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98화 (498/507)

한숨 자고 와서 하나 더 올릴께요!498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여기 주술사라고 해서 무화에게 털난 수준으로 봤는데 암살자 녀석 실력 보고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아무리 시온이랑 상성이 나쁜 이능력이라도 시온이 감지 못했다면 나름의 수준은 있는 법이다. 초월자에 이르지 못했어도 시온의 눈을 속이는건 수준이 높다는 증거다.

다만 눈을 속일 수 있다고 죽이기는 커녕 해칠 수 있다는 증거는 못된다. 네가 게임으로 특수부대 출신 게이머를 이겼다고 해서 현실에서 이길 수 있는건 아니잖아?

"꼭 스탠드 능력자 같아서 꽤나 재미있습니다"

"다른 이능력자란 뭔 차이인데"

"스탠드는 하나의 능력만 가지거나 그걸 기반으로 복합적인 능력을 다루지만 다른 이능력자는 보통 처음부터 복합적인 능력을 가지지 않습니까? 그게 재미있다는겁니다"

정작 시온은 오히려 흥미를 가졌다. 선천적으로 하논 종특상 이능력을 익히니 무진장 힘든 몸이지만 관심이 없는건 아니니까.

하기사 시온은 초월자로서의 자각이 적다. 좀더 쓸모가 있고 편리할 뿐이지 거기에 얽매이거나 하지 않는데, 개인의 단련보다 기술의 발전을 우선시해서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근데 이런 녀석이 한놈만 있을까? 백희 넌 뭐 좀 아는것 같던데 알아?"

"본디 귀족이 개인 호위로서 키워낸 술법사들이다.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속성이 달라서 군대를 꾸리지는 못하지만 개개인이 특출한 호위로서는 키울 수 있지. 방금 본 그 암살자처럼 정적 제거용으로 키우는 자도 있었지만......."

"몇명이나 있을것 같냐?"

"글쎄, 나도 확답은 못한다. 하지만 많아도 셋 정도로 있을거라 생각된다"

시온도 감지못한 녀석 수준이 셋이라. 초월자는 아니지만 그만큼 한 분야에 특화된 녀석이 있다는건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놈 처럼 암살 특화형은?"

"하나, 이놈은 령 제국 시절에도 악명이 높던 자였다. 여태껏 살아 있었던건 꽤나 의외로군......"

"이놈도 그 시술인지 뭔지 좀 받았나보지"

"내 스탠드는 암살형이다!"

"너 자꾸 죠죠 드립 칠래?!!?"

아무튼 우리들은 다시금 상황을 정리했다. 요람은 멀지 않았지만 광견 놈들이 방해다. 덤벼오면 찢여 죽이면 그만인데 또 무슨 함정을 팔지 모른다.

물론 놈들 수준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 아래라서 우리 애들 지키는건 큰 일도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내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대로라면 움직이기 불편해지는데......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상황의 역전이군"

"공세에 나서고 우위에 있다 생각하는 놈들을 도시로 수세로 몰아낸단 말씀입니까?"

"그대와는 이야기가 잘 통하는군. 그래, 그 뜻이다"

"지들만 아는 이야기 하고 자빠졌네"

"대충 이해는 가는 이야이깁니다만. 어떻게 그들을 수세로 몹니까? 명백하게 저들 쪽이 다수가 아닌지요?"

"그거야 우리들이 오는 자만 처리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방어적 태도를 취하니 저쪽에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 상황을 반대로 만들면 된다"

즉, 우리가 공격에 나선다는 뜻이다.

사실 수천에 달하는 광견 무리와 겨우 여섯의 불과한 인원으로 수적 열세는 명백하지만 여기에는 나라는 초월자가 있다.

아, 시온도 그렇긴 하지만 내가 있는데 시온 손을 더럽히게 만들수야 없지. 처음부터 시온은 논외다.

애초에 우리 마누라는 너무너무 착해서 광견 같은 인간 말종을 죽여도 죄책감을 느끼는 아주 상냥한 사람이라고! 그럼 차라리 사람 존나 잘 죽이는 내가 대신 죽이는게 낫지!

"이 암살자가 있다는건 또한 군용 통신기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걸 통해서 다시금 재호 유귀한테 연락을 하는거다"

"또 받을까? 저번에 그렇게 끊었는데?"

"이놈은 나름의 신뢰를 얻고 있는 수하다. 암살에 성공하여 여의보주를 회수했다면 그 보고로서 한번쯤은 연락을 해야할테니 저쪽에서도 받겠지"

"오호, 그러면 그 뒤는?"

"본격적인 선전포고를 한다. 그대의 존재를 과장되게 하여 알리고 쳐들어간다고 하는거다. 아무리 미쳤어도 자기 안위를 중시하는 재호 유귀라면 그대가 쳐들어간다는 소리에 광견 무리들을 끌어모아 방어하려고 애쓸테지"

"그리고?"

"그 다음에 병력의 공백이 생긴 틈을 노려 요람을 찾는다"

"꽤 괜찮은 의견이네"

"허장성세를 노린 작전이라, 나쁘진 않습니다"

이런저런 전쟁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전략이 없지는 않았다. 일부러 병력을 많게 해보여서 상대를 물러나게 만드는 작전은 상대의 의심과 겁이 많으면 많을수록 잘 통한다.

남을 믿을 수 없어서 북부에서 남부로 직접 내려온 놈에게 협박은 잘 통하는 이야기다. 게다가 나를 죽이려고 든 암살 특화 주술사 같이 내가 그러리란 보장도 없으니.......확실하게 통할 방법이다.

이내 나는 기감을 펼쳐서 놈이 가지고 있던 영자 통신기를 찾아냈다. 광견 놈들이 몰던 풍륜차안에 있었는지 박살난 잔해 더미 안에서 발견 되었는데 외견상 멀쩡해 보인다.

"여윽시 군용은 튼튼한게 장점이라니까!"

"사실 튼튼한게 아니라 예산 아껴먹으려고 폐기 해야하는거 억지로 쓰고 있는거 아닙니까?"

"..........."

"앗, 백희가 침묵한다"

"예산 문제는 킹쩔수 없지"

아무튼 다시금 걸었다. 이번에는 백희가 아니라 내가 받는다.

위협이라 하면 사실 내가 더 잘하거든! 머리 쓰는 일은 애초에 내 적성에 맞지 않지만 이런쪽 일은 내가 전문이지!

-해용. 일은 어떻게 됐지? 성공했나? 물건은 회수 했나?

"날 죽이려고 들었던 너네 주술사 부하는 뒤진지 오래다. 내가 목을 부러트려서 죽였지. 광견 놈은 아니니까 곱게 보내줬다만 다음에는 네가 될 차례라고 해주고 싶은걸"

-........너는 누구냐.

"황태녀 전하의 비밀 호위. 본디 령 제국의 황위에 오른 자만을 수호하는 호위이나 남은 황실의 핏줄이 황태녀 전하뿐인 관계로 그분을 모시는 자다"

-그럴리가 없다! 그런 자가 있었을리가.......

"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네가 황실의 비밀을 전부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

백희가 그게 뭔 개소리냐는 눈으로 보았지만 나는 검지를 입에 대어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원래 허장성세는 상대방 기만하려고 하는겁니다, 아무렴.

"이 여정에서 전하를 안전하게 모시던 것이 바로 나다. 네놈의 강화병도, 나를 죽이려고 들었던 주술사도 내 손에 죽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너에게 연락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지"

-.......멸망한 령 제국을 따르기라도 할 생각인가? 돈이 필요하다면 돈을 주겠다, 여자가 필요하다면 여자도, 남자던 주겠다. 나를 따라라.

"충성심을 돈으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충심마저 변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제국은 멸망했다! 네놈 또한 그 광경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보고 나서도 변하지 않는 충심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포섭을 할 생각은 마라. 다음에 만날 때는 내가 네놈의 목을 딸 때의 일이다"

-이놈......!!!

"황실 비밀 호위가 네놈 수하와 같은 일 하나 못할거라 보는가? 황실을 모욕한 죄로 고통없이 보내줄테니 목만 잘 간수하고 있어라"

이내 통신기를 박살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놈이 지랄발광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웃으면서 돌아보자 시온 빼고 다들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허장성세도 정도가 있지......아니, 오히려 지금은 그러면 그럴수록 좋은 편인가"

"아무튼 틈이 생긴다는거네. 요람도 여기서 멀지 않고, 솔직히 여유 없이 가면 며칠이면 도착할 수 있을거야"

드디어 요람이다.

긴 여정의 끝이 드디어 보이기 시작했다.

*

*

*

*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면 못해도 몇백년, 길면 수천년이 지난 뒤의 세상은 얼마나 변할까.

인간이라도 자기가 살았던 동네에서 10년쯤 지나면 못알아보는게 태반이다. 주변의 지형 지물들은 붕괴하고 스러졌으며 남은 것은 드넓은 사막 밖에 없다.

산 같은 거대한 지형은 그나마 남아 있는 경우가 있지만.......솔직히 이정표로 삼을건 못된다.

좌표가 있어도 지도에서 1센치만 오차나면 축적에 따라 다르지만 본래 위치에서 수십,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질 수 있다. 보통은 시간차이가 있으면 숨겨진 시설을 찾기란 어려운 법이다.

"내가 없었으면 아마 입구도 제대로 찾기 힘들었을껄"

"원래 유적 발굴은 지상에 나와 있는 시설이 아니면 찾기가 힘드니까. 백희 찾을 때도 그랬잖아?"

"여기에 정말 요람이라는 곳이 있는건가요?"

"되게 아래쪽 지하에 있지만 있어"

적어도 수 킬로미터 아래에 있다. 거의 기영 화자의 도시 같은 수준의 드넓은 시설이 몇층이 되어 있는게 령 제국 시절의 기술력을 알만한 일이였다.

이 주변은 지각 변동도 비교적 적어서 상실된 시설도 적은것 같고......정지, 혹은 절전 상태인건지 큰 반응은 없다.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느껴질 뿐.

"입구 찾는것도 일일것 같습니다"

콰아아앙!

"뭐라고?"

"아니, 아닙니다....."

진교가 뭐라 말하다 말았다. 사람 실없기는.

나는 입구였던 곳을 파해쳐서 통로를 파냈다. 아마 엘레베이터 통로였던듯 아래가 보이지 않는 통로가 눈에 들어온다.

드럼 호도 널널하게 가지고 내려갈 수 있을법한 거대한 통로다. 단순한 인간의 용도가 아니라 화물의 이송도 담당하지 않았을까?

"통로의 재질이나 그런걸 보면 꽤나 튼튼하고 기술도 좋은것 같습니다. 사막의 모래와 환경에도 풍화되지 않은게.......아, 엑토플라즘 코팅을 한겁니까? 그러면 이해는 갑니다"

"비교적 멀쩡하네. 물리적인 문제 아니면 문제 있는데는 없으려나"

나는 드럼 호를 통째로 염동력으로 들고 내려갔다. 드럼 호는 호버 기능이 있지만 비행 기능은 아니라서 높은데서 떨어트리면 떨어지기에 해야하는 조치다.

한참을 내려간 통로의 끝에서 겨우 문이 하나 보인다. 굳게 닫힌 금속 재질의 문.....두터운 엑토플라즘 코팅을 보아하니 보안도 장난이 아니다. 대충 친 내 주먹 한방 정도는 버틸것 같다.

"되게 큰 유적이네요......"

"뭘, 시작은 지금부터지. 일단은 준비물 1번! 여의보주!"

"1번이 있으면 2번도 있습니까?"

"백희"

"사람을 물건취급하지 말거라!"

혹시 모르는 일이다. 자격 없는 남이 여의보주를 들고 권한을 인증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안전빵으로 가야 했다.

백희는 손에 여의보주를 쥐었다. 오랜 시간과 시대를 넘어 멸망한 령 제국의 핏줄이 자격을 가지고 희망에 도달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자 문이 반응한다. 따로 감지하지도 않은것 같은데 여의보주와 호응하며 굳게 닫혀 있던 요람의 문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전력 공급 중]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

"이, 이건 뭡니까?! 갑자기 목소리가 머리에......."

"령 제국에서 개발한 인공 정령이다. 주로 시설이나 건물 등의 관리를 맡지"

"영자 기술에 인공 위성, 이런저런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인공 정령 제작 기술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으음, 나중에 잠깐 참고 자료로 가져가는 보람이 있을것 같습니다"

인공 지능과 인공 정령은 다르다. 비록 인공 지능이 영혼을 가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인공 정령은 처음부터 영자로 제작된 하나의 생명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영혼이랑 뭐가 다르냐고 물으면 피망이랑 파프리카의 차이 정도다. 거의 같지만 큰 차이점이 하나 있는데 영혼은 육체가 필요하고 정령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된다.

우우우우우웅!!!!

여의보주에서 떨리던 진동이 멈추었다. 이내 다시금 요람의 인공정령이 하는 말이 머리로 전해진다.

[전력 공급 완료. 절전 상태를 해제합니다]

[상황 연산. 축적 정보 분석........현 황위 계승자를 확인]

[갑급 경계 해제]

[환영합니다 황태녀 전하.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아무래도 경계 시스템도 있었나보다. 백희가 없었다면 더 귀찮아질뻔 했는데 한편으로 다행이였다.

"문을 열어라, 들어가겠다"

[예, 알겠습니다]

이내 요람의 문이 열린다. 내부의 깨끗한 통로가 눈에 들어오고 환한 조명이 통로를 비춘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시간이 멈춰 있던 것처럼 꽤나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중앙 통제실로 안내하라. 기록을 확인할 터이니"

[길잡이 기능을 사용하겠습니다]

바닥에 형광색의 화살표가 우리 앞에 생겨났다. 걸을 때마다 방향을 알려주는듯 앞장서며 우리를 이끌어간다.

통로를 거닐고 여러 시설들을 지나 요람의 중앙 통제실에 이른다.

그곳에는 마치 거대한 크리스탈 같은 정십이면체가 웅웅거리며 빛을 내면서 화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게 요람의 인공정령이 담긴 하드웨이인듯 싶다.

"우와......."

"흐음, 일부 시설은 붕괴했으나 수리하지 못할 것도 아니군. 자원도 충분히 있고, 천공안 미르와 지상안 누리와의 연결도 남아 있다"

"다른건 다 좋아. 기타 생산 시설이 필요한 루리는 그렇다 쳐도 우리는 그런게 아니라 다른 것만 있으면 돼"

제국의 멸망 원인.

이런 멀쩡한 시설이라면 당시의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다. 루리야 낙원을 지으면 되고 진교는 별 목적이 없고 무화는 그나마 재호 유귀한테 복수를 바랄 터인데......나와 시온의 목적은 루리를 돕는것 외에는 그것 밖에 없다.

"좋다, 나 또한 잃어버린 기억을 상기시켜야 할터이니"

우리들은 이제서야 찬란했던 령 제국의 문명이 멸망한 이유에 대해서 직면했다.

.........그리고 거기에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드디어 이 세계가 멸망한 비밀이!

물론 한편으로 예상하신 분들도 있으실테지만 그래도 작가는 떡밥 풀 때의 반응이 제일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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