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40. 이것은 치트인가, 개꿀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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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무언가 우리들이 모르는 어떠한 방식으로 힘이 되는지, 아님 단순 만족감, 지배를 공고히 다지기 위한 일환인지까지는.
힘 있는 자가 균형을 위해 누리려는 목적이 아니라 관리 차원에서 힘을 과시하며 지배자로 군림하는 예는 사실 신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이조차도 이야기며 구전 등, 상상에 기이한 것들이기에 정확하게 뭐라 단정 지을 순 없을 거다.
어쨌든 저쨌든.
산 아래에 임시로 체류하게 된 그들을 내버려 둔 채 바르마흐 산을 올라 다시금 꼭대기에 도달하기까지.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못의 색이… 마치 새하얀 백색에 무지갯빛을 엮은 것처럼 뭔가 몽환적이면서도 황홀하기 그지없는 색채며 광채를 뿜어대고 있었디.
졸지에 이게 뭔가 싶어 이마를 타고 흐르려는 땀을 팔뚝으로 훔친 에드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주변을 둘러본다.
‘뭔가….’
분위기가 완전….
예전에도 신성하다고 할까, 뭔가 분위기가 달랐지만 지금은 단순히 신성한 개념을 떠나 무언가 초월한 듯한, 그런 엄숙하면서도 경탄할 수밖에 없는 광경들이 시각적으로 펼쳐진 상태라… 잠시 뭘 어찌할지 몰라 그러고 있기는 한참.
“…변하는 건 없으니.”
뭔가 문제가 생겼다면 추가로 언급하는 바가 있었겠지만, 기다려도 그런 게 없으니….
의례적인 양 물 위를 걸어 반대편으로 쭈욱 나아가기까지.
반대편에 도착해 육지에 도달했음에도 변화된 무엇은 그 무엇도.
알헤디나가 등장한다던가, 헤일린이 등장한다던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반짝이는 못, 광활한 호수를 연상하게 하는 그 거대한 자태가 노골적으로 신비스러운 광채를 뿜어대고 있는 게 전부.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끝자락에 위치한 신전? 원래부터 조금 허술한 느낌이었는데, 덕분에 더욱 대조되는 듯 보였지만….
‘저게 중요한 게 아니니.’
신전이라는 건 본디 신성하기 이를 데 없는 장소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포함해 여타 종교적 이야기를 들춰봐도, 거기서 괜한 짓 해서 좋은 꼴을 본 예가 없었다.
예수님께서도 친히 성전을 정화하신 일화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에게 그것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까지 에드릭은 알지 못 했다.
실제로 알헤디나도, 헤일린도 이를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물론 대부분이 정도를 넘지 않고, 선을 넘지 않기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옷을 벗어 내려놓은 다음, 조금은 불안했지만 별문제 없으리라 마음을 가다듬곤 이어 못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하여 물에 잠기기 무섭게, 빛과 더불어 새하얀 세상이, 광활한 빛무리와 함께… 세상천지를 뒤덮기에 이른다.
‘이건….’
물 속이라는 자각은 들었지만, 어딘가 본래 세계와는 다른 것 같은… 무언가 형언하기 어려운 감각들이 오감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분 탓인지 평소에 신수(神水)며 성수(聖水)랍시고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 얻는 게 무궁무진하다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했지만 이번만큼 그러한 실감이 확고하게 다가온 적은, 단언컨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전신의 모든 감각이 새로이 깨어나고, 열리는 듯한 감각에 도리어 두렵기까지 했다.
마치, 새로운 감각 기관이 열리며, 그 감각 기관을 거쳐 새로운 혈관이, 또 다른 혈액이 몸 속에 줄기를 뻗어 흘러드는 듯한 감각.
이윽고 그것은 전신에 뻗쳐 심장이며 뇌에까지 줄기를 뻗어내 모든 영역에 뿌리를 내려선… 마치 예전부터 존재했다는 듯 자리 잡기에 이르는데, 그렇게 되자 이게 이번에 갑작스레 이루어진 작업이 아니라, 사실 이곳에 와 물에 몸을 담근 한참 전서부터,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던 과정이라는 걸 불현 듯 깨달았다.
‘이걸 단번에 감당할 순 없으니….’
순차적으로, 점진적으로 몸을 단련시켰다? 적응시켰다고 해야 하나?
거기다 익숙해져서 그런지 뭔가 흐름 같은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만 실타래처럼, 한편으론 입자처럼도 보였는데, 아주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어 눈에 다 담기엔 너무나도….
‘엄청나네.’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체험이었다.
이걸 말로 어찌 표현하겠는가.
표현하더라도 감히 몇 퍼센트, 몇 할이나 표현 가능할까?
‘무협지에서 임맥? 뭐 대주천 타통? 이런 거하고 비슷하려나?’
그런 거치고는 그다지 신체의 위험이라던가, 위기감 같은 건 전혀.
그저 몸은 한없이, 물인 동시에 빛무리에 휩싸여 점차 잠겨 들고, 파묻혀가며….
이윽고 자신의 존재, 자아마저 잊혀가는 감각을 만끽해가며, 에드릭은 잠들 듯… 한편으로는 어딘가 붕 뜨는 듯한 감각 속에 몸을 내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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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차여차해서.
“허.”
못 밖으로 나왔을 땐 완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감각 등 모든 게 뒤바뀌었다.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으니.
“어떤가요?”
새하얀 자태를 뽐내며 언제부터 자리했는지 모를 그녀, 헤일린이 바닥을 타고 스르륵 미끄러지듯 에드릭의 인근을 향해 근접해왔다.
“…음, 새롭네요. 그냥 모든 게 다.”
“차차 익숙해지실 겁니다. 새로이 정령계와의 문이 연결되었으니, 이후로는 문을 여닫으며, 오고 가는 이들을 조절할 수만 있다면, 많은 걸 누리고, 얻고, 다루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뭔가, 많이 누린다고 할까, 그런 걸 크게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
“알헤디나 님께서는 헌신과 공양에 대해 언제나 정당한 보상을 안겨주시옵지요. 그 일환이라 보시면 되옵니다.”
“제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반쯤은 우연이고 한편으론 기연도 뒤따랐지만….
결과적으로 개척 및 여러 모험에 몸을 내던진 게 결과적으론 올바른 선택이었음이… 이번 결과를 통해 확실하게 증명됐다.
‘쉬운 건 아니었지.’
아바타라고는 해도 꽤 여러 번 죽을 뻔했으니까.
그래도 그 결과가….
“이제 제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서, 그게 조금 안심이 되네요.”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손을 휘젓자 너무도 자연스럽게 새파란 물줄기가 뻗어나온다.
어딘가 현생… 아니, 현실에서 보일 법한 그런 물줄기와는 색감이나 기척? 아무튼 느껴지는 게 완전히 달랐지만… 물이라는 본질 그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음, 뭐 이렇게 됐으니까… 이제 다른 의미로 약속을 이행하면 되겠는지요?”
“그렇게 된다면 감사한 일. 그러나… 당장엔 힘들어 보이는군요.”
“??”
에드릭이 의아한 듯 헤일린을 올려다보자.
“알헤디나 님께서 지금 본거지를 두고 있는 마을로 향하시라 전하였습니다. 내버려둬도 큰 문제는 아니나, 지금 가게 되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라 조언하셨지요. 당연 이를 따르고 말고는 에드릭 본인의 몫입니다. 어떠신지요?”
“으음… 저야 시키는 대로는 잘 따르니까요. 망설일 여지 없지… 바로 조언에 따르겠다 알헤디나 님께 전해주시기를.”
“그래요.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회포를 풀도록 해보죠. 숙원도 덤으로….”
그러면서 그윽한 눈길을 던지는데… 무심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한 번 시험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어떤걸요?”
옷을 차려입고 길을 타고 내려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신전 쪽을 가리킨 헤일린이 뭔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게 아닌가.
“??”
물론 그녀가 손으로 가리킨 건, 단순 신전은 아니었지만.
바르마흐 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던 여러 부족들의 대표들은, 하늘에서 물줄기를 보드 타듯 떨어지는 에드릭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호들갑을, 비명을 질러대는 등, 여러 반응들을 보여대며 요란법석하게, 마치 멀쩡한 하늘에 물벼락을 떨구듯, 혹은 단비며 여우비를 흩뿌리듯 지상 위로 낙하해 착지하는 신위를 보인 에드릭을 보며, 새삼스러운 시선들을 내비쳤다.
물론.
‘으아, 죽을 뻔했네!’
솔직히 지려도 몇 번은 지릴 뻔했다.
이게 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으로 막 압박? 중력? 관성? 아무튼 그거 때문에 막 방광 쪽이 울린다고 할까, 떨린다? 뭔가 이상야릇하면서도 불안하고 무섭고….
마치 어렸을 적에 꿈에서 높은 곳에서 추락할 때 느끼는 걸, 제대로 실감해보니 이건 이것대로 엄청….
‘더 능숙해진 다음에나 시도해야지….’
진짜, 어떻게 내려왔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