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503화 (503/507)

아, 근데 500화만에 시온 외의 다른 여자랑 떡씬이....!!!503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유토피아에게 자연의 대마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그 외에도 다른 이야기도 들었다.

아우룸 말룸 외에도 다른 대마왕들......각자의 영역에서 나온 이레귤러들이 만들어낸 그 시대의 조직이 바로 대마왕이라고 했던가.

최길현이 발견했던 아레기쉬의 이레귤러도 있지만 꿈을 관장하는 드림 자이언트의 이레귤러도 있고, 솔직히 당사자인 유토피아도 하논의 이레귤러고.....뭐, 여러가지다.

-전대 대마왕이라......꽤나 옛날 이야기를 꺼내는거 보면 운명의 절대자도 뭔가 꾸미는 모양이겠네요.

"뭘 꾸미는건지 대충 알아?"

-그걸 말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솔직히 확신도 없고.

"너 그래서 성격 나쁘단 소리 듣는다니까. 차라리 말할거면 확실하게 말해. 슬쩍 발 빼지 말고"

이래서 유토피아랑 이야기 하기가 싫은거다. 자기 패는 보여주지 않으면서 남의 패는 슬쩍 들여다 보려고 하니까.

-당시의 대마왕들은 일관적이지 않은, 각자가 자기 신념에 따라 다른 진영에 섰죠. 저나 아우룸이 창조 진영에 섰던 것과 다르게 혼돈 진영에 섰던 일루전 로드나......뭐, 저희들은 사실 인간에 대해 애증을 품고 있으니까요.

"그렇긴 하지"

여태까지 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봐온 잔혹한 현실이나 광견의 행태도 내 환생 전체를 통틀어놓고 보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다. 더 심한 것도 종종 있었다.

인간은 그러한 생물이다. 선악이 공존하고, 대마왕은 한편으로 그것을 정확하게 직시한 사람들이다.

유토피아만 하더라도 마음을 만들어준 친구를 인간들의 전쟁으로 잃어버렸으니까.......솔직히 마냥 인간을 미워했을 수도 있던 것을 그 친구가 인간이라고 좋아하기에 애증을 품는다.

.......더러운 성격은 별개지만.

-흰색에 아주 조금의 검은색만 섞여도 회색이 되어버리죠. 그 선을 넘어간 그들은 혼돈의 절대자의 편을 들었어요. 그리고 그 여파는 아직도......만약 혼돈 진영에 섰던 대마왕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면 똑같은 짓을 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아요.

"혼돈의 절대자 이제 완전 뒷방 늙은이잖아. 전쟁 책임 때문에 자기 영역에 틀어박혀서 은거하고 있는데 무슨"

-결국 개인 판단이죠. 저희 정도라면 그럴 자격도, 힘도 있잖아요.

"인간 싫다고 마구 죽이는 짓이 대마왕이냐. 우린 인간의 추악함을 아는 만큼 인간을 사랑하기에 이 짓 해먹는거잖아. 그건 대마왕 실격이야"

나는 대마왕으로서의 직무가 싫어도 싫은 것과 별개로 충실히하고 있다.

여기에 달린 목숨이 몇개인데 대충 하냐. 우리가 판단 잘못하면 못해도 나라 하나가 날아간다. 거기에 대한 책임에는 적어도 사감을 끼워넣어서는 안된다.

물론 내가 지구에서 일본 때문에 빡쳐서 소집 때리긴 했지만.......소집 한거랑 심판 할 때 유죄 때린건 별개니까 세이프. 만약 그때 진짜로 무죄 판결 났으면 이를 갈았어도 손대진 않았을껄. 나는 공사는 확실하다고.

"그나저나 지금 꼽아보면 불확실한 전대 대마왕은......꿈과 법률, 그리고 사랑인가?"

-아마도요.

"진영은?"

-그 중에서는 꿈과 사랑만이 혼돈 진영이였어요. 사실 일곱의 전대 대마왕 중에서 혼돈 진영은 셋 뿐이긴 한데......그 때의 최강의 대마왕이 하필이면 혼돈 진영에 서는 바람에 말이죠.

"주의해야 할건 그 둘인가. 알았어"

꿈과 사랑.

문명을 보는데 조금 애매한 문제일것 같지만 초월자가 판단하다면 다르다.

예를 들어서.......21세기 지구에서 확고한 꿈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그저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고 집을 사고......그런 현실적인 문제를 걱정하기도 바쁜데 꿈을 가지는 자는 드물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소수인게 확실하지.

그렇다면 그런 문명이 계속 이어지면?

목표가 없는 문명은 어디선가 파탄나기 마련이다. 하다못해 우주 개발이라던가 하는 인류 전체의 공통적인 목표라도 있으면 모를까 꿈은 충분히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사랑이야 두고 볼것도 없고.

만약 기술이 발달해서 아기를 인큐베이터에 넣고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키우면, 과연 부모는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SF적인 미래에서 살 때 그런 문명이 몇개 있었다. 그리고 그런 문명은 10살때 쯤에 소집 때려서 작살냈지.

사랑은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한 감정이다. 우리조차 인간을 사랑하기에 대마왕짓 해먹는건데 사랑이 없는 문명은 멸망해도 싸다.

"이제와서 전대 노땅들이 기어 나오는거 보면 감이 썩 좋진 않는데"

-조심하는게 좋아요. 당신은 저조차도 자폭할 생각 아니면 쓰러트리기 힘들 정도로 강하지만 혼돈 진영에 섰던 대마왕들은 혼돈의 절대자의 편린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거 씨발 노골적인 복선 존나 때리는구만. 알만하다. 알았어, 끊어"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통신을 끊었다.

시온은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뭐, 걱정말자. 죽기 밖에 더하겠냐.

*

*

*

*

재건하기 시작한 령 제국은 빠른 속도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너무 빠른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속도다.

물론 대부분은 온전한 멸망 이전 기술력 덕분이지만 백희가 유능한 덕분도 있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겨우 100년, 그나마도 길어야 그 정도고 실제로 황위에 올라가 있는 기간은 그것보다 짧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적겠지만 백희는 시술 덕분에 수백년을 살 수 있다.

재건한 령 제국을 영원히 통치하는건 불가능 하겠지만 수백년이면 조선 왕조에 버금가는 세월이다. 그 세월을 유능한 자가 통치하면 적어도 천년, 아니 만년제국의 토대는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쉬면서 하는 것도 좋다고. 너희 생산 시설 덕분에 재료가 많아지니까 나도 솜씨 부릴 수 있는 부분이 늘었거든. 이거 맛 좀 볼래?"

"어디......음, 좋구나. 재료가 갖추어지니 태령숙수는 따위로 취급할 정도의 실력이다"

"레시피, 아니 요리법은 따로 기록 남기고 갈테니까 나중에 필요하면 써먹어"

"하나하나 고맙군. 잃어버린 기술이야 복원하면 되겠지만 이런쪽 기술은 우선도가 밀려 있어서......"

생존을 위한 시설에 따로 요리법 같은게 있을리 없었다. 물론 기록되어 있는 정보는 있겠지만 그건 내가 알고 있는 요리 지식에 비하면 한참 빈약하다.

막말로 요리 같은건 보다 맛있게 먹기 위함이라서 생존이라는 명제에서는 조금 밀리니까 당연한 것이다.

"그나저나 그대의 안사람도 범상치가 않군. 외견은 아름다운 선녀인데 머리는 시설의 인공정령 이상으로 비상하다니"

"뭐, 울 마누라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덕분에 일 처리도 쉬워졌다. 겸사겸사 감사 인사를 표하지"

"나보단 울 마누라한테 해"

일하는 느낌이지만 정작 시온에게 있어서 이건 꽤나 즐거운 일인 모양이다.

얼마 전에도 화성 문명을 세우면서 이런거 비슷한 일을 했기에 질리지는 않는가 물었지만......

"새로 나온 심시티 시리즈 하는 기분입니다"

"뭔놈의 비유가 그래?"

"제가 가진 기술로 문명을 지어봤자 레파토리가 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기 기술로 하면 새 시스템에 새로운 건물, 기타등등의 설비까지, 전부 새로 접하는거라 꽤 흥미가 돋습니다"

"기술 확보는 덤이고?"

"허락 받았으니까 세이프입니다"

의지에서 비롯된 힘인 마그노 레톤을 기반으로 발전한 티브 문명과, 영자를 기반으로 발전한 령 제국. 두가지는 차이가 있고 서로 장단점이 있지만 한가지 령 제국의 물건 중에서 꽤나 재미있는게 있다면 바로 거짓말 탐지기였다.

이건 육체의 심장박동, 뇌파 등등의 것을 감지하여 거짓말을 파악하는 그런 애매한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영자를 이용해 영혼에 간섭해서 거짓말의 여부를 파악하는 물건이다.

"본래 이런 용도가 아니라 영혼이란 것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지만......뭐, 결국 쓰기 나름인 법이지"

"사람 받을 때 쓰면 좋겠네"

"그래, 그러려고 꺼낸 것이다"

참고로 입국심사는 내가 하기로 했다. 이런 일을 맡길만한 사람 중에 적당한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다.

일단 여자들은 제외, 약자라고 착하지는 않기에 여자라고 얕보거나 이상한짓 하려는 놈들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원한도 살 수 있고.......그러면 대부분이 여자였던 우리 일행 중에서 나와 무화만 남는다. 어린애인 무화는 또 제외다.

결국 나 밖에 할 사람 없다는거지.

"일단 거기 수정구에 손 대고 질문에 잘 대답하면 입국 통과된다. 알았지?"

"예, 예......"

"이름"

"호, 호묘입니다"

"나이"

"올해 아마 스물이 되었을겁니다"

"살인, 혹은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적 있나?"

"아뇨, 없습니......"

내가 입국 심사를 하던 찰나, 수정구가 붉게 물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붉게 물드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녀석들을 걸러낼 수 있으니.

"살인을 저질렀냐?"

"아, 아닙니다!"

"사람 죽였다고 마냥 거부하지는 않아. 너한테는 아직 령 제국에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솔직하게 답한다면 말이지"

세상이 이렇다.

지금은 시대가 잔혹하다. 인간에게는 생존 경쟁이 아니라 생존 자체가 시련이 되어 내리고 무언가를 훔치거나 빼앗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도 있다.

솔직하게 말해 자초지종을 듣고 거기에 참작의 여지가 있다면 입국을 시켜줄 수도 있다.

"저, 저......예전에 한 들개가 제 여동생을 덮쳐서 충격 때문에....그래서......"

"들개라고 마냥 죽일 수 있는건 아닐텐데?"

"......취했을 때 뒤통수를 노렸습니다"

"흠, 만약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을것 같나?"

"예....."

법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적인 복수는 당연한 것이다. 오죽하면 함무라비 법전도 앵간치 하라고 만들어졌을까.

거짓말 탐지 수정구는 붉게 변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여기에 내 관상 보는 특기와 감각까지 더해지면 거의 완벽한 인성검사가 된다. 그리고 결론을 말하자면.......음, 합격이다.

"좋아, 합격.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 줄테니까 문제 일으키지 않으면 몇달 뒤에 정식 신분증을 줄거야. 일을 찾는다면 따로 본청을 찾아가서 일을 받아. 한창 개발중이라 할 일이 많거든"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복수를 부정하지 않는다. 받은게 있다면 갚아야 하고 죄를 지었다면 벌을 받아야 하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화성 문명에서도 살인범은 가상 세계에 처넣고 고통을 주는 것 뿐만이 아니라 거기에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하는게 아닌가?

남에게 먼저 고통을 주고 자기가 멀쩡할거라 생각하는 마인드는 역겹다. 그런 놈은 재건될 령 제국에 필요 없다.

"놔! 이거 놓으라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못 들어간다는거야!!!!"

"니 새끼는 한눈에 봐도 정상적인 새끼가 아니거든? 딱 봐도 쾌락 살인으로 일곱명쯤 죽인 새끼 치고는 주둥이가 기네?"

"그, 그건......그건 거짓말이야!"

"네, 거짓말은 댁이 한거고요. 너를 살려두기에는.......물이 아까워!"

문명 사회에 비하면 인간말종 새끼들의 비율이 높다. 그런 놈들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내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복수라는 대의명분이 있으면 살인을 해도 자신은 정당하다란 마음이 한편으로 있기에 눈에서 미약한 자신감이 보이지만 이런저런 되지도 않는 이유로 사람 죽인 새끼들은 눈에서 광기가 보인다.

느그 새끼들이 커서 된게 나다! 그런 내가 못알아볼거 같냐!

아무튼 이렇게 하루 일을 마감하고 돌아온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쉬어야 하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은 준수한다.

그리고 퇴근길 코스가 된건데......돌아가는 길에 한번씩 휘애호를 들른다.

"아아아아......!!!!"

"여기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구만"

날이 약간 저물건 말건 그런건 상관 없었다. 시간이 상관 없이, 휘애호의 앞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감시라거나 그런 의미가 아니다. 휘애호를 보며 여러가지로 생각에 잠기거나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절규를 내뱉는 자들이 항상 상주했기 때문이다.

나야 바다도 본적 있으니 크게 공감하진 못하지만 작게는 공감한다. 마실물도 없어서 목말라 죽은 가족이 있던 사람에게 이 호수는 무슨 생각이 들까.

원망일까? 그것도 아니면 기쁨일까? 적어도 경외가 포함된다는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뭐야, 아저씨도 산책나왔어?"

"퇴근길이야. 곧 들어갈거고. 루리 너는?"

"나야 물고기 좀 잡아다가 저녁 안주로 만들어 먹으려고"

"어라? 여기에 물고기 같은게 있었나?"

"심해어 비슷한것 같은데, 아마 지하 속에서 나름 생태계를 이루고 살던 모양이더라고. 애초에 물 도마뱀 같은것도 이쪽에서 나온건데 먹이사슬이 없을리 없잖아?"

"......그러고 보니 물 도마뱀도 나오나?"

"일주일에 한마리쯤 나오던데"

"그거 쩌는거지?"

"응!"

대충 만든 낚시대를 써서 물고기를 낚는다. 잡힌다는 개념이 없는 놈들에게는 미끼라는 것 조차 없기에 금방금방 낚여 올라온다.

루리가 가져온 소쿠리가 물고기로 가득 차게 되는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앗, 신나게 잡다 보니까 무지 많이 잡아버렸네. 딴 사람들한테도 나눠줘야겠다"

"물고기 손질할 수는 있고?"

"걍 목 따고 내장 꺼내다가 소금 뿌려서 구우면 되는거 아님?"

"시끄럽고 줘봐. 요리 해줄테니까"

이런건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이다. 게다가 본적 없는 식재료라면 더더욱.

"그럼 오늘 저녁은 같이 마시자!"

.........루리의 말이 어쩐지 요오오오상한 기분이 드는데!!!!![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썸타는 여자애가 같이 술마시자고 하면 분위기가 묘한 법이죠.

취해서 무방비한걸 보여준다는 시점 하에 꽤나 노골적인 의미이긴 하지만요!!!

아, 드디어 시온 이외의 떡신이 나오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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