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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제1부 : 4화. 첫데이트, 어디까지 허락되니? (1) (12/195)



〈 12화 〉제1부 : # 4화. 첫데이트, 어디까지 허락되니? (1)

12.



곱게 푼 긴 생머리.
살굿빛 샤랄라한 쉬폰 원피스.
첫데이트 코디로 고민하는 수진에게 영연이 추천해준 코디였다.




수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입고 나오긴 했는데
매일 티셔츠에 바지만 입고 다니다 보니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모습이 많이 어색해 보였다.
마치 언니의 옷을 훔쳐 입은 동생의 모습처럼......



하지만 이미 집에서 나온 이상 후회해도 늦었다.
시계를 보았다.


6시 40분.

첫데이트부터 늦을까봐 일찍 출발했더니
카페에 생각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수진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속옷은 무조건 세트로 밝은 색으로 입고 가라는 영연의 말에 경악하며
"명록 오빠는 짐승이 아니야!" 라며 한소리 던졌다가
"모든 남자는 짐승이야." 라며 되려  소리 크게 들었다.



첫데이트.

사귀기도 전에 이미 잤다고 하지만 수진이 생각하기에  데이트에 속옷을 보여준다는 건 너무 빨랐다.
영연의 말처럼 명록도 남자라는 생각이 들지만....
 명록이 자신을 그렇게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정말 나를 좋아한다면 아껴주지 않을까?


수진은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의 빨대를 빙글 빙글 돌렸다.





하지만........
명록 오빠가 정말 나를 좋아할까.......?




수진이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받아낸 명록의 고백.
비록 사귀기로 하지만 수진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었다.
단지 책임감 때문에 명록이 자신과 사귀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수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수진이 바란 첫 연애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것 같아서 더욱 영연의 한 마디에 속상해지는 수진이었다.


역시 한번 잤다고 또.....
쉽게 생각하면 어쩌지?



무거운 마음....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니 괜히 일찍 나왔나 싶어서 흘러가는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길어진 해가 어느새 지고 하늘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에는 휘황찬란한 간판의 불이 들어와 도시를 화려하게 빛냈다.














**************








푸하하하, 에라....... 잘했다...... 고작 여자 들쳐 업고 모텔로 가서 빨래나 하다 왔다 그거냐? 에라.... 이 짐승만도 못한 자식! 아..... 진짜 골때리네..... 모쏠 자식은 정말상상을 초월한다..... 크크크크........ 미친다.... 정말..... "




승필 선배는 푸하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고 있었다.

짐승만도 못한 남자.

명록도 어떤 얘기인  알고 있었다.




모텔에 들어간 두 남녀.
여자가 얘기한다.




" 이선 넘어오면 절대~ 안 돼. 넘어오면 짐승이야, 짐승. 알았지? "




남자는 말한다.


" 응. 걱정 마. 지켜 줄께. "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아침이 되서 나오는  남녀.
헤어지는 길에서 여자가 돌아보며 말한다.
싸늘한 눈초리와 함께.


" 짐승만도 못한 새끼....... "



아놔.......



분명 말했듯이 명록은 술에 취한 여자를 모텔에 데려가서 냠냠 하는 그런 남자들을 경멸했다.
양아치 짓이라고 생각했다.

진짜 좋아하면 진심으로 다가갈 것이지......
그 여자를 따먹기 위해 술이나 먹이고.......
그게 뭐하는 짓이냐......
-생각하는 그런 남자였다.
그러나 수진과의 연애 시작을 상담을 하던 중 승필 선배는 자신을 구박하고 있었다.



전설 중 전설인 그가 자신을 타박하고 있으니 그간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나 고민하고 있는 명록이었다.


" 야야~~~ 여자란 기회가 있을  섹스 하는 거지 이것저것 따지고 그럼  관계가 오래 가지 않는 법이야. 여자도 모텔까지 같이 가면 어느 정도 인정해 준거라고..... 근데 거기서 빨래나 하고 나왔냐? 에그...... 한심한 인생. "



저......
선배님......
사실 빨래만   아니에요.
수진씨..... 폭신한 그....그.... 가슴 위에서 자기도 했어요.
머리채 뽑힐까봐 그이상은 못했지만요.



차마 덮치기 직전 수진의 우악스런 손에 머리채를 휘여 잡혀서
꼼작도 못하고 숨만 간신히 쉬다가 잤다....
-는 말은 승필에게 하지 못한 명록이었다.
그러고 보니 수진의  친구들이 그녀를 냅다 명록에게 버리고  것도.......
아.....
세 명이 버린 게 아니지......
결론적으로 보면 마지막 남은......
맞다!
설아라는 그 여자애가 버리고 가서 그녀를 맡게  것이었다.
수진이 절대 자신의 품 안에 절로 안긴 것은 아니라는 점도 승필 선배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렇게......
전후 사정 다 빼고 얘기해도 정확한 상담이 될까......?


잠시 명록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대로 얘기해야 되나?


하지만 그러기엔 얘기해야  사실이 조금 거시기 했다.
아마 반년은 자신을 옭아매고 약점이 되어 내내 놀림을 받을 내용이었다.
나름 수진이 자신에게 댓쉬한 매력남처럼 얘기해 놨는데 이제 와선 버려진 그녀를 수거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절대 머리채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었다.
여자 손에 잡혀서 꼼작 못하고 잠들었던 순간은 자신이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 거렸다.


승필의 얘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 여자란 어느 정도 스킨십을 기대하는 법이야.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감싸주고 자연스럽게 포옹도 하고 키스까지 나아가는 거지. 모텔까지 함께 간다는 건 어느 정도 자신도 기대하고 있다는 거야. 근데 거기서 빨래를 한 너를 그래도 받아줬다는 건 완전 천사다. 그러니까 명록! 첫데이트에서 확실히 그녀를 휘어잡고 도장 찍어. "





" 네?! 도장이요? "




승필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남녀의 거리는 스킨십으로 줄일 수 있는 법이다. 데이트 코스하고 요령을 가르쳐  테니까 잘해봐라. 요는 스킨십이다. 마음을 열고 조금이라도 친밀감을빨리 높이기 위해서는 스킨십이 제일이지."



승필의 미소와 함께 이어지는 말을 듣자 명록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전설의 이야기는 점점 농밀해지고 있었다.















**************







"수진 씨?"



낮은 목소리.
긴장된 수진은 등을 꼿꼿이 세워 자세를 바로 하고 고개를 돌렸다.



명록이 어느새 카페 안으로 들어와 서 있었다.




직장인답게 깔끔한 슈트.
하지만 무늬라고는 하나도 없는 짙은 색의 센스 없는 넥타이.
머리에 왁스도 안 바른 것인지 부스스한 느낌의 짧은 스포츠머리, 신경을 쓴 듯 광이 나있지만 뭔가 유행이 지난 듯 한 구두.


영연의 말 때문일까?




수진은 괜스레 명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셨어요?"


어색함......
명록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수진 앞에 있는 쟁반을 집어 들었다


복잡한 심경, 수진은  데이트의 설렘보다 불안이 가득했다.



" 수진 씨. 나가시죠. "


명록의 말에 수진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무려 7살이나 나이 차이가 느껴지는데도 꼬박꼬박 존대를 해줘서 그럴까?
거리가 느껴지는 명록의 말투가 수진의 마음에 거슬렸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되요. 명.록. 오.빠."

물론 그렇게 말하는 수진도 전혀 편하지 않았다.
명록 오빠라고 말하는데 왠지 어색함에 혀가 뻣뻣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취약을 입에 물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녀의 말에 뻣뻣하게 굳는 명록의 얼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더듬거리는 말이 그의 입술에서 힘들게 나왔다.

그...그래요, 수...진씨... "


" 수진이요. 수진."

" 그, 그래, 수진......아. "

말을 놓는 게 아직 어색한 듯 말을 길게 늘이는 명록의 모습에 수진은 재빠르게 명록의 말을 고쳤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하게 말을 놓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명록은 수진이라 편하게 말하지 못하고 말을 얼버무리며 말했다.





" 흐음...... 우리...... 나갈...까. "


아마도 저 남자가 편하게 자신을 부르려면 한참 걸려야 할  같았다.





어휴.......
내가 참자......


수진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 네."








**************






바디존.

사람들은 친밀도에 따라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가족이나 애인은 46cm.
친한 친구는 46cm 밖으로.
사회적 관계는 상대가 122cm 밖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승용차의 운전석과 보조석 사이가 50cm는 될 수나 있을까?




친밀도의 부족함에 따른 어색함......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수진은 불편함을 느끼고 어색하게 창문 쪽에 기대어 앉았다.




수진...아 혹시 프랑스 요리 싫어해.....니? "


명록도 어색했던지 수진에게 말을 걸었다.


프랑스 요리?


수진이 프랑스 요리 라고 하면 생각나는 건 푸아그라와 달팽이 요리였다.


<푸아그라>
프랑스어로 ‘지방질의 간’이란 뜻으로, 주로 거위 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했다.
거위나 오리에게 음식을 많이 먹게 하여 살을 찌게 하여 간을 얻어 요리한다고 하더라......
고급요리라지만.......
학대의 산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역겨움........


<달팽이 요리>
식용 달팽이라지만 수진의 뇌리에는 두개의 뿔을 가진, 꿈틀거리는 연체동물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걸 요리해 먹는다고.....?
우웁......


물론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수진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뇨.."


" 그...그래? 왜? "


무의식에 방어적으로 한 수진의 짧은 대답에 가까스로 명록이 말을 이었다.

" 달팽이요리 같은 거 싫어요. "



" 하하, 나도 달팽이요리 같은 건 싫어. 그렇지만 프랑스 요리는 많잖아? 우리나라에 보신탕이 있지만 그게 우리나라의 모든 음식을 대표하는 건 아니지. 그것처럼 프랑스 요리도 달팽이 요리같은것  아니라 다른 맛있는 게 있으면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 "




어색함을 잊어버린 듯 갑자기 유창하게 말하는 명록.
그 확신에 찬  한 태도에 수진도 명록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프랑스 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하하하. "



갑자기 또 어색하게 말을 흐리는 명록의 태도에 수진은 갸웃했지만
계속 말을 이으려고 노력하는 듯한 명록의 태도에 조금은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던....
저녁 식사는 정말로 멋지고 맛있었다.



붉고 검은 색의 18세기 유럽 같은 고전풍의 테마로 꾸며진 식당은 영화 세트장이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멋졌다.
그리고 색다르지만 맛있는 식사.
달콤한 샴페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그래서 방~ 명록이라고 성을 주욱 끌어 말하거든. 갑자기 대학교 입학하니깐 싸이월드에서 방명록이라고 만드는 바람에 대학교에선 '비밀이야 방명록! 남겼냐?'라며 여자애들이 엄청나게 놀렸었지. 돌아보면 장난 안 친 것처럼 모른  딴 곳을 쳐다보고. "





" 저도 중학교 때 친구들이 배수진을 친다며 저를 툭툭 치고 다녔어요. 하도 그래서 화내니깐  뒤론 잠잠해졌지만."





낮은 도수의 술이라며 명록이 샴페인을 주문했다.
달콤한 탄산, 그리고 샴페인을 마시자 약간의 홍조가 돌았다.


술이 들어가서 일까.......?
둘은 어느새 편하게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특이한 이름이라는 공통점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수진은 명록에 대한 경계심이 점점 사라져 자기도 모르게 그의 농담에 웃으며 받아치기까지 했다.

다혈질이네? 난 지금은 다행인 게 요즘엔 다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더라고 그래서 내 인기가 시들해졌지. "



즐겁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명록의 모습에 수진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동화 속 공주님이 된 듯 한 느낌.
신경 쓴 듯 한 로맨틱한 장소.
기분이 좋아 질 만큼 맛있는 음식.
자신의 말 한마디에도 크게 웃어주는
명록......


어느 사이엔가 명록의 말에 활짝 웃고 있는 수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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