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제1부. # 8화. 두근두근, 뜨거운 밤 예약중?! (2)
33.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
뜻밖의 명록의 답변에 수진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원으로 여행을 가자고 말하는 명록의 모습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안 된다고 말 할 수도 없었다.
그래, 뭐 여행이 대수야?
수진은 소원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그와의 여행에 대한 첫걸음이 내디뎌졌다.
게다가 명록과 하는 첫 커플 여행.
아니 수진 그녀의 일생에서 처음 남자친구라는 존재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이었다.
서울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그와의 첫 커플 여행이라니!
할리퀸에서 읽었던 로맨틱한 장면들을 상상하며
가슴이 설레어서 수진은 침대에 누워 데굴데굴 구르며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드르륵
명록의 전화, 침대를 구르던 수진은 자세를 고쳐 바로 앉고 조심스레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오빠~ "
" 어. 안자고 있었어? "
" 네~ 아직 잘 시간이 아니잖아요~ 오빠는 이제 회사에서 끝난 거예요? "
" 응 지금 집에 들어가는 중이야. 지하철인데..."
밤이면 휴대폰을 들고 그 휴대폰이 꺼질 때까지 밤늦도록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한 시간이 넘게 통화를 하고 있었지만 둘은 지치지도 않는지 여전히 전화는 끊길 줄 몰랐다.
" 동해? 저 정동진 일출 보고 싶었는데! "
" 그래? 그럼 정동진으로 갈까? 무박 이일로... 근데 정동진은 새해 아침에 많이 가잖아...... 흐음..... 남이섬은 어때?"
남이섬?
수진도 남이섬에 대해 조사를 해봤었다.
당일치기로 갔다 올 수도 있고.....
거리도 적당했다.
인터넷에서 봤던 남이섬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 남이섬도 괜찮은 거 같아요. 아기자기 해보이더라구요. "
"흐음......."
수화기 저편에서 그의 목소리가 조금 길게 늘어졌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더니 명록의 말이 이어졌다.
" 수진아......"
잠시 침묵.
수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아니면 그냥 이박삼일로 여행가지 않을래? "
순간 명록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앗....
이박삼일?
오빠와 같이 숙박을 하는 여행?
어떻게 해야 하지?
수진은 깜작 놀랐다.
사실 수진도 당일치기 여행은 피로했던 터라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꼭 숙박을 하곤 했었다.
그렇다고 일박이일로 여행을 하다보면 또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시간을 소비해서 결국 정신없이 이틀을 소비하게 되었다.
결국 이박삼일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함께 하는 여행인 만큼 수진은 '숙박' 이라는 단어에 조금 머뭇거렸다.
'숙박' 그럼.....
명록오빠와의 함께 밤을........
" 싫어?"
머뭇거리며 수진이 아무 말을 못하자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말하는 명록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흘러 빠져나왔다.
수진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 어차피 오빠와 이미 경험도 해놓고 이제 와서 빼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리고......
그간 오빠에게 너무 미안했잖아......
곧 오빠 생일도 있으니......
이왕 소원 들어주는 거 좀 크게 들어주는 거지, 뭐.
그와 만난 지도 벌써 석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그와의 만남이 갑작스런 모텔에서의 하룻밤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사귀기도 전에 어영부영 지나가버린 첫 경험이 아닌, 자신이 기억할 진짜 추억을만들고 싶었다.
수진은 결심하고 대답했다.
" 그래요, 우리 이박 삼일로 가요."
그녀의 대답에 명록의 목소리가 금세 밝아졌다.
" 그래? 그러자 그럼! 알았어. 이박삼일이라! 어디로 갈까~? "
수진은 이박삼일 여행을 허락했다.
그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즐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명록에 고민했던 그녀의 마음도 편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넓어져서 여러 후보지를 말하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수진도 덩달아 신이 나기 시작했다.
이박삼일의 여행......
그리고 진정한 첫날밤.......
수진의 마음도 새로운 기대감에 두근거리고 있었다.
**************
핫!
수진이 이박삼일 여행을 승낙했다.
우선 같이 여행을 그렇게 길게 갈 수 있는 것에 명록은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다.
그리고....
역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밤에 있을 둘만의 시간.
흐흐흐.....
기...기대된다!
순간 명록의 눈 앞에 떠오른 영상이 있었다.
언젠가 병원에서 보았던 설아의 섹시한 코스프레가 휙 하고 지나갔다.
타이트했던 그녀의 간호사복 아래 은은하게 비춰졌던 곡선라인.......
설아보다는 확실히 몸매가 좋은 수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아랫배에서 뜨거운 기운이 화르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급흥분 모드.......
어찌됐든......
이박삼일로 기간이 늘어나자 여행지 선택이 꽤 여유로워졌다.
선택의 범위도 여유도 확실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 버렸다.
아예 차를 렌트해서 발길 닿는 대로 전국을 여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수진과 얘기하다보니 전라도 쪽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해남, 땅 끝 마을 얘기하는데 순간 수진이 제주도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이 나왔다.
생각해보니 제주도는 배를 타고 바로 건너가는 방법도 있었다.
그럼 배를 타고도 건너 갈수 있다고 얘기하고 전라도 구경하다가 제주고 갈까 하고 물어보는데 수진이 망설이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가고 싶은데 배를 타고 건너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뱃멀미도 있고 시간도 걸리는 부분에 마음 걸려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잇!
까짓것 제대로 여행 한번 가보자!
처음 가졌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그녀에게 맞춰서 여행지를 정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명록은 비행기를 타고 처음부터 제주도로 여행가자고 얘기를 꺼냈다.
역시 생각대로 그의 말에 기뻐하는 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바로 그녀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 근데..... 제주도면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전 힘들지 몰라요..... "
하긴 여대생 용돈이라는 것이 뻔할 텐데 여행 경비를 팍팍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어차피 처음 여행을 준비할 때 그녀가 여행 경비를 낸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명록이었다.
명록은 그녀와 함께 할 여행을 자신이 준비한다는 기쁨에 돈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 걱정 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할께. 근데 언제 갈 수 있겠니? 이박삼일 시간은 낼 수 있겠어? "
사실 여행경비나 준비보다 그녀가 여행을 갈 시간이 가능할 지가 문제였다.
여자애가 과연 이박삼일동안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걱정이 되고 있었다.
대학생이라고 해도 여자는 여자였다.
특히나 수진은 집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집에서 그녀가 밖에서 자고 오는 것을 과연 쉽게 허락할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수진은 학교에서 곧 축제기간이 있다고 말하면서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녀가 시간이 된다면 나머진 다 명록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우선 숙박과 모든 부분에 대해 명록 자신이 준비하겠다고 다시 얘기하고 최종적으로 날짜를 맞추기로 했다.
수진과의 통화 종료 후 명록은 생각에 잠겼다.
대충 확인해보니 제주도에서 펜션을 잡고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예쁜 오픈차로 렌트해서 놀려면 경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 갈 것 같긴 했다.....
예전 승필 선배가 제주도 놀러 갔다 온 뒤 말해준 경비를 생각해보니 대략 이백만원은 들어갔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났다.
돈 걱정 없이 넉넉하게 놀려면 삼사백은 있어야겠네.....
에잇......
그는 결국 적금을 깨기로 결심했다.
그간 다달이 여윳돈이 있는 데로 십만 원, 이십만 원 집어넣던 적금이 있었다.
그것을 깨면 이번 여행에 대한 경비에 관해서는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안녕......
일 년 반 넘게 부은 내 적금......
잘 가라.......
내 고이 잘 써주마......
**************
여러 여행지가 나오다가
결국 최종 낙찰된 목적지는
바로 <<제주도>>로 결정되었다.
처음 전국을 여행하자고 제의했으나 수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와의 첫 여행을 도로에서......
차 안에서의 시간만으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나온 곳.......
제.주.도.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결국 비행기 편으로 날아가서 이박삼일 여행을 즐기는 곳으로 결정되었다.
첫 커플 여행인데다가 제주도라니!
제주도라면 한 때 신혼여행의 메카였던 곳이기도 하지 않았던가......
명록과 그곳을 함께 간다니...
얼굴이 붉어지고 화끈거렸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일정은 목, 금, 토요일 이렇게 삼일로 잡기로 했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이미 축제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할 의지를 전혀 안 보이자
교수님들도 하나 둘씩 휴강을 선포한 덕에 대부분의 수업이 비워지고 있었던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외박 역시 세친구들과 입을 맞춰 달라고 얘기하고 엄마에게 MT라고 둘러대면 되기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었다.
이미 예전에도 이렇게 말하고 세친구들과 같이 여행도 다녀왔던터라 걱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펴놓고 날짜를 살펴보는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아....
하필이면.......
다이어리의 이전 달의 구석에표시해둔 멘스가 이번 달....
친절하게도 명록과의 여행일정과 맞물려 있었다.
가끔은 이런 난처한 타이밍에 뿅 하고 나타나는 여자만의 고민......
하필이면 생리 예정일이라니!
수진은 절망하며 책상에 머리를 파묻었다.
명록에게 불편한 자신의 몸을 보여주기도 또.....
생리 특유의 몸 상태를 들어내기가 부끄럽고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하아...
어떻게 하지?
수진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떠오르는 건 단 하나이었다.
탐폰.
체내형 생리대...
운동선수들이 자주 사용한다고 하던데......
우선 표가 나지 않는 타입이라서 그녀에게 떠오르는 해답이었다.
하지만.......
질에 삽입하는 형식이어서 착용하는 적도 없었고
넣었다고 쳐도 그것을 다시 빼는 것도 수진에겐 너무 어렵고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전에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아예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걸로 생리대를 대신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밤에......
그가 자신에게 다가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할리퀸 소설에서도 그런 여행에서의 밤은 당연히 남녀가 몸을 맞대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탐폰이 딱 있으면........?!
으으.....
그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이미 한번 경험도 있었는데.......
과연 손만 잡고 자줄까....?
결국 생리 중이라고 그에게 말해야 된다는 결론으로 도달하고 말았다.
문제해결에 대한 생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휴우........
수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쫌.....
여행 중 생리한다고 말하는 것도 부끄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또....
왠지 분위기를 깨는 행동 같기도 했다.
하아....
다시 흘러나오는 한숨.
역시 이럴때마다 그녀에게 떠오르는 해답은 단 하나였다.
별로 미덥지는 않지만.....
이런 때만큼은 제 역할을 해주는 그녀의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
역시.....
걔네한테 물어봐야겠다.
남자들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만한 조언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너무 직설적인 조언을 날리는 그녀들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경험 많은 세친구 말고 누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들어주겠는가.
결국 수진은 그녀들과 상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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