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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제1부 : 3화. 황홀한 첫경험? (1) (9/195)



〈 9화 〉제1부 : # 3화. 황홀한 첫경험? (1)

9.



밤거리는 온갖 색색의 불빛으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명록은 수진의 어깨를 감싸고 같이 걸어가는데 그녀의 몸이 자꾸 밑으로 주저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는데 수진이 이런 상태니 미칠 지경이었다.
이러다간 둘다 길바닥에서  것 같았다.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팔을 어깨 아래로 내려서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



부드러운 그녀의 몸이 옆구리에 촥 안기고
허리  손으로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 부분이 닿을락말락 하고 있었다.




명록은 점점 취기가 오르는 것을 보며 이대로 가다간 자기도 완전 취해서 정신을 못 차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신문지를 덮고 길에서 수진 씨와 자신의 첫날밤(?)을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며 그것만은 결사콘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남자로써 술 취한 여자를 데리고 모텔에 가는....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술에 꽐라가 된 여자를 데려가서 냠냠 따먹었다고
자랑질하는 남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명록은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따먹힌(?) 여자들에게 동정심이 가는 명록이었다.

대개 여자에게 술을 먹이는 남자들의 꿍꿍이는 뻔한 것이었다.
어떻게든 헤롱헤롱한 상태로 여자를 만들어서 자신의 시커먼 욕망을 채워보리라......



물론 그런 남자의 속을 알고도 받아주는 여자들도 있다고 하지만
이런 수법에 걸리는 여자들은 대개 순진하고 남자를 모르는 그런 여자들만 걸리는 법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남자의  안에서  경험을 겪어버리고
 다음부터는 어쩔 수 없이 그 남자의 요구대로 휩쓸려버리는 여자들의 모습을
숱하게 보아왔던 그로썬 같은 남자로써 그런 양아치 같은 놈들은 되지 말아야겠다 결심하고  결심해왔었다.


그런데.......
지금 길거리에서 자신이 예쁜 여대생을 노숙시킬 참이었다.
이미 정신 줄을 놓아버린 수진은 대화가 가능하지 않은 상태였다.



셔터가 내려간 은행 출구 같은 그녀의 상태에 우선 가게를 나오긴 했지만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명록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업무로 찌든 일상을 보내고 갑작스런 호출에 뛰어온 데다가
그리고 세 명의 미녀들이 그를 집중 공격한 통에 술도 딱 머리 꼭대기까지 차있었다.


이러다가 자신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라도 하는 날이면
길거리에 둘이 주저앉았다가 자빠져 버릴 것이고......
예쁘고 깜찍한 수진을 누가 보면 바로 업고서 데리고 갈 수도 있었다.



만약 그따위 일이 벌어지면 그녀에게 어떻게 사죄를 할 것인가.



명록은 생각했다.


내가 흑심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야.......
수진 씨의 안녕과 평화.....
그리고 평안한 잠자리를 위해 그런 거야......
저얼대~!!!
양아치 같은 그런 놈들처럼 그런 맘으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야.......



명록은 마침내 반짝거리는 네온사인 중에서
엠(M)이나 에이치(H)로 시작되는 간판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표를 찾은 그의 발걸음이 방향을 잡고 그 쪽을 향해 수진이를 부축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










아...
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아....



늘 그렇듯이 숙취는 엄청났다.
쪼개질  한 머리...
멀미라도 하는 듯 출렁이는 뱃속.

수진이 대학교 1학년 MT때.
선배들이 주는 술을 거절하는 법을 모르고 덥석덥석 마시고는 다음날 겪은 미칠 듯 한 숙취를 겪고서야 배웠다.
술이란 결코 만만치 않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습게 본 사람에게는 무자비한 뒷끝을 보여준다는 것을.....



그날 이후 다시는 무식하지 않게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동물은 얼마나 간사한지....
일 년이 지나자 그때의 고통을 깔끔하게 지워내고 다시금 겪게 되는 숙취의 고통이었다.



그렇게 깨어난 수진은 또다시 후회를 했다.




깨질 듯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수진은 가슴이 답답했다.
무거운 돌이 얹어진 것처럼 갑갑해서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수진은 이질적인 것들을 금세 발견하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하고 퀘퀘한 냄새나는 방.
그리고 상체에 닿는 뜨끈하고 물컹한 느낌.

가려놓은 창 틈새로 햇빛이 비쳐 들어오며 어두운 방안을 흐릿하게 비춰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지자 사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명록의 모습.
하마터면 수진은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수진은 빠르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명록이 짓누르고 누워있는 몸을 힘겹게 빼내는데 다리에 물컹거리는 무엇인가 닿았다.


헐벗은 엉덩이를 공기 중에 훤히 드러내고 있는 명록.
그리고 남자의 허벅지라고 하기엔 이상한 감촉.

아무리 경험이 없는 수진이라도 자신의 다리에 닿은 게 어떤 건지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수진의 다리에 소름이 쫘악 돋으며 그녀는 그대로 돌이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하지만 이대로 있는 것 또한 용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소름이 쫙 돋은 상태에서 다시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인생의 고된 파도는  다시 그녀를 강타했다.

침대에서 일어나서 드러난 자신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수진은 더욱 패닉에 빠져들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벽한 알몸이었다.
그리고 침대 저 구석에 말려있는 자신의 팬티가 덩그라니 시선을 잡아끌고 있었다.





 마이 갓......
이건 말도...
안....돼......



눈물이 핑그르르 돌  같은 느낌과 함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첫경험.
그토록 동경하고 상상하던 일이, 이런 평범남이랑!!!
그것도 술에 취한 채 일어나다니......


수진은 전날 밤의 일을 아무리 떠올리려 했지만 깨어질듯 아픈 머릿 속은 야속하게도 텅텅 비어 어젯밤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미치겠다!!!!!!!!!!!!!



수진은 자신이 20년 동안 구축해오던 세상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제일 혐오하던 일.
술에 취한 남녀가 짐승처럼 교접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이렇게 허망하게 처녀를 잃게 될 줄이야.....



숙취로 인해 물을 찾던 수진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 놓인 콘돔 포장지를 발견하곤 화들짝 놀랬다.
아무리 모태쏠로라 해도 그녀들의 친구들에 의해 단단히 성교육을 받아온 그녀였다.
그리고 그제야 방을 둘러본 수진은 이곳이 일반 가정집이 아니라는 걸 일수 있었다.



성냥갑에 쓰여 있는 '황홀한 첫 경험 MT'.


수진은 혼전순결주의자는 아니었지만 성행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장밋빛 꿈.......

사랑하는 멋진 이성과 함께 아름다운 펜션에서 로맨틱한 분위기에서 젖어 황홀한 첫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싸구려 모텔에서 저런 평범남과 함께 라니...
그리고 얼마나 만났다고 고작 세번째 만남에 이런 꼬라지라니!!!!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정말 싫었지만...
절대 절대 소름끼치도록 싫었지만.....
명록과 잤다고 인정  수 없었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벌거벗은  남녀, 거기다가 둘은 한 침대에 엉켜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현실이었다.
수진에게 가혹한, 너무나도 명백한 증거들......

수진은 소파에 걸려 있는 자신의 옷가지들을 챙겨 입고 도망치듯이 모텔을 빠져 나왔다.



축축한 옷.




하늘도 잿빛인 게 비가 오려는지 온갖 곳에 습기가 가득 차 있는 듯 했다.


종종걸음으로 내달리는 가운데 등교시간인지 교복을 입은 중고등 학생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저들이 수진이 모텔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을까봐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다.



전날의 숙취로 머리와 속이 쓰렸지만 수진은 이미 낯이 팔릴 대로 팔려서....
부끄럽고 창피함에 지하철역을 찾아 아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수진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처음에는 그런 곳에서 일어난 자신에게 당황했고,  다음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술을 많이 마신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이년들......!!!!






화르르 불타는 심장.
절로 이가 뽀드득 소리를 내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버려진 배신감에 주먹을 꽉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것들이 나를 남자한테 버려?
 뇬들.....






도대체 그녀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의 신념을 알고 있으면서 그런 남자에게 자신을 맡긴 친구들에 대한 원망이, 수진의 가슴 속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발신자 배수진>>




학생 식당.
아침 수업을 빼먹은 수진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



영연.....
나희.....
아마도 설아에게도 오는  싶었다.


미친 듯이 돌아가며 걸려오는 전화에 둘은 설아를 쳐다보았으나 설아는 무사태평이었다.





야! 수진이한테 계속 전화 온다. 이년 왜 이러지? 이거 계속 받지 마? "


" 받지 마. "

단호한 설아의 한마디.
나희와 영연은 설아가 설명은 안 해도 이유 없이 시키는 일은 없었던 터라 그녀의 말에 계속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친 듯이 울리는 그녀들의 전화에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했다.
벌써 이러길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전화기에 수진의 도끼눈  얼굴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아니 대체 왜......





자연스럽게 영연과 나희는 다시 설아를 바라보았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 왜? "




그냥 받지 마. "




" 너 설마...어제, 수진이 어떻게 했어? "



나희는 마지막으로 남았던 사람이 설아라는 생각에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다.





" 그니깐, 받지 마. "


설아의 말에 영연과 나희는 아무 말도 안하고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눈치 빠른 영연도 나희의 질문 속에서 해답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느리게 눈동자가 커지고 입술이 동그라미를 만들기 시작했다.



진작 그녀들이 아무리 꼬셔도....
아무리 멋지고 잘생긴 남자가 고백해도....
일편단심 넘어가지 않고 20년간 지켜온 수진의 순정이었다.



순간 큰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영연과 나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순백의 신부도 그녀들의 얼굴보다 하얀 빛을 바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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