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취직하니 떡을 침. 이세계에서 (78)화 (78/454)



〈 78화 〉21. 그녀가 귀여울 수밖에 없는 이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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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지아 영애는 선택해야만 했다.
아카데미를 관둘지 말지에 대해서.

여기엔 여러 사정이 엮여있지만, 아무튼 이번 이번에 복귀해 한달 내로 이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식으로 테티아나 님께 통보를 받은 듯 싶었다.


아카데미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조차 정리 차원에서 보내는 거라는데, 나는 추후 활동에 있어 학벌과 인맥이 중요하지 않겠나 싶어 물어봤는데….




“어중간한 각오론 보내질 말아야지.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 본인도 그럴 각오가 아니면 돌아와야지.”




예컨대 군기를 잡으려고 그런 골치 아픈 양자택일을 감행하게  건데,  선택에 따른 조건부가 있었기에 프리지아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만 했다.

“살아간다는 건 무수한 선택의 연속 아니겠어? 그 아이에게도 밤낮 없이 고민하다 결정한 문제거리 하나쯤은 슬슬 안겨줘야지. 하나를 거절하고, 물러서면 더  고난이 온다는 것까지도.
애초에 불만이 있다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지, 내가 답을 내줄 때까지 기다리던 버릇이 아직도 남아 있으면 어쩌겠어? 설혹 가문에서 축출된 다음에도 홀로서기는 힘들 테니, 지금부터 맛보라지. 현실의 쓴맛을.”



네가 감정적으로 선택하려한 길들은 전부 가시밭길이다.
말하자면 이런 교훈을 안겨주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프리지아 영애가 방학이 끝나고 아카데미로 복귀했으니 당연 내가 데이엔 가에 방문할 명분은 줄었지만….



“말 나온 김에 마르뎅 상회하고 정기 계약을 체결했거든. 거기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달에 4회 정도는 들리도록 하렴.”
“…저 때문에 괜히 그런 거 아니시죠?”
“어떨  같아?”



테티아나는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왠지 요즘 따라 바라보는 눈초리가 날이 갈수록 매서워져 가는데… 크흠!

배움의 길을 끝이 없다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고 나니 이때부터는 자습으로도 충분할 정도가 됐다. 그러다 보니 이쪽 세계 언어로 된 책을 읽는 일이 잦아졌으며 이곳저곳을 돌며 시야를 넓히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 사람이 의외지만 근처에 있기도 했고.



“밀리엄 공화국은 전례가 드문 국가관을 채택했지. 왕이 아닌 귀족이, 귀족 말고도 시민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경영 체계를 이룩했으니까.  덕에 아르세이유 같은 초대형 자유 무역 도시를 단기간 내에 만들어낼  있었다고 보고.”


막상 설명할 땐 평소처럼 무뚝뚝하게, 무덤덤한 어조를 구사하지 않는 에우리에였다.

그녀에게 들은 설명을 요약하면 밀리엄 공화국은 대공 밀리엄이 입헌군주제 느낌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휘하 가신  백성들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문제, 결단을 내려야 할  외엔 대부분 방관자로서 지켜만 본다는 듯 싶었다.

말이 공화국이지 사실 공화국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면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절대왕정과 봉건주의 사상이 팽배한 이곳 세계에서 이 정도면 지극히 민주적이라 봐도 무방했다.

특히 책임 정부, 간단하게 무능하면 갈아 치울 수 있기에 그들이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결국 능력을 선보여야 했고, 이는 능력자들, 인재들의 유입을 야기시켰다고 한다.

“밀리엄 대공의 따님인 멜레니아가 의원이자 책임자로 담당하고 있는 게 또한 여기, 아르세이유고. 기회가 되면 만나러 가보는 것도 좋을지도?”
“제가요? 에이… 어림도 없죠. 높으신 분들이 저 같은 꼬맹이를….”
“능력만 있으면 돼. 그녀는 그런 쪽으로는 담백해.”


왠지 만나본  있다는 투였다.
음, 이게  이렇게 연결되나?



“그러기 위해선 명성을 쌓아야지. 성과를 보여야 하고.”
“흐음….”

뭐랄까, 게임에서 명성도를 쌓아서 높으신  뵙는  그런 쪽이 불쑥 떠오르는 이유는 왜일까?




“그보다 요즘은 밥 잘 챙겨 드시고 계시죠?”
“…간단식.”


아무래도 샌드위치로 끼니를 챙기나 보다.  정도면… 무난하지.



“그래서 절 왜 부르셨어요?”
“…부르면  돼?”
“…….”




무덤덤한 표정인 주제 눈망울만 초롱초롱해진다.


아, 순간 심장 발작 오는  알았잖아요! 이런 식으로 ‘심쿵사’ 하면 이건 이것대로….

“크흐흠! 에흠! 안 되는  아니지만 이러다 급할  제가 착각하거나 그럴 수도 있잖아요. 부르고 싶으면 용건을 말하세요. 이유, 보고 싶다. 이런 거요.”
“떡 치는 것도?”
“푸훕!”



아니, 이 분이! 갑자기  들어오네?




“그건… 적으면 안 되죠. 누가 보면 야단납니다.”
“왜?”
“…….”


그러게. 왜 야단나지? 순간 스스로도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아, 뭣하면 그냥 쓰세요. 생각해보니 죄지은 것도 아닌데….”
“응. 쓸게.”

아니, 그렇다고 진짜 쓰진 마시고요. 왠지 모르게 난감한 일 생길지도 모르니.
통신을 위한 마법 도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비싸고,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

여기선 삐삐 비슷한, 간단히 말해 연락을 취하면 누구한테 연락 왔다는 표시가 손가락만 한 마도구에 뜬다.

그걸 들고 인근 통신 중개소로 향하면 전언, 종이든 말로 한 거든 메시지로 적어 전달되는 방식.

편지는 아무래도 오고 가는 시간이 있다 보니 그보다 간단한 용건이면 보통 이런 걸 활용하는데… 이건 무려 구레아 상회 표 프렌차이즈(?) 플랫폼(?)이다.


이 시대에 휴대폰은커녕 휴대용 삐삐만 들고 다녀도, 그게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 그러니 일부러 자체 너프(…)를 시켜 이런 식으로 대중성 및 시장성에 최적화  흐름으로 녹여 냈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진 규모가  되는 도시들 내부에서만 작동하지만 나중엔 대륙 전체로, 이후엔 휴대용 삐삐며 연락 기구도 고려해보고 있다고 한다.


일단 이런 무선 통신기가 분포화 되면 전쟁 기술은 덩달아 발달하기에, 이런 점을 엄청 경계한다나?




“그런 목적이라면 근데, 제가 너무 일찍  건가요?”
“아니, 괜찮아.”


그녀는 걱정 말라는 식으로 폭탄 발언을 던졌다.


“나하고 같이 목욕하자.”
“…….”


신이시여, 제가 어떤 복을 지었길래 이런 행복을 안겨주나이까.
내심 입꼬리가 마구 올라가려는 걸 티 내지 않으려 참느라 애써야만 했다.

보통 자기 방이 어질러져 있는데 외부인을 초대하면 부끄러워 청소라도 할 텐데, 그녀는 오히려 자부심을 느끼는지 널린 책더미들을 보며 왠지 모를 보람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거기다가….




“……!”



마치 보란 듯이 허리춤에 양손을 딱 올려두기까지 하지 않나.
아주 귀여워 죽겠네, 정말!

그래도 어지른  좀 그러니 간단하게 정리해주기로 했다.
그러자 하는 말.




“안 돼.”

결사반대를 외치신다.

“책 배치  이유 있어. 치우면 안 돼.”
“그래요?”

그녀도 푼수 끼가 있는 건지, 천재적인  악습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인이 그렇다는데 뭐라 하긴 그랬다.

뇌를 편하게 하는 간단 상식 중 하나는, 어지럽혀진 환경을 청결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시각 정보가 뇌에 대한 지분이 상당하니, 눈앞이 어지러우면 뇌도 피곤해진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옷은….”

말하기 무섭게 그냥 자기 방이랍시고 이미 옷을 반쯤 벗어던진 그녀.


저 옷이 참… 벗을 때마다 섹시하다고 느껴버리고 마는데, 옷 자체도 그런 기분을 은근히 고조시키는데 벗는 그 시점에 느껴지는 그… 뭐랄까, 꼴림도? 아무튼 그게 엄청… 그랬다.


여전히 가슴에 걸려 벗는  느지막했지만, 그걸 차분히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즐거움이었다.

상상 이상으로 욕실은 컸는데 여기가 전부 개인 욕실이란다.


욕조만 해도 사람 두셋은 충분히 들어갈 크기인데, 이 시대에 수도로 물을 틀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혁명적인데 여긴 무려 고층. 건축 당시 얼마나 신경을 썼을지 아주 눈에 선했다.


마법적 기술 덕에 현대식 건물 재현이 가능하다고는 들었지만, 당연 오버 테크놀로지 취급받을 수 있기에 항상 시대에 맞게 건물을 짓는다고는 들었다.

아, 참고로 본사가 이곳 세계에 뿌린 건설 회사, 업체만 스무 군데는 족히 된단다.

역시 토건, 건축 계통은 예나 지금이나 돈벌이엔 최고지. 기업 중 과거 토건 쪽으로 자리를 굳혀 굴지의 기업이 된 예가 한 둘이 아니니.

신기한 건 물을 틀자마자 얼마 안  뜨거운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근처를 보니 샤워기 비슷한 것도 설치돼 있었다.



“잠깐만요?”

바로 욕조로 들어가려는 그녀를 만류한 나는 일단 샤워기 쪽으로 데려가 그녀를 씻기는데 주력했다.



“…….”




그녀는 아무런 경계심 없이 내게 몸을 맡겼다.

비누를 잔뜩 칠한 부드러운 스펀지에 거품을 잔뜩 내서 그녀의 몸을 박박…까진 아니고 부드럽게 문대며 닦아내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보통 이거 반대 아닌가?’



……덩치 큰 누나라 부르고 동생이라 인식하는 존재가 생긴 듯한 기분은 왜일까?


“내가 해주려 했는데.”

거기다 막상 하고 있을 땐 뭔가 즐기는 듯 하더니 뭔가가 번뜩 떠올랐는지 볼을 부풀리기까지.

……정말 귀여워 죽겠다니깐.
같이 있으면 여러 가지 의미로 지루하지가 않아.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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