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49)화 (349/454)



〈 349화 〉102. 순탄할 때가 위기라 누가 그랬더라?(3)

무엇보다 에드릭이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도, 저번에 결혼이다 뭐다  때 대대적으로 부군들하고 움직이는 광고 전광판 마냥 끌려다니다 본사 호출 덕에 퍽 쓰러질 때를 제외하면, 왕성 밖으로 대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을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

그에 따른 호응이며 환호도 적지 않았기에 에드릭도 겸사겸사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상을 누려온 에드릭에게 있어, 이곳 세계의 가정 형성에 대한 안정성은 한편으론 이해하기 모호할 순 있지만, 에드릭은 그조차 충분히 숙지한  이해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성인 취급  해주는 게 이쪽 시대상인지라, 안 한다 치면 그에 합당한 이유라도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알리샤가 특이한 케이스긴 하지. 에우리에야 평범한 자들의 이단인 마법사니까 그러려니 쳐도.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길을 따라 왕성까지 향하는데만 1~2시간은 족히 걸렸다.


이조차도 너무 늦지 않은 속도로 나아갔기에 망정이지, 느릿느릿 갔으면 반나절은 족히 날아갔을지도.


어쨌든 왕성에 도착해 왕 앞에서 개선 보고를 신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읊고, 결과를 개창하는 등, 개선식은 백성들에게 과시하는  말고도 귀족이며 신하들을 향해 과시, 선포하는 등의 행사도 순차적으로 이어져 에드릭으로 하여금 하품을 참는 곤혹스러운 처지를 마구 이끌어냈다.

‘이렇게 보면 판타지 세계에 대한 로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같고.’


아님 완전히 알려지지 미개척, 환상의 세계로 모험이라도 떠나야 최초로 이쪽 세계를 밟았을 때의 설렘이 다시 재현될까 하고, 에드릭은 남들이 눈치 못 채도록 딴청을 피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주변 귀족들 반응서부터 그런 걸 따져서 기반 데이터로 삼고… 뭐시기까지 하자니 너무 번거롭다 보니, 여기선 그냥 머릿속을 비우기로 했다.




‘얕잡아 볼 여지만 없게 표정 관리만 하고….’


그렇게 장장 1시간 가까이, 왕녀의 개선 보고가 끝나고 이에 대한 몇몇 공적을 치하하고, 이후 철왕이 다시금 연설 및 정리 차원에서 쏼라쏼라하는 게 끝나고서야, 행사가 일단락됐다.
이후론 왕녀와 함께 시종들에게 딸려갔는데….


“왜 저만 이런 차림입니까? 왕녀님께선?”
“본인은 이게 편하다.”



하며 여전히 칙칙한 갑옷을 고수하시는 왕녀님의 그 상큼한 반응에 에드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야 말았다.



“뭐 걱정 말거라.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까지, 침대에 들기까지 이러진 않을 테니 그 점은 염려 말고.”



…그러면서도 은연중 기대감을 북돋는 듯한 그 발언이, 몹시 발칙한 건 또 왜인지.

어쨌든 에드릭이 고대하지 않았던 무도회까지 이어지고, 거기서 적당히 미소와 접대용 얼굴, 멘트 등을 구사하며 피로감이 가중되는  억지로 감내하던 에드릭은, 날이 저문 와중에도 아주  났다는 듯이 하하호호 하는 무수한 군상들을 보며, 속이 썩어나는 기분을 느꼈다.




‘번거롭다.’

역시 이쪽 체질이 아니라니깐.


심지어 패왕녀가 대놓고 이에 대한 응대를 에드릭 자신에게 일임한 덕에, 피로도는 더욱 가중됐다.


이쯤 되면 각 잡고 사람 부려먹으며 놀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해가 지고 한참을 지나, 뭔  말이며 먹으며 즐길 거리들이 많은지 집에도 안 기어들어 가고 자빠진 것들을 일일이 상대해주며, 어느 정도 정리되는 선까지 자리를 지킨 에드릭.

…여타 판타지 소설들 속 인물들 마냥 중도에 빠져나올 수 있음 얼마나 좋았겠냐만, 정작 철왕이니 주역인 패왕녀가 자리를 비웠기에, 자신조차 빠지면 상황이 아주 메롱할 거 같아서, 어쨌든 밥값 한다는 마인드로 버텨내긴 했는데….


“만만세다. 뻐킹.”




이번은 예외니까 이렇게 해줬다 치지만, 다음은 얄짤없을 줄 알아라.


“고생하셨습니다.”

전속 시녀들이 후다닥 달라붙어 옷을 벗겨내는 걸 멀뚱히 지켜봤다.
여기선 상대가 속옷을 벗겨도 태연자약해야 한다.


애초에 에드릭이 자기 맨몸이며 나체를 보여주는 것에 유난을  이유도 없고, 물건이 작아서 그거 부끄러워 감출 필요는 더더욱 없기도 하고.

초기에는 안 하던 짓이라 조금 그랬지만, 이것도 몇 번 허용하고 나면 거기서부턴 그러려니 싶게 된다.

거기다 은연중 나체가 되고 목욕 차원에서 서비스를 받을 때, 시녀들의 눈이 에드릭의 성기에 오가는 시선들은, 공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남 눈치 보는 게 귀찮은 에드릭조차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기도 했고.

…이래서 주니어는 크고 우람하고  일.


“그녀는?”
“아직 폐하를 알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흐음….”


같이 씻는  맞으려나? 어떠려나?
에드릭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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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은 뒤 책자를 들추며 기다리길 한참.

“본론으로 들어가자꾸나.”



 갑옷 차림 만 보다가 일상복에 가까운 가벼운 복장을 보니, 뭐랄까….
일상복이라 하여도 맨살이 거진 비추지 않는  매한가지.
겨울이라곤 해도 해가 저문 직후 방 안엔 불을 떼움은 물론 침대 아래에도 발열석을 넣어둔 터라 몸을 녹이는덴 전혀 문제가 없는 환경이 구성돼 있었다.
그러기에 에드릭은 침대에 앉아 허리 받침을 겸하는 베개를 내려둔 상태로 있었는데….

“그대로 있어라.”

일어나서 그녀를 맞이하려 했으나, 손을 휘저어 만류한 그녀가 친히 인근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병문안 온 누구들 마냥 시녀들이 놓아둔 의자에 털썩 앉은 그녀가 부츠가 끼워진 다리를 꼰 채로 에드릭의 인근에 자리했다.


“멜크리우스에 대해서다. 그녀의 소재지며 현재 상태에 관해 아는 바는?”
“모르죠.”
“모른다? 하면 어찌 찾아갈 속셈이었더냐?”
“말씀드렸던 시기엔 찾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그녀 쪽에서도 팀장님에 관한 소재며 현황이 파악이 안 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굳이 내게 묻기보단, 자신이 그에 관해 설명해주거나 결론만 간단히 언급했겠지.

그리고 그녀가 파악할 정도라면, 충분히 내 쪽도 사전 파악이 가능했으리란 추측을 했을 테고.


“필요한 건?”
“여기 꽁 박혀 있어선 힘들죠.”
“활동의 자유인가.”




고민하듯 엄지로 자신의 턱 부근을 매만지는 그녀.
소녀며 여성보단 어딘가 나이 든, 턱수염을 기른 중년 사내가 할 법한 몸짓이었지만, 에드릭은 그것도  어울리는구나 싶었다.


생각해보니 민낯을  본 건 아니지만, 의외로 만나는 횟수가 적은 거 이상으로, 인상에 강렬히 박힌 거라곤 특유의 칠흑 같은 갑옷 쪽인데, 그게 사라지니 몸이 훨씬 더 왜소해진 듯한 착시마저 느껴졌다. 그럴 리 없음을 알면서도.


일반적인 여성들보단 옷 사이로 느껴지는 팔뚝이며 다리의 각선미 등이 훨씬 튼튼하게 느껴졌지만, 그러한 건강미가 물씬 흘러넘치는 육신은 역시 남다른 구석이 있단 말이지.



“카일론에선 제법  거리인 바벨픈 군도 출신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그쪽은 폐쇄적인 환경이기에 좀처럼 관련 정보를 습득하기가 쉽지 않은 장소다. 무엇보다 그쪽 출신들 대부분은 대륙에서도 이름을 떨칠 정도로 다재다능한 재주들을 지닌 인재들이 속출하곤 했지. 그녀는 그 가운데서도 제법 고위층이라고는 들었네만….”“그렇군요….”
“전에도 느꼈지만 그대와 연이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한 일이지. 어쨌든… 그에 관해선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군. 아바마마께서 그런 사적인 일로 부군 되는 자가 자리를 비우는 걸 용납할 거라 기대하긴 어려우니.”
“절 못 부려먹어서 안달이죠. 꾀병도 하루 이틀이지….”
“정 불가능하면 무단으로 알아서 몸을 빼도록. 이후 이 몸이 왕좌를 차지한 뒤 돌아오면 되니 그동안 잡히지 말고 알아서 잘 자숙하던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십니다?


“하고자 하는 걸 관철하는 게 무릇 사내 아니더냐? 악의적으로 누군가의 눈에 피눈물을 쏟게 하는 게 아니라면야,  못하겠나?”
“뭐… 그 말씀도 맞죠.”
“하면 그리해라. 미련이 있으니 놀고먹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지는  아니겠나. 날개가 있는 새를 새장에 가둬둔다 하여 그 새가 늘 아름답게 노래하며, 흥겹게 그 생활에 만족하리라 느끼는 이가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신병이 있는 게지. 자유를 결박당한 생명체는 곧잘 시드는 법. 식물이라면 모르겠지만, 한 곳에 처박혀 있을 거면 우리의 두 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



매번 느끼지만 아주 진취적이면서도, 파격적이신 분이시라니깐.

“폐하께서 애 낳으라 어쩌라 재촉하시는  어쩌실 참이신지요?”
“전쟁이 마무리되고, 일단락된 직후, 왕좌에 오른 다음에 생각해보면  일이지. 본인은 아직 젊다. 초조해할 필요가 없지.”
“그도 그렇군요.”


국왕이 자꾸  낳아야 하니 후딱 하라는 양 눈치를 주곤 있지만, 애초에 그러려고 작정했고 그럴 의지가 있었다면 패왕녀는 부군 후보 때 이미 여타 남자들을 싹  끌어들여 그들의 밤 솜씨를 즐겼으리라.

사내가 미녀들을 마다하는 바가 좀처럼 없듯, 그건 여자 쪽이라 해서 별반 차이가 있을쏘냐.


사치 향락엔 남녀노소가 따로 없는 거다.




“그보다 그대가 구했다는  영지에 대해 털어놓아 보도록.”

에드릭은 케사린 영지가 어찌 굴러가는지, 무슨 목적으로 거길 구매했는지를 철왕에게 했던 내용보다는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흐음….”

철왕도 에드릭의 말을 듣곤 흥미롭게 여기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대가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 휴양지든 투자처 목적으로 키워 영향력을 다른 방편으로 확대하는 건 왕가의 일원으로선 흔한 일이니, 번거로워할 필요 없노라. 우리가  같잖은 종교쟁이들처럼 고리 대금업을 비롯해 돈을 굴려 이익을 극대화하는 걸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죄악이라 주장해대는 비합리주의적인 것들도 아니고.”

돈으로 돈을 번다는, 현대에선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금융 상식은  시기엔 철저한 죄악에 해당했다.

덕분에 투자조차도 잘못 행할 시엔 종교 재판에 회부되고,  명목으로 자산이 털리거나 이익금을 회수당하는 등, 그걸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인데 순서가 바뀌어 자기의 직속 윗선, 대영주나 왕 등에게 이 문제로 걸고넘어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빌미를 붙잡히게 되니 이건 이것대로 곤란할 수밖에.


애초에 장원이 있는 시점에 자급자족이 무난한데 구태여 투자라는 게 필요는 한가?
은행보단 금고며 보물 창고를 채우고, 거길 지키고 방비하는데 급급한 게  시대의 상식적인 기득권층의 방침들인데, 분주히 돈을 굴린다?


그러기에 굴린다 치면 전부 개척  개발 등으로 한정되기 마련.

광산이 발견됐다거나 하는 식의 자원 문제며 건물을 짓고 요새를 짓고 증축하거나 허무는 등. 토목 토건 쪽이라거나, 마법  연금술 등의 연구 개발 등에 투자하는 게 일상적.


혹은 마물이나 관련 문제로 용병을 고용하거나 길드와 협업해 현상금 의뢰를 주기적 혹은 단번에 수주해 외부 치안을 다독인다던가.


마물이며 괴물 등의 존재는 판타지 세계의 상업, 상단의 무력 수치를 대거 올리는 주요 이유기도 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일개 자영업자 측면에서 짐 마차 하나 끌고 이곳저곳 오가는 이들이 넘쳐나야 정상일 테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런 이들의 수가 적은 편인 거고.


에드릭의 본래 세계처럼 마물이란 게 눈곱만치는 커녕,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세계에선 그러기에 그런 경우가 흔했던 거고.


무역의 비활성화는 결국 고착화를 더 불러일으키고, 이러한 폐쇄성은 문화 및 시대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소.


그러니 전쟁 벌어져서 싸그리 갈리고 뒤섞이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거고.

그게 아니면 고착화 된 빈부 및 세력 격차는 나날이 커져 뒤바뀔 일이 없이, 더욱 무르익고 썩어갈 테니.

…그리고 이곳 세계는 마법이니 검으로 검기를 뿌려대는 세계다. 그러한 격차가 한 번 벌어지면 어지간하면 뒤집힐 일이 없는 거다.


그러니 에드릭 세계가 기원후 21세기쯤에 은하계를 벗어난 곳을 관측해대지만, 정작 이곳은 비슷한 연도에 여전히 산업 혁명은 커녕, 그 근사치조차 접근  하고 있는 거고.


의외로 인류가 발전해 우주로까지 진출하는데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고작 1,2세기 차이.


물론 그 전까지 쌓여온 노하우를 무시할 순 없다지만….



“그 외에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은 따로 없는가?”
“잠시만요.”


그러기에 현재 패왕녀의 활동, 태동은 알그리타 대륙의 문명국들 기준에선 꽤 중요한 요소기도 했다.


 제국의 망령들이 이곳 저곳 들쑤셔 중앙 대륙이 혼탁해지는 가운데 정작 외곽이며 옛 제국의 속주에 해당했던 나라, 세력, 민족 등이 대대적으로 그들을 역공해 쌈 싸 먹으려는 시국.

그 가운데 카일론은, 사실상 최강 세력이기에 통합이냐 분란과 협잡이 들끓어 몰락을 가속화하느냐, 그걸 시험받게 하는 아주 중요한 세력인 건 명확.


그리고 카일론은 단순히 영토를 무작정 넓힐 생각들이 아니라는 게 더 매서운 점이다.

차근차근 몰아쳐 조금씩 자진해서 무릎을 꿇게 하거나 점진적으로 집어삼킬 속셈들이다.


구 제국이 난리 치고 깽판 쳐가며 영역을 확대했지만 현재는 어떠한가.
그걸 가장 강대한 적으로서 마주한  분석하고 살펴댄 카일론이다. 바보가 아닌 한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겠지.


철왕이 굳이 전쟁을 발발해 주변을 초토화하지 않은 이유도 이런 연유일 거다.
그리고 그 결과, 카일론은 알아서 약해지고 중심이 흔들려 약소화 된 국가들을, 최고 전성기, 황금기를 이룩한 이 시기에 전력으로 후려 패대고 있는 거다.

다른 나라라고 그걸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다.
여기엔 지리적 이점도 무시할 순 없을 테지.
그리고 초원 엘프들과의 사이를 그럭저럭 중재해  가속화를 도운 건, 에드릭의 본의 아닌 업적일 테고.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먼저 몰아내거나 화합을 이끌어야 했을 텐데, 에드릭 덕에 나름 강제적이긴 했지만 화합으로 판이 기울었고, 그걸 적극 애용한 덕에 현재 카일론은 더욱 순풍 타는 배 마냥 정복 사업을 가속화 시키고 있는 거였다.

…알게 모르게 이 공적 덕에 철왕이나 패왕녀나 그를 우대하는  테고.

“당장은요. 아마도.”
“여지를 두지 마라. 그런 버릇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명심해두죠.”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 에드릭.



“하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는가?”
“…불안하게 왜 자꾸 그러세요?”
“불안까지야.”

히죽 웃은 그녀가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어깨 뒤로 넘겨 정리하곤.



“하면 대화는 여기까지. 혹여 할 말이 있음 내일이어서 하도록 하지.”
“…….”




몸을 일으킨 그녀가 팔을 양옆으로 뻗자 당연한 듯 시녀들이 후다닥 달라붙어 그녀의 탈의를 도왔다.


그 와중에 에드릭은 그녀의 속옷 차림에서 잠옷으로 변경되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은연중 보게  것 가운데는, 어깨에 큼지막하게 나 있는 흉터나 옆구리, 허벅지 부근에  있는 흉터들이었는데, 역시 제아무리 무쌍이다 뭐다 해도 역시 전쟁터를 맴도는 이가 몸이 매끄럽고 성하다는 건, 힘든 건지도.


특히 왼쪽 어깨 부근에 나 있는 흉터는, 아무리 봐도 큼지막한 도끼 같은 걸로 패인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대단히 노골적이었다.



“당장 몸은 허락하지 않겠지만, 옆에서  감고 있는 건 허락하도록 하지.”
“예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참고로  뒤에 있지 마라. 아니지, 네가 등을 내보이거라.”



 말에 따른 에드릭은, 이윽고  뒤를 깊숙이 짓눌러오는 그녀의 큼지막한 가슴의 감촉에 살짝  죽였다.


“흠, 좋군.”



귓가에 어른 거리는 그녀의 굳건하면서도 간드러지는 음성에 절로 아랫도리에 핏기가 쏠려갔지만….



‘이것도 고문이네.’


본의 아니게 이 와중에 참으라니… 허허.
가뜩이나 요즘 강제 금욕 중인데 이걸 이렇게 괴롭힌단 말인가?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잠드는 것도 퍽 나쁜  아닌지라, 에드릭은 그냥 기분 좋게 등 뒤에 기대오는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든든한 체구의 등 기댐을 즐기며, 눈을 감은  한동안 그런 식으로 흥겹게 생각에 빠져들었다.


‘옆구리 시린 것보단 100배 낫네.’




잠자리에 누가 옆에 있다는 건 이래서 좋다.
성욕을 배제한다 쳐도, 이보다 좋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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