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300)화 (300/454)



〈 300화 〉86. 아니, 그걸 지금 알려주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건 그렇고.

“흐음.”



부군 후보들에게 귀족이며 세력 등이 들러붙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에드릭 한정으론 조금 더딘 감이 있었다.

애초에 에드릭 스스로가 백성들을 포함해 왕가에 친화적(그렇게 해석하더라.)인 성향  그런 행태를 많이 보여서 그랬던 모양이지만, 슬슬 막바지에 이르니 저들도 애써 그런 기회며 제안을 피해가던 에드릭에게 대놓고 접근을 해오기 시작했는데….

“뭉멍?”
“……하이고.”




요즘은 흑성 기사단 쪽에 들러붙다시피 하는 루넨브리스는, 간만에 객실로 돌아와 한숨 돌리고 앉은 에드릭의 머리맡에 늑대 모습인 채 몸을 누이고 있었는데, 덕분에 항상 차게 관리해야 한다는 머리 부근이 따끈하게 덥혀 지고 있었다.

때는 봄.
학술대회라는  대강 마무리되고서 며칠이 흐른 시점에, 에드릭도 자신의 연설문 원고를 대략적으로 끝마친 뒤론 다시금 두문불출하고 있었는데….

프리지아는 며칠 후면 돌아갈 예정이니 그때를 제외하면 따로 객실 밖을 나설 예정 같은 건 여전히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따로 약속이며 제안이 오지 않은 한….’

그리고  제안이며 요청 등이 에드릭에게 어찌 됐든 날아온 셈인데….
하필 그 인물이라는 게 쉽사리 거부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

플로란테 공작.

일단 왕위 계승 서열상으로 패왕녀와 사실상 입지가 앞서 갔음에도 이를 양보해 서열 2위에 놓인 그는, 카일론 왕국의 실질적인 최대의 영향력을 지닌 권신이며 봉신에 해당했다.

비록 자체적으로 귀족을 끌어모아 세력을 형성하지 않았지만, 자체적인 영향력과 본신의 능력 등을 고루 따진다 치면, 그는 카일론 내에도 위아래로 적수가 거의 없다시피 한 존재.

국왕과 플로란테 공작이 뒤를 제대로 바쳐주고 있기에 패왕녀의 권력이며 영향력이 공고한 거지, 제아무리 그녀가 유능하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젊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에 이러한 명분 등이 무척이나 중요한 입장.

…그리고 어쩐 영문인지 그 플로란테 공작이 친필로 초대장을 보내온 셈인데….


‘이건 단순 거절하는 것조차 정치적 메시지로 전달될 여지가 다분하단 말인데….’



뿐만 아니라 이걸 수락하면 여태 왔던 무수한 제안들, 초청들조차 덩달아 물을 먹이는 격이 된다.

즉, 저 인간은 되고 나는 아니 된다?
귀족들에게 있어 이건 대단히 민감한 사항이다.


아니, 제 입장 좀 들어보세요. 공작님이 오시라는데 제가 어찌 거절합니까?
이성적으론 고개를 끄덕이나 감정적으론 NO!

그리고 이조차도 아주 좋은 의미로 돌려 까고, 대놓고 까댈 명분으로 열나게 씹어댈 텐데….




‘가서 뭔가 확실한 성과를 거두는  아니라면….’

근데 그걸 기대하고 간다는  자체로  문제가  여지도 다분하고.
애초에 얼굴 좀 보려고 초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전혀 별개의 이야기를 하고자 해서 초대했다 치면, 거기서의 대처도 여간 껄끄러울 수밖에. 그조차도 껄끄러운데 이러한 접선은 여러모로 이야깃거리가 될 테고….


‘귀찮네….’



왜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냐.


사실상 정계 활동도 내려놓다시피 한 분이니  얼굴 한  보는 게 뭔 문제냐 싶겠지만… 왕위 계승 유력 후보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접근하는 거 자체로 이런저런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

…하여간 왜 가만히 눌러앉아 있으려는데 이런 문제가 제 발로 걸어 들어오는 걸까. 사람 환장하게끔.

그렇다 한들.


여러 입장을 고려해본다 하더라도, 결국 가는  맞다는 생각이 들어 에드릭은 본의는 아니지만, 약속 날짜에 비교적 담담하게 왕도 내에 자리한 플로란테 공작의 저택에 도달할  있었다.


딱히 은밀하게, 그렇다고 너무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아니었기에 다른 의미로 의혹을 사는 일은 적을 걸로 판단됐다.


…이렇게까지 해도 구린 방향으로 해석하는 녀석은, 어쩔 수 없는 거니 내버려 둬야지 별수 있겠나.


아직 이 나라 구성원이 아님에도 벌써 처세며 정치 태세를 신경 써야 하다니… 너무 앞서  건가 싶었지만, 철저해서 나쁠 건 없으니.

…다만 이런 요소 덕에 스트레스가 늘어 단명한다 치면, 그건 뭐 성격 성향 문제니 어쩌겠나. 최소 이 정도로 앞뒤 분간을 안 해두면, 되려 불안해지는데.

은밀히 모아본 정보로도, 공작이 에드릭을 제외하곤 따로 후보를 불러 독대했다거나, 정식으로 초대한 예가 없는  봐서는….

‘이거 잘못하면 내가 유력 후보, 아니면 당첨된 거라 착각하고 김칫국 마실 놈들이 한둘이 아닐 거 같은데.’




그리고 이게 다른 의미로 연막이 돼서, 모종의 문제로 불거지거나 계획에 이용당하는 사태는… 여러 가지 의미로 꺼려지고 말이지.


저택이 터무니없이 거대하고 어쩌고 하는 감상은 생략한다 치고.
거대하고 규모가 터무니없기로 따지면 어차피 왕성이며 왕실 부지에 비할까.

왕실 부지 내에 있는 별장  저택들만 해도 어지간한 영주들 별장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할 정도인데. 과장 않고 자그마한 성을 지어놓은 셈이라 그 자체로 건축비가 어마어마했을 거다.

“이쪽으로.”



내부엔 시종인이라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간간이 마주치는 이들 대부분도 젊다기보단 중년층에 가까웠는데 이조차도 네다섯을 채 넘지 않았다.

늙은 노년의 시종장은 공작이 머무는  앞까지 에드릭을 안내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선 직후, 에드릭은 괜스레 불안해졌다.
여기서 공작이 죽는다 치면, 이거 전무 내가 덤터기 쓰는  아닌가 모르겠네.

…너무 나갔나?




“어서 오게.”

방 내부가 아닌, 저 먼 테라스 부근에서 햇살을 맞이하며 차를 들고 있는 공작이 그를 보곤 가벼이 손을 흔들었다.

국왕의 핏줄인 만큼, 나이를 먹은 그도 첫인상은 옆집 할아버지의 그것과 유사했지만, 얇은 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마른 체구임에도 군더더기 없이 자리 잡은 굵직한 육신 덕에, 명불허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뇌리에 떠올랐다.


에드릭은 최대한 정중하게, 그러나 비굴하지 않게끔 허리를 45도 정도로만 숙여 인사했다.


공작은 자질구레한 걸 신경 안 쓰는지,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신의 맞은편 쪽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참으로 힘겹군. 얼굴 한 번 본다는 게 이리도.”
“아, 예….”



뭔가 할 말이 궁한 점도 있고, 예상 범위 없던 전개다 보니, 상대의 이런 반응이 좀처럼 계산이 되질 않았다.



“그래, 어디까지 듣고 왔는가?”
“……?”

무슨 소리?
 듣고 와?



“흐음.”



에드릭의 반응에 그도 의아한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무것도 들은 바가 없다, 그 이야기인가?”
“…실례가  된다면, 어느 분께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온 것으로 추측하시어 그런 말씀을 주셨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정말 모른다?”

…모르니까 이러지  사람아. 아님 누가 연기라도 하는  알고?

“정말 모르나 보군. 이런이런….”



그는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양 짧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밀 엄수가  이루어진 건지, 일말의 가능성조차 확실하게 방지하고자 했던 철두철미함이 이런 이점을 드러낸 바로군.”



공작은  일로 무언가 감탄 비슷한 걸 느낀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니까… 으음….
전혀 짚이는 데가 없었다.




“그렇다면  쪽에서 먼저 설명을 해주어야 사리에 맞겠군. 어떤가?”
“…으음, 저로선 그저 난감하게 여겨집니다만, 어떤 문제가 엮여 그리 말씀하시는지 좀처럼 짐작이 잘 가질 않아서….”
“그도 그렇군. 그러면 간단하게 우선 중요 사실을 언급하고 넘어가세.”

그 다음 그가 한 소리는, 단번에 에드릭을 뒤집어엎기 좋은 내용이었다.



“우리 조부 때의 일인가. 자네가 그 조부의 후예, 핏줄이라는 것도 여전히 들은 바가 없었던 모양이군?”
“……?”


조부?
조부… 그러니까… 아버지는 아니고, 아버지의 아버지?
즉, 할아버지?




“……?”

플로란테 공작의 할아버지라 치면….


“……??”



대충 3대, 아니지 왕실 계보를 떠올려보면… 그래, 4대  국왕을 말하는 건가?
잉? 저기요?


“놀랐나 보군.”
“전혀… 뭐랄까,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러면 이 다음엔 더욱 놀라겠군.”



예? 여기서 더 놀랄 일이 있다고요?


“자넨 그분과 구 제국 황가, 비록 사생아였다곤 하나 그쪽의 혈통과도 연관이 있네만?”
“……??”


이건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격이 아니라….
운석이 떨어진 격인데?
아니 저기요, 그러니까 제가…….
울트라 하이퍼 하이 다이아 수저였다, 이 말씀?
왓더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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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플로란테 공작 왈.




‘자네가 부군이 되건 안 되건, 우리로선 크게 어긋남이 없을 거라 그런 이야기지. 폐하께서 별말 안 하셨나?’

“…….”

폐하께선  이세계인, 고로 부군  되면 X 됨. 하고 협박은 하셨죠.
아니, 그러면 이건 그 국왕이란 작자도 이미 알고 있을 거란 소리인데….




‘함정인가?’


함정 카드 세게 밟은  같은데….
에드릭은 혹시나 싶어 선배한테 이 사실을… 이야기하려다 일단 팀장님께 메시지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자 했다.

이윽고 이를 발견한 팀장님 왈.


[몰랐니?]


“…….”



알고 있을 턱이 없잖습니까?!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에드릭이 된 이래 이보다 황당하고 당혹스러웠던 적이 없을 거다.
아니, 그 전에… 이리 핏줄이 귀하면 무턱대고 이 여자 저 여자하고 떡치고 다니면 나중에 문제되는 거 아니려나?


반사적으로 떠올라 이에 대해 팀장님께 묻자.


[그거하고 이건 별개지. 별 볼일 없었다면,  후손이며 후예가 다른 의미로 뼈대가 되어 또 다른 시대를 선도하고, 이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 들고?]

어, 그런 건 전혀 생각조차 못 했는데….



[본사는 모든 걸 가정하고서 인재를 부리니까. 네가 거기에 간 것도 안배가 있긴 했지만, 그 안배를 바탕으로 성과며 기반을 쌓은  반쯤은 네 공로니까, 당황하고 당혹스러워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설혹 그런 기반이며 바탕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게  본사니까.]

“…….”



그보다.
여기서 내가 패왕녀하고 맺어지면, 이거 다른 의미로 정말 구 제국 복고하고자 하는 놈들 뚝배기 깨는 땅따먹기에 참가 가능한 상황 아닌가 모르겠다?


핏줄인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이란 전제가 붙겠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거 가져다 붙이는  아무것도 아닐 거란 기분이 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고작 대수랴.
…근데 부군이 못 된다면?


……완전히 다른 의미로 내가 카일론은 접수하는 형태는?
가능성이 생겼지만,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골 때리네.’

애초에 이 선택지는 에드릭이 결코 예상 범위에 넣지 않은 개념이다 보니, 더욱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이런 추측은 해봤다.
부군이 된 이후 패왕녀가 죽어 왕국을 본의 아니게 접수하는 형태가 된다던가.


…이건 깨알 가능성은 있지만, 과연 귀족이며 봉신, 권신들이 이를 수용할지가 의문이긴 한데… 본사가 개입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이세계의 존재를 버젓이 알고 있는 철왕과 패왕녀가 모종의 계약, 거래를 했다면?

“……끙.”



갑자기 고려해야  문제가 대폭 증가했는데? 누구 머리 터지게  일 있나.

“여기서는 그냥….”




고민하고 자시고 없이….
곧장 치고 들어가는 게 맞겠군.
생각을 정리한 에드릭은 곧장 행동에 착수했다.


바로….
국왕을 직접 알현하는 쪽으로 확실하게 가닥을 잡고, 실행에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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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그걸 이제야 알았다는 게 더욱 놀랍군. 하면 경은 짐이 세간의 평가만으로 경을 초청했을 거라 추측하였다,  말인가? 일전에 친히 논했듯, 경은 짐이 친히 추천한 후보. 설마 퍼져 나간 평판이며 증명된 능력만으로 무턱대고 불러들였을 리가.
차라리 이 상황에선 경을 포함해 일부 인원, 다방면으로 여럿을 긁어 모은 이유가, 그러한  은닉하고 감추기 위한 방책에 일환인 쪽을 의심하는 게 타당하리라 여겼건만, 그 정도로 경이 그곳에서의 위치, 입지가 미약할 거라 예측하지 못한 짐의 오산이라, 받아들이는 편이 아무래도 합당하겠군. 어떤가?”
“그러면 이번에 학술대회랍시고 부군 후보들 신변이며 신상을 마구 헤집고, 검증한답시고 들쑤신 것도….”
“의도 자체는 밝혀진 바와 크게 위배되고, 어긋나는 바는 없네. 허나 일부… 그래, 경이 방금 이야기한 그런 내용들,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넘길 수 있는, 중요 요소들은, 굳이 밝히고, 공표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 자체만으로 분쟁 거리가 될 법한 요소인데, 쉽사리 공개해 무슨 이득을 얻겠다고.”

…옆집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이 국왕은, 이렇듯 본색을 드러낼 때만 인상이며 분위기가 완전히 틀려진다.


지금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은  입술을 일그러뜨리고 있는데, 아마도 이를 바탕으로 머릿속에 이런저런 추측, 생각들이 뒤엉키고 있을 테지.


어쩌면 자체적으로 이쪽 약점을 밝힌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고려하고서도 에드릭은 어쨌든, 국왕과 대면하길 선택했다.



“…그래서 부군이  된다면, 죽이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셨던 거군요.”
“협박은 아니지. 죽기 싫다면 달라붙어 있으라는 식으로, 나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완화해서 말해준 건데… 하긴.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로 이런 소리를 들었다면, 짐의 의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달 되겠군. 이세계 만 언급하는 정도라면, 전혀 다른 식으로.”
“…….”



괜스레 심장이 떨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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