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217)화 (217/454)



〈 217화 〉56. 할 땐 하는 남자.(5)

“얼마든지요.”

호승심에 불이 붙은 양, 아르세우스도 눈을 반짝이며 태연히 받아넘기는 듯 보였기에.

“그럼 사양 않고.”


바로 본때를 보여줬다.


돌연 지면으로부터 물이 솟구쳤다.
손짓이며 무언가 집중하는 듯한 제스처며 낌새를 일체 내비치지 않은 탓에 반응하기가 까다로웠을 거다.


그럼에도 잘 단련된 기사답게, 아르세우스는 곧장 반응했지만 문제는 범위가 상당히 넓은 탓에 반응했음에도 불가항력으로, 솟구치는 물기둥에 휘말려 그대로 허공으로 떠밀리듯 내동댕이쳐졌다.


당연 추락 시 낙법으로 충격을 완화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그녀가 추락한 지점은 멀찍이 떨어진 지면이 아니었다.

첨벙!


마치 호수며 강가에 빠져들기라도  것처럼 아르세우스의 몸이 물속으로 빠져들었다.

일순 온몸이 차갑게 식은 건 별개로 전신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하는데, 뒤늦게 반응한 아르세우스의 눈, 코, 입으로 마치 의지를 가진 양 밀려드는 물기에 그녀가 본능적으로 호흡을 멈춤과 동시에 숨통을 틀어막았다.


그녀가 빠져든 곳은 허공에 둥실 떠 있는, 몸을 집어삼키기 적합한 크기의 물로 이뤄진 구체 속.

그 안엔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물이 한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그 물은 단순 물이 아니라 압력으로 똘똘 뭉쳐진 녀석으로, 구체를 구성하는 물방울조차도 압력 용기의 이치를 더해 과도한 물을 무난히 수용할 수 있도록 형성한 거였다.

덕분에 저 안에 있으면 헤엄치기도 가히 쉽지 않고 몸은 몸대로 무겁고 물도 차갑게 식어 있다 보니 체력 소모가 배로 들어갈 터였다.
거기다 어떻게든 헤엄쳐 위치를 옮기려 하더라도 이는 무의미.

물 구체 내부로부터 빠져나가려 발버둥 친다 한들, 물 구체마저 고스란히 따라 움직이니, 이거야말로 총체적 난국.

반대로 압력이 상당하기에 그걸 버텨낸다면 역으로 움직이기 더욱 용이하겠지만….


‘원래 제일 좋은 건 그냥 얼굴 부근에  구체 형성해서 질식시키는 거긴 하지.’



마찬가지로 이건 이것대로 쇼맨십 요소가 부족하기에, 일부러 이렇게 과장되게 다루고는 있지만….

대략 그런 식으로 1분 넘게 발버둥 치는  지켜보다, 그대로 지면에 내리박아버렸다.

그러자 지면과 수직으로 정면충돌한 물 구체가, 어째 운석까진 아니어도 큼지막한 투석이 땅을 강타한 것처럼 움푹 파이는 식으로 그레이터가 형성됐다.

말 그대로 눈에 보기에 실로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쇼맨십.
압력을 잘 형성했다 치면, 내부에 있는 이로 하여금 충격마저 정해지게 조절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이번엔 역으로 충격이 전신을 강타하지 않게끔 조절해서 내리친 격이었다.

이걸로  터무니없는 공격이며 기술을 당한 것처럼 보이나, 그럭저럭 멀쩡한 척할 수 있을 테니… 체면도 그럭저럭 살려준 셈 칠 수 있겠지?



‘음….’




문제는, 다른 의미로 이런 허실을 구별할  아는 이가 봤더라면 한편으론 자기들을 기만한다, 조롱한다 여기지 않을까 살짝 불안하기도 했지만….

“엄청나군!”
“저런 식으로 정령술을 구사하는 건 또 처음 보는데?”




아무래도 마법사 부류가 아니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어떠한 원리, 법칙에 의해 생겨나고 발생하는지를 몰라, 막연히 능력에 의한 이적으로 여기는  보였다.


애초에 물의 정령을 다루는 이가 물을 칼날처럼 만들어 수압 절단기 마냥 쏘아 대는 걸 대강 상식이라 여기는 세계다.

…냉정하게 물로 수압 칼날을 만드는 거 자체가 이미 고난이도인데, 이 정도가 아니면 효과를 못 본다 생각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어긋난 상식이란 말이지.


물이란 것도 잘만 다룰 줄 알면 얼마나 쓰임새가 많은데 뭔 놈에 일격 필살이다 뭐다 하는 괴이한 편견이 가미되니, 아주 이상하게 활용해대기 시작한 듯 보였다.
그래도 거기에 그럭저럭 사정이란 게 있다.

에드릭처럼 정령체며 정령계와 직통할 수 있는 몸이 아니라면, 물이 풍부하지 않은 공간에서 물을 다룰  있는 용량은 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기에 그런 식으로 효율을 보는 게 어찌 보면 타당하긴 한데….



“후욱! 켁! 켁!”


식도를 괴롭혀대던 물줄기가 기침과 함께 토해져 나오니, 그제야 좀 살만했는지 호흡을 수차례 고르는 아르세우스.




“아, 콜록! 이건… 반칙인데….”
“제가 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정말로 제가 선수 쳐도 되냐고.”
“…….”




 말이 궁해진 모양이다.
에드릭은 싱긋 웃어줬다.
어쨌든 이걸로, 대략적으로 실력 증명은….

“다음은 제가 나서보죠.”



응?
그렇게 한 사람 더 처리하니.

“다음엔 제가!”




……어째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그래도 에드릭은 성실하게 그들을 일일이 다 상대해줘야만 했다.

평화주의자여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자르듯, 막상 손을 쓰자니 그럭저럭 즐길 거리는 됐다.


거기다 배울 것들도 많았고, 전투 훈련이란 건 많아도 부족할  없기에 에드릭에게 있어서도 꽤 유용한 시간이었던 건 확실했다.
덕분에 다른 의미로 명불허전 소리를 듣게 됐지만.

동시에.



“자자! 축제 기간이기도 하니 술 하고 고기 잔뜩 있으니까 배가 터져라 먹고 마셔봅시다!”

…뜬금없이 연병장에서 고기를 굽고, 술을 퍼대는 등, 훈련 뒤풀이에 참여하게 됐다.

어, 그러니까….

땀으로 몸에 찌든 이들의 몸은 어느덧 에드릭과의 대련으로 인해 물기로 완전히 세척되다시피 한 상황.


그걸로는 조금 애매하기에 아예 각 잡고 비누까지 추가해 세탁기 돌리는 요령으로 대거 세척 해주자, 반응이 아주 폭발적이었다.

덕분에 향긋한 비누 향이 넘실대는 여성이며 사내들이 흥에 겨워 어깨동무하고 팔짱을 껴대며 엉켜대고 있음에도 불쾌감은 덜했는데, 문제는 이쪽의 그럭저럭 체면치레 목적으로 잘 차려입은 비싼 옷이 그들로 인해 난장판이 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뭐, 여기서 이런 거 신경 쓰며 괜스레 스킨십 거부하면 분위기가 금세 싸해질 테니, 애써 무덤덤한 척 대범한 척 웃어 보였지만.

…그래도 그것만 넘어가면 이 상황도 썩 나쁘진 않은 흐름이었다.


아무리 잘 단련돼 딱딱하다 쳐도, 역시 여성의 몸이 달라붙어 오는 건 남자인 이상 혹할 수밖에.


거기다 한참 쌓인 덕에, 자꾸만 아래에서 부풀려는 녀석을 억지로 인내하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그렇게 술 한참 마셔대며 적절히 취기 조절해가며, 아예 다른 의미로 승부를 보듯 술을 미친 듯이 퍼 마셔대니 여기서도 다시금 그들을 이겨 먹은 덕에 더더욱 존경이며 경외를 살 수 있었다.


흑성 기사단 전체는 아니어도, 이걸로 1/4 가량한테는 선전했다 봐도 무방은 하려나?


100여 명의 단원이 4개 조로 운영되는데, 이들은 그런 4개 조 중 하나란다.


어쨌든 그들과 어울려 따라주는 술을 연달아 받아대자, 조절한다 쳐도 취기가 확 돌기 시작했는데, 얼떨떨한 와중에도 주변 분위기를 잘 살핀 덕에 몇몇 변화를 목격할  있었다.

이를테면 사내 단원들 일부가 속속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던가.
말을 대강 들어보니, 마을로 가서 여자들  건져서 놀아볼 속셈이라나?

가정을 이룬 이들도 다시금 거기서 빠져서 어째 거나하게 취한 주제 잘도 돌아가고 있는 판국에.


그리고 일부는 같은 기사단원들끼리 하룻밤을 즐기고자 은밀한 장소로 몸을 은닉했다던가.




“에드릭 님, 시간도 늦었고 하니, 저희가 바래다 드릴게요~!”
“그럼요! 귀하신 분이신데! 저희가 솔선수범해서 모셔 드려야죠!”
“아! 날이 벌써 이렇게 어두워졌네요! 빨리 서두르죠!”

응? 바래다 드려? 모셔?


뭔가 상황이 거꾸로 흘러가는 건 아닌지?오히려 술 취해 위태위태한 너희를 내 쪽이 신사적으로 바래다줘야 하는 건 아니고?

용케 혀가 꼬부라지지 않았지만, 안색이며 눈빛들만 봐도 그녀들의 의도가 쉽게 짐작이 될 지경.


그런 의미에서 바래다준다는 기사단 소속 여성 몇몇과, 그걸 알아서 하라는 듯 편하게 수긍한 에드릭.

그들 모두 이후 전개가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내심 그 누구들보다  알고 있었다.

‘이걸로 점수 따라는 건가?’


패왕녀 직속 흑성 기사단 단원과 썸씽을 통해 더욱 그들과의 친분을 다지는 형태로?

…과연 이게 득일지 아닐지는 살짝 의문이었지만, 팀장님이 이쪽으로 유도한 거니 손해  일은 없겠지.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팀장님이 이런 쪽으로 에드릭을 밀어 넣은 거 자체가, 어느 의미론 자신을 그런 쪽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게 아닐까 해서 말이다.

오히려 조절했기에, 술기운이 적당히 무르익은 상태였음에도… 괜히 사람이 감성적이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묘하게 그 부분이 계속 뇌리에 남아 기분을 꿀꿀하게 만들고 있었다.
겉으론 그런 티를 일절 내비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당장에 여성 네다섯이 각 잡고 질펀하게 즐기자며 따라오고 있는 판이니, 이걸 거절하면 어찌 사내라 할 있겠나.

분위기에 맞춰 적당히 취한  거동하며 그녀들의 부축을 받은 에드릭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그러니까… 못 먹어도 고? 아니아니, 못 먹을  또 뭔데. 잘 먹고  놀면 되는 거지.

그러면서 점수도 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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