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30. 어쩌다 이런 일이…(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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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눕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처음 이부자리, 침대에 몸을 누일 때 느껴지는 써늘함은… 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이불로 몸을 둘둘 말아도 추운 건 마찬가지. 날이 그다지 춥다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때, 옆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제법 마음을 편하게…는 무슨!
“불안해요?”
“뭐가요?”
“불안할 거 없어요. 저는 절대, 먼저 건드리지 않는다는 주의니까요.”
“…….”“제가 원한다고 그게 상대가 원한다는 보장은 없고, 말이 아니라 전 진심 아니면… 좀처럼 집중을 못 하겠거든요.”
“그게 말이 되요?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
“그리고 술기운에 저지르는 건 제가 제일 싫어하는 거라서요.”
“…왜요?”
“술기운 빌려 진심을 전하든, 술기운에 감정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든, 어느 쪽이든 마음에 안 들어요.”
“그게 아니면 진심을 말 못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여기서 에드릭은 잠시 침묵했다.
“인정은 해요. 그래도… 나중이면 모를까 처음이 그런 식인 건 영 아닌 거 같아서요.”
“…….”
낭만적인 건지, 사이코인 건지 살짝 고민하고야 마는 릴리에나였다.
정말이지 종이 한 장 차이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남들과 다르다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거니 말이다.
애초에 한 침대에 알몸으로 같이 자는데 안 건드려? 이건 자존심 문제인데….
그러나 그는 정말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1분 2분… 5분.
조금 졸았던 릴리에나는 다시금 눈을 번뜩 떠선 화들짝 놀라 에드릭을 살폈다.
“…….”
자는 거냐? 정말로? 이대로 그냥?
아니, 자기가 한 말을 정말로 지킨다고? 이 상황까지 와서?
내심 많은 걸 상상했지만 그는 정말로… 건드릴 생각이 없는지 심지어 누운 위치도 조금 떨어져 자리한 그였다. 침대 사이즈가 2인이 누우면 약간 좁겠다 싶었지만 에드릭은 체형이 성인이 아니었기에 조금은 여유를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설마….’
자신이 매달리거나 애원하길 기다리는 건가?
‘할까 보냐?!’
절대 안 매달려! 내가 뭐가 아쉽다고?
“편히 자요.”
“?!”
눈을 감은 채 에드릭이 말해왔다.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요.”
아니, 진짜?!
“그거 많이 이상한 거 몰라요?!”
“뭐가요?”
“남녀가 알몸으로 한 침대에 있는데 아무 것도 안 한다고요?”
“안 한다고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죠.”
“그건….”
“말했잖아요. 술김에 어떻게 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고요.”
예상 이상으로 단호한 에드릭의 태도에 릴리에나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그야 그렇지만!”
“저는 남녀 모두가 만족하길 바랍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원치 않아요. 그리고 저는 아까 전에 릴리 씨한테 이렇게 말했죠? 기억하세요?”
“그….”
“거봐요. 술 많이 드셨으니까 오늘은 주무시고….”
“지, 진심을 보여주려 노력한다고 했었죠!”
“…맞아요.”
의외라는 듯 에드릭이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줬다.
“그리고 여기서 진심은, 제 약속을 지키는 거겠죠. 그게 신뢰를 나타내는 가장 좋은 방식이라면, 제 욕구를 참아낼수록 더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하는….”
“그건 나중을 위해 잠깐 참는 걸 수도 있잖아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어차피 나중에 완전히 넘어오면 아무렇지 않게… 막 뭐냐. 이렇고 저렇고….”
“음, 그 의견도 타당하네요.”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겠네.
에드릭은 그녀의 의견이 타당하다 생각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애초에 그걸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알고서 지껄인 거면 지금 이 사태가 초래되지도 않았겠지!
“생각해보니 여기서 제가 릴리 씨를 안 건드리는 것도, 여성으로서 대단히 자존심 상하는 그런 상황인 건 맞는 거죠? 그런데 건드리면 제가 한 말을 제 스스로 어기는 거고요.”
“…….”
그걸 굳이 분석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이럴 땐 그냥 입을 막아버리던가, 그냥 문답무용으로 막….
‘내가 무슨 생각을!’
“듣고 계세요?”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에드릭의 모습에 순간 할말을 잊은 릴리에나.
“…뭐라 하셨는데요.”
그래도 용케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놀란 속내를 감추는데는 성공.
“남자들도 그럴 때가 있듯 여성도 그럴 때가 있겠구나 싶으니, 그걸 해소해주되 선을 안 넘으면 되지 않을까요? 생각해보니 생전 이런 제안 없으셨는데 릴리 씨가 저하고 술까지 마시자며 권한 걸 보면 나름 각오한 바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흐음.”
이 여자, 츤데레인가?
그건 아닌데 말이지.
여태 보아왔던 성격상 그녀는 겉으로는 아닌 척하고 나중에 후회하거나 울상 짓는 케이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놓고 쏘아붙이고 말해대는 케이스지.
그런데 왜 굳이 나한테는….
에드릭은 잠시 고민해봤지만, 뭐라 단정 지을 순 없다고 판단했다.
‘이럴 때는’
복잡하게 생각 말고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그렇다고 아예 그녀 위에 몸을 파묻을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약속은 중요했다.
신뢰의 가장 기본은, 자기가 한 말을 지키는 것.
이로 인해 단기적 손실, 실패, 실망감을 유발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이게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오니 말이다.
원리 원칙은 어지간한 문제가 없는 한 깨지 않는 게 인생에 이로움을 안겨준다.
“좋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그걸 저한테 묻는 건가요?”
사실 섹스를 안 해도 에드릭 입장에선 그녀와 껴안고 잠드는 정도로 만족하려 했는데, 묘하게 반응이 날카로워 글렀구나 싶어서 퍼 자려 했는데… 상황이 괴상해졌다.
옆에서 누가 지켜봤다면 답답해서 가슴을 후려치지 않았을까.
그냥 떡을 치세요! 섹스를 하시던가!
뭐? 그 말이 그 말 아니냐고?
그딴 걸 따지기 전에 그냥 하시라고요!
“그럼 제가 알아서 해도 되는 거죠?”
“그, 그건!”
하긴.
술 먹은 사람하고 이성적인 논쟁, 논담을 하려 했던 거 자체가 잘못이었네.
술 취한 척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지만….
상반신을 일으킨 에드릭은 몸을 끌어 그녀에게 접근했다.
“흐음, 아무래도 서로 얼굴 마주하고 이러면 조금 부끄럽겠죠?”
“…….”
참 이상한 후배라니깐.
생각해보니 어쩌다 이 사단이 난 거지?
그런 아리송한 속내와는 별개로 에드릭은 그녀의 옆에 바짝 달라붙었다.
몸이 닿기 무섭게 그녀의 몸에서 뿜어지는 열기가 고스란히 온몸을 달궈왔다.
‘취한 거 맞네!’
몸에 이 정도로 열기가 도는데 안 취했다고?
미약한 술 냄새, 그러나 그것보다 훨씬 향긋한 내음이 문득 이성의 장벽을 무너뜨리려 했기에 에드릭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자 티 안 나게 심호흡했다.
‘아오, 위험했다.’
애초에 릴리에나를 보며 가끔가다 그런 쪽으로 생각이 치밀면 얼마나 곤란했던지.
아랫도리 규모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것도 문제인게, 잘못 발기했다간 그냥도 아니고 엄청 티가 나는 터라 엄청 신경 써야만 했던 까닭이다.
거기다 이상하게 발정이라고 할까, 문득 꼴림이 치미는데 하필 마차 안에서 단둘이 마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아바타가 잘 뽑힌 것도 문제라니깐.’
릴리에나가 에드릭을 보며 감탄하듯, 에드릭도 그녀를 보며 감탄하기는 마찬가지.
거기다 항상 둘이 거리가 됐건 어디를 향할 때면 주변 시선을 빨아들이듯 시선이 마구 몰려드는 것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느 정도 의식하고 의도했다곤 해도 가끔은 그게 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혼자 다닐 때는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상반신을 살짝 세운 그녀를 조금 편하게 눕히고자 자신이 베던 베개마저 끌고 와 그녀의 등쪽에 받쳐둔 에드릭.
그리곤 베개와 그녀의 등 사이로 살짝 팔을 집어넣은 그는 옆구리를 끌어안 듯 그녀를 바짝 자신 쪽으로 당겨 몸을 더욱 밀착 시키도록 유도했다.
“…….”
얼굴은 슬슬 붉게 상기되려는데도 내심 모르는 척, 의식 안 하려는 척하는 게 참… 생각지도 못한 귀여움? 꼴림? 아무튼 그런 걸 북돋아 준 터라, 에드릭은 더더욱 감정을 통제하느라 심력을 쏟아야만 했다.
자, 아래쪽을 쓰지 않고 가게 만들어서 꿀잠 자게 만들면 되려나?
그런 식으로 일단 결정을 짓고 나니 남은 건….
‘이것도 이것대로 즐기는 맛이 있긴 하지.’
거시기에서 치미는 충동이랄까, 욕정만 잘 컨트롤하면, 이것도 나름 재미는 있다.
…보통은 박지 못하기에 그걸 고문이라 느끼는 이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걸 의도적으로 절제해가며 여성의 몸을 만끽하는 느낌이 또 색다르다면 색다른데.
옆구리를 끌어안은 것과는 별개로 왼손으론 그녀의 손으로 내 옆쪽을 붙들도록 이끌었다.
거기서 그녀의 왼손을 마주 잡아주며, 한동안 그녀가 긴장을 풀고 조금 마음에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
“…….”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에드릭은 이 자체로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그녀 쪽은 어떠려나 싶었지만… 아까보다 떨림이 잦아들고 있는 걸 보면, 그녀도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
“봐봐요. 별거 아니잖아요?”
“…….”
별거는 맞지만, 말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양 허세를 부려줘 심리적 방어기제를 허문다.
육체관계에서 대화, 커뮤니케이션을 의외로 중시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데, 말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특히 눈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선 몸으로 느끼는 거 이상으로 들려오는 게 중요했다. 괜히 남자들한테 여성들이 잘 느끼도록 대놓고든 적당히든 간에 신음소리를 내며 호응해주라는 게 아니다. 남자도 똑같은 게, 아무리 관계가 격렬하더라도 여자가 무반응이면 몰입이 깨진다는 것도 그런 맥락.
원래는 이름을 속삭여주고 노골적으로 좋아한다, 사랑한다, 섹시하다, 예쁘다, 아름답다… 라는 식의 직접적인 표현을 해주는 것도 좋고, 성향이나 취향, 반응에 따라 단어나 표현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지.’
처음부터 너무 많이 하려하면 오히려 상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에드릭은 옆구리를 끌어 안을 손을 적당히 움직여 옆구리를 조금씩 자극, 애무함과 동시에 그녀의 손을 차분히 맞잡아주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조금씩 지압해주고, 또한 그녀 쪽이 오히려 자신을 끌어안는 듯한 자세를 취하게 해 조금 더 자신의 몸이 익숙해지도록 만들고자 했다.
문제는….
‘가슴이 너무 탐스럽단 말이지.’
옆구리에 안기다 보니 고개만 살짝 돌리면 그 큼지막한 가슴이… 거기다 모양도 너무 예쁘게 잘 잡혀 있었다.
애초에 옷 뒤에 자리잡힌 그 윤곽이 너무 예쁘다고 평소에 생각했는데, 막상 대놓고 맨 가슴이 눈에 보이니… 이건 이것대로….
물론 단순히 익숙해지는 차원을 넘어 에드릭은 이 와중에도 차근차근 그녀의 성감대며 그녀가 경계하거나 움츠러드는 반응들을 미세하게 살펴대고 있었다. 당연 그녀가 이해하지 못 하는 방향으로.
이를테면 안겨든 터라 상반신 쪽에 아무래도 의식이 몰리겠지만 맞닿은 다리를 조금씩 터치하고 문대는 식으로 다시금 온도를 나누고, 몸을 익숙하게 이끄는 것도 그렇지만….
‘남자나 여자나 이런 분위기만 주어져도 흥분하는 판인데, 살갗마저 맞대고 있으면….’
아니나 다를까, 은연중 시선을 통해 비추는 그녀의 그곳, 적덩하게 자리 잡은 음모들이 탐스럽게…라고 하면 이상하겠지만 이 시점엔 정말로 그렇게 느껴졌다.
그곳 사이로 어렴풋이 물기가 내비치는 걸 보면, 확실히 그런 쪽으로 동하고 있는 건 자명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에드릭은 그녀의 옆구리에 안기듯 몸을 돌림과 동시에 그녀의 왼손이 자신의 골반과 둔부 사이를 붙들게 이끌었다.
동시에 그는 등뒤로 껴안은 오른손을 더욱 바짝 파고 들어 그녀의 옆구리와 아랫배 사이를 점거했고, 마찬가지로 성한 왼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그곳, 비부를 향해 고스란히 파고 들었다.
“?!”
슬슬 긴장이 풀려 미묘한 분위기에 취해 있던 그녀는, 뜬금없이 소중한 그곳을 향해 접근해오는 침입자의 행태에 다시금 어깨에 힘이 들어가려 했지만, 옆구리와 아랫배를 어루만지는 에드릭의 손길에 순간 그쪽으로 의식이 분산됐다.
자연스레 왼손이 그녀의 계곡을 고스란히 점거하게 방치할 수밖에 없었던 릴리에나는, 이윽고 그의 손이 계곡을 자연스럽게 탐하는 손길을 느끼며 잘게 몸을 떨었다.
‘뭐, 뭐야?’
거기다 이 침입자, 예상보다 훨씬… 능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