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51)화 (151/454)



〈 151화 〉37. 원래 귀한 건 아껴 먹는 법이랍니다.(2)

---------

“눈치를 정말 못 채는 건지, 능청 떠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릴리에나는 한탄조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눈치고 자시고….”

에드릭은 내심 억울했다.
능청이라니… 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사장님은 항상 져주는 스타일이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존심을 굽힐 일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체면이며 자존심을 내세울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답니다. 입장이든 성격이든 뭐든 간에.”
“멜레니아 님이 그런 입장이다?”
“말하는 거 들어보면 그렇잖아요? 애초에 멜레니아 님께 사장님이 바짝 엎드리거나 반한 척이라도 하면서 매달리면  좋아요? 왜 안 그러는데요?”
“아니,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님 마는 거지, 뭘 그걸 가지고 매달려? 추하게?”
“……이런 게 이상하다니깐요. 이 때문에 주변에서 오해하잖아요.”
“아니, 오해하고 자시고 그녀 정도 되는 입장이면 대놓고 말해줘도 괜찮잖아?”
“오히려 반대라니깐요?”
“왜?”
“…여자들 여럿 후려대서 여자에 대해  아는 줄 알았더니, 이런 쪽으론  먹통이고… 나 원….”



아니, 대체 어딜 어떻게 봐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거지?
그렇다고 릴리에나하 허투루 이런 소리를 해대는 여자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귀 기울여 듣고는 있는데….




“터놓고 그녀가 사장님한테 이런 식으로 애태울 필요가 있긴 해요?”
“외교적 파트너로서  정도면 꽤 구미가 당기지 않을까?”
“뭐 때문에요? 애초에 뒷배가 뭔지도 모르고 오히려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거고, 괜한 소문 잘못 나면 강력한 외교적 카드 하나를 영구적으로 날려먹는 건데, 그녀가 그런 밑지는 장사를  하는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해서 고민 많이 했는데, 그녀도 뭔가 계획이나 생각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어림도 없죠! 그것도 물론 고려를 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사장님의 존재에 대한 호의가 뒷받침됐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고작 그걸로?”
“고작이라니… 사장님 자신은 이곳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부류의 남성이란 걸 조금 자각할 필요가 있으실 거 같은데요.”
“내가? 어째서?”
“…후! 이걸  입으로… 우선 첫째.  생겼죠.”
“어, 그건 맞지.”



아바타지만.


“둘째, 배경이 좋죠.”
“배경?”
“어디 뿌리인지는 몰라도 한창 애들이 앞뒤 분간 간신히 하며 어리버리할 때 이미 나이 그윽한 이들이 이룰 법한 기반을 갖췄으니까요.”
“그건… 맞지.”

본사가 바지사장으로 대충 명부에나 올려둬 얼굴마담으로 부려먹고 있는 거지만.




“인성도 바르고요.”
“인성….”


뭐, 막돼먹은 짓은 안 했으니 이것도 그러려니 하고.

“생각이 어긋났거나 모자라거나 가볍지도 않고.”
“크흠!”



그야 원판이 30대인데, 지금 와서 어리숙하게 날뛸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거시기도 크고.”
“응?”
“거시기가 크죠. 밤일 만족시킬 수 있는 능력은 부부 생활에 있어 매우….”



……조금 이상한 게 끼어 있지만, 나쁜 이야기는 아니니 패스.




“능력도 갖췄고요.”
“능력?”
“장사 수완도 그렇고 근래에 정령술도 일취월장해서 돌아갈 때쯤이면 이것도 꽤… 아무튼 그런 것들  포함한다 쳐요.”
“…그래, 아무튼 그렇다 쳐.”


여기만 놓고 보면 뭐하는 새끼인가 싶을 정도로 먼치킨스러운 녀석일세.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처세술이 뛰어나죠.”“응?”
“자기 주제를 잘 헤아린다고요.”
“그게 장점이 돼?”
“크나큰 장점이죠. 아닌 말로 절 봐요. 제가 사람들하고 관계를 잘 꾸려나갈 수 있겠어요? 제 주도적으로?”
“못 할 건 뭔데?”
“저는 시키는 일을 잘하는 부류지, 남들을 이끌진 못해요. 이끄는 것조차 지상 과제, 대전제가 따라 줘야 그걸 등대 삼아 잘 버티는 거지, 아닌 말로 주도적으로 뭘 하라 하면 안 하죠.  하진 않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게 처세술하고  상관인데?”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사장님은  하시잖아요? 할 수 있든 없든.”
“응?”
“특히 사람 상대하는 쪽으로.”
“그게 처세하고 관계가 있나?”


차라리 리더십, 카리스마 쪽이라면 이해가 간다만.

“자기 주제에 맞게, 할 수 있는 것만 해내고 그걸로 효율을 내는데 최적화된  사장님이라 이거예요. 근데 그걸로 남들 앞에 서서 남들을 부리기까지 하는 건데, 그 핵심 기반은 처세술의 일종이니 이리 말하는 거예요.”
“곧 죽어도 카리스마가 있다, 리더십이 뛰어나다고는 말  하는구나?”
“양심 있으세요?”

……이렇게 쏴대는 것만 보면, 이 여자가 틈만 나면 내 밑에서 애액 질질 흘리며 까무러치는 그 여자가 맞는지 의심스럽단 말이지.



“유비가  모델이라면서요? 유비가 카리스마가 뛰어나서 다들 따른답니까?”
“그렇다는데?”
“양아치 때 말고요.”


유협이다, 유협. 양아치라니…… 아니, 온전하게 살아가는 이들 기준으론 맞긴 한가? 건달이니?


“뭐 그 사람을 직접 안 본 거라 대놓고 뭐라 하긴 그렇지만요, 아무튼 사장님은 그런 쪽이다 이거예요.”

“…그래서 결론은?”
“여자 기준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자 감이라 이거죠.”



응? 갑자기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




“저 중에 하나만 갖춰도 이곳 세계에선 삼처사첩이 무난한 판에, 사장님은 그걸  갖췄죠. 무엇보다 젊어요. 이거 얼마나  메리트인지 아세요? 거기다 결혼도 안 했네? 미래가 보장된 꼬맹이이네?  잡아 먹는  이상한 거죠.”
“그으래?”


 남에 입에서 칭찬을 하는 건지 분석을 하는 건지 애매한 상황이라 잠깐 주춤했는데… 이건 어딜 어떻게 봐도 극찬 아닌가 모르겠다?

“그럼 너는 어떤데?”
“뭐가요?”
“네 입장에서는 어떠냐고?”
“저야 실체를 아니 태반이 과장됐다는 걸  알기에, 그다지요.”
“뭐… 그것도 맞네.”
“에드릭만 놓고 보면 진작에 잡아먹었겠지만요.”
“끙!”

나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조차도 과소평가였나 보다.

“다만 패기가 부족하고, 너무 사리는 감이 있어서… 좋게 보면 능글맞은 건데 나쁘게 보면 겉늙었다, 소심하다, 주책이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경우도 없진 않으니… 이건 좀 고치셔야 할 지도요?”
“나, 이래 보여도 꽤 나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너무 심했나 싶을 정도로….”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사리는  맞거든요? 그러니 또래보단 대부분 띠 동갑들하고 대화가 통하고 있는 거잖아요? 젊은 층 가운데 현재 사장님하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존재,  명이라도 있어요?”
“어… 그러게?”
“아르세이유에서도 없었죠?”
“…그, 그렇지?”



의외의 사실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꼬맹이들하고 사귈 필요가 있긴 하고?

“보통 자기 아들 뻘 혹은 그보다 어린 꼬맹이가 자기 아들보다 더 성숙하고, 자기들하고 비슷한 식으로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거 정상적으로 어떻게 보이겠어요? 사람이라면?”
“…성숙하다? 장하다?”
“양심 어디 가셨나고요. 아님 자기만 객관화가 안 되세요? 중이  머리  깎듯?”
“끙….”
“소름 끼치죠. 징그럽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소리를….



“개중에 테티아나  같은 이상한 취향을 지닌 분이 눈독을 들이기도 하겠지만요. 아닌 말로 그분도 이상하잖아요? 결혼도 아닌데 딸에게 아이를 낳아 달라며 딸아이와 배를 맞춰 달라니….”
“음, 그래도 이해는 해줘야지. 그녀도 나름 불우한….”
“상식적으로 말하는 거예요. 개인사 이런  일절 배제하고.”


아무튼!




“이제  자각이 되셨나요? 워낙 능글 맞아 다 알고서 그러는 줄 알았더니, 설마 그걸 짐작도  하고 그러고 있었다니… 멘탈이 견고하다며 감탄했는데, 그냥 단순히 눈치가 없어서….”
“아, 됐고! 그러니까 결론은, 멜레니아 님이 내게 호감이 있다, 관심이 있다… 정도를 넘어 그 이상이다? 이거지?”
“대충은요.”


……대충은 또 뭔데.

“여자의 마음은 갈대랍니다. 그렇게 단정 짓고 접근했다가 독박 맞으면 어쩌려고요?”
“…끙.”


어렵다 어려워.
그래도 긍정적인 내용이 다시금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래도 그녀 입에서 먼저 하룻밤 치르자는 말이 나왔다면, 그녀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거니… 그쪽 일이야 사장님이 더 잘 알 테니 알아서 끓여 드시든 생으로 드시든 씹든 마시든 알아서 하시고요.”
“…그냥 내버려 두면 간단하게 풀릴 걸 괜히 어렵게 만드네.”
“우연이 항상 들어맞을 순 없는 법이죠. 미리 대비를 하고 있어야 나중에 된통 깨지더라도 피해가 덜한 거죠. 적어도 왜 깨지거나 상대 반응이 과장되게 나오는지, 이제는 잘 알겠죠?”
“그만큼 외모가 뛰어나니 길거리 헌팅에 자신이 생겼을지도?”
“하시던가요. 누가 뭐래요? 헤프다는 소리 듣는 건 어차피 사장님이지, 제가 아닙니다만?”




뭐 말은 이렇게 했어도 거의 안 할 테지만.
물론 마음에 쏙 드는 여성이 지나간다면, 예전엔 눈 여겨만 봤을 테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들이대지 않을까 싶지만.

“아, 됐으니까 닥치고 빨리 날짜 잡고 그 년하고 떡이나 쳐! 얼른!”
이를 조용히, 입 꾹 닫고 계속 지켜보던 코넬이 어째 이를 갈며 그리 말해대는데, 왜 저리 화가 났는지 에드릭으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에휴.”



그걸 곁눈질하며 한숨짓는 릴리에나.
코넬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에드릭.
아직도 멀었구나 하고 속으로 중얼댄 릴리에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