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506화 (506/507)

tag : pregant......아, 아무것도 아닙니다.506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내 침실로 돌아오니 뚱한 표정의 시온이 잠들지 않은 상태로 나를 맞이했다.

"밤은 즐거우셨습니까?"

"그렇게 타박할거면 처음부터 허락하지 말라고. 네가 허락 안했으면 나도 루리를 안지 않았을텐데"

"그렇지만 루리양이 걱정되서 그런겁니다. 개인적으로 여자의 행복을 누리는건 좋은 일인데 그걸 하지 못하면 인생의 절반 손해보는 격입니다"

"이미 루리는 인생이 물리적으로 반토막 났는데"

"안고쳐줄겁니까?"

"고쳐줘야지"

고쳐주기도 할거지만 그 뒤에 축복 하나 걸어줄 생각이다. 설령 내가 루리의 수명을 좀먹은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몸을 치료해주더라도 암살이라던가 그런 위협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기에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해서다.

남자로서 성욕은 해소 되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다. 어쨌든 루리를 사랑이 아니라 연민이나 동정으로 안아준 것이니까.

"제가 안으라고 했으니 제 잘못입니다"

"네 잘못 아니야"

시온은 항상 옳다.

내가 가진 모든 가치는 시온 아래다. 내가 적선과 같이 루리를 안았어도 시온이 그러라고 했다면 시온이 착한거고 올바른 행동이다.

광신이고 맹신이다. 그건 나도 자각하고 있지만 그만큼 절대적인 가치란 소리다.

"화성에 첫사랑 연적 같은걸 만들어놓은 주제에 그런 말이 잘도 나옵니다"

"그건 내 잘못 아닌데! 운명의 절대자 잘못인데! 아무튼 그년이 나빠!"

연애 척척 석사 가지고 다수의 연인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건 침대 위에서 정도 밖에 없다.

박사 학위? 대학원 다닐 예정 없으니까 생각 없다. 대학원생 같은건 악의로 포장된 지옥가는 길이니까 거들떠도 안본다고!

"해 뜰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만"

"내가 아무리 등신 새끼라도 딴 여자 안고 와서 그 열기가 식지도 않았는데 마누라 안는 멍청이는 아니야"

"그럴줄 알았습니다. 합격입니다"

자기가 안고 오라고 한 주제에 살짝 삐져 있던걸 보면 시온도 여자는 여자인 모양이다.

원래 여자의 마음은 모순적이고 갈대와 같이 변덕이 심하다고. 화장실 가기 전과 후의 반응보다 더 심해. 나도 여자 마음 겪어봐서 알아.

아무튼 슬슬 이 세계를 떠날 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도 화성 문명 운영해야 하니까 돌아가야 한다.

백희가 잘 할지는 걱정되기는 하지만.......

"뭐, 그렇게 걱정되면 어느 정도 발전한 이후에 교류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델타 캐슬에 차원 교류 문명 신청 넣고 심사 받고, 거기에 감사까지 나올텐데. 귀찮겠구만"

기본적으로 차원 문명은 델타 캐슬의 통제 아래에 교류가 허가된다.

기술이 발전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는 크니까 경제적인 침략을 하면 조용하면서도 더러운 전쟁이 된다. 아마 아편 전쟁 보다도 더러울껄.

델타 캐슬이 미국같이 경찰 역할 같은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조직과 사회인 주제에 이득이 아닌 선의로 행동하는건 오히려 무섭다.

"교류를 하려면 여기도 차원 계통 개발을 해야하긴 할텐데.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슬쩍 디멘션 게이트 기술을 등록시키고 왔으니 괜찮습니다"

"이런데서는 발 빠르다니까. 무역 연합이라도 만들려고?"

"꽤 괜찮지 않습니까?"

취미로 했던 일이 상상 이상으로 세력이 되어버렸네......아니, 사실 그 세력도 내가 거둘 마음은 없다. 어디까지나 이번 생의 취미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면 가끔 둘러볼 모형정원에 불과하다.

아마 최길현 그놈이 자기 세력으로 거두지 않을까? 원래부터 이런 쪽으로 세력 늘려가면서 사람 돕는게 특기인 녀석이니까.

"벌써 다음 회차 생각합니까?"

"운명의 절대자가 말하는거 보면 다음 회차에 뭔가 있어"

이 여행 뒤에는 이상한 고난 같은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괜히 시작과 기원의 절대자까지 보내오면서 말을 전했을리 없으니까.

다만 다음 회차는 바빠진다는데.......

다음 회차에는 도대체 뭐가 있길래?

*

*

*

*

기본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 우리들은 모여서 밥을 먹는다. 일이 바쁜게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같은 시간에 모여서 밥을 먹는다.

그렇기에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다들 모여 있는데 백희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래, 밤은 즐거웠나?"

"너 시온이랑 똑같은 소리 하네!"

"영웅호색이라 했다. 강한 남자가 여러 여자에게 씨를 뿌리는건 당연한 일이지"

"나한테는 당연하지 않아.......그건 단순히 강하다는 매력에 반한거지 개인의 매력이 아니잖아"

"당신, 일단 제 눈 보고서 방금 그 말 다시 했으면 좋겠습니다"

"네가 허락해놓고 나한테 타박하지 말라고!"

"이번건 제가 허락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예전 일들 말하는겁니다만"

"그건 죄송합니다"

곧장 사과했다. 이번 일은 시온의 책임이 일부 있어도 옛날 일들은 죄다 내 책임이니까.

루리와 같은 경우도 없지 않지만 그 외의 경우가 더 많았다. 그거 때문에 시온이 마음 고생 하는게 생각하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아랫도리가 문란해서 정말 미안하다아아아아!

"우아아아, 허리가 빠졌어어어......한동안 목발 짚고 다녀야겠네"

"그러길래 초월자도 아닌데 초월자 따라잡으려고 하면 그런꼴 나는거야.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가 다리 찢어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줄 아냐"

"그렇다면 나는 몹시 화난 뱁새다!"

"아무튼 팔이나 줘봐. 부축해줄께"

나는 루리의 한쪽 팔을 잡아서 살짝 부축해주었다. 휘청휘청, 부축하는데도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루리를 보며 백희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도대체 뭘 얼마나 했길래 저러는건가?"

"확정 임신을 위해서 자궁 가득 받았지. 차고도 남은게 흘러 넘쳐서 내 피부가 까무잡잡한 색이 아니라 하얀색으로......."

"뭘 그렇게 대놓고 말하고 있어?!"

"하핫, 정력도 차고 넘치는 모양이구나"

"흐에에에에! 초월자 자지 갱장해여어어어!"

"울 남편거니까 당연한겁니다!"

"아침 먹는데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남자들이 모이면 게임과 음담패설 밖에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여자도 별반 다르지가 않다. 좀 더 대놓고 안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그러는건......그만큼 나를 편하게 여긴다는 소리다. 애초에 무화 없으면 나는 청일점이잖아.

"그나저나 우리도 슬슬 갈 때가 되어서 그런데 정리는 대충 됬나?"

"벌써 갈 생각인가?"

"우리도 할 일이 있으니까. 주구장창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앗, 여기 여자를 임신시켜놓고 튀려는 인간말종이 있다!"

"나도 책임감은 있으니까 종종 보러 올거야. 근데 좋은 아빠 노릇은 바라지 마라?"

"그런것 치고는 우리들을 딸처럼 키운건 꽤나 잘 키웠던것 같은데"

"너네는 혼자서도 쑥쑥 잘 크는 타입이라 그런거고. 근데 아무리 그렇게 했어도 만에 하나의 확률이 있는데 어떻게 임신한걸 확신하냐?"

나 같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야한 책에서나 볼법한 수정, 혹은 착상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가끔 해봐서 알아.

그런데 보통 사람은 그런거 무리다. 아무리 자기 자신의 육체가 관조하기 편한 것이여도 세포 단위로 감지하는게 그리 쉬울리 없다. 아무리 난자가 인간의 세포 중에서 가장 큰 세포라도 준 초월자 레벨 아니면 무리다.

"수정 됐는데"

"엑"

"수정 됐는데. 중요하니까 두번 말했어"

"........무슨 근거로?"

"여자와 엄마의 감"

아, 그건 킹쩔수 없지.

종종 그 육감은 내 능력에 필적할 정도의 정확성을 발휘한다. 온갖 인과와 정보의 수준을 넘어서 결론에 이르는, 한편으로 미래 예측과도 같다. 아마 인간의 가능성이 발현하는 무언가일까.

슬쩍 집중해서 보니까 루리 말이 맞기도 하고......아, 방금 착상했다.

"태교는 잘해. 잘 먹고 잘 쉬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물은 자주 마시고, 저쪽에서 바빠도 이쪽 시간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올테니까......."

"떡정으로 시작하는 사랑 같은건 얇은 책에서나 봤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아니 현실이 픽션보다 더한건가? 현실을 얕보지마라 판타지!!!!"

"아니?! 무책임한 것보다 낫지!"

아무리 루리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지만 내가 안았고 임신시켰다. 거기에 고개를 돌릴 생각은 없다. 비록 루리에게 연인으로서의 애정은 없어도 뱃속의 아기에게 아버지로서의 정은 없는건 아니였다.

게다가 시온은 애들 좋아하고 말이야. 그래서 가끔씩 아이 가지고 싶다고 보채기도 하고.......

"갈 생각이라면 배웅은 하지 않겠다. 어차피 근시일 내로 볼 수 있을테니"

"나 없어도 되겠어?"

"개국공신 한명 없다고 무너질만큼 기초를 쌓진 않았다. 오히려 자리를 비운 동안 눈을 씻고 볼 정도로 발전시켜 보이마"

"그걸 네가 죽을 때까지 해야할텐데 가능하겠어?"

"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할거다. 너희들을 정면에서 당당하게 이길 수 있는 문명을 만들 수 있도록 말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반대로 천국으로 가려면 악의로 포장된 길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법이다.

백희는 과거에 유죄 판결받고 멸망한 령 제국이란 디메리트를 짊어지고도 다음 심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으려고 한다. 그것이 오히려 인간의 좋은 면모의 극한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심히 기쁘다.

못볼꼴 좀 보긴 했지만 내가 이 별에 여행 온 것을 꽤나 만족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그때, 무화와 진교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좀 늦었지만 눈에 잠기운이 보이지 않는걸 보면 늦잠을 자서 늦은건 아닌 모양이다.

"아, 죄송합니다. 아침에 서류 정리를 좀 하다가......무화가 도와준 덕분에 일찍 끝낼 수 있었지만 좀 늦었습니다"

"아침밥은 중요하니까 먹고 일해. 일하고 먹지 말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무화 너는 성장기니까 잘 먹고 쑥쑥 커야지"

"아, 네!"

몇 안되지만 이 세상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이다.

적어도 이번 생에서의 내가 죽을 때까지 교류하고 지낼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 변질된다면 그것 또한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내 환생도 언젠가 끝을 맞이하게 될 것처럼.

아무튼 생각난김에 우리들은 화성으로 돌아기기로 했다. 일이 좀 남아 있어도 할건 다한데다 남은건 그들이 해야하는 부분이다. 나와 시온은 이곳 사람이 아니고 또한 초월자이기에 마냥 기대는 존재가 되면 안된다.

결국 화성 문명에서도 언젠가 떠날 사람으로 존재해야 한다. 한곳에 안주하여 머무를 곳은 서로의 곁 뿐이다.

"우릴 갈께! 너넨 각개! 뺑이 쳐라!"

"아! 일 잔뜩 두고 혼자만 튀는건 치사하다!"

"다음에 올 때 휴가 나오는 기분으로 도와줄께!"

".......애 돌 잔치때나 오는건 아니지?"

"한달에 한번은 온다고 했잖아"

루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말하자 나는 확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시온이 최우선이긴 하지만 내가 안은 여자를 내팽개칠 정도로 망나니는 아니다.

물론 양자택일 들어가면 망설임도 없이 시온이지만......루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인기 많은 남편 둔 제 고생도 알아 주십시오"

"본처니까 걱정은 안할거 아니야"

"그런 사람이 첫사랑 연적을 만듭니까?"

"아! 좀! 그건 내 탓 아니라고 했는데!"

간만에 돌아가는 화성 문명이다. 이쪽에서 몇달 정도 지났지만 저쪽에서도 못해도 두어달 이상은 지났을게 분명하다.

그동안 큰 일은 없었을거라 생각하지만......그래도 작은 일은 몇개 정도 생겼겠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두사람이 부재하니까 말이야.

"그래도 최길현이 있으니까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텐데, 어떠려나"

"그거 은근히 플래그성 대사 아닙니까?"

"설마 멸망했기야 했겠어?"

만약 그랬다면 진작에 우리한테 소식이 전해졌겠지. 최길현도 있는데 사전에 미리 연락을 했을테고 설령 멸망 직전까지 가더라도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을거다.

그리고 다시금 차원의 틈새를 통해서 우리가 있던 화성 문명에 도착하자.......

"추악한 독재정권은 물러가라!!!!"

"우리들에게 자유를 달라!!!!"

"히틀러 같은 살인 독재자는 꺼져라!!!"

.........거창하게 독재 타도 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대충 봐도 수만명쯤 되는 수준의 큰 시위대가 말이다.

"뭐여"

내가 돌아올 때 좌표는 화성으로만 잡아서 화성 어느 곳에서 나오던 이상하진 않았다. 지금 떠들고 있는 시위대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이며, 인종도 황인종이 아니라 백인과 흑인이 섞여 있다.

대충 보아하니 여기는 미국 자치구로 추정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정이고 영어를 사용하는 영미권 국가의 자치구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튼 내 감으로는 그렇다.

뭐지? 개꿀잼 몰카인가?

아니면 중국 대학살 시즌 2같은거?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에서 살다가 명실상부 독재정권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생활하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부심이나 애국심이 있다면 나름의 반발은 있겠죠. 그게 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근데 그게 의료비 제일 비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의료비 무료로 지원하는 곳에서 할 일은 아니지만요.

음식 사막도 없고 의식주 전부 보장하는 곳에서 그거 준 사람 쫒아내려는 짓은 가구 들여놓았다고 월세로 들어간 집이 자기 집이라고 선언하고 집주인 쫒아내는 느낌 아닐까요.

뭐, 그러면 법(물리)대로 해봅시다.

???? : 여러분 생각보다 미국 사람들은......훨씬 무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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