처음 하는 거면 그게 그리 쉽지 않을 텐데...... 하하. 여자가 경험이 있으면야 낫겠지만 녀석 말하는 거 보면 수진인가 하는 그 애도 영 아닌 거 같던데...... 녀석 고생 좀 하겠구만. 흐흐..... 짜식, 한수 가르쳐줄까 했더니........ "
그는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입가에 미소가 띈 채 불을 붙였다.
명록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에로영화나 야동에서 보면 머 쉽던데......
까짓것.....
첫날밤 그냥 하면 되는 거지.......
이미 그는 어느덧 갖게 될 수진과의 첫날밤 생각이 가슴이 부풀어 올라있었다.
**************
작은 캐리어에 꼭 꼭 눌러 담은 옷가지들, 수진은 옷가지들 위에 곱게 접은 두개의 팩을 올려놓곤 한숨을 쉬었다.
이걸 가져가?
말아?
아직 캐리어에 공간은 충분했지만 왠지 가져가기 싫은 것들이었다.
친구들의 강력한 권유로 이렇게 가져갈 준비를 해두긴 했지만 막상 짐에 넣으려고 하니 찝찝한 것도 사실이었다.
' 야, 생일이라며! 이 정돈 해야지! '
영연의 말이 떠오르자 수진은 약간의 망설임 끝에 결국 팩을 캐리어에 넣은 채로 뚜껑을 닫았다.
그래...
생일 선물인데 이쯤이야.......!
수진은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자신의 모습을 점검했다.
하늘도 그들 편인지 일주일 내내 화창하다고 해서 약간은 가볍게 옷을 입었다.
거울을 보자 수진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남자와 단둘이 여행이라니.....
두근...
두근......
설레는 걸까?
긴장한 걸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진의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수진은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싸~ 한 바람이 그녀의 원피스 속 다리를 휘감고 지나간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하던데....
이건 좋은 징조일까?
나쁜 징조일까?
수진은 설레며, 불안한 마음으로 좌석버스에 올랐다.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는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서 내린 수진은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네 오빠 저, 도착했어요. 오빤 어디쯤이에요?"
**************
렌트업체와도 다 예약이 끝나 있었다.
방금 전 통화하면서 바로 차 인도 부분에 대해 확인통화도 끝냈다.
제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명록은 공항에 한 시간 전부터 미리 나와서 예약한 부분을 모두 다시 체크하고 있었다.
탑승할 항공편도 확인하고 렌터카 확인했고 마지막으로 펜션까지 모두 확인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봐둔 펜션이었다.
잠시 시간이 남은 동안 다시 웹서핑을 하며 확인했다.
역시......
사람들 이용 후기들도 평가가 좋고 바닷가에서 해변 감상도 가능한 아주 멋진 펜션이었다.
며칠 동안 정성으로 애써 준비한 보람이 있을까.........
수진이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려나?
그녀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기대를 하고 있는 명록이었다.
이것저것 준비도 많이 한 여행이라 가슴이 설레이고 있었다.
하긴 <<수진과 함께>> 라는 문구 하나만으로도 완전히 기분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마침내.....
수진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화사했다.
가볍게 차려입고 있음에도 수진의 용모가 이미 수준 이상이었다.
멀리서도 한눈에 명록의 눈에 들어왔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그녀를 위해 커피와 간단히 와플을 먹을 수 있는 카페에서 요기를 했다.
옅은 화장에 화사한 그녀의 모습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제.....
이런 그녀와 함께 할 이박삼일의 시간이 시작될 참이었다.
그리고 예약한 항공편에 탑승이 시작되었다.
수진의 캐리어를 끌고 같이 탑승구를 통과했다.
약간 좁은 듯한 좌석이지만비행기 창가 쪽에 수진을 앉히고 그 옆에 명록이 앉았다.
작은 창을 통해 밖을 보는 수진의 얼굴이 약간 긴장되어 보였다.
간단한 안내.
좌석이 정리되고 약간 지루하고 초조한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비행기가 이륙하기 시작했다!!!!
가속도.
드드드 흔들리는 기체의 진동.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 붕 뜨는 느낌과 함께 공중으로 비행기가 떠올랐다.
그렇게 명록과 수진을 태운 여객기는 제주도를 향해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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