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447)화 (447/454)



〈 447화 〉135. 나는 건전함과 야릇함으로 이루어졌노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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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신기한 건.
밤에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자신들이 총애를 얻지 못하고 있단 자체적 해석에 심취해 여러모로 자신들이 불행하고 불우하다는 분위기를 몸소 풍겨대고 있다는 건데… 솔직히 이해가 마냥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시대적으로 왕이며 황제, 어쨌든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놓인 이의 정부인이 아닌 첩, 사실상 후궁이 된 거 자체만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고 인식하는 건 어쩔 도리가 없겠지.
그런 면에서 내가 무신경했나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대우는 충분히 해줬으니까.’

다만 그 이상을 기대하거나, 뭔가를 꾀하거나 의도하려 든다거나, 그 이상으로 선을 넘으려 들려는 수작질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
이조차도 이해는 된다.
여기에 오게   비즈니스적 목적도 감안하고서 온 거니까.

자신의 혈족, 가문이라는 조직, 기업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그 헌신은 그럭저럭 존중하고자 했다.
억지로 딸려 보내진 거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만.
무엇보다 나는 여자들이 자기들끼리 샤바샤바하면서 정치질하는  몹시 싫어한다.

‘친해질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쳐.’

그러면 최소 서로 총질은 하지 말던가.
이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그걸 방치하냐 마냐는 완전 별개의 문제다.
내 뇌가 거시기로 되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렇기 때문에라도 나는 이쪽 위계 질서가 붕괴되지 않도록 철저히 선을 지켜나갈 예정이다.

그리고, 그쪽이 되려 재미있기도 하고.
원래 가치라는 것도 경매를 붙여 판매하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금액도 부풀리기 좋은 거 아니겠나.
…그만큼 관심 및 가치가 확고해야 하겠지만, 그들이 무슨 눈에 돋보기나 현미경을 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뭐가 뭔지 어떻게 알겠나.

요점은, 그럴싸하면 된다는 거다.

‘그건 그렇고.’

막상 모아보니 인원만 따져도 한가득이네.
내 개인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이들을 제외하고도, 스물 이상.
그만큼 개성적인 일면들이 쫘악 널려 있었다.

…살다살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조금 감개무량해졌다.

‘그토록 망상이든 상상을 했을 땐 다가올 거 같지도 않았던 일상 풍경이었거늘.’

지금은 뭐, 오히려 이게 정상이라니, 아주 재미난 희극이 아닐 수 없었다.

“다들 모였는가?”
“예, 폐하. 전부 다 모였사옵니다.”

황제의 시종장으로 얼마 전에도 헨델과 함께 날 아주 더럽게 번거롭게 만드는데 일조한, 망할 노인네는 여전히 내 뒤에 시립해 빳빳하게 고개를 세우고 있었다.

훑어보는 시선이 실로 오만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도 그럴게… 그는 무려 옛 제국의 후작가 출신의, 그러나 제국이 망한 뒤 은거했다가 어찌어찌 합류시켜 시종장으로 복귀시킨 인물이었다.
삶에 미련도 없고 죽을 날만 기다리다 가는 김에 나라 되돌아가는거나 보고 죽겠다며 따랐는데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관여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종장으로서의 역할도 확실히 수행해내지만, 그 이상으로 인간 병기 급의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라 근위대 가운데서도 당장 그와 손속을 겨룰  있는 이라곤 딱 셋 정도에 불과했다.

…아, 헨델은 예외라 치고.
제국에 인재가 많다지만, 그 인재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 망할 시종장은 그 상대적 기준치에서도 상당히 윗줄에 눌러앉은, 속된 말로 태생적 적폐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나는 안 본다 쳐도 주변에선 보겠지.
그래, 그게 의미가 있는 거다.
모름지기 문지기 선에서 컷 돼야 잡다한 걸로 스트레스 안 받는 거니까.

“내 듣자하니 요즘 들어 이런저런 불미스러운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하네만, 어찌들 생각하는가?”

좌중은  죽은 듯 침묵을 이어간다.
뭐 말이 대화, 교류, 토론의 장이지 실상은 나 혼자만 씨부리기 위한 장소라는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을 거다.
필시  타임을 가질 법한 사교 장소이자 접견장이긴 하나, 그것도 누가 자리하고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쓰임새는 달라지기 마련.

대낮의 햇볕이따사하게 내부를 밝혀오지만, 그만큼 실내 분위기는 다른 의미로 차갑게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모순되지만, 실제로 그런 기분이긴 했다.
그리고 좌중을 싸늘하게 만드는 건 나와 날 수행하는 인원들이 형성하는, 일종에 권위를 빌린 위압감에 가까운 무엇.

반면 일그러지는 듯한 불협화음은, 비록 들리지 않음에도 그녀들 속내에서 무언가 일이 그릇됐음이 은연 중 퍼져나감으로서 생겨나는 균열 같은 거라는 걸, 나는 대략적인 분위기로 읽어내고 있었다.

“어렵게들 생각 말게나. 알다시피 나는 권력을 내려놓은 황제이고, 실권을 쥔 이가 따로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 아니던가?”
“당치도 않사옵니다, 폐하!”

노인네 양반, 가만히 좀 있으시죠?
기껏 분위기 좀 풀어보려 했더니….
다들 흠칫해서 고개를 꺾고 있잖습니까!

…뭐 눈  마주치고 일방적으로 투덜대기엔 더 없이 훌륭한 분위기인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겧ㅆ지만.

“우선 짐의 대행이자 분신이며 근간, 짐이 사라져도 사실상 이 제국을 이끌어 갈 이가 있다면 그건 다들 알겠지만 그녀다. 이에 대해선 이견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녀라고 말했는데 이걸 이해 못 하는 똘추가 있진 않겠지.

“다음으로는 내가 총애하는 그녀들이다. 굳이 날 따르고자 하여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에까지 따라와 준 이들. 나는 그녀들에게  소신과 성심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다. 짐이 인도하여 놓고 이를 방치하고 외면한다면, 이는 아이를 낳아놓고 내다 버리는 일과 무슨 차이가 있겠나? 짐은 그런 부도덕한 행위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바. 그러기에 그녀들에 대한 어떠한 음해와 중상도 허용치 않을 테며, 이후 이러한 것들을 고려 않고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감정과 악의에 혹해 정도에 벗어난 행각들이 발각될 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단언컨대 얼굴이 반반하며 미모가 출중하다 하여, 또 가문이 휘황찬란하다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단 사실을 이해하라. 나는 아니겠지? 혹시라도 그럴 리가? 라는 예외는 지금 이 순간 부로 머릿속에서 깨끗하게 씻어내도록.  더러움을 방치한  악의라는 형태의 추잡함을  황궁 내에서 흩뿌리는 날, 짐의 이름을 걸고 단언컨대… 그대들이 내 핏줄을 잉태했다 하여도, 필히 연대로 책임을 물을 것이며, 경중의 고하를 막론하고… 싹들을 모조리 잘라버릴 것이다. 그리고이러한 짐의 언행, 각오를 악 이용하려드는 발칙한 종자가 있다면… 다시금 단언하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절망을 안겨주도록 하겠다.
추잡하고 더러운, 잡됨을 드러내지 마라. 신분 따위로 자신이 고귀하다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히지 말 것이며, 행실로서 증명하라.그 외에 모든 건 전부, 무의미할지니.”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간 생각에 잠긴다.
흠, 이 다음 뭐라 씨부릴까나.
딱히 명언을 나불대거나 그럴싸한 개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말로 해선 못 알아 처먹는 이들이 나중에 가서 무릎 꿇고 발악하듯 사죄하고 난동을 피우는 꼬락서니를 볼 생각은 없기에, 가급적 확실하게 알아 처먹어주길 바랄 뿐인데….

“말로 하니 크게 와닿지 않을 듯하여 본래는 이곳에서  사람을 본보기로 어찌 해볼까 싶었지만, 그래서야  또한 가당치 않으며, 너무 잔혹하다 여겨 이번만큼은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이후 명심하라. 이곳에 있는 그대들 모두가, 형제며 자매임을.
친근하게 지낼 수 없을 수도 있다. 억지로 달라붙어 아양을 떨고 애교를 부리며 가식 행위를 일삼으면서까지 서로를 대하라는 게 아니다. 짐은 기꺼이 개인의 성향, 취향, 삶의 방향성을 존중해주리라. 그저 아이를 낳고 정치적 도구로서 이용당하는  그대들도 썩 원치 않을 터. 그러니 이후, 그대들이 하고 싶은 바를 적극 이행하도록! 짐은 그걸 전적으로 존중하며, 장려하도록 노력하겠다.”

거기다 지금 여기 불려온 애들 가운데는 우리 현대 세계 기준으론 까마득한 미성년자도 있다.
…나는 소아성애자도 아니며 로리에 심취하지도 않았기에, 솔직히 이런 경우는 가뜩이나 성욕이 없는 상태에서 더더욱… 뭐랄까, 소름? 꺼림칙함? 아무튼 좀 그랬다.

애초에 아이를 보며 귀엽구나, 예쁘장하구나, 정도를 떠올리거나 사탕이나 간식, 과자를 들려주고 싶어야 정상이지, 그걸 성욕의 대상으로…?
…싹 다 불살라버려야지.

뭐 겉 외양이 아이지만 실상은 수십, 수백 살 먹은 누구 씨들이라면… 음, 나는 그래도 솔직히 그건 좀… 아, 그래도 만약 정말로, 그러긴 힘들겠지만 그 상태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다면야… 음, 뭐… 할  있을…까? 지도? 아마도? 혹시라도?

…생각하는 것만으로 뇌가 꼬이네. 어휴.
역시 거유에 골반 쩌는 딱 후배, 동갑, 선배 정도가 제격.

아 물론 나는 개쩌는 유부녀도 좋아합니다.
…조조는 아니지만, 그만큼 매력이 넘치니까 벌써 결혼하고 그랬던 거 아니겠나.

……갑자기 망상이 산을 넘어 성층권을 뚫으려 하네. 미쳐버린 건가?
이걸 대놓고 입으로 떠들었다면 미친놈 소리 듣기 딱 좋았겠지.
그래도 황제라는 권위 때문에 그럭저럭 치장됐겠지만, 괴소문이 도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을 거다.

아무튼.

“요점은 이거다. 정치질하지 마라. 그걸로 잡스러운  없게 하라. 서로  일들이 없어서 그딴 보잘 없는 것에 눈이 돌아가는 걸 테니,  일을 만들어주겠다. 대신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 건지, 혹은 배우고 싶은 건지, 꿈이 있다면 이 또한 짐으로 하여금 적극 어필하여 그 뜻을 펼칠  있도록 짐을 설득하고, 주변을 설득해 보아라.”

거기서 다시금 침묵하고, 좌중에 시선이 모임과 동시에.

“그대들은 아무쪼록 제국의 황비니라.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추어라. 자부심을 가지거라. 지금 그대들의 모습이 훗날 많은 이들이 닮고, 따르고, 받들고자 하는 모습이 될 터이니. 역사에 더러운 마녀로, 추잡한 악녀로 남고자 하진 않겠지? 짐의 부인 중에 그러한 이가 없길 바란다. 그리고 혹여 있다면, 유감스럽지만 짐이 친히 목을 치고, 내장을 끄집어내주마. 그게 또한, 짐의 의무일지니.”

막판에 좀 심각한 표현을 던졌지만, 끝을 이리 끝내면 그럭저럭 인상에 남겠지.
어쨌든 할 일들이 없으니까 서로 협잡질에 재미 들려 있는 거다.

원래 정치가 게임으로 치면 최상급 심리 게임이 아니던가? 인간 하나 매몰하고 망가뜨리는 재미는 상상을 초월하는 충족감을 불러오는 법!
…그럴 거면 그냥 마작들이나 하게 만들까?
괜한 걱정이 드는 하루였다.

아, 빨리 마누라 껴안고 큼큼대며 자고 싶어지네.

요즘  되는 낙이라면 이거일 거다.
묵묵히 묵혀둬서, 떡을 칠 때쯤 얼마나 큰 만족감이 도래할지, 그에 대한 기대감마저 품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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