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120)화 (120/454)



〈 120화 〉32. 데이엔 가의 그렇고 그런 사정.

 뒤로도 사실 한다고 치면 더 할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결국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아쉬움은 남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옷을 버릴 정도로 심하게 날뛰지 않았다는 것.
에드릭이야 여러 사정을 고려해 비치해둔 예비복들이 준비돼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릴리에나는 그렇지 못한 상황.

“이 기회에 옷이나 몇 벌 준비해두죠?”
“…….”

물론 그녀가 입고 있는 옷처럼 기능과 디자인, 편의를 전부 겸비한 옷을 구하는 건 무리겠지만, 이곳 백화점 내에서도 좋은 옷들, 일류 디자이너를 포함해 장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손꼽히는 복장들은 수두룩했다.


그러나 기성복을 입자니 체형이… 가슴이 특히 크다 보니 결국 맞춤 복장을 입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 에드릭은 백화점 내부를 둘러볼 겸 릴리에나를 데리고 백화점 내에 입점한 업주들을 찾아가보기로 결정.


전문가라 해도 각자 특기가 다른 만큼, 그 가운데 릴리에나는 당장 에드릭에게 보여준 건 없지만 저래 보여도 경호를 목적으로 배정된 만큼, 그런 쪽 복장에 일가견이 있는 업주를 찾아가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쇠갑옷을 다루는 업자와 가죽이며 천을 이용한 기능성 복장을 제조하는 이는 전문성이 완전 다른 입장. 물론 쇠갑옷도 내부는 가죽을 덧대는 편인데, 이 또한 환경에 따라 그냥 쇠를 얇게 펴서 경량화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쇠를 두껍게 통짜로 뽑아 부착하는 식으로 만든다거나, 쇠 안에 가죽 혹은 면 같은 걸 덧대는 등.


역으로 여러 겹의 가죽 사이로 아주 얇은 쇠를 추가해 안감으로 쓰는 갑옷 종류도 있기에, 평화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확신을 가진 이들이 수요를 보장해주기에 병장기, 보호구를 제조하고 만들어내는 이들 또한 정예화된 추세였다.

“이건… 엄청 독특한 소재로군요.”


릴리에나의 원피스를 만지작댄 청년은 인상적이라는 듯 그걸 유심히 살펴댔다. 뿐만 아니라 돋보기를 겸하는 안경까지 껴가며 소재를 살펴대는데, 릴리에나는 그게 썩 불편한 듯 표정을 굳히고 서있었다.

…하긴 자기 옷자락 붙들고 이리저리 살펴대는 게 그리 좋은 풍경은 아니지.


“이건 저희들로서는 만들기 어려울 거 같습니다. 내심 도전하고 싶지만…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짐작도 안 가는군요. 이렇게 얇은데도 체온 조절에 탄력도 좋다? 피부에 닿아도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반면, 날붙이에 크게 손상을 입지도 않는다니… 존재하니 만들었겠지만… 이러한 가죽을 이런 식으로 가공해서 뽑아낸다는 건 도무지 짐작도 안 가는군요. 애초에 이건 가죽이 아니라 실로 뽑아다가 하나하나… 오우! 어렵습니다. 어려워요!”
“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그녀에게 맞을 법한, 기능성 복장을 제공해줬으면 합니다. 몸을 보호하면서도 움직이기 편하고… 대충 이해되시죠?”
“물론이지요. 저희 가게에 부유한 모험가, 귀족분들이 찾아오시는 이유도, 그런  원하는 방향으로 제공 드릴 수 있는 게, 이곳 도시에선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죠.”

입점했다곤 하나 이곳 주인, 청년은 일종에 본 가게에서 파견된 파견원에 지나지 않았다.

“소재며 예시는 많으니 차분히 살펴보시면 되실 겁니다. 아, 그 전에 치수를 재도록 하지요. 이쪽으로!”
“시간 걸릴 테니 저는  틈에 주위 둘러보고 올게요.”
“…예.”


릴리에나는 부끄러운 듯 눈을 슬그머니 피한 채 짧게 응답했다.



“아, 생각해보니 여성 직원이 치수를 재는  실례가 되지 않겠군요! 지금 한창 심부름 중이라 자리를 잠시 비운 참인데… 먼저 천천히 둘러본 다음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보시는 건 어떠신지? 원하는 걸 물색하다 보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도….”




알아서 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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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레니아 의원님이 조만간 찾아오신다고 하시던데요?”



사장실로 돌아오던 중, 비서인 코넬 양이 그런 소식을 전해줬다.


“…왜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아이고….”


또 무슨 명목으로 사람 피를 말리게 하려고….




“정확히 언제쯤 온다 그런 이야기는 없었고요?”
“예. 날짜를 알았다면 제가 그걸 말씀  드릴 이유가 없잖아요?”

…그도 그렇네.



“빨리 업무를 대행할 인력을 확충해야지… 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로 해결될 문제도 아닌 거 같고.”
“초기 기반을 튼튼하게 다져둬야 후일 얼굴만 비쳐도 알아서  굴러갈 거 아닙니까? 지금은 한창 바쁘게 뛰어다닐 시기니 불평불만은 나중을 위해 아껴두세요.”
“불평불만을 아껴서 뭐 한답니까.”
유통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고 재미는 어땠어요?”
“끙! 역시 알고 계셨군요.”
“냄새가 나니까요. 소리만  들릴 뿐 냄새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
“일부러 맡으라고 막 냄새 풍기도록 난잡하게 한 건 아니고요?”
“그럴 리가요.”


무슨 짓을 해야  바깥까지 밤꽃 냄새나 애액 냄새가 풍기게 할지, 내심 짐작조차 안 간다만.




“보는 여자마다  따먹고 다니니 기분이 어떠세요?”
“따먹다니요… 실례되는 말을.”
“틀려요?”
“틀립니다.”



에드릭은 단호했다.



“전 일방적으로 저만 이득 보는… 그런 감정 해소나 욕구 분출 목적으로 그녀들을 접하는 게 아니에요.”
“그게 별로 나쁜 건 아니잖아요?”
“왜 안 나빠요?”
“여자도 만족시켜주면 그걸로 좋지 않나요? 때때로  남자가 그런 식으로 확확 끌어주는 게… 만족스러울 수 있을 거라곤 생각  해요?”
“…그런 분이 계실 거라는 걸 무시하는  아니지만, 그런 걸 요청하거나 바라는 이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자기 의지, 의도대로 풀리는 걸 다들 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자립한다거나, 스스로 생각하며 뭔가를 추구하는 법을, 죽을 때까지 모르며 살아가는 이도 있답니다.”
“……예,  가능성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도 그들조차도 바라는 바가 있을 거고, 추구하는 그런 방식이 있을 거라 봐요. 본인이 알든 모르든. 살아온 습관이나 환경 덕에 그걸 허락 받지 못한 이들도 있겠지만… 그게 그들의 바라는 바라거나, 행복이라면 전 기꺼이 그조차도 존중해줄 입장입니다.”


이에 코넬이 눈매를 가늘게 뜨며 물었다.



“노예 취급받는 삶임에도? 그게 행복이라면 그렇게 해주시겠다?”
“저는 제 기준으로 그들을 위한다고 위선 떨 생각은 없거든요. 그걸 바란다면, 그렇게 해준다. 다만 그렇게 하기 전에, 그게 진심인지 확신을 얻기 전까진, 그럴 생각은 없지만요.”
“우리 사장님 융통성 있으시네요? 그럼 사장님은 노예제를 긍정하는 입장인 거죠?”
“아뇨. 그걸 왜 긍정합니까.”
“그래요? 그럼 좋은 노예제와 나쁜 노예제가 있다는 주장은요?”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전제 자체가 어긋났기에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그러네요.”
“흐음, 그러니까 인외 종족하고도 교류하는데 전혀 거리낌이랄까, 불협화음이 없으신 거구나. 참 인간이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사장님을 대하면 오히려 편견은 우리 쪽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요즘 따라 생각이 든다니깐요.”
“그것도 인간의 자업자득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보면 또 냉소적이란 말이지.
에드릭은 평소 유화적이고 친화적인 태도와는 별개로, 가끔 보면 냉정한 것 같은 일면을 보일 때가 많았다.




“그러니 어울리는 것도 같지만요.”
“뭐가요?”
“그런 게 있답니다~!”


코넬은 능청을 떨며 떨떠름해 보이는 에드릭을 향해 사장실을 가리키며 손을 휙휙 내저었다.

“당면한 과제부터 처리하시죠?  일이 언제 생겨날지 모르는데, 계속 미루다간 정작 시간이   수도 있답니다?”
“흐음, 뭔가 있는 건가요?”
“저야 모르죠. 알면서도 모르고, 모르는 만큼  모르고.”




선문답도 아니고 뭔….



“당면한 과제라면 역시 그건가요?”
“말이 더 필요해요?  귀찮게 하지 마시고 빨리 일 보러 가세요! 업무! 과업이라는 이름의 시련이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어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 오는 에드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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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살펴두고, 여유 시간을 둔 다음, 데이엔 가 문제를 아무쪼록 해결해야할지도.


사실 어느 쪽이든 에드릭 자신 입장에선 손해볼 게 없는 문제기도 했다.
애초에 테티아나든, 프리지아든… 둘 다 에드릭 입장에선 분에 넘치는 존재인 건 확실했으니

거기다 결혼이라던가, 뭔가 묶는 맥락도 아니고.
이건 일종에 다른 의미로 혈맹이 될 건 자명하게 보였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흐음.”

아니지, 거기까지 생각하면 너무 골치 아파지니.


개인적으로 프리지아는 어떨까 모르겠지만, 테티아나는 과연 자신의 아이를 낳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과연 관계가 자신의 선에서 끝날 것인가 하는 의혹.


그녀 정도의 젊은 여성이 남녀 관계에 심취하지 않는 것도 조금 이상하고 말이지.
만약 그렇다면, 그걸 싫어하거나 혐오하게 된 원인이 있을 거고.

데이엔 가문의  사정을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로는, 그 이유를 그럭저럭 유추는 할 수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테티아나의 태도는 더더욱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한테 너무 호의적이란 말이야.’



그녀는 남자들에게 비호의적으로 꽤 유명한 여 귀족이었다.
물론 일상, 업무 차원에서 그런 걸 대놓고 표현하는 아마추어는 아니었지만, 연애나 애정에 대해선 몹시 차가운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다 교류 및 사교 쪽까지 연결되면… 그녀와 개인적이고 밀접한 관계를 맺은 남성은… 아직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는 게 주목할 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었다.


의외로 귀족들은 사교 모임, 연회, 무도회를 열면 거기서 눈 맞은 남자와 으쓱한 곳에서 떡을 치는 경우가 적은 편이 아니란다.

오히려 그걸 권장하는 편이라나?


침실로 바로  수 있도록 안내원까지 배치된 곳도 수두룩하며,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질펀하게 놀려고 그런 모임을 가장해 난교 파티를 벌이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대놓고 어디다, 어느 곳이다 가 아니다 뿐 의외로 백성들이 축제 때 눈 맞으면 떡 치는 그런 예와  차이가 없단다.

그러다 임신하고 뭐 하면 어쩌려고요?

그런 예도 종종…이 아니라 자주 있는 편이고, 요즘에야 마법이나 약품으로 그걸 방지한다 하지만 이도 100%는 아니기에 결국 문제가 발생하곤 하지만, 시대가 시대다 보니 요즘처럼 속보가 뜨거나 인터넷 기사가 뜨는  아니기에 다들 모른다 뿐, 위로 갈수록 난잡함은 차원을 달리한다고 한다.

물론 몇몇 나라는 그런 걸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다시피 해서 청결과 청순, 순결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곤 하는데, 그것도 겉만 그러고 실상은 어떨지는….



‘근데 관심사가 그쪽일 수밖에.’




할 게 더럽게 없다.
문화 콘텐츠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 여가며 오락이 발달한 것도 아니고.
발달했음에도 어쨌든  아니면 결국 그쪽으로 쏠린다.

그러기에 본사가 퍼트린 카드 게임, 주사위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끈  괜한 이유가 아니다.


거기다 인간은 종교며 양심이며 품위며 아무튼 엮인  참 많고, 뭔가 잘난 체하고 고상한 척하길 좋아하기에 이걸 괜히 숨겨대기 바쁜 거고,  종족들은 이런 걸 오히려 권장하고 자랑하고 은닉 안 하려 하니, 인외 종족들이 상대적으로 난잡하게 보이는 거지 실상은 인간이 훨씬 더 음침하고 음란한 편이라 생각된다.


그나마 이곳 도시는 여러 종족들이 엮이고, 또 자체적 문화가 활성화되다 보니 음침하게 뒤에서 음흉한 본능과 욕구를 풀어내는 문화가 싹을 틔울 만한 정원이며 밭이 형성  돼서 활성화가 안 됐다 뿐, 여전히 인간들 가운데 소수는… 그런 변태 성욕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풀어대고 있을 건 자명했다.


“프리지아가 성관계 자체를 모르고 자란 것도… 특이한 거니까.”



대충 이야기 들은 바로 여긴 성교육 시간에 남녀관계하는 걸 아예 보여주면서 일러주는 예도 적지 않단다.


물론 이를 부정하게 여겨 그냥 남자에게 전부 맡겨라, 여자는 그냥 누워만 있어라, 하는 식의 엄청… 보수적인 교육도 있다곤 하지만, 반대로 남자를 어떻게 하면 잘 아래에 깔아뭉개고,  먹고, 농락하는 테크닉을 교육한다는 걸 보면… 음, 편견을 가지는 쪽이 오히려 멍청해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내심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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