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73)화 (273/454)



〈 273화 〉76. 치맥에 장사 없다.

“흠….”



닭이 아니라 솔직히 어떨지가 좀 의문이지만… 따로 시험해볼 시간도 없이 곧장 샘플로 하나 만들어봤는데….

“음, 나쁘지 않네.”




고기 자체는 돼지고기 느낌이었지만, 돼지도 잘만 튀기면 어차피 탕수육 되는 거니 뭐 문제 될 건 없다 생각했다.


어쨌든 결론은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 느낌을 얼마나  살리냐가 관건.
…정 안 어울리면 탕수육이라도 재현하면 된다 생각했지만, 그러면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소스도 준비해야 하니 생각을 달리했다.
돈가스? 이건 더더욱 난센스고.

일단 시작으로 전해 받은 레시피에 맞게 소금 후추 간을 한 다음, 비린내 제거를 위해 우유에 고기들을 재워뒀다.


내심 시작서부터 불안불안했는데, 막상 기름에 튀겨 먹어보니  나쁘지 않았다.
우리들 식 부침가루가 따로 없어 밀가루로 이걸 재현해야 했던 게 조금 문제였지만… 어쨌든 성공은 했으니 이젠 용량만 늘리면 그만.

사전에 스마트폰을 통해 레시피를 전달받은 게 성공 이유지만, 다행히 원재료들 상태가 좋았다는  컸다.

그냥 먹어도 맛있을 법한 녀석들인데, 잘 조리하니 이거야말로 금상첨화!
어쨌든 행사, 축제 기간이기에 재료 공수하는 거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오히려 공수하기가 어려워야 정상이지만, 프리지아가 에드릭 이름을 시의적절하게 팔아먹었는지, 정상가로 충분히 협의를 본 듯 싶었다.


“튀기는 게 특이한 건 아닌데… 묻혀둔 것들이 튀겨져서 껍질이 바삭하고 속 내용물도 좋고. 음! 간도 잘 배여 있네?”

한 입 먹고 음미하다 결국 고기를 죄다 먹어치운 프리지아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순살 치킨을 2배 가량 크게 만든  같은 규모라 솔직히 한입에  넣어 조금 애매하긴 했는데, 크게 문제 될 건 아니었나 보다.

거기다 고기들도 부위별로 나누어져 있다 보니, 이건 이것대로 미묘하다고 할까.
확실한  이 녀석, 엄청 커다란 동물인 건 확실했다. 돼지류라 듣긴 했는데….

“약간  짜야 맞아.”
“왜?”
“그래야 소스 없어도 먹을 테고,  술이 당길 테니까.”


애초에 식사 목적도 포함이지만 술안주를 겸한 것도 당연 포함.

식사 메인으로 하려다 하려는 요리 종류를 파악한 프리지아의 제안에 대강 고개를 끄덕여줬다.


어차피 직접 팔 건 아니고, 조리법만 알려주고 한 차례 확인 뒤엔 죄다 맡길 생각이니.


물론 이걸 배우기 앞서 계약서들을 쓰겠지만.


‘레시피 도둑질 못 하게 부담을 지워두고, 차후 업무 협약을 도모하는 것도 좋겠지.’




사실 치킨이 이쪽 세계, 이곳 대륙에 없는  아니지만 있다 쳐도 그건 미국식, 서양식에 가까워 한국 식 치킨과는 조금 차별점이 있었다.

…여기에 양념 통닭의 소스와 한국에 퍼져있는 온갖 아이디어를 첨부하면?

“음…….”




내심 이곳 생활을 하며 온갖 미식들을 맛본다 쳐도, 솔직히 본토… 그러니까 한국식 치킨을 맛 못 보는 건 내심 스트레스기도 했다.


피자는 재현하기 쉬운 반면, 치킨은 기름값이 우리 세계보다 부담이  커서 그런지, 쉽게 접할  있는 그런  아니었다.


…부자인 네가 쉽게 못 접하면 아예 먹기 어려운 종류겠다?


그건 또 아닌 게, 튀김이란 게 이쪽 세계에서도 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아예 멀리하는 곳도 있는데 식문화도 그렇지만 환경 여건 차이도 꽤 됐다.

깨며 콩이 많이 나는 지역, 애초에 쌀, 밀, 보리 경작 시 얻는 게 부지기수기도 하고, 주력으로 콩을 재배하는 건 또 다른 문제기에, 각종 식용 기름을 잘 생산해내는 건 내심 전혀 별개의 문제다.

우리 쪽 세계에도 튀김 요리라는 건 중세 이후에 본격화됐다고 하던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거기다 일부 지역에선 이게 지역 특산품 급으로 생산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그쪽 지역에선 그러려니 해도, 이걸 이곳저곳에 운송하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애초에 유통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한, 내륙에 있는 이들이 생선을 일상처럼 접한다는 건 내심 불가능한 것처럼.


얼음이 있고, 마법도 있고 어쩌고 하지만, 일반 백성들이 그걸 감당할 여력이 있긴 하고?


그나마 아르세이유처럼 대도시에 애초에 무역로며 유통로가 확보된 곳은 가격을 낮출 수 있기에 서민이어도 몇 차례 접할 수 있다지만, 아닌 곳에서 그걸 기대한다는  사실상 무리.


 문제는 대강 파악은 해뒀지만 역시 현실과 생각은 언제고 불일치하기 마련.
그나마 시기가 잘 맞물려 온갖 재료들이 들어선 시점이라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한참을 기다렸어야 했을 거다.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래도 최소화시켜뒀으니 염려는 말고.”



10가지 공정이면 완성.

1. 고기 손질.
2. 손질된 고기에 후추 소금 간을 한 후 버무려준다.
3. 우유에 1, 2시간 재워두기.
4. 준비한 부침가루와 함께 우유에 담근 채로 섞어 적당량 버무리기.
5. 고기 하나하나 부침가루에 빠뜨려 가루를 확실하게 골고루 묻히기.
6. 기름에 튀기기.
7. 꺼내서 한 차례 레스팅(…)해주기.
8. 2차로 기름에 튀기기.
9. 꺼내서 기름 털어내고 살짝 식혀주기.
10. 완성.

이걸 대강 적어 보여주자, 그래도 복잡하다는 표정인지라 아이디어를 일러줬다.


“한 사람 당 한 가지만 숙지하게 해서 가르치면, 열 사람만 있으면 되지.”



참고로 10번째 완성된 치킨은 손님에게 건네거나 가져다주는 역, 동시에 주문 및 계산을 위한 카운터 목적까지 겸하게 하면 될 거고.
그러니 최소한의 인원은 열두셋 정도면 충분.


여기에 술은 외부 주점이며 가게들과 협약을 맺어 그들로 하여금 알아서  수 있게 자리만 터주면 그만.

수수료도  받으니 파는 만큼 다 자기 몫인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더불어 이런 식으로 텃세며 거부감도 커버치고.



“식당이나 노상에 가게를 차릴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딱 들고 가져가서 판매하게 하는 게 아무래도 알맞고, 깔끔하기도 싶고.
무엇보다 술이 들어가면 고성이 오고 가고, 그러다 사고 나면 이만한 민폐가 없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조금 있다가 와서 제대로 검수나 해줘. 일단… 다들 제대로 봤지?”




프리지아가 그 와중에 부하 몇몇을 추려 사람을 빼냈는데, 사람 모자라다고 그러지 않았냐 하고 에드릭이 묻자.



“없으면 없는 대로 다 하게 돼 있어.”


라는, 노동자, 직원, 부하 입장에선 실로 슬프게 들릴 법한 이야기를 당당하게 해댄 터라, 내심 죄책감이….



“그만큼 잘 벌리면 얹어줄 거니까.”
“그럼 열심히 해야지.”

열정 페이가 역겨운 거지, 노력한 만큼 준다면 뭐, 조금 무리하는 정도야… 아니, 없어서 못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지!

거기다 애초에 한몫 잡자고 온 곳인데, 이 시점에 노력을  하면 언제 벌어들인단 말인가!


“…….”



왜 나는 아직도 푼수 끼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걸까.
에드릭은 속으로 자조했다.




“아무튼 다녀올 테니… 일단은 이렇게 팔고, 이거 반응 좋으면 다음도 있으니까, 준비 단단히 해둬.”
“일단 1차로 튀기고, 그거 내버려두고서, 2차로 튀길 땐 주문 온 다음에 직접 튀기라 했지?”
“어, 조리하는 거 보여주면서 판매하는 것들은. 나중에 불티나게 팔리면 레스팅 시간만 지키고 바로 투입하고. 기름 넣었다 빼서  식혀주는 것도 조리에 일환이니까 생략하지 말고.”



…솔직히 레스팅이란 표현이 맞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그러려니 하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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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군.’



흥행 때문에 나중 순번으로 돌리는 게 확실했다.
내일이 예선 마지막 날인 걸 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참가한 건지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이곳 말고도 다른 곳에서도 무도 대회 예선이 절찬리 진행 중이라는데, 내심 예선은 그냥 하루에 다 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하루라도 더 머물게 하려고 꼼수 부리는 건가?’

오히려 빨리빨리 끝내버려 본선에서 질질 끌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대충 이야기를 들어본 바로, 예선이 느지막하지 실제론 본선이  빠르게 진행된단다.


말인즉.

‘예선 길게 해서 머무는 이들이  쓰게 만들고, 최대한 버티게 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한 차례 패해도 패자부활전이랍시고 패자끼리 맞붙는 예선을 재차 치르는 걸 테고.


…본선이 하이라이트긴 하지만, 솔직히 이런  구상하고 진행해본 적도 없고, 원래 세계에 있을 당시에도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탓에, 뭐가 옳고 그른지, 효율적인 건지는 확실하게 구분되질 않았다.



‘아무렴 어때.’




잘 풀리며 그만이니.
그나저나 내일도 와야한다는 건가.
승리하든 패하든 와야된다.
한 번이라도 패하면 4일 차 예선까지 참가해야 하고.




“…….”

아주 더러운 방식일세 그려.
그만큼 패배자들에겐 꽤 혜택이 가는 시스템인  분명했다.
실력은 되나 대전 운이 망해서 한 차례 패하면 끝?
…이러면 새삼 억울할 수밖에.

반면 3번 완승을 돌리던가, 1회라도 지면 4회차 패자부활을 겸하는 예선까지 치르던가.
이걸로 확실하게 실력 하나는 있는지 없는지가 명명백백하게 증명될 수밖에.


다시 말해 대전 운 망해서 못 올라갔다!
이런 개소리는 있을 수 없단 사실이 대충 마음에 들었다.

근데 마음에 들었다고 해서 만족하냐 하면 그건 별개고.




“…아, 귀찮네.”

어차피 시간도 좀 남았겠다, 낮잠이라도 자고픈데… 그럴 장소도 안 보이고.
…보통 이런 경우, 어제 만났던 이들과 우연히(중요) 재회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분을 다진다던가 하지만….

의도적으로 찾아보려 해도  보인다.
이미 관람석에 눌러앉아 있는 건가? 아, 그럴 확률이 높겠네.

근데… 어제 그 분위기 때문에 솔직히 다신 그쪽에 생각 없이 자리 잡고 싶지가 않았다.
공황 장애는 아니어도, 여전히 생판 모르는 사람들 널린 곳에 홀로 방치는 건… 음, 불편하단 말이지.
혼자 영화관을 가는 것과, 야구장 축구장을 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쪽 가는 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라.



“…….”



시간이 애매한 게, 다시 돌아가자니 오는  아쉽고, 머물자니 시간이 남는다.
…세상에서 제일 개떡 같은 경우  하나가, 시간은 남는데 모자란 상황인데, 지금이 딱 그랬다.



“개뿔….”




그래도 나왔으니 별수 없이 주변을 둘러보는 걸로, 새로이 공부며 시장 조사한다는 마인드로 주변을 둘러보며 시간을 죽여야만 했다.

…이렇게 겪어보니 너무 리얼하잖아 이것들아. 미소녀가 하늘에서 떨어진다거나, 우연이 어떤 사건에 휘말린다거나 하는 로맨틱하거나, 익사이팅한, 판타스틱한 일 좀 벌려주면 어디가  나냐?

……그리고 대회 참가 전까지, 에드릭은 아무런 사건에도 휩싸이지 않았다.
이런 면만 현실적이야, 하여간. 누군 이것저것 체험하고 모험도 하고 그러는데.


에잉! 망할 놈의 리얼 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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