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화 〉제1부.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2) (25/195)



〈 25화 〉제1부. #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2)

25.



밤새 열에 시달리고 복통에 시달리며 끙끙대다가 새벽에 간신히 잠들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부산스러운 병실 분위기에 명록이 눈을 떴다.

사람들이 일어나서 주변을 정돈하고 환자들 시중을 들고 있었다.
시선을 내려 아래를 바라보니 동생은 침대 옆 간이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링겔도 새벽에 갈아준  아직 조금 남아있었다.
명록은 복통도 많이 가라앉고 이제 조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이 상체를 일으켰다.
침대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명석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 으음..... 형 일어났어......? 뭐해? "



" 화장실  가려고. "

그제서야 동생은 일어나서 그를 부축했다.
링겔을 빼서 들고 같이 화장실에 갔다.

하루 종일 링겔을 맞은 터라 오줌보가 빵빵했다.
시원스레 볼일은 보고 나니 이제 몸이 좀 정상적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다시 링겔을 들고 병실에 와서 자신의 침대에 누웠다.
순간 스치는 생각에 휴대폰을 찾았다.
침대 중간에 떨어져 있는 휴대폰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액정을 봤으나 아무런 것도 없었다.
부재중 전화도......
문자도 없었다.





헐....
수진이......
화가 많이 났겠지?
아흐......

딱 휴대폰 상황만 봐도 그녀의 빡침이 느껴지고 있었다.
명록은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뜯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
난 왜 이렇게 머리가 안돌아가지?
아파도 문자 한통 보냈어야 되는 건데.........
아~~~



우선 오전 회진이 끝나면 바로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전화하고 사정 얘기하면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7시 24분.

시계 초침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지 정말 시간이 전혀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초초하게 시계를 보는 명록을 보면서 동생 명석은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다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서 게임을 시작하였다.









**************








회진이 끝나자마자 명록은 바로 복도로 나갔다.


8시 17분.

 이른 느낌이 들었지만
1교시가 있으면 충분히 일어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
우선 급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나섰다.



한적한 복도 구석에서 수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번에 들었던 음악 멜로디가 들렸다.
10초....
20초.....
어느새 음성사서함 안내멘트로바뀌었다.


명록은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지금 막 집에서 나서거나 아니면.....
그래.
씻고 있나보다.
그래서 전화를 못 받나봐.
좀 이따 다시 전화를 걸자.





잠시 복도에 서성이는 동안에 동생 명석이 다가왔다.





" 형.  이제 집에 간다? 머. 혼자 움직이고 괜찮아 보이네. 흐흐. 엄마가 이따 오실거야. "



명록은 ‘어서 가고 싶어 죽겠다‘ 라고 이마에 쓰여 있는 명석을 보면서알았다고 손을 흔들었다.
명석은  웃고는 부리나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이젠 동생의 뒷모습에 ‘신난다.’라고 쓰여 있는 것 같았다.



명록은 혀를 차며 다시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또 익숙한 멜로디.


흐음.......



명록은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렸으나 마찬가지로 음성사서함 안내멘트로 넘어가고 있었다.


헐......



아무래도 전화를 일부러 안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또.......

저번에 자동차 극장 이후 보였던 수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흑.......
단단히 화가 났나......
안되는데....

그 순간 병실로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으러 다니는 것이 보였다.
명록은 우선 휴대폰을 환자복 앞주머니에 넣고 병실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방명록 씨는 어제처럼 주사 두 대 있으시네요? 링겔 맞으시니까 혈관 주사는 링겔에 놓고 엉덩이 주사 놓아드릴게요? "




간호사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했다.
그러고 보니 이 간호사.......
수진 못지않은 미인이었다.


명찰을 보니 이름이......
<<오은혜>> 간호사.
순간 옆자리 남자환자들끼리 시시덕거리며 간호사 품평회 하던 대화가 생각났다.




아......
 여자가 그 간호사 구나?




옅은 내추럴 화장에 단정한 오은혜의 모습이 더욱 그녀의 미모를 돋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은 또다른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윽.....
이런 여자한테  엉덩이를 보여줘야 하는 거냐?

링겔 호스에 주사액을 넣고 엉덩이 주사를 준비하는 그녀를 보며
명록은 다른 환자들이 그렇듯 옆으로 누워 환자복을 살짝 내렸다.

오은혜 간호사는 아무렇지 않은  주사기 상태를 보고는 말했다.

조금만  내려주세요. 아. 네. 따끔할 거예요. "





탁탁!

푹!



순간 따끔한 느낌이 왼편 엉덩이 쪽에서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차가운 소독용 솜이 그곳을 덮고 그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 충분히 문지르세요. "



명록이 솜을 인수인계 받자마자 그녀는 카트를 밀고 다음 환자에게 향했다.

누워있는 50대 아저씨한테 가서 몸을 숙이고
링겔 주사기 들어가 있는 상태를 살펴보는데......


헉!!!



왠지 그녀의 흰색 치마가 팽팽히 당겨지며 희미하게 팬티라인이 보이는  같았다.
레이스 무늬에 복숭아 엉덩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그 유려한 곡선.



갑자기 능력자가  듯 투시 능력이 생겨버린 듯한 순간!
마치 목욕하는 여자의 모습을 우연히 엿본 거 같은 충격이 명록의 심장을 쿵쿵 소리 나게 만들었다.
보일 듯  듯 하는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더욱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이내 그녀가 몸을 일으키면서 팬티 자욱도 사라졌지만
명록은 얼굴이 붉어진 채 그녀의뒷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씩씩하게 엉덩이 반쪽을 깠고
그녀는 아무런 표정 없이 주사를 놓고 다음 환자로 이동했다.
한 10여분의 시간이었는데도 병실 남자환자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오은혜 간호사가 마침내 주사 카트를 끌고 병실을 나서자 하나같이 왁자지껄 시끄러워졌다.




" 역시..... 주사는 오은혜 간호사여. 세대나 맞아도 하나도 안아퍼~~~ "



그러게요. 아..... 이리 좋은 것을........ "



아저씨들의 걸쭉한 목소리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명록이었다.
입원한다는 것에 내심 불만이었던 그의 마음이 한순간 녹아나는 느낌이었다.

하하.....
왠지 짧은 병원 생활이 즐거울 것 같은 느낌이.......



웃던 명록은 순간 다시 수진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서둘러 링겔을 들고 복도로 나섰다.


어느새 9시가 넘어 있었다.

다시 전화를 거는 명록.......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전화를 받지 않는 수진......
이제는 수업시간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수진이 화가 나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말을 하면 이해해줄 거 같은데........
전화를 안 받으니 방법이 없었다.

좀 이따 다시 전화를 걸어야 겠다 생각하고 병실로 돌아왔다.


그새 언제 병실에 들어오셨는지 어머니가 와서 짐을 풀어놓고 있었다.
일주일도 입원 안할 건데 무슨 짐 보따리를 잔뜩 싸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음료수도 사와서 같이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도 나눠주고 있었다.



친화력 좋으신  어머니......
찌게도 잔뜩 해서 이웃에 돌리는 어머니였으니 이런 호재가 없었으리라......


아들은 보지도 않은 채 연신 웃음 터뜨리며 새로 생긴 이웃(?)들과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어머니.....
아들 병간호 오신  아닌가요?
친구 사귀러 오신  아니잖아요.
쩝.......


명록은 씁쓸한 표정으로 침대에 돌아왔다.

그새 깎아놓은 사과가 눈에 들어왔다
옆에 자신 나이 또래 아주머니와 이야기꽃을 피운 어머니는 그가 오자 건성으로말했다.



거기 사과 깎아놨으니까 먹어. 사과가 꽤 실하더라. "



명록은  소리를 내고 말했다.





" 엄마.  속병 나서 입원했어. 당분간 죽만 먹고 있어야 되는 거 몰라? "




그제서야 고개를 갸웃 하더니 명록을 보고 물었다.


" 아직 사과도 먹지 말래냐? "




" 어. 죽만 먹으랬어. "


" 그래? 그럼 우리가 먹지, 머."





그러더니 순간 깎아놓은 사과접시를 아주머니와 엄마가 앉아 있는 간이침대로 가져갔다.


" 호호호, 이거 아침에 맛보고 사온 건데 아주 맛좋더라고요. 호호. 드셔보세요. 아~~ 아저씨도  좀 보시게 주세요. "



윽......
명석이도 그렇고
어머니도 왜 오시는 거야...
대체......


명록은 기분이 상해서 침대에 휙 누워버렸다.
그리고 앞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여전히 아무런 메시지도 담지 못한 불쌍한 핸드폰.
이건 뭐......
시계 대용품이 되어있었다.



아흐.......











**************









어머니의 수다에 지쳐서 잠시 누워 있는 동안 잠이 든 모양이었다.
순간 눈을 떠보니 11시 정각을 약간 지나있었다.


거기에다가 어느새 어머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명록은 급하게 침대에서 내려와 어머니가 가져온 슬리퍼를 끌고 복도고 나섰다.
링겔을 들고 구석진 자리에 잡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멜로디......
그리고 음성 메시지.

이젠 수업중인 시간과 구별할  없어서 전화를 계속 걸기도 애매했다.
할 수 없이 명록은 자신이 병원에 있음을 문자로 알리기로 했다.
전화를 받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여기 사실 병원이야. ]

작성완료.
발송.

하아......
보면 깜짝 놀랄 텐데......


문자 발송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 연결.
멜로디.
순간 음악이 끊어지고 전화가 연결되었다.



" 여보세요. "




약간 딱딱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간호사가 그리 좋아?(2)>> 끝 => <<간호사가 그리 좋아?(3)>> 으로 고고씽!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