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85)화 (185/454)



〈 185화 〉46. 신수하고 썸 타본 적 있나?(4)

갑자기 궁금해졌다.



“바헬루스 님은 남녀 관계를 따로 경험해본 적 없으신 겁니까?”
“나는 나로서 완전한데 내가 왜?”



어, 음… 일리가 있네?




“내 반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그걸로 애를 태울 필요가 있긴 한가? 필요했다면 어떨지 모르나, 필요하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는데 왜?”
“…그도 그렇네요.”




나름 자신이 완벽하다, 어쨌든 미물과는 다르다는 주관이 아주 확고한 바헬루스였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사실 당연한 생식 행위지만, 그걸 굽어보는, 하늘 같은 입장에선 그 모든 게 미개하고 미천한 것들이 하는 발악처럼 보였을지 누가 알리.


얼마  되는 삶을 연명하는 이들이 그나마 종을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이 그거인 만큼, 그것들이 종을 유지하기 위해 발악하는 건 이해하니 그러려니 쳐도, 굳이 나까지? 나는 예외적 존재 아닌가?


……라는  아니었을까 싶다.
이걸 귀엽다고 해야하나 순진무구하다고 해야하나.


어느 의미로 코넬 쪽이 먼저 잘 구워삶아서 건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미  본체를 목격한 탓인지 항상 코넬 앞에선 기가 확 죽고, 눈치를 엄청 살펴대는 통에 코넬 입장에서도 흥이 식었는지, 요즘은 본 체 만 체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했다.


“뭐냐? 하면  좋은 거라도 있는 거더냐?”
“음, 글쎄요.”

단순히 육체만 구현해둔 거라 생식 활동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솔직히 의문이긴 했다. 한다 쳐도 정말로 느낄 수 있을지 아닐지도 좀….

“어차피 본능에 충실해 발정에 의한 종족 번식 행위 아니더냐? 거기에 매달리느라 자기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건 참으로 탄식할 노릇이지.”
“그러고 보니 바헬루스 님은 자기 개발 욕구가 상당하셨었죠?”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고, 도태되기 싫으면 당연 자기 단련을 소홀히 해선 안 되지. 내심 여기에 이러고 있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있게 된 이상 다른 방향으로라도 단련을 소홀히 해선 아니 되는 법. 몸을 단련 못 하면 영성을, 영성을 단련하기 어렵다면 경험과 지식량이라도 늘릴 수밖에.”

…참으로 신기한 건, 이렇게 보면 엄청 건전한 존재처럼 보인다는 거였다.
아니, 실제로 건전하기도 했다.

온갖 곳을 기웃대며 배울 수 있건 아주  배워대고 있었으니까.
근데 체득도 빠르고 이해력도 좋아 금세 응용까지 해댄다.


특히 화산지대에 거주하며 용암 구덩이에 몸을 담가대다 보니 아무래도 열기에 대한 내성이 상상을 초월해서 대장간 같은 곳의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더라도 별 타격을  입는 건 물론, 몸도 어지간한 피조물보다 훨씬 강건하다 보니 이쪽 요령을 금세 체득해 지금은 어지간한 숙련공 못지않은 실력을 보유하게 됐다. 오죽하면 수련공과 숙련공 멘탈이 부서지지 않게 만들고자 에드릭이 온갖 조치를 취해야만 했겠나.


그러나 그런 그녀조차 인간 관계, 예컨대 커뮤니케이션과 그와 연관된 미묘한 것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나 보다.


이를테면 처세술하며, 화법, 정치질 같은 거엔 어린아이 못지않은 순수함을 보인 덕에, 일부는 정신에 문제가 있는, 모자란 여자로 취급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기에 이 부분은 철저하게… 에드릭 쪽이 잘 일깨워주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생식 행위를 하면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걸 보아하니, 교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건가? 남녀의 깊은 교우 관계를 위해?”
“어, 음… 틀린 말은 아니죠.”


아주 맞다며 맞장구치기도 그랬고.


“배우자라 했던가? 결혼? 혼약을 맺는 이들 가운데 일부는 맺어지기 전엔 육체적 관계를 철저히 꺼려하는 모습도 보이던데, 이유는?”
“그건….”

이걸 뭐라 설명해줘야 하려나?


물론 이곳 세계가 남녀 관계, 섹스를 알그리타 대륙처럼 터부시 하는 경향은 없지만, 어쨌든 귀하신 몸들은 나름 체면도 있고,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몸소 피력해대는 부류들이다 보니 난잡함을 최대한 꺼려하는 이들이 일정 부분 포함돼 있었다.
물론 그들 기준에서도 부족장의 자식이나 딸내미기도 했고, 그 외엔 각자 사정들이 있다고 할까.


물론 에드릭의 원래 세계와 비교하면 여긴 문란함이 상식을 완전히 초월한 세계라며 난리를 칠 법도 했지만, 아쉽게도 여긴 이세계. 에드릭의 본 세계가 아니었다.

그러한 기준으로 대강 설명하자.



“흐음, 귀찮군. 뭘 그리들 고민하는 건지, 건강한 후예를 낳기 위한 거란 이유도 이해가  가는 것들 투성이고.”
“어떤 점이요?”
“체격이 다부지고 튼튼한 암컷과 수컷이 잘 맺어지면 되는데, 가끔 보면 척 봐도 안쓰러울 법한 몸을 지닌 암컷에세 혹하는 수컷들이 너무 많아 보인다 이 말이지. 반대로 너희 대륙에서 온 난쟁이들을 오히려 더욱 선호하는 듯 보이는 몇몇 것들도 그러하고.”
“아하….”



성 취향이랄까, 일종에 이상형에 대한 문제가 그녀로서는 영 이해가 안 갔던 모양이다.


애초에 사람이 보기엔 이 원숭이나 저 원숭이나 거기서 거기고, 오랑우탄이 아무리 잘 생겨봤자 오랑우탄인 건데 뭐들 저리 복잡하게 이런 걸 따져대냐, 뭐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근데… 잘 생긴 오랑우탄 보면 리얼 인간보다 미형인 것들도 있는데… 그건 알려나 모르겠다.



“이전에 그 괴물이 나와 너를 맺어주려 했다는 걸 들은 예가 있다.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주인과 노예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랬다지?”
“…어, 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닙니다만.”
“분명하게 하는 말이 어째 하나도 없구나. 이건 이거, 저건 저거 아니더냐?!”
“음… 그러게요?”

육체적 관계를 위아래, 서열을 정하고자 하는 명목으로 한다는 것도 물론 그녀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오히려 이쪽이 주류고 종족의 번식 차원이라는 거야 이미 알고 있는 마당인데, 문제는 막상 이곳에 와서 그런 걸 살펴보다 보니 그와는 다른 의미의 상황이 펼쳐진 게 조금 의아했나 보다.

수컷이나 암컷이 목숨 걸고 짝짓기, 교미를 하는 거야 당연한 게, 그들 모두  나은 자식을 만들기 위해 그런 거니 그렇다 쳐도… 외모가 과연 생존에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파라메라 대륙은 그게 그나마 덜한 케이스인데, 알그리타 대륙에서 외모 따지는  접하면 바헬루스로선 경기를 일으키지 않으려나? 아니, 현대로 건너오면 아주 그냥….

종족의 차이가 있다곤 해도 에드릭 또한 자기 눈으로 보아 입이  벌어지는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가슴 속이 꿈틀대고, 간질간질대며, 흥분이며 흥미가 치솟기에 관계를 맺는 거지, 솔직히 단지째로 하라고 들이밀어도 취향이 아니면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근데 이건 릴리에나도 마찬가지고, 애초에 정상적인 인간 입장에선 당연 절세 미녀, 절세 미남… 취향이 조금씩 어긋난다 한들 자신의 심미안에 맞아야 그쪽 흥미로 솟아나는 거지, 단순히 관계를 위해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고서도 한다? 아, 물론 그럴 수야 있지. 그런 걸 선별하고 고를 여유 자체가 없다면야….


오랜 기간 관계가 누적돼 정이라도 쌓여, 분위기가 갑자기 그쪽으로 무드가 흐르고 분위기가 잡혔다던가, 말 그대로 발정난 타이밍에 시기가 잘 맞물려 어찌어찌 진행됐다던가, 술김이라던가, 멘탈이 날아갔을 때 머리가 살짝 맛이 가서 어쩌고 저쩌고….

에드릭은 이런 걸 일일이 설명해줬지만, 결론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애초에.


“잘 생겼다는 건 무엇이더냐?”
“…….”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성욕이 따로 없기에 그쪽에 대한 동기부여가 안 돼고, 설상가상으로 종족 번식 본능하며 그럴 의욕 자체를 못 느껴대는데 자기를 단련하는 쪽이 더 큰 희열을 느껴댄다.


인간이란 것도 머릿속이 그쪽으로 태반이 먹혀서 그런 거지, 상식적으로 그쪽 본능이 마비됐다 치면, 오히려 섹스 행위조차 엄청 귀찮고 난잡하게 여겨 대뜸 꺼려하지 않았을까?

예컨대 현자 타임이 아니라  순간 무감 타임이라면? 크흠, 그러니까 인생이 고리타분해도 자기 단련으로 버틸  있는 걸지도?“이건 말로는 안 될 거 같은데요. 진짜.”



“하면?”
“직접 체험을 추천드립니다.”
“어떻게?”
“…….”


내 입으로 나하고 함하자! 이러는 게, 이상하게도 부끄러웠다.
아니, 다른 이들한테는 카사노바 못지않게 들이대며 약속도 잡고, 방으로 부르던가 찾아가기도 하는 판인데… 왜일까?



“제가 도움을 드릴 순 있을 거 같습니다만.”
“어떻게?”
“…….”



막상 말하자니  말문이 막힌 에드릭.
그러니까, 이걸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렇고 저렇게…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한단 말인가?!



‘아닌가?’




오히려 그 점이  두근두근 대는 걸지도?
사고를 전환하니 이건 이것대로 절묘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뇌 회로가 바뀐 양 의욕이 막 샘솟기 시작했다.

“제가 최대한 힘써 보겠습니다.”
“그러냐? 그럼 열심히 해보거라.”

저기요, 이건 저 혼자 힘쓴다고 되는  아닙니다만? 님도 저하고 같이 힘써야 하는 거예요.

라고… 에드릭은 굳이 사족을 덧붙이진 않았다.
어차피, 해보면 알게  거였으니.

오, 생각해보니 이건 이것대로 대박?

이런 쪽의 문외한 존재와, 순수하게 그렇고 그런 식으로… 어, 생각해보니 이게 바로 순수하게 썸을 탄다는,  그런 건가?

……생각해보니 여태 그녀와 동행하며 이런저런 걸 일러주는 건, 대강 데이트로 매칭해도 될지도?



“…….”

역시 남정네란 틈만 나면, 여자와 조금만 가까워지면 찰나 만에 손주까지 떠올린다는데, 정말이지 괜한 헛소리가 아니었다.


딸내미가 아빠하며 안겨오는 걸 순간적으로 떠올렸으니 말이다.




“오오오….”




침착해라, 침착.
아직 시작도  했다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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