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20. 마법, 그 까짓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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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에는 몸매가, 전체적인 몸의 스타일이 참 좋았다.이거는 정말 태생적 축복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생각했는데, 은연중 묻자 그녀가 말하길…, 마력에 최적화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기들 나름의 식이요법과 운동 요법을 겸한다고 답해주었다.
의외로 연구실에 처박혀 눈 밑에 다크 써클이 낀 채 연구며 공부만 할 것 같은 인상과는 달리, 그녀의 하루는 상상 이상으로 빡빡하게, 규칙적으로 흘러간다고 들었다.
물론 끼니를 챙기는 걸 소홀히 하거나 뭔가를 입에 넣는 것에 큰 집착을 하지 않아서 몸이 마른 체형인 것도 이유긴 하지만, 그런 거치고는 신체 밸런스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럼에도 가슴은 압도적인 볼륨을 자랑하니, 덕분에 가는 허리와 풍만한 가슴이라는 상상 이상의 조화가 탄생한 게 아닐까 싶다.
“저기….”
“…왜?”
“이 상황은 뭔가요?”
나는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누인 채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침대 아래에 발을 내려둔 그녀는 끄트머리에 걸터 앉은 상태.
그 무릎 겸 허벅지 위에 내 머리가 올려져 있었고, 그녀는 그런 내 머리를 마치 동물을 쓰다듬듯 차근차근 쓰다듬고 있었다.
…이러다 잠들 거 같은데. 여간 편해야지. 편하다 뿐인가, 기분도 엄청 좋았다. 안정감도 그렇고,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도,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도도….
“…싫어?”
“아뇨아뇨, 싫을 리가! 오히려 감지덕지… 어, 맞나? 아무튼 좋죠? 끝내주죠?”
“…표현이 이상해.”
그녀가 웃는 건지 쓴웃음을 짓는 건지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이런 간질간질한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덕에 표정 관리가 잘 안 되는 걸까 싶었다.
“동생이 있으면 이렇게 해주고 싶었어.”
“동생요?”
“그리고 애인도.”
“애인….”
“남편도.”
“남편….”뭔가 갈수록 관계성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만?!
“아들도.”
이번엔 단번에 지상으로 추락했네요!
“친구도.”
“크흠.”
“알리샤도 자주 이리 해줬어.”
“좋아하던가요?”
“이러고 걔는 자. 침 흘리면서.”
“그만큼 편했나 보죠.”
실제로도 편했다.
잠깐 방심하면 그대로 잠들 것처럼….
그녀가 머무는 거처는 탑 내부에 있었는데, 단순 내부 숙박 시설로 취급하기엔 확연한 격차가 느껴졌다. 일반적인 숙소를 2개 정도 합쳐 놓은 공간이었기에 숙소 하나에 둘이 머문다 했을 때 여긴 사실상 4인이 머물 공간 크기인 셈이었다.
내부는 그녀의 성격에 비추어 뭔가가 화려하다거나 꾸밈 같은 건 적었지만, 의외로 인형이 많다거나 실험 자료며 종이 등을 벽에 붙여놓은 것들이라던가, 책 같은 게 산더미처럼 쌓이긴 했지만, 공간이 넓은 통에 그나마 침대하고 옷장, 거울이 있는 곳 주위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침대도 일반적인 가정집이나 숙소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일단 재질들 자체가 완전히 틀렸는데… 민감한 그녀 피부며 몸에도 큰 이상,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그런 종류의 천과 특수 가공을 거친 털들로 내부를 채운 부드러운 이불은 마치 오리털처럼 가볍게 느껴지면서도 보온성이 상당한지 금방 후끈해졌다.
…이건 겨울 되면 하나 달라고 할 수 있으려나?
“안 주무세요?”
“…자야 해?”
“안 그러면요?”
뭐 이미 여기까지 왔으니 나 몰라라 할 수 없게 됐지만, 피곤해 보이면 그냥 같이 잠드는 것도 고려한 상태였기에 나는 그녀의 의중에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답답해.”
그녀가 불쑥 그리 이야기했다.
“알리샤하고는 그렇게 잘 했으면서.”
심지어 뭔가 삐진 듯한 투로 입술을 오므리기까지.
음? 뭐지?
“알리샤 누님은 또 왜요?”
“…….”
삐지기로 마음먹은 모양이다. 아, 그런데 어쩌냐? 그 어설픈 태도에 귀여움? 깜찍함을 느끼고야 마는 나란 놈은….
어지간하면 내 쪽에선 잘 푸시를 안 하려 하지만, 이건… 아무래도 그녀가 그런 걸 원하는 듯 싶어 취향? 평소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녀가 흡족하게끔 적극적으로 매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근데 이상하잖아? 나도 하고 싶기야 오질나게 하고는 싶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여유로워진 거지? 떡 치는 것도 계속하다 보니 레벨 업 된 건가?
“일단 올라와 보세요.”
침대 아래에 내려놓은 다리를 침대 위로 올린 그녀.
침대 사이즈가 크다는 건 여러모로 좋았다.
베개와 인형들이 적당히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런 건 상관 않고, 나는 뭔가 기대감인지 불만인지, 미심쩍은 눈초리로 날 뚱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무덤덤한 표정에 무심코 볼을 꼬집었다.
“…뭐임?”
“그러게요.”
폭소가 터져 나오려는 걸 헛기침으로 무마하곤….
“옷 언제까지 입고 계실 거예요? 잘 때도 옷 입고 주무세요?”
“……다 벗는데.”
“그러면 지금은 왜 입고 계세요?”
“…그러게.”
마치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는 그녀. 아, 너무 엉뚱해 보여서 이게 참….
매력이라면 매력인데 뭔가 확 와닿으면서도 어중간해서 간질간질한….
해가 떨어졌기에 외부는 어두웠지만, 내부는 침대 옆에 자리한 네모난 탁상 위에 스탠드 등 같은 게 인근을 밝고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바로 그런 와중에 그녀의 속살이 고스란히 비추기 시작한 것.
어깨를 내려와 가슴께에 옷이 걸려 살짝 주춤한 감이 있었지만, 그 모습이 더욱 자극적이고… 뭐랄까, 꼴림을 유발하는 이유는 무슨 연유인지. 대놓고 보여주는 것보단 은은한 게 예로부터 더욱 흥분도를 유발한다고…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기억도 잘 안 나지만, 아무튼 그 내용엔 백 번 공감하고 또 공감할 수밖에.
그것만으로도 에드릭은 이미 가슴이 난리법석을 떨 듯 두근대기 시작했다. 예상 이상으로 그녀의 모습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녀와 제대로 관계를 맺는다는 상황은 일전에 알리샤와 함께 부대낀 이래 처음, 무엇보다 그녀와 일대일로 마주하는 국면 자체는 이번이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일지도.
무심코 침을 꿀꺽 삼킨 에드릭이 막 가슴에 걸터진 천을 벗겨내듯 벗은 그녀를 보며 애써 호흡을 가다듬었다.
의외지만 그녀의 가슴과 아래엔 브라와 팬티가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검고 투명한 옷은 여러모로 상상력을 부추기곤 했다.
윤곽을 보건대 속옷 따윈 존재하지 않을 거라 막연히 착각한 것치고는 자못 실망(?)스러운 결과였지만, 속옷은 겉옷보다 훨씬 얇았다. 내용물을 감추고 할 거 없이 편하게끔 가슴을 붙들고 잡아주고, 유두가 쓸리지 않게 감싸주는 형태였는데, 의외로 재질은 겉옷보다 훨씬 섬세하고 세밀해 보였다.
“이거 좀.”
그녀가 등을 보이며 브라를 풀어달라 요청했다.
에드릭은 속으론 당황했지만 겉으론 침착하게, 기대인지 흥분인지 모를 묵직하면서도 물을 잔뜩 먹은 솜처럼 마구 부풀어 오르려는 감정을 떠안은 채 그녀의 브라를 손가락으로 풀어냈다.
“으음.”
툭 하고, 과장 없이 그녀의 가슴이 내려 앉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게도 무게인 덕에 바짝 받쳐 있던 가슴이 훌러덩 내려앉은 것 어쩔 수 없었지만 등 뒤에서, 살짝 옆면에서 본 그 광경은… 뭐라 말 못 할 감동을 안겨 주었다.
참 이상하지. 고작 가슴인데.
아무리 그래도 가슴인가. 흐음!
미묘한 감동에 사로잡힌 에드릭은 잠시동안 할 말을 잊은 채 넋을 잃고 그 모습을 관찰했다.
그녀가 자신의 가슴 부위를 팔로 가릴 때까지 계속 말이다.
“…언제까지 볼 거야?”
“죽을 때까지요?”
그 능청스런 답변에 눈을 동그랗게 뜬 에우리에가 곧 드물지만, 어렴풋이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로?”
“할 수 있다면요.”
음, 근데 이거 설마 프로포즈 같은 걸로 여기시는 건 아니시겠지?
어,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을지도?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그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순간 몇몇 여성진들이 떠올랐지만, 눈앞의 그녀를 두고 다른 이를 떠올리는 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닌 듯해서 더욱 눈을 크게 뜨고 그녀의 모습을 눈에 담는데 집중했다.
이윽고 살짝 상체를 세우고 다리를 들어 팬티마저 벗어낸 그녀.
말 그대로 알몸. 유독 새하얗기에 한편으론 인간적인 느낌에서 벗어난 그녀의 백옥 같은 전신이 고스란히, 스탠드 등이 자아내는 은은한 조명 사이로 그녀의 아름다운 나신이 내 망막을 가득 채워왔다.
참 이상하지. 야동으로도 많이 봤고, 그림으로도 많이 봤고 상상은 말할 것도 없는데… 막상 이렇게 현실로, 눈앞에서 이렇게 보니 이게 참… 말 못 할 감동으로 녹아내려 가슴이 한껏 벅차올랐다.
물론 보는 것만으로도 몸보신한 것 같은 기분은 여전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지.
나는 그녀를 향해 살며시 손을 뻗었다. 거리가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기에 완전히 뻗지 않는 한 그녀의 몸에 내 손이 닿을 일은 없었지만 애초에 만지려고 뻗은 게 아니었다.
눈을 마주친 그녀는 나와 내 손을 번갈아 바라보다 이윽고 내 손을 붙들었다.
에드릭은 그런 호응, 그런 교감이 참으로 좋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한 감정적 교류, 어떠한 연결을 느낀 직후에 이어가는 관계가 더더욱 좋았다.
한 치의 의심도, 의혹도, 어떤 불안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상대에게만 집중하고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순간, 그런 시간들이 말이다.
살며시 붙든 손을 당기자 몸집이 자신보다 더 컸음에도 그녀는 주위에 널린 인형처럼 가벼이 에드릭의 품으로 딸려 들어왔다.
가슴 때문에라도 그녀의 몸을 전부 안을 순 없었지만, 무릎 꿇듯 몸을 세워 그녀의 얼굴을 마주 안은 에드릭은 가벼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뭔가, 변변찮지만 잘 부탁드려요.”
“…….”
그녀는 말이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곤 차마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는지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앙증맞게 느껴져, 나는 웃으며 다시금 그녀의 볼을 살짝, 아주 살~짝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