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68)화 (168/454)



〈 168화 〉41. 어쩌다 보니 유명세가...(2)

현실 세계에 켄타우로스 족 처녀, 아가씨, 여성은 없다.
그래, 현실에선.


책장을 테이블에 내려둔 에드릭은 문득 해가 저물어 어둑해진 세상, 창밖을 통해 비치는 그 적막을 눈에 담으며, 내부를 알싸하게 비추는 화롯불을 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캠핑도 아니고.’




하루 이틀 정도야 낭만이겠거니 했지만, 이것만 몇 날 며칠, 그걸로도 모자라  주 단위로 이어지니 날이 저물 때마다 빛이 그리워질 지경이다.

사실 공사가 끝난 지역은 도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는 터라 거기서 머물러도 나쁘진 않았지만, 원래 이런 일은 솔선수범해야 불만이 삭혀지는 법.


근데 이걸 알아도 막상 이런 생활에 적응을 못 하면, 너무 고된 터라 그냥 멍 때리고만 있더라도 몸살이 나거나 지루함에 몸둘 바를 모르고 행패를 부리기 마련.

그런 의미에서 태생이 평범했고 막일도 여럿 해보며 밑바닥 일들로 현실을 통해 단련된 에드릭은 노동 환경에 팽개쳐지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냐 하는 심경이었다.

물론 그걸  리 없는 이들은 잘난 놈들 치고는 싹수가 있다, 근성이 있다. 개념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에드릭을 대하고 있었는데, 거기다가 일반인으로선 엄두도 못 낼 능력을 선보여 도움까지 주니 거의 종교의 교주로 추앙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인지도와 신망을 쌓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기 구역뿐만 아니라  구역까지 파견 나가 이러고 있으니, 찬사가 뒤따르지 않을 리가.


물론 에드릭 입장에선 합법적으로  구역에 침입(?)해 도움을 주며 이것저것 살필 수 있단 명분 때문에라도 나쁘지 않겠거니 싶었고, 이로 인해 얻어낼 것도 다양했기에 사실 아쉬울 게 없었다.

단지… 몸이 피곤하다 뿐.

그나마 해가 저문 뒤까지 뭔가 쓸데없는 행동을 할 일이 없다 보니, 야밤에 할 일은 뻔하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생활이 썩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대인이야 일을 하든 말든 정오 넘기고, 새벽까지 눈에 다크 서클 낄 정도로 버티며 사사로운 일에 전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지만, 여기선 일단 해가 떨어지면 본격적으로 일을 굴리기가 힘들었다.


물론 하고자 하면 못할 것도 없지만, 급한  아닌 이상은 순리를 따르고자 했고, 무엇보다 기계가 없더라도 마법이며 주술, 에드릭 같은 정령술과 각 종족들의 장점 등을 잘 이용하면, 인력을 배로 쏟아 붓는 것보다 훨씬 빠르면서도 효율적인 토목 공사, 건설 등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현대식 공법까지 첨가해 합리적인 건설안을 구축해 제공한 터라, 이런 면에선 합리성이 남다른 점도 중요한 요소긴 한데… 사실 에드릭으로선 그런   모를 수밖에 없기에 그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떠맡았다.
예컨대 시키는 일 잘하는 일꾼의 역할이랄까.


근데 단순 일꾼이 아니라 고위 정령술을 다루는 일꾼이라니….

거기다 알헤디나의 사도로 각광 받게 되니, 알헤디나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의 여타 종족들도 에드릭에게 접견을 요청해오는 차였다.

사실 타 신수의 가호를 받는 이들은 에드릭처럼 친화적이거나 유화적이지 않았던 탓이 컸는데, 사실 얕잡아 보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에드릭이 그런 걸 눈치 못 채며 호구처럼 당해줄 정도로 멍청한 측은 아니었다.


다만 먼저 선빵을 치게 만든 다음, 배로 갚아주는 식이… 누구들 입장에선 답답해 보였는지도.

아예 대들지 못하게 시작부터 밟아버리면 되지 이게 뭔 짓인가?! 라는 태도로 따져대는 이들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조금 돌아간다 뿐 결론은 좋게 나왔기에 그들도 결국 에드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큰 그림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꼼수지.’

사실 꼼수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먹으면 되돌려준다는, 상식을 제대로 실행해준 거에 지나지 않지만, 세상은 그걸 제대로 실행하지 못해서 항상 화를 면치 못하곤 했지.

물론 이때도 선빵이 별 피해가 없다는 전제가 붙어야 했지만.
선빵이 칼빵으로 돌아오는데 그냥 맞는다? 그거야말로 개죽음이지!

“나, 날이 많이 차기도 하고, 해가 기울이 쌀쌀하기도 하니, 슬슬 잠자리에 드심이….”
“그렇네요.”

실은 화롯불이 있다는 자체로 쌀쌀함은 의미가 없지만, 제대로 불빛이 없다 보니 책을 읽는 게 조금 번거롭긴 했다.


임시 거처이긴 해도 각 종족의 대사… 대사관이란 개념은 없지만, 대표로 의견을 전달하고 전하는 입장에 놓인 몇몇 종족의 대변자들은 임시 거처조차도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규모로 대접 받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들에게 평등이라던가, 소박함을 권유하는 건 오히려 모욕을 주는 일.
각 종족의 대표인데 괄시하고 소홀하게 대한다? 그들 종족의 자존심을 뭉그러뜨리는 일인 만큼, 이런 자존심, 체면 문제는 대단히 중요했다.


에드릭이야 이곳 원주민들, 종족들과 교류를 해서 이를 진작 알았지만, 타 임원 측은 이를  캐치 못 해 이 문제로 벌써부터 불화가 일어나 난리도 아니란다.


‘왜들 그러는지 원.’




아닌 이들도 있지만, 임원  네다섯이 그런 실수를 범해 벌써부터 자기들의 세력권에 놓여야 할 이들과 삐걱대고 있다는  자체가 영….


물론 그들 중 일부를 에드릭이 몰래 끌어 들였지만, 그들이 거기까진 알 수 없을 거다.


엄청 얌체 같은 짓이지만, 기회를 잃은  그들의 무지와 무성의 탓 아닌가. 시간은 충분히 있었는데 대비를 안 하고, 대처를 잘못한 그들 잘못인데, 거기까지 배려해줄 정도로 에드릭이 성격 좋은 입장은 아니었다.




‘그래도 나중엔  끌어들여야 하니.’

이게 살짝 골치 아팠지만… 따지고 보면 같은 회사 임원인데, 끌어들여서 손해  건 없겠지.


‘배신할 수 있다는 게 흠이지만.’


유화 정책의 단점은 강렬한 카리스마, 리더 십이 대두될 때, 아무래도 비교가  수밖에 없단 점.



“에드 님?”
“예, 이만 읽을게요. 그렇지 않아도 슬슬 눈이 침침해지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힐끔 봐도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면 자, 잠자리를….”




화롯불에서 떨어진 부근에 푹신한 건초와 그 위를 고운 천으로 몇 겹이나 깔은 미묘한 침대…라고 부르기 애매한 곳에 몸을 누인 무리엘.

딱히 사각 침대도 아니고 크게 가장 자리며 뭣도 없었지만,  영역을 나타내는 의미로 천막 비슷하게 내부에 들어서고 나갈 때 흔들릴 법한 커튼 같은 게 잠자리 침대라는 유일한 표시였지만, 거기에 위화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각자 자신의 신체에 맞는 방식의 잠자리를 아무래도 만들기에, 하반신의 말의 그것인 그들은 사실 인간처럼 누워서 잠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니 아예 옆으로  쓰러지듯 눕던다. 다리를 접어 앉은 상대로 상체만 어딘가에 기대거나 하는데, 아무래도 쓰러지면 몸을 일으키기가 번거로우니 보통 건초나 부드러운 무언가를 약간 낮은, 대각선 느낌으로 형성해 거기에 기대서 잠드는 식이었다.


당연 하반신이 큼지막하다 보니 체중도 상당해서 보통 그렇게 누우면 45도로 굳건하게 서있던 풀들도 꼼꼼하게, 차곡차곡 쌓아두지 않으면 폭삭 주저앉곤 하는데, 이런 걸 좋아하는 이도 있고 아닌,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경우는… 적당한  좋아하고, 거의 수직인 상태로 몸을 누이는 걸 좋아하는 터라 사실상 쿠션감을 그럭저럭 느낄 수 있을 정도로만 깔아준 편이었다.
하반신이 에드릭 기준의 사람 셋이 위에 올라타고도 살짝 여유가 남는 크기다 보니 잠자리 영역만 해도 상당한 크기였는데, 에드릭이 그녀와 잠에 들 때는 여러 자세를 취하곤 했다.

앉아서 잠들 때와 누워서 잠들 때가 다르고, 무엇보다….

“하앗!”

떡을 칠 때는, 상반신을 진득하게 애무한 다음, 이어 하반신 뒤쪽으로 가서 박아대는 식이었다.


상반신도 큼지막한 편이기에 사실 가슴 크기며 전체적 신체 밸런스도 굳건한 형편.
그리고 이들이기에 할  있는 애무 방식이 있으니, 하반신에 타듯 뒤에서 끌어안아 부대껴대는 건데, 등 뒤에 누굴 올려놓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그들이, 누군가를 뒤에 태운다는 거 자체가 무한한 신뢰의 표시인 만큼, 에드릭이 올라타 그녀의 등이며 상반신을 마구 탐하는 이런 행위에 그녀는 자신들의 종족들과의 교미에선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섬세함과 세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옷을 모두 훌렁 벗어 던진 상태며, 이미 이럴 줄 알고 철저하게 모래 위에 몸을 굴려댐은 물론 멱마저 잘 감아댔기에 평소처럼 땀에 저린 듯한 특유의 체취가 진동하는 일은 없었다.


에드릭은 그것도 나쁘지 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무리엘로선 도무지 맨정신으로 그걸 받아 들이기가 그랬다.


같은 동족이었다면 크게 신경도  썼겠지만, 종족이 다르고… 무엇보다 에드릭의 몸에서 피어나는 향긋한… 신선한 샘에서  법한 상쾌한 체취 때문에라도, 비교가 되는 통에 도저히  몰라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녀는 현재 켄타우로스 족 내에서도 가장 청결하며 깨끗하고, 외양을 가장 신경 쓰는 미묘한 면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켄타우로스 종족들도 그녀를 바라보는 눈길이 새삼 달라졌지만, 한편으론 이를 못 마땅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쯧쯧! 씻는 걸 신경 쓸 시간에 몸 단련에 집중할 것이지! 쓸데없는 거에 공을 들여서야!”



…이들도 당연 사냥에 입각한 사냥 종족, 동시에 전사를 존중하며 숭배하다시피 하는 전통이 무르익었기에, 아양을 떠는 듯한 무리엘의 저런 행동이  못마땅했던 탓이다.

물론 에드릭이 사라진 직후에 그런 소리를 면전에 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몰라, 자기들끼리 쉬쉬하는 형편이었지만.

에드릭 앞에선 순수한 척, 순박한 척하고 있어도 일단 종족 대표로 에드릭에게 붙들려진 그녀다. 결코… 호락호락할 리가.

그래도 등에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그녀의 부드러우면서도 조금만 힘을 주면 근육이 살아나는 등이며 등골을 입술과 혀로 애무하며, 동시에 손으론 그녀의 복부와  가슴을 자유롭게 애무하는 에드릭의 그 손길은, 그녀의 전신에 과도한 땀방울을 흘려내게 할 정도로 격한 감각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녀 특유의 체취가 땀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해 그녀는 대단히 민망해졌지만, 에드릭은 더더욱 거기에 맛이 들려 그녀의 목덜미, 목 옆, 귓등을 입과 혀로 애무하며, 여전히 손으로는 육중한 무게를 안겨주는  가슴을 괴롭히는데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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