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501화 (501/507)

어차피 바로 다음화에서 나오지만요.501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나도 상대 도발하는데 한 실력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농락하고 툭툭 건드리는 느낌이라면 루리가 한수 위다.

게다가 도발은 그걸 쓰는데 진심이 들어가야 통하는 법이다. 상대를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에 마음이 들어가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지금 말이야 우리가 요람에 와서 밥도 먹고 즐길거 다 즐기고 있거든? 댁이 쫄아서 숨어 있는 동안 말이야!!!!!"

-네년! 그때 잡아서 사지를 찢었어야 했는데!!!!

"응, 그러길래 누가 이용해 먹으래? 어차피 댁한테 요람을 쓰게 해봤자 전쟁 밖에 못할테니까. 무엇보다 마약 같은걸 파는 도시나 운영하는 주제에 멀쩡한 세상을 만들 수 있겠어?"

-너 같이 천한 것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단 말이냐!!!

"그야 난 못하지. 하지만 백희는 어떨까!"

루리가 마이크를 백희에게 넘겼다.

"나다"

-전......

"전하라 부르지 마라. 의무 뿐만이 아니라 인간된 도리를 저버릴 자를 령 제국의 신민으로 둔 기억은 없다"

-........

"너에게 남은 기회는 없다. 가장 중요한 때에 망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를 챙겼던 시점에서 너의 패배는 결정된 일이였다"

두사람은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던거나 마찬가지다.

그게 포커든, 아니면 블랙잭이던, 아니면 유희왕이던......아, 마지막은 이상한가? 아무튼 카드 게임은 맞으니 넘어가자.

승패를 결정지을 때에 백희의 계략에 의한 허장성세로 쫄아버린 그는 가장 중요한 타이밍에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서 우리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었다. 결국 남은건 패배 뿐.

지금 그 갈린 승패가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긴 말은 하지 않겠다. 지금 그곳을 향해 궤도 폭격 위성인 천공안 미르가 조준하고 있으니 명령만 내리면 너는 그대로 증발해버릴 것이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어떻게, 어떻게 그걸 보고도 멀쩡할 수가 있지? 요람의 기록을 보았다면 그 때의! 그 존재들의 공포를 떠올릴 터인데!!!!

"스스로의 죄도 돌아볼 용기가 없는 소인배와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에 짐을 지는 자의 의지는 다른 법이지. 잘 가거라"

-잠깐, 아직......

저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백희가 먼저 통신을 끊었다.

그리고 무화를 불러서 천공안 미르를 작동시키기 위한 스위치 앞에 데려간다.

"누르고 싶은가?"

"예?"

"너는 선하고 사리분별을 할줄 아는 아이다. 놈이 우리를 쫒기에 남부로 내려와 너희 마을에 그러한 짓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분노하지 않았다"

"그......칼로 사람을 죽이면 칼에 잘못이 있는게 아니라 칼을 휘두른 사람에게 잘못이 있는거니까요"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 실천하는 자는 드문 법이지. 인간이란 본래 그런 생물이기 때문에 네가 우리에게 화를 낸다 하더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헌데 그러지 않았잖느냐?"

그건 무화의 심성을 증명해주는 이야기였다.

여태껏 우리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었다면 간접적으로 무화의 마을을 그렇게 만든 책임이 있기에 따지고 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그는 조용히 우리를 따라왔다.

착하고, 강하고, 이성적이다. 으음, 무화도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너에겐 자격이 있다. 네 마을 사람들의 복수와 똑같은 일을 당했을 다른 마을 사람들의 복수를 이행할 자격이 말이다. 그러니 이것을 누를 권리를 양보해주마"

"그......"

"그 책임이 무겁다면 거절해도 좋다. 단지 내 개인의 욕심보다 너를 존중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누르면 수천의 목숨을 날려버릴 버튼 앞에서 무화는 고민했다.

하지만 그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무화는 강한 아이다.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도 그것이 옳바른 일이라 한다면 감내할 수 있었다.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내 무화가 버튼을 눌렀다.

과거를 살아가던 자를 현재를 살아가는 자가 무찌른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과거 문명의 유산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힌다.

이윽고 거대한 진동이 요람을 덮쳐왔다.

*

*

*

*

관통력을 중시했다고 하지만 그 여파는 주변 수백킬로에 달할 정도로 거대했다.

그 여파에 휩쓸린 인근의 사람들은 죽었을게 분명했다. 설령 즉사하지 않았더라도 그들을 덮친 수십톤 가량의 모래들은 그들을 질식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살아 남는 사람은 한줌에 한줌, 기껏해야 한톨에 불과하겠지. 그나마도 방해는 안될테고.

개인적으로 감지 능력을 사용해 생존자를 살펴 보았지만 오히려 그들에게는 한톨의 생존자도 남지 않을게 보였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물이나 식량 같은 자원보다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 기반이 되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자원이 풍부해도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하물며 먹을것, 마실것, 심지어 공기마저 부족한 토사 속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일터. 남는건 하얀 백골 뿐일 것이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궤도 폭격에 의해 고열의 열선이 지나간 자리는 거대한 구멍만 남았다. 일부의 모래는 고열에 의해 반쯤 굳어져 유리처럼 변해 있었고 일부는 아직도 흘러내리며 끈적한 느낌의 액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저 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것이다. 지하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물은 궤도 폭격에 의해 밀려난 토사들의 수십, 수백, 아니, 수천배에 달했으니까.

"온다! 온다! 온다!!"

"여기가 특등석입니다"

"위험하진 않겠느냐?"

"저희 남편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간다아아아아아앗!!!!!"

"루리 너 비음 섞으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마라?!"

우리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분출하는 물을 관람할 준비를 하며 육포를 씹었다. 이럴 때는 팝콘이 제일이지만 없으니 그 대신으로 육포다.

이윽고 진동이 가까워진다.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지하 수십, 아니 수백킬로미터 아래에 있던 깊은 지하수들은 그 압력에 의해서 분출되었다. 온천수라 그런지 뜨끈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그래봐야 100도 정도다.

지상으로 올라와 식혀지는 물은 미지근하더라도 최소한 여기에서는 시원한 축에 속한다. 맨 피부를 드러내면 화상을 입을법한 날씨에서 온수 정도의 물은 물장구를 쳐도 된다.

치솟은 물기둥은 정말로 압도적인 광경이였다. 지상에서 수백미터는 치솟아 그대로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비처럼 내린다.

"우, 와아......하늘에서 물이 떨어져 내려요"

"이건, 정말이지.......절경이군요......"

토종 이 시대 사람인 진교와 무화는 그 광경을 보고 얼이 빠져 바라보았다. 우물거리던 육포조차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시대에서 비가 내리는건 본적이 없었다. 비가 내리기는 커녕 구름이 햇빛을 가려 생기는 그늘 하나 본적이 없다. 아마 별 전체로 보면 지상의 수분은 구름이 형성될 수준은 아닌것 같았다.

하지만 이만한 수량이 있다면 이 별의 자연 또한 다시금 풍요로워질 것이다.

현재 이 별에 있는 수원지 중에서 수백킬로미터 깊이의 지하와 연결된 유일한 수원지다. 앞으로 이만한 수원지는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겠지만 나라 하나 정도는 펑펑 써도 남을 정도로 무진장 솟아오를껄?

이내 지하에서 솟아오른 기둥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표를 뒤덮는 물은 조금씩, 조금씩 흙탕물에서 푸른 빛을 되찾기 시작한다.

"이, 건........"

그것은 호수였다.

바다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작지만 적어도 매마른 이 세계에 있는 유일한 호수였다.

마을이 만들어지는 지상으로 흘러나오는 미약한 수원지 정도로는 말들어지지 않는, 도시 하나가 들어가고도 남을법한 그런 거대한 물 웅덩이다.

"아아아......."

짙은 감정이 깃든 목소리를 낸 것은 다른 사람도 아닌 루리였다.

눈 앞에 있는건 단순한 도시 따위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는 누가 보아도 낙원이라 할법한 광경이였다.

목마른 자라면 누구나 마셔도 되는, 적어도 목말라 죽지 않는 그런 낙원.

수돗물 같은걸 마셔도 되는 곳에서는 별거 아닐지 모른 것이 이곳 사람들에게는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 직접 보고 느끼지 못한 자들은 알 수가 없겠지.

"괜찮은 호수구나"

"호수, 호수, 음......좋은 단어입니다. 령 제국 시절 단어입니까?"

"아, 이곳에서는 그런 단어가 없었느냐?"

"바다라는 단어조차 지나가는 말로 들은게 전부입니다. 물이 수평선 너머까지 차 있는 곳을 그렇게 부른다고 하던데......."

"솔직히 촌장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옛날 이야기에서나 나오던 단어였어요"

햇빛에 반짝이며 푸른 호수가 물결친다. 다가가서 손바닥으로 떠올려 약간 마셔본다.

지하에서 온천수를 파내는 기영 화자의 도시에서 마신 물은 연수였다. 하지만 그건 당연하듯이 지하의 수백킬로미터 암반을 통과하여 걸러진 물이 올라온 것이라서 그런거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영국과 한국을 보면 된다. 한국은 원래부터 산이 많아서 물이 걸러지기에 대부분 연수다. 하지만 영국은 그런게 없어서 물에는 석회질이 다수 포함되어 그냥 마시면 장기적으로 몸에 안좋다. 그래서 도수가 약한 술을 주로 마시는거고.

"약간 경수네. 그래도 지하에서 마냥 퍼올린것 치고는 괜찮아. 쇠맛이 좀 나긴 하지만 철분이 많을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걸. 석회질도 적고......농사 하기도 좋겠다"

"좋구나"

무화는 바지를 걷어 종아리를 드러내고 금으로 된 바닥에 발을 디디는 것마냥 조심스럽고 황송하게 발을 담갔다.

날씨에 비하면 차가운 감촉을 느꼈는지 살짝 움찔거리는게 보인다. 우리야 이런 곳은 익숙하지만 그에게는 난생 처음 물에 발을 담그는 것일테니까.

"어? 저것 좀 보십시오!"

"어라? 벌써 싹이 트네?"

"아무래도 모래 속에 씨앗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진교가 가리키는 곳에는 아주 미약하고 작지만 선명한 녹색의 싹이 틔워져 있었다.

물이 나오기 시작한지 꽤 되긴 했지만 겨우 그 정도의 시간으로 벌써부터 싹이 피는건 이상할 정도의 성장력이다.

하지만 그것도 자연의 대마왕의 권능의 일부가 깃든 것이라서 그런거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이 별의 질긴 생명력과 진화는 타고 올라가 자연의 절대자의 편린이 깃든 만큼 내가 감히 잴 수 없다.

"자연 환경이 복구되는 것도 생각보다 빠르겠네. 년 단위로 지나면 숲이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름드리 나무가 자라려면 년 단위가 아니라 수십년 단위가 필요하지만 이 정도의 생명력이라면 문제 없다.

남은건 개발 뿐. 령 제국을 건국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시설을 지상으로 옮기고 거기에 더불어서 병력을 배치하고.......바빠지겠구나. 나 혼자서는 힘들겠어"

"한동안은 도와줄께"

"한동안? 개국공신이 어딜 가려는게냐?"

"앗, 지금 백희씨 눈은 잡아다가 신명나게 공돌이를 갈려고 드는 윗사람의 눈입니다!"

"어차피 우린 여기 사람도 아닌데! 딴 애들 시켜 딴 애들!"

"일단 이주민 부터 받고......."

"야!"

목적도 달성했고 볼일도 다 끝났지만 어차피 여행온거 해외 여행 온것처럼 즐기려고 했지만 그럴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것 같다.

우리가 떠드는동안 루리는 조용히 자신이 만들어낸 호수를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까지 푸른 바다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세상에서 보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낙원이라 부를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냈다.

남은건 그 뒤에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 하지만 이후에 일을 망치더라도 이 낙원이 사라지는 일은 없다.

"휘애......."

루리는 조용히 죽은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죽은 친구는 돌아오지 않지만 그의 꿈은 이루어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루리의 꿈이지만 적어도 휘애란 아이가 여의보주를 훔쳐낸 보람은 확실히 있었다.

"네가 원한다면 이 호수의 이름은 휘애호라 하겠다"

"그래? 그 녀석도 좋아할거야"

"역사와 기록은 확실하게 남기는게 좋겠지. 본격적인 황위에 오르는 것은 차후의 일이라 하더라도 오늘로서 개국기념일일터이니"

슬쩍, 백희가 진교를 돌아보며 말했다.

"네가 기록하거라"

"예?"

"서기관이 되어 앞으로 우리들이 하는 일들을 기록하란 말이다. 그대는 자기 주관이 없어서 시키는대로 하기에 딱 어울리는 일이다"

"어, 음.....알겠습니다"

"무화는 앞으로 가르치면 되고, 루리는......워낙 다재다능해서 여기저기 써먹어도 되겠군"

"구와아아악! 미래의 내가 갈려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루리가 낄낄거리다가 이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아저씨, 이제 내 일도 끝났겠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할게 있는데"

"뭔데? 지금은 여행도 기분좋게 마무리 된것 같아서 어지간한건 들어줌"

"뭐 하나 빌리는건?"

"그 정도야 쉽긴 한데.....뭘 빌려줘? 내가 가진것 중에서 빌려줄만한 물건이 뭐가 있다고?"

내 개인 물품은 다 여기서 얻은거라 루리도 좀만 하면 다 얻을 수 있는거다. 뭔가 초월자로서 물건을 빌리려는걸까?

하지만 여러가지 내 예상을 빗나가게 만들며 루리는 웃으면서 폭탄을 터트렸다.

"이제 남은건 여자로서 행복 밖에 없는것 같은데 좆 좀 빌려줘!"

"야 이 미친년아!"

"울 남편 거기는 제겁니다!"

"앗, 시온 언니한테서 빌렸어야 했나!"

그게 문제가 아니지!!!!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수 있습니다.

500화 됐는지 깜빡했네요, 아무튼 연참!

마실 물도 부족한 세상에서 호수 같은걸 보여준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낙원으로 보일겁니다.

근데 수원지가 하나만 있어도 되는가 싶지만 원래 사막에서 물은 쓰면 쓸수록 환경이 변화하는 법입니다.

저만한 물이 지상으로 올라왔으니 사막의 열기에 증발하는 물의 양도 늘어날테고......좀 걸리긴 하겠지만 훗날에는 비도 내리겠죠.

그나저나 주인공의 정조를 노리는 루리루리.

뜬금없다고요? 자세히 보면 복선 같은거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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