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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제1부.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1) (24/195)



〈 24화 〉제1부. # 7화. 간호사가 그리 좋아? (1)

24.

어?
명록 오빠 연락일까?



간만에 음악을 연주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휴대폰.
수진은 신이 나서 발신자 목록을 확인했다.


[ 부재중: 영연]



실망.
번호를 확인한 수진의 얼굴이 급속도로 어두워진다.
오늘도 명록의 연락이 오질 않았다.
남산의 데이트 이후 연락 없는 명록 때문에 수진의 마음은 더 없이 싱숭생숭 했다.

오늘로 이틀째.
벌써 수진이 보낸 문자 메시지만 네 통째였다.

바닥 난 자존심을 긁고 긁어 보낸 마지막 메시지에도 그는 답이 없었다.




내가 싫어진 걸까...?
자물쇠까지 걸어 놓고...
이제 와서 왜 연락도 하질 않는 걸까?

수진은 휴대폰을 노려보며 한참동안 마음 속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길 몇 분....
결국 수진은 명록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만일 이게 명록이 수진에게 고하는 <<끝>> 이라면, 적어도 명록의 이유는 듣고 싶었다.
통화 대기음이 한 번, 두 번, 계속될수록 수진의 마음은 눈물로 젖어 들어갔다.

[ ....소리샘으로...]


그래, 나도 자존심이 있지!
 이상은 못해!



우울한 자신의 마음을 애써 자위하며 수진은 휴대폰을 침대에 던졌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수진이 휴대폰을 꼭 쥔 채로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어두운 방안에 휴대폰 액정에 불이 들어오며수진의 손 안에서 울리고 있었다.
얕은 잠에 들었던 수진은 손에 느껴지는 진동에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간에 일어난 수진은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켰다.


어지러운 머리.
초점이 안 맞는 눈.
머리를 말리지 않았는지 젖어있는 머리와 시트.

수진의 기분이  그래도 저조했는데 어둠 속에서 갑자기 눈을 향해 쏟아지는 휴대폰 액정의 밝은 빛에 수진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자정이  되어가는 시간.


이런 시간에 예의 없이 문자를 보낸 이를 욕하며 수진이 초점을  맞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 수진아 연락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정이 있었어. 내일 전화할게. 정말 미안해. 정말로. ]



명록의 문자 메시지였다.
수진이 자존심을 구기며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한 번의 전화를 걸었었다.

그런데....


명록은 단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 뿐이었다.
더구나 그의 잠수에 관한 어떤 설명이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완전히 화가 난 수진은 애꿎은 휴대폰을 침대에 던지고 지끈거리는 머리로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오지도 않을 잠을 다시 청했다.










**************








오전 8시.



병실마다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복도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곧 흰 가운의 의사들이 우루루나타난다.



잠시 환자의 카르테를 보고는  가지 묻고 다음 환자 침대로 이동하는 가운데 의사들 뒤로 간호사들도 같이 뒤따르고 있었다.

병실 안에 남자들의 시선이 어느덧  곳을 향하고 있었다.


유달리 눈에 띄는 간호사 한명이 그들의 시선 끝에 있었다!



살굿빛 웃옷은 목 부분과 소매부분이 흰색 칼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흰색치마로 되어 있는 간호사복이 따듯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맨날 백의의 간호사복만 상상했던 명록에게는 색다른 느낌의 간호사복이었다.

그러나.
진짜 시선을 끌고 있는 그것은 그 옷 안에 있는 여성이었다.

단정히 빗겨서 뒤로 돌돌 묶여진 머리에 흰색 간호사 캡이 쓰여 있었고.......
동그랗게 드러나 있는 이마가 단아한 느낌을 주었다.
그 아래 붓으로 그린 것 같은 눈썹.
맑은 눈매의 커다란 눈동자.
오똑한 콧날.
붉은 빛이 감도는 도톰한 입술.
갸름하고 작은 얼굴에 한번 시선이 닿으면 도저히 돌릴 수 없게 하는 블랙홀과 같은 매력을가졌다.


그리고 가늘고 긴 목선......
소매와 치마 아래로 엿보이는 가냘픈 팔과 미끈한 각선미.
간호사  아래 느껴지는 잘록한 허리와 전체적으로 여린 느낌의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풍만함을 느끼게 하는 봉긋한 젖가슴의 윤곽선.



이 병원 입원 환자들......
특히 남자환자들에게 감명과 감동을 나눠주는 실로 천사와 같은그녀.

간호사 오은혜.

이름마저도 은.혜.롭.지 않은가!?

그녀가 회진에 쫓아오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남자환자들에게 축복이함께 하는 날인지 회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병실을 의사들 무리 뒤에 쫓아서 함께 하고 있었다.

아아아~~~
실로 은혜로운 아침 이었다~!





명록도 오은혜 간호사의 자태를 감상하며 상쾌한 아침을 입원한 병실에서 맞이하고 있었다.



하......
작은 기쁨이여......
실로 소중한 희열이여......




그렇게 명록이 있는 병실에 한껏 축복의 기운을 가득 흩뿌리고는
다음 병실로 이동하는 의사들의 무리를 쫓아 그녀도 밖으로 나갔다.


오은혜 간호사가 사라지자 병실은 왠지 어두컴컴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나지막이 긴 한숨소리가 새어나오며 무거운 기운이 가득해졌다.

그렇게 병실에서는 오전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













생전 처음  119 구급차.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들 것에실려서 내려와서는
구급차 타자마자 여자 구급대원이 살펴보고는 근처 종합병원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명록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그렇게 실려 가고 있었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응급실로 실려 가는 모습.
그리고 침대에 눕혀진  바로 링겔이머리 위로 대롱거리는 모습이 보이고.......
정신을 잃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급성위염에 식중독이라고 했다.





으.....
식중독.......
분명.......
그 김밥이 원인이었을 거야.......
맛이 약간 이상했던......
남산 정상에서 먹었던 그.....
참치치즈김밥........



김밥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리며 토가 넘어올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김과 밥으로 된 어떤 것도 먹지 못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도 심하고 피검사 결과 간수치도 엄청나게 높게 나와서 결국 입원을 하기로 했다.
위염이라는 것이 2~3일 음식 조절하고 요양하면 되는 병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바이탈이 워낙 좋지 못하니
입원한 김에 검사도 같이 받고 겸사겸사 치료 받으면 된다고 담당의사가 권유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오전 시간은 해롱거리는 정신으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검사를 받았고
오후에 병실로 올라가 누워서 세번째 링겔을 맞으며 누워있는 동안 서서히 정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어머니도 그런 나를 보며 그제서야 한시름 놓으셨는지
아버지 저녁 차려주시겠다고 그제서야 집으로 가셨다.
대신 교대한 동생 명석은 간호는 커녕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놀고 있었다.



그냥 옆자리에 누군가 있다는 정도의 안도감(?) 밖에  되는 존재......



에휴........
형이 죽겠다는 데......
이 자식은 게임이나 하고 있냐?



이제 막 제대해서 실컷 놀 시기인데 하긴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장 자신이 아쉬웠다.
그러다 순간 번뜩 스친 생각!!!!

악!!!!!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한참 게임을 하던 명석이 고개를 들었다.

어? 형......? 왜 그래? 어디 아파........? "




명록은 아직 쑤시는 아랫배의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병실의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1시였다.

야..... 명석아....... 내 핸드폰 어디 있냐? "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는 명록의 말에 명석은  소리를 내더니
침대  협탁 서랍을 열고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그래도 바로 그의 휴대폰을 찾아 건넸다.
명록은 휴대폰을 보자마자 바로 낚아채고는 침대에 털썩 누워 버렸다.



아직도 복통이 심하게 있는데다가 온몸이 아프고 쑤셨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다시 현기증이 핑 도는 것이, 병실 천장이 휭하고 도는 기분이었다.

명록은 숨을 길게 몰아쉬고는 우선 휴대폰을 눌러 깨웠다.

문자 4통.
부재중 통화 1통.

역시......
모두 수진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오전부터 날아온 문자.

[ 오빠 오늘 너무 좋았어요. 우리 예쁜 사랑해요. ]

로 시작된 문자가......

[ 왜 연락 안 해요? ]


로 끝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자 뒤 한참 지난 시간에 부재중 전화 한통.




으으......
수진이 많이 화났을까?





어젯밤에도 잘 들어갔는지 물어보는 전화도 못하고......
바로 실신해버렸으니......
그러고 보니 또 하나의 실수가 명록의 심장을 푹 찔렀다.


아......
집에 오자마자 연락했어야 되는 건데......




후회막급이었다.
하지만 사실......
집에 오자마자 명록은 화장실 변기 끌어안고 사투 중이었으니......
이미 어떻게 해볼 새가 없었기는 했었다.




그러나....
문제의 당사자인 수진은 전혀 그런 명록의 사투를 모를 것이라는 점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병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밤 11시 47분.


나가서 전화를 했으면 좋겠는데 일어나는 건 무리 같았다.
그렇다고......
병실 안에서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 병실에서......
거기에다가 동생 명석 앞에서 그녀와 통화하기엔 좀 쑥스럽고 창피함이 들었다.



그리고
몸도 아파서 갈라진 목소리로 통화하기도 그렇고.......
시간도 너무 늦어버렸다.

어떡하지.......
전화를 하긴 틀린 거 같은데......
그럼 문자라도 보낼까?

명록은 문자함을 열고 자판을 톡톡 눌렀다.

[ 연락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가 사실 아파서 병원에 ]



순간 그의 손가락이 멈췄다.
명록은 병원에 자신이 입원했다는 것이 이시간대 알리면 수진이 크게 놀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아......
우선 통화하면서 차근차근 설명해주자......
거기에다가.....
급성위염에 식중독 때문에 병원에 실려 왔다고 하면
딱 수진이 도시락 밖에 짚이는 게 없으니까......
그녀가 얼마나 충격 받겠어......
내일전화하고 잘 얘기하고 간단히 문자만 보내자.......


명록은 문자를 지우고 다시 작성했다.

수진아 연락 못해서 정말 미안해. 사정이 있었어. 내일 전화할게. 정말 미안해. 정말로. ]



발송.
그제서야 명록은 한숨을 돌리고 휴대폰은 손에 쥔 채 손을 내렸다.

명석은 그런 그를 보며 미심쩍은 눈초리로 보다가 물었다.


" 형. 여자 친구 생겼냐? 이 밤에 왠 문자질이야? "

그러고 보니  녀석도 모태쏠로지?



명록은 동생 명석을 바라보며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불쌍한 것.......
친구들하고 게임 좀 그만해라.......
그러다 너 평생 여자 친구 안 생긴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예전 같은 모쏠 동지로서의 예의를 지켜주었다.
그냥....
희미한 미소를 지은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동생은 체 소리를 내며 중얼거렸다.




" 열이 오르더니 정신이 오락가락 하나보다. 머야. 저 썩은 미소는. 체~ 친구들이랑 디아나 하러 가야되는데 이게 머야....... "



이 자식......
형이 아픈데 게임 생각이나 하냐......?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에 몸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또 복통이 몰려왔다.
가만히 힘을 빼자 배를 난도질 하던 복통이 좀 가라앉았다.



이 자식......
몸만 나아봐라......
바로 헤드락이다......



명록은 눈을 감고 숨을 가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문자 보낸 지 한참 지났는데 답이 없었다.













































<<간호사가 그리 좋아?(1)>>  끝 => <<간호사가 그리 좋아?(2)>> 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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