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96)화 (396/454)



〈 396화 〉119. 나는 달을 바라본다.

“머리 모양을 바꾸면 훨씬 더 좋을 거 같은데.”



칭찬을 할 땐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해주는  좋다고, 어느 연애 잡지에서 본 기억이 불쑥 들었다.


나는 그렇다지만, 애송이 녀석이 당시에 그런 책을 읽은 건 아닐 테니, 아마 운 좋게 손에 잡혀 이것저것 살피다 본 게 그거겠지.


유추해보건대, 인터넷의 연애며 심리 관련 글이나 칼럼 기사를 무심코 접한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무튼.

소녀의 옷차림은 어설프다 쳐도 기본 베이스가 좋으니 그거 하나만으로 인상은 확 바뀔 거라 녀석은 생각했나 보다.

옷은 뭔가 칙칙한 제복 비슷한 건데, 정장이라 하기도 그렇고, 뭔가 마법사들의 로브? 그런 거라 취급하기도 미묘하다.


어깨에서 허리까지 간신히 오는, 휘장처럼 내걸린 로브. 그 아래로는 원피스로 무릎 아래까지 오는, 다시금 칙칙한 제복 느낌의 무언가.

프릴이라던가 여성스러운 부가적인 무언가가 일체 안 느껴져서, 칙칙함이 더욱 배로 부푼 듯한 인상을 마구 풍겨대는 사무적인 복장이었다.


로브의 길이가 아무래도 계급? 등급을 논한다 치면, 녀석의 담당으로 이것저것 설명을 해댄 중년 사내의 경우엔 무릎길이까지 로브가 내려왔으니 소녀하고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가 있는 걸지도.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칙칙하기 그지없는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와 눈을 어설피 가리는 터라, 흔히 말하는 칙칙한 인상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귀두 컷보단 나은 거 같다는 게 웃기지만.

“뭔 상관이야.”

다음날 본 소녀는 여전히 삐딱했다.

뭐 하루 만에 저런 소극적이고 배타적인, 어쩌면 부끄러움이 많을 소녀가 마음을 터놓고 웃으며 손을 흔들 거라 기대하는 거야말로 난센스겠지만.

“그보다  너희가 나도 모르는 상등급 수학 내용들을 알고 있는 건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소년은 아직 미적분은커녕 그 이전 단계조차 배우지 못한 케이스.


반면 소녀는 그 이상의 수학적인 이론을 안 보고 줄줄 외울 정도였는데, 딱히 그녀가 천재거나 그쪽 재능이 특출나서 그런 게 아니란다.



“이건 기본이니까.”
“…….”

즉, 이곳 교육 수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등급이란 의미겠지.

그도 그럴게, 이곳에서의 마법을 비롯한 각종 이론은 하나하나가 애송이로선 엄두를   정도로 다양하며, 무궁무진하며, 그 깊이는 이루 말할  없을 정도.


이를 테면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라던가, 물질조차 입자이며 파동이라는 전제며 개념을 아예 이미 다 아는 건 물론, 그 이상을 논하는 정도?

애초에 빛이 입자이자 파동이란 개념조차 애송이로선 처음 듣는 소리였지만.
거기다 그게 입자며 파동이어서  어쩌라는 건데?


애송이의 입장을 잠시 헤아려본다.

그래, 고딩 때라면… 뭔가 기초 과학 차원에서 과학 선생님이 썰을   살짝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 뭐냐, 과학계의 슈퍼 아이돌이자 주식 폭망의 대가인 아이작 뉴턴께서 빛은 입자임, 나머지는 다 아닥하셈! 하고 이게 대세화 되다가, 이게 역전되게 되는 계기로서 빛의 이중 플릿이 어쩌고?

그리고 어쩌고저쩌고하다가 광전 뭐시기가 나오는데,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노벨상을 탄 계기가 그 광전 뭐시기 였다 어쨌다나.

…제대로 기억도 안 나네.

‘지금이야 양자역학 어쩌고 해서 대강 흘러나온 역사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만.’



여전히 양자역학 자체는 뭔 개소리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뭐 파인만 선생께서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모르는  정상이고 알면 되려 이상한 거라고.

여기서 양자색 역학 같은 거까지 걸고넘어지면 아주 개판일 테지만, 유감스럽게도 과거적 나, 저 애송이는 그런 거하곤 담을 쌓아둔 녀석이기에, 결과적으로 소녀가 하는 소리를 일일이 주워듣는 게 고작. 당연하지만 이해한다는 전제는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간  오래고.



“네가 말하는 그, 마법. 여기선 종류가 다양하지만 이법, 경륜술, 천공학, 법리술, 공리대법, 진명학, 초륜법 등을 배울  없는 이유는, 적어도 지금 내가 설명하는  정도는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거거든. 애초에 너희 세계는 과학이란  대세라며? 그렇다면 기초 현상 물리학은 네 복장이며 들은 내용을 토대로 기본 상식 등을 바탕으로  발전했다는 건 알겠는데, 당연한  우리는  쉬듯 이해하고 받아 들여온 공간학을 비롯해, 초공간, 초심공학은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거며, 이에 대한 이해는 아직 원시적일 거라는 건데… 그래서야 각 세계, 공간의 성질과 형질에 따라 격변하는 세계의… 네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에너지, 힘을 이해하며 그 힘의 본질과 형질을 이해하며, 그걸 우리에 맞게 새로이 여과해 본력을 전환하는 등은… 솔직히 시작조차 못 하겠지. 어때? 내가 한 말 가운데 이해 안 되는 거라도 있어?”
“…뭔가 시작도 안 됐다는  알겠는데.”
“주제를 알게 된 것만 해도 다행이지. 그러니 이것저것 배워보겠다고 자꾸 다른 이들한테 기웃대며 민폐 끼치지 말고.”
“그럼 너한테는 괜찮아?”
“…뻔뻔하기까지 하네.”



그보다 고작 하루 지났는데 벌써 여기까지 말문이 터졌다고? 이것이 젊음인가?


그보다 당장 저 소녀가 말하는 내용 자체만 해도, 나조차도 이해 안 되는 것들이 태반인데?

“예컨대 너희는 박 터지게 공부하는 학생이란 거구나.”
“…틀린 말은 아니지. 다만 공부만 하는  아니야. 실질적으로 이건 부가적인 거야. 시간이 날 때 알아서 공부하고 습득해둠으로써 이후 있을 사태며 임무에 대한….”
“임무?”
“네가 말하는 학교는 공부 및 이론만 가르친다 그랬지? 우린 실기가 기본이고, 이론 학습은 뒷전이야. 그게 당연한 거고. 필요하면 알아서 찾게 되니 그에 대한 시간은 항상 부족하지. 그러니 그만큼 집중하며, 또한 역경과 고난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니까.”
“그건 적자생존, 약육강식 말하는 거야? 나중에 그러다 한데 모아 서로 죽여라 하는  아냐?”
“…그건 또 뭔데.”
“우리 세계 무협지에서 실전으로 애들 굴리다가 막바지에 서로 죽이게 해서, 거기서 살아남은 애들만 정예로 받아들인다거나 하는,  흔하디 흔한 어둠의 조직, 악의 집단 쪽의 인재 양성 방식이지.”
“……그런 야만적인 짓을 한다고 인재가 튀어나오는 건 아닐 텐데. 어차피 타고난 녀석들은 조기에 빛을 보며, 아닌 녀석들은 이후 꾸준한 단련과 학습을 바탕으로 이후를 도모하는  상식이잖아?”
“…그런가?”
“누구에겐 1년이면 되는 게, 누구에겐 10년이  걸릴 수도 있어. 모두가 다르니까. 타고난 성질, 재능, 자질, 소재. 네가 말하는 바를 들어보니, 너희의 교육 시스템은 그거네. 학습을 비롯해 인재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일꾼을 양성하려는 목적. 그걸 적응시키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또 적응당하고, 관리당하는  사전 예습하는 방식.”
“음, 그 부분은  모르겠지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단 말이지.”




…굉장히 무시무시한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대네.

“개개인을 관리할 수 없기에 한 울타리에 우겨넣는 방식이니까.  안에서 개성과 특색을 보이는 건, 오히려 사회악으로 취급하겠지. 그러니 개성을 죽이고, 특색을 죽여, 자신들의 울타리의 분위기와 정서에 맞게 모두를 관리하는, 그런 거?”
“…그렇게 들으니  맞는 거 같고.”
“그래, 대충 알겠어.”




소녀는 뭔가 납득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데 왜 너 같은 녀석이 있는 건데?”
“내가 어찌 알리?”
“말만 들어보면 병영 국가… 아니, 경찰 국가 체제 못지않게 억압받는 사회라는 건데. 내가 잘못 이해한 게 있는 거야?”
“병영 국가? 그게 뭔데? 경찰 국가는 또 뭐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내용이 동일한지 아닌지도 헷갈리는데… 통역술에 어긋남이 없길 기도할 수밖에 없겠네.”

그러자 애송이가 불평한다.



“뭐가 이렇게 복잡해? 마법은 그냥 뭔가 주문을 외우던 뭔가 뭐시기 해서 빠박! 하면 좀 좋아?”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거든.”



푸념하며 낙담하는 녀석을 위로하는 건지 격려하는 건지 애매한 투로 소녀가 덧붙인다.



“내겐 조금 상냥해 주면  좋아?”
“우리 모두에게 불친절하지.”
“그럼 너라도 좀 친절하게 대해주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거든.”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애송이.

…재미있네.
뭔가, 청춘이랄까… 그냥 보고만 있어도 짠해지는 그런  있었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하루, 이틀.
그러나 3일째 되는 날, 소녀는 더 이상 도서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됐다.


오늘만 날인가 싶어 다음날도 찾아가 기다려봤음에도, 소녀는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