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제1부. #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7)
30.
헉!
수진아........!
밝은 미소의 그녀가 너무도 반가웠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아......
수진이가 이렇게 보고 싶었구나.......
" 오빠~ 잘 있었어요? 나 안보고 싶었어요? "
밝은 미소와 함께 들려오는 수진의 목소리가 방울소리처럼 맑게 울렸다.
그간 그녀와 문자와 통화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보니 그 느낌이 달랐다.
" 수진아~ 너무 보고 싶었지, 물론..... 시험 끝났니? "
명록은 진짜 수진의 얼굴을 보니 너무 그녀가 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에 울림이 섞여 있었다.
수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활짝 웃었다.
그녀의 미소가 오후 햇살과 함께 너무도 밝게 빛났다.
**************
질투로 명록을 정말로 사지로 몰 뻔했던 그날 이후....
수진은 그를 볼 낯이 없어 병원에 가기 힘들었다.
위염과 식중독으로 가벼운 입원이 그녀의 만행으로 장기 입원으로 변하게 됐다.
그렇게 명록을 다치게 했던 것도 미안했고, 혹시라도 우연히 명록의 부모님을 만났다가 자기 집 귀한 아들을 다치게 했다며 한 소리 듣게 될 것도 두려웠다.
거기다가 겹쳐진 시험기간.
왜 하필 타이밍은 늘 이런 건지......
그래도 자신 때문에 팔이 부러진 그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수술을 받았다는 말에 놀라서 병문안을 가자
명록이 집에서 공부하려고 바리바리 싸들고 온 전공 책들을 보곤 시험기간인지 용케도 알아 맞혔다.
그리곤 병원에서 자신 옆에 있기보다는 제대로 시험공부를 해야지...
-하며 시험이 끝난다고 오라고 하는 명록의 말에 수진은 고마움을 느꼈다.
사실 시험이 곧 임박인지라 성적에 욕심이 큰 수진은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
대학때 성적은 나중에 취업에 기본이 되는 바탕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수한 성적은 그간 그녀가 걸어왔던 학창시절의 자랑이자 자부심이었다.
만약에 명록이 입원만 하지 않았다면
대충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명록이 입원한 이후로 병원을 들락날락 해서 평소에 공부를 하지 못했다.
시험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그녀였다.
그렇게 명록의 권류를 받아드린 수진은 밤낮 없이 학교도서관에 머물며 공부를 시작했다.
간간히 문자나 통화를 하며 시험공부에만 집중했다.
마지막 시험.
암기에 강한 수진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교양 수업이었던 터라
그동안 줄줄 외웠던 내용들을 B4용지를 앞뒤로 새까맣게 꽉꽉 채워 시험지를 내고는
여유롭게 밖으로 나왔다.
나희와 영연이 수진과 설아를 기다리며 강의실 밖에 서있었다.
설아야 수진을 넘어선 엄청난 독종인지라 수진이 나오기도 전에 시험감독에게 시험지를 한 장 더 받아다가 쓰고 있었다.
그녀가 시험지를 내는 순간이 곧 시험 종료 시간이었다.
시험 종료시간은 아직 20분이나 남아 있었다.
나희와 영연이 설아를 같이 기다리고 술을 마시자며 수진을 붙잡았지만
이주일 넘게 명록을 보지 못했던 수진은 설아를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
수진은 그녀들의 마수에서 잽싸게 도망쳤다.
버스 정류장으로 걷는 그녀의 휴대폰이 드르륵 울렸다.
[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남친 생겼다가고 이러기야? ]
영연의 투덜거림.
수진은 답장을 보낼 생각도 없이 가뿐히 그녀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수진은 급하게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
집에 들어가자마자 수진은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공부한다고 아침에 머리도 감지 않고 나갔었는데
명록을 만나러 간다며 지저분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터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을 진행하며 치장을 시작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시험기간 동안 말 그대로 추리하게 하고 다니는 그녀는 마법소녀 변신물처럼 화려한 변신을 시작했다.
한 갈래로 질끈 묶었던 머리는 어느새 윤기가 흐르는 긴 생머리로 바뀌고
짙은 다크서클을 가려줬던 두꺼운 검은 뿔테안경이 얼굴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화장품이 대신했다.
그리고 목이 늘어난 티 대신 여성스러운 쉬폰 블라우스를 꺼내 입고, 편한 바지를 벗어내고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꺼내 입었다.
수진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점검하곤 빠르게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명록을 향해 다가갔다.
" 오빠~ 잘 있었어요? 나 안보고 싶었어요? "
" 수진아~ 너무 보고 싶었지, 물론. 시험 끝났니? "
" 네~ 방금 마지막 시험 치고, 오빠 보고 싶어서 학교에서 바로 오는 길이에요~ "
수진의 등장에 명록이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반 개월 가까이 시간이 지나서 만나는 두 사람인지라,
수진에게 없던 애교라도 갑자기 생긴 듯 남자를 대하는 영연처럼
나긋나긋 애교 있는 목소리로 사근 댔다.
명록도 갑자기 애교스럽게 변한 수진의 태도가 나쁘지 않은 듯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의 반응에마찬가지 기분이 좋아진 수진은 묻지도 않은 립 서비스까지 하며 명록의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세히 명록을 살펴보니 여기저기 성한 구석이 없었다.
기브스를 하고 있어서 며칠 제대로 씻지 못했는지 부스스한 모습.
특히 머리는 며칠을 못 감았는지 짐작도 할 수 없게 지저분해 보였다.
그녀의 눈이 자신의 머리로 향하자 명록도 부끄러운지 멋쩍게 웃었다.
씻고 싶어도 씻을 수 없는 자의 괴로움을 누가 알리오!
수진은 명록의 모습에 그간 잊고 있던 미안함의 스위치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어찌 되었건 명록이 씻지 못하고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살고 있는 건 전적으로 모두 수진의 책임이었으니 말이다.
수진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오빠...."
" 응? "
잠시 시간이 흐르고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오빠....... 내가 머리 감겨줄까.......? "
**************
세면장.
마침 오후 늦은 시간이라 세면장에는 이용하는 사람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명록은 수진과 같이 텅 빈 세면장에 들어와 있었다.
" 오빠....... 내가 머리 감겨줄까.......? "
사실 아무것도 아닌 말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알 수 없는명록이었다.
수진의 볼에도 약간의 홍조가 보이고 있었다.
세면대에 물을 받고 옆 세면대에 세숫대야를 놓고 물을 틀었다.
플라스틱 대야에 물 떨어지는 소리.
" 오빠....... 웃옷........ "
수진이 말꼬리를 흐렸다.
아까보다 얼굴의 홍조가 붉어진 거 같았다.
명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으응. "
생각해보면 그때 모텔에서 이미 둘이서 다홀딱 벗었던 시간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낮에 옷을 벗는다는 것이, 그것도 수진이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이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몸에는 환자복 상의와 하의만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팬티도 안 입은 상태에 입고 있는 하의가 신경 쓰이기도 했다.
으윽....
설마 표가 나진 않겠지.......
환자복이 헐렁하니까 잘 보이지 않을 거야........
명록은 망설이다가 우선 상의 단추를 풀고 옷을 벗었다.
그 순간 직장 생활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이럴 줄 알았음
평상시 열심히 운동 하는 건데.......
명록은 상의를 벗어 어정쩡하게 서있자 수진도 얼굴이 붉어진 채 그의 옷을 받아 개고는 빈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 오빠. 여기 의자에 앉아요......."
수진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울렸다.
세면장의 타일에 반사 되서 그런지 작은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울리는 거 같았다.
**************
명록과 수진.
둘만이 있는 세면대.
수진이 그의 머리를 감겨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하얀 그녀의 팔이.......
왠지 섹시하게 느껴졌다.
명록은 그녀가 가리키는 대로 물을 받아 놓은 세면대 앞에 앉았다.
수진은 옆에 서서 그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쪼륵.
쪼르륵.
촤아아악.
명록의 머리카락에 물을 끼얹으면서 적시기 시작했다.
수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의 머리를 가르며 물속에 천천히 담갔다.
잠시 동안 그렇게 물에 머리카락을 적시다가 샴푸를 자신의 손에 부은 뒤 명록의 머리를 다시 감기었다.
뽀삭.
뽀삭.
뽀삭.
하얀 거품이 일어나며 금세 명록의 머리카락이 샴푸거품으로 부풀어 올랐다.
수진은 정성스럽게 그의 머리를 감기고 있었다.
명록은 시원스럽게 머리를 감기고 있는 수진의 손길을 느끼며 또 다른 감촉에 완전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밀착되어 있는 수진의 몸.
그녀의 아랫배와 젖가슴 아래의 느낌이 어깨 너머로 닿을 듯 말듯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그 감촉이 느껴지고 있었다.
보드라운 감촉.
탱탱한 듯 말캉한 느낌이 묘한 기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샴푸 향에 섞여 맡아지는 그녀의 좋은 향기가 명록의 가슴을 흔들었다.
두근.....
두근......
물컹~~~~~~~~~~~~!!!!!!
순간 엄청난 감촉에 명록의 몸이 움찔했다.
수진이 머리를 감기며 헹구느라 몸이 밀착되며 그녀의 가슴이 그대로 전면 뭉클 눌려졌기 때문이었다.
헛!
그 순간 명록은 자신의 몸에 스위치가 눌러졌음을 알았다.
하긴 그간 너무 충전되어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쌓여 있던 욕망의 가스통이 화르르 불타오르며
서서히 아니 순식간에 아랫배에 있었던 그것이 부풀어 올라오고 있었다.
빳빳해진 강도와 크기가 아랫배를 팽팽하게 당기는 가운데 뜨거워진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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