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제1부. #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5)
28.
슬슬 복통도 사라지고 많이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제는 퇴원해도 좋을 듯한데
아직 높은 간 수치와 열이 남아있는 상태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사 말에 여전히 병원에 잡혀 있는 명록이었다.
식중독 발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했지만 사실 아직 많이 남아서 간지러운 상태이긴 했다.
대신 링겔의 횟수는 줄었다.
오전 한번 맞고 점심을 먹은 뒤에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런 손님의 방문이 이어졌다.
수진과 세 친구 방문.
생각지도 못했던 수진 친구들의 병실 방문에 명록은 깜짝 놀랐다.
" 아 왜~ 어? 명록 오빠다!! 오빠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간드러지는 여자애의 목소리.
예전 주점에서 그의 곁에 앉아서 연신 애교로 자신을 녹이던 영연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수진과 두 친구들의 등장.
수진의 표정에도 어색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어찌됐든.
조용했던 병실이 그녀들의 목소리로 금세 활력에 넘치고 있었다.
수진과 미녀 여대생들의 출현으로
잠자지 않고 있던 남자환자들의 시선이 그녀들에게 향하고 있었다.
간호사복 외에는 젊은 여자들의 모습을 볼일 없는 이곳에
생글생글 아리따운 여대생이 네 명이나 나타났으니 남자들의 마음이 술렁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어느새 영연을 젖히고 다른 여자애가 앞서 나서더니 명록에게 음료수 박스를 내밀며 말했다.
긴 생머리에 몸매가 들어나는 청바지와 흰 티셔츠가 잘 어울렸다.
특히 완전 봉긋한 가슴이 절로 시선을 끄는 타입이었다.
그녀의 몸짓 하나에 그녀의 젖가슴이 흔들렸다.
출렁!
아....
이름이 나희라고 했던가?
" 오빠. 받으세요."
배시시 미소 지으며 말하는 것이 영연 못지않게 애교스러워 보였다.
명록은 절로 미소가 떠오르며 말했다.
" 하하, 뭐 이런 걸 다 사왔어? 앉아 앉아..."
순간 또 다른 여자애가 그 음료수 박스를 낚아채며 말했다.
" 명록 오라버니 것은 따로 준비했어요."
윽......
순간 앞에서 날치기 당한 명록의 빈손이 허망했다.
긴 코트를 입고 있던 그녀는 갈색 펌머리를 한 갈래로 묶고 있는 여자애였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육회 키스 드립을 날렸던 여자.
이름이 설아라고 했지?
설아라는 그녀는 어느새 낚아챈 음료수를 옆 침대 환자들과 보호자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수진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머하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한 바퀴 다 돌고 온 설아가 빈 박스를 명록의 침대 아래 휴지통에 버리더니 명록 앞에 섰다.
그리고 빙긋이 웃는 그녀.
명록은 눈을 깜빡거리며 설아를 바라보았다.
순간!
" 오라버니건 이거네요. 병문안 선물~! "
그리고 설아는 코트 단추를 풀어 제겼다.
벗겨진 코트 아래 나타나는 건!
코스프레 쇼!!!
그것도 간호사 코스프레 이었다.
허걱!
명록은 뜨악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수진도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설아를 보고 있었다.
그냥 노말한 간호사복도 아닌.....
무슨 일본 야한 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간호사복이었다!!!!!!
**************
설아의 갑작스런 선물!
그것도 그녀의 몸으로 하는 선물!!!
그녀의 미소가 붉은 립스틱의 색깔과 함께 야사시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설아가 입고 있는 간호사복.
목 부분과 소매는 흰색 카라로 되어있었고 전체적은 색은 분홍빛 원피스였다.
그런데 치마 길이가 너무 짧았다.
짧아도 너무 너무 짧았다.
팬티 아래 바로 매달려 있는 치맛단!
그녀가 살짝 몸을 흔들어도 팬티가 보일 것 같은 그런 길이였다.
거기에다가.......
그 아래 흰색 스타킹이 허벅지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그것을 물고 있는 흰색 가터벨트가 보였다!!!
서양 여자들이 주연으로 나오는 역시 야한 영상에서나 볼 수 있는 <<가터벨트>>가 살포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살짝 가슴을 내밀고 있는
설아의 상체는 앞 섶 단추가 살짝 벌어져 있을 만큼
타이트한 그녀의 간호사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서 설아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벌어진 옷사이로 그녀의 속옷......
그녀의 가슴.....
속살이 보일 것 같았다!!!!!!!!!!!!!!!!!!!!!!!!!!!!!!!!!!!!!!!!!!!!!
명록은 그런 설아의 모습에 말을잃어버린 채 입을 떡 벌리며 굳어버렸다.
그리고 설아는 그런 명록의모습에 비해 아주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명록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는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었다.
병실 모든 남자환자들 또한 명록과 다를 바 없었다.
슬쩍슬쩍 엿보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이젠대놓고 입을 쩍 벌린 채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때늦게 일어나 음료수를 들이키던 오씨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설아의 그 모습을 보고 푸학~!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망나니가 자신의 칼에 술을 뿜어내듯 허공에 음료수가 뿌려졌다.
그 순간 병실 문이 열리며 오은혜 간호사가 들어왔다.
으허엇!!!
병원의 여신.......
그녀의 강림이 왜 하필 이런 때에.......!!!
" 김정규 환자님, 수....."
-라고 말하던 그녀는 명록 그리고 앞에 서있는 설아를 보더니 딱 멈춰 섰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거 같은데 얼음 폭풍에 얼어버린 듯한 들어오던 그 자세, 그 모습 그대로 굳어져 있었다.
설아는 그런그녀를 보고는 투덜거리면서 코트를 다시 걸쳤다.
간호사한테 이런 야한 간호사 코스프레가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그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색이었지만
어찌 됐든 그녀의 깜짝쇼는 이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설아가 다시 코트 아래로 그녀의 자태를 숨기고 그제서야 병실의 모든 사람들이 다시 정신을 수습한 듯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은혜 간호사도 약간쌜쭉한 표정으로 설아를 노려보고는
자신이 볼일이 있었던 환자에게 다가가 그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명록은 설아의 자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자태그 모습 그대로 눈에 담은 채 오은혜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하아.....
오 간호사가 아까 그 옷을 입으면.......?
생각만 해도 므흣한 것이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따라 오은혜 간호사의 몸매가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거 같았다.
그 후.......
수진은 설아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듯
잠시 동안 명록과 얘기를 주고받다가 친구들을 몰고 가버렸다.
양떼를 몰고 가는 목동의 모습이바로 수진이었다.
사실 설아의 코스프레 쇼 이후 병실의 분위기가 묘해진 것도사실인지라 오래 머물 수는 없었으리라.......
남자환자들의 음흉한 눈초리와 쑥덕거림.....
아흐....
수진이 얼마나 당황했을까.......
남자인 나도 이런데......
그녀들이 병실을 떠나가자마자 남자환자들이 몰려들었다.
대체 뭐하는 애들이냐......
혹시 모델이냐?
여대생이라더니 대체 어느 학교냐......
그 간호사복 같은 거 입은 여자애는 누구냐?
혹시 너 여친이 두 명이냐.......
등등등.......
완전 질문 공세가 하늘에서 내리는 우박처럼 그에게 쏟아져 내렸다.
명록은 손을 딱 쳐들고 그들을 향해 말했다.
" 아~~!!! 배가~~!!! 배가~~~~ "
그리고 후다닥 화장실을 향해 서둘러 뛰쳐나갔다.
아무래도 평온한 오후와 저녁시간을 지키려면 한동안 병실로 돌아가면 안 될 듯 싶다.
으.....
역시 처음 봤을 때 예사롭지 않음은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수진의 친구들이었다.
하하.......
**************
수업이 일찍끝나는 오늘, 수진은 수업을 마치자마자 병원으로 곧장 왔다.
오늘도 친구들이 같이 가자며 매달렸지만 어제의 설아의 그 만행을 보고도 다시 데려 올수 있다면 그 또한 어떤 의미로는 용자(勇者)였다.
명록이 심심할까봐 무거운 노트북까지 챙겨서 왔건만.....
같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던 중 어느새 명록의 시선이 노트북 화면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그의 시선을 따라 가니 멈춘 곳은 어제 그 육감적인 간호사의 엉덩이.
간호사들은 자신이 성적으로 비하되는 걸 싫어한다고 하더니 그녀는 그렇지도 않은 듯 타이트한 유니폼을 입고 맞은편 환자의 팔이 주사를 놓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어제보다 더 타이트해진 그녀의 간호사복!
굽힌 허리 때문에 흰색 바지가 팽팽해져
몸에 바싹 달라붙으며 탱탱한 엉덩이와 팬티라인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저 여시 좀 봐!
수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여자인 수진마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야한 자세와 옷차림.
저런 옷차림으로남자 병실을 들락날락 거리다니
백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아까울 정도였다.
온 병실의 남자들이 그녀의 포즈와 옷차림에 넋이 나간 듯 헤벌쭉 대고 있었다.
명록은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그 역시 어김없이 다른 남자들과 똑같이 넋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여자 친구를 바로 옆에 두고 다른 여자에게 헤벌쭉 거리다니......
수진은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간호사가 마지막으로 제일 끝에 있던 명록의 침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방명록 환자님 바늘 갈아드릴게요."
수진에게 방해가 되니 비키라는 듯 말하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수진이 순순히 일어나 비켰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포착한 그녀의 이름.
<<오. 은. 혜>>
수진은 그녀의 이름을 마음 속 깊이 새겼다.
그리고....
혈관을 찾느라 고개를 숙인 오은혜 간호사
그리고 명록의 예매한....불안하게 움직이는 어긋난 시선....
수진이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멈춘 곳은 오은혜 간호사의 가슴팍이었다.
아니 이게 죽을라고?
지금이라도 당장 명록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병실 바닥에 내팽개치고 싶었지만....
명록도 남자니 보이는 걸 피할 순 없겠지 라고 되뇌이며끓어오르는 자신을 다독였다.
참자, 수진아.
오빠는 지금 환자잖아.
너 때문에 입원했는데 참아야지.
참자, 참자.
참을 인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던데.
방. 명. 록.
넌 오늘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바늘을 다시 꼽았는지 다시 병실 밖으로 걸어가는 오은혜 간호사를 보며 명록이 입맛을 다셨다.
다시 치솟는 울화.
하지만 수진은 애써 웃으며 다시 침대에 다시 걸터앉고 영화를 틀었다.
" 오빠? 영화 봐야지? "
" 으...으응? 그...그래."
수진이 어금니를 꽉 깨물고 애써 웃는 표정으로 명록을불렀다.
오은혜 간호사가 가고 나서야수진의 존재를 깨달았는지
명록의 고개가 부자연스럽게 돌아오며 마치 방금 전의 일을 부정하는 듯 노트북 화면을 노려봤다.
두 사람의 눈은 노트북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머릿속엔 영화 내용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수진은 명록에게 단단히 화가 나있었고, 명록도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곤 수진의 눈치를 살피며 노트북 화면을 쳐다 볼 뿐이었다.
마침내 지루한 영화의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명록이 톡톡 노트북 버튼을 누르며 크레디트 화면을 빠르게 넘긴다.
역시나 크레디트 후에 히든 영상은 없었다.
말도 없이 앉아있는 어색한 분위기....
오은혜 간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좋았던 분위기였는데....
그 어색함 속에 명록이 먼저 말을 꺼냈다.
" 병실에만 있으니 답답하다. 산책 할래? "
명록의 말에 수진이 아무 말 없이 노트북을 치우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명록 또한 눈치를 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드르륵 드르륵-
명록이 링겔이 걸려 있는 이동식 받침대를 끌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수진을 따라 걸었다.
수진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아무리 참는다고 해도 참는 것과 기분이 나쁜 건 달랐다.
거기다가 오은혜 간호사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교하니 수진의 기분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몸매 비교 불가.
남산에 가서 자물쇠를 달고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연애하는 초기인데도 이렇게 예쁜 여자에 쉽게 눈이 돌아가는 명록을 보며
앞으로 계속 사귀다 보면 지금 보다 더 심각해 질 거라는 생각이 들자 수진은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때마침 그녀, 오은혜가 저 복도 끝에서 수진이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간호사가 그리 좋아?(5)>> 끝 => <<간호사가 그리 좋아?(6)>> 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