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제1부 : 1화. 여대생의 소중한 그것 (3) (4/195)



〈 4화 〉제1부 : # 1화. 여대생의 소중한 그것 (3)

4.



대략 십만 원 정도는 충분히 넘었을 게 뻔했다.




배부르게 먹긴 했는데 수진의 표정이 영 안 좋다.
분명 선배 말대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태임이 분명했다.

점심시간도 슬슬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빨리 외근 나온 볼일 보고 사무실 들어가려면 시간이 빠듯했다.
명록은 수진을 보며 미소를 함빡 지은 채 말했다.


" 저, 수진씨 이제 일어날까요? "




네에....... "



볼이 개구리 볼처럼 볼록 나와서 대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명록은 속으로 계속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승필 선배는 대체 이런 것을 어떻게 아는 걸까?
이러니 전설로 이름을 떨칠 수밖에........


참으로 생각 할수록 대단한 사람이었다.

수진은 가방을 어께에 메고 출구로 나서고 있었다.
명록은 그녀의 등 뒤로 천천히 따라갔다.


이윽고 계산대에 선 수진이 점원에게 청구금액을 확인하고 있었다.



" 109,670원 입니다."




수진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
순간 명록이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서 점원에게 말했다.

" 카드로 계산할게요. 일시불로 계산해주세요. "

순간 수진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포인트 카드나 적립카드, 회원 카드는 없으시고요? "



네. "




점원은 그가 내민 카드를 받고 계산한  서명할 곳을 가리켰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



명록은 우아하게 사인을 마쳤다.
점원은 계산대에서 나오는 영수증을 받아 카드와 함께 그에게 돌려주며 미소 지었다.




"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방문해주세요. "

명록은 옆에서 멍하니 있는 수진에게 말했다.



" 자. 이번 점심은 내가 살 테니까 담엔 진짜로 밥 한 끼 쏘는 거에요? "


그리고는 명록은 안주머니에서 명함 지갑을 꺼내 하나 뽑아서
그녀가 받을  자신의 이름이 보이도록 방향을 맞춰서 수진에게 건넸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다보니 자연스레 몸에 익은 버릇이었다.

수진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의 명함을 받아 훑어보았다.
보통 여기서 무언가 와야 되는데 그녀는 명함 한번 보고 자신을 보고 다시 명함을 보는 것이었다.

순간 명록은 그녀가 여대생임을 깨달았다.


' 아.... 이런 바보 멍청이 같으니라고. 여대생이 무슨 명함이 있나.......? 아.... 쪽팔려. "



약간 손을 내밀고 있던 자신의 아둔함에
속으로 머리를 두들기는 상상을 하며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수진은 그런 그의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 하하...... 암튼..... 점심 잘 먹었어요. 미인과 같이 오랜만에 점심을 먹었더니 아주 꿀맛이네요. 바빠서 이만 가볼께요. 나중에 밥 사는 거 잊지 말고 한번 꼭 연락해요? "




그렇게 명록은 그녀에게 우아한 미소를 남기고 먼저 그 자리를 떠났다.

짜잔!


왠지 멋진 빵빠레가 울리는 듯한 착각 속에서 걸음걸이도 절로 당당해졌다.



아마도 나의 멋진 뒷모습을 보며 반한 시선으로 보고 있을 거야. 하하하~!!!
성공률 80% 상필 선배의 노하우이었으니까.....
이정도면 거의 100%인거 같은데 왜 80%일까?
 수가 없네.
하하하......

그나저나 명록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여대생을 생각하니 절로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배수진이라.....
성을 붙이니까 좀 이상하군.

 무슨 상관이 있으랴.
이제 그녀와의 인연은  시작된 참이었다.
수진과의 미래만 상상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조잘대는  싶었다.




수진.....
아~~ 수진 씨가 언제쯤 전화할까?
흐흐흐~~~~
이거 마음 설레어서 일이 될지 모르겠네.

명록은 혼자 히쭉 거리며 회사차를 주차한 유료주차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순간 흐르는 탄식.

아.....


그러나 현실을 생각하면 마냥 핑크빛은 아니었다.


여자를 꼬시는 것은 좋은데 거래처 들려서 일 마무리 짓고 들어가려면 시간이 좀 빠듯했다.
요새 박과장님 심기가 안 좋아서 이렇게 땡땡이친  아시면 불호령이 떨어질게 뻔했다.

박과장의 얼굴이 생각나자 명록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





" 저, 수진씨 이제 일어날까요? "



" 네에....... "



능글맞은 남자가 수진을 바라보며 웃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 좋아졌던 수진의 기분이 남자의 얼굴을 보자 다시 나락으로 치달았다.

계산을 하기 위해 남자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수진은 계산대로 향했다.

" 109,670원 입니다."


아씨 진짜...
내 원피스...


수진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가방 안에서 지갑을 찾았다.
잘 먹은 것 까진 좋았는데 십만 원이란 금액을 듣고
계산을 막상 하려고 하니 기분이 안 좋아 지는 건 당연했다.


순간 그녀의 옆으로 튀어나오는 목소리 하나.

카드로 계산할게요. 일시불로 계산해주세요. "



뭐?!
지금  사람이 뭐하는 거지?


수진은 자기 옆에 서서 직원에게 카드를 내미는 남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 포인트 카드나 적립카드, 회원 카드는 없으시고요? "



" 네. "

" 서명 부탁드립니다. "


남자가 사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수진은 남자가 자신을 놀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이 남자.......

" 자. 이번 점심은 내가 살 테니까 담엔 진짜로 밥 한 끼 쏘는거에요? "



아항....
역시 남자들이란.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이 쏘려고 이런 곳에 데려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자 그동안 꽉 막혀있던 것이 쏴아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결국....
눈앞의 남자도 수진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이 연극을 했다는 사실에
수진은 기분이 나빠지다가도 한편으로는 웃겨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올  같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연스레 품속에서 명함을 꺼내서 수진에게 내밀었다.

[제일 광고 기획]

앞이 잘 보이게 남자가 명함을 내밀자 수진은 그제야  남자가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진은 얼떨결에 명함을 받았다.




광고 쪽에서 일하는 사람이구나.....

직업 때문일까?
양복은 입고 있었지만 같이 있는 동안, 여태까지  다른 직딩들에게서 으레 느꼈던 답답함도 느끼지 못했다.

[사원 방명록]


풉!
방명록이라니.


하마터면 수진의 웃음이 터질 뻔했다.
애써 웃음을 참아낸 수진에 시야에 어색하게 손을 내밀고 있는 명록이 담겼다.

뭘 줘야 하는 건가?



어색하게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야 명록이 내밀었던 손을 주머니에 가져간다.

" 하하...... 암튼..... 점심 잘 먹었어요. 미인과 같이 오랜만에 점심을 먹었더니 아주 꿀맛이네요. 바빠서 이만 가볼께요. 나중에  사는 거 잊지 말고 한번  연락해요? "

남자가 웃으며 빠르게 건물 밖으로 사라졌다.
계산대 앞에 홀로 남은 수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야?
예의상 번호도 안 물어 봐?



미친 놈처럼 이리로 끌고 들어와서 겁을 잔뜩 주더니 자기가 돈을 지불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명함을 줘놓고 수진의 휴대폰 번호도 묻지 않는 저의는
나보고 연락하라는 건가?
헐....

수진은 다시 기분이 나빠졌다.

저런 평범남이 자신이 얼마나 잘났기에, 천하의 배수진이 먼저 연락할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짜증이 확 올라오며 남자가 남기고 간 명함을 찢어 버리려 했다.
하지만 명함은 얇은 카드처럼 빳빳해 마음대로 찢어지지도 않고 살짝 구겨졌다.



아이씨.
정말.....!


마음대로 되지 않자 수진은 짜증을 내며 얼굴을 사정없이 구겼다.

" 흠흠. "

목을 가다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도 계산대 앞에 남은 자신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여직원의 눈빛.
그제야 수진은 직원의 눈치를 보며 건물을 나왔다.


오후 수업을 가기 위해 수진은 학교로 걸었다.
명함에 적힌 연락처 때문에 차마 거리에 버리지도 못하겠고 어정쩡하게 손에 들고 있던 수진은 그제야 명함 뒷면에 적힌 문구를 보았다.


[필요할 땐 언제나]



푸하.
대리운전이야~
심부름센터야~~~
이거 완전 웃겨~~~~

길을 걷던 사람들이 수진의 웃음 소리에 그녀를 쳐다봤지만 한번 터진 웃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아 이사람 뭐야.
이상해.
광고 쪽이라 그런 걸까?



의례 명함하면 떠오르는 딱딱함이 아니었다.
명함의 문구가 웃기기도 했고, 처음으로 받아 본 명함이었다.

수진은 킥킥 대면서 결국 지갑 안에 명함을 넣었다.



**************



" 오호.... 전수한대로 잘했나 보구나? "

간신히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서 보니 박과장님은 외부업체 미팅으로 외근을 나가신 상태였다.
사무실은 오랜만에 평화스러웠고 명록의 외출 목적을 알고 있는 승필 선배가 바로 접근해왔다.

명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역시 선배의 말대로던데요? 하하하~~ 완벽하게 첫인상 팍 심어주고 왔어요. "



" 호.... 그래? 걔 연락처는 어떻게 되는데? 함 연락처 줘봐. "



순간 명록의 얼굴이 뭔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상필은 그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하 소리 내며 어이없어 하고 있었다.




" 야...... 걔 전화번호 안받아왔어? "



" 전화번호 달라고 해야 해요? 여자애들이 순순히 전화번호 주겠어요? "



승필은 뜨악 하는 표정으로 명록을 바라보았다.



" 첨보는 사람한테 전화번호 달라고 하면 주기 싫을 테니까 제가 명함 주고 말했죠. 다음에 밥사라고. 꼭 연락하라고요. "



그의 말에 승필은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바로 명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 에구~~  평생 쏠로로 늙어죽을 녀석아~~~!!! 거기까지 대체 왜 갔다  거냐?! "

명록은 악소리를 내며 아픔에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 억울하다는 듯 승필 선배를 바라보았다.
손은 연신 맞은 머리 부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 아~~ 나름 이제 어엿한 사회인인데...... 폭력은 삼가하시죠. 선배님. 아파라... 그 정도면 잘했죠. 뭐어....... "


승필은 명록의 귀를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 에휴.... 밥을 떠서 먹여줘도 흘릴 작자야. 야~~ 생각을 해봐. 빚진 놈이 일부러 찾아와서 나 빚졌으니 갚겠소 하겠냐? 너 같음 일부러 찾아가서 밥 사주겠어? 그리고 명함? 니가 오늘 약 올린 건 생각도 안하냐? 명함? 아마 바로 발기발기 찢어버렸을껄? "

명록은 멀뚱멀뚱 눈을 깜빡거리며 입을 열었다.



" 제껀 플라스틱 재질이라..... 안 찢어져요. "

승필은 푸하하하~~폭소를 터뜨렸다.


" 아휴.... 잘났다...... 그럼 확 꾸겨서 버렸겠네 하하하~~ 에휴 저런 놈에게 내가 노하우를 전수했다니.....시간이 아깝다.....시간이 아까워. "

이내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가는 것이었다.
명록은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전화번호를 땄어야 되는구나.....
그래야 연락이 없어도 내가 연락하는 건데......
정말 승필 선배말대로 꾸겨서  명함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점심에 결제한 10만원이 그냥 허공으로 날아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잘 먹고 온 스테이크 뱃속이 더부룩해졌다.


아......
젠장......
모태 쏠로의 슬픔이여.......






















<<여대생의 소중한 그것(3)>> 끝 => <<제2화 헬륨가스 같은 그녀들의 우정 (1)>> 로 계속!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