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96화 (496/507)

여행 끝에 있는건.....496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무화의 마을에 있던 광견 놈들보다 수가 많았지만 그뿐이다. 루리가 열명쯤 있다 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전력이지만 최강의 호위가 붙어 있으니 문제 없다.

우드드득!!!!

"끄으으으윽?!?!"

"오? 이 새낀 좀 버티네? 광견 놈들은 약 빨아서 그런지 쾌락에도 민감하지만 고통에도 민감하거든. 그래서 좀 고문하면 비명을 지르긴 하는데......너는 출신이 다른가 보구나? 하긴, 장비로 눈치 깠지만"

"이놈 장비 내가 써도 돼?"

"원래 전투 후 루팅은 전통행사지. 근데 사이즈 맞겠냐?"

"좀 수선하지 뭐. 그 정도 손재주는 있어!"

이곳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강화병을 제압해 장비를 그대로 벗겨냈다. 아, 물론 루리가. 나한테 사내놈 옷 벗기는 취미는 없다.

그리고 신나는 심문(고문)타입이다. 팔 부러트린 정도도 이 악물고 참는 수준의 정신력이 있다지만 결국 육체에 얽매이는 인간이다. 나조차도 그 영향이 있는데 초월자에도 들지 못한 인간의 한계란 명확하다.

"네놈들......그리고 더러운 들개년까지......!!!!"

"알고 있는거 다 털어놔"

"흥! 내가 말해줄것 같으냐! 설령 목숨으로 위협한다 할지라도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네가 뭘 잘못 알고 있는것 같은데"

".......?"

"네가 지금 해야할 말은 '제발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제발 죽여주세요'야"

".......!"

"죽고 싶은데 죽지 못하는 기분이 어떤지 아니?"

개인적으로 고문 중에서 제일 답 없는 고문이 뭔가를 알아내기 위함이 아니라 순전히 고통을 주기 위한 고문이다.

입을 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람이 살아 있어야 하는건 당연지사. 그렇기에 고통만 주기 위한 고문은 목숨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선이 일반적인 고문을 넘어선다. 중간에 휴식 시간도 없다.

그리고 그 바로 다음이 지금 내가 하려는 고문이다.

입을 열기 위해서, 하지만 스스로 죽여달라고 말하는 그런 고문.

입을 열지 않고 죽어버리면 솔직히 손해긴 하지만 딱히 큰 타격은 없다. 지금 당장 급한것도 아니니까 다른놈 잡아다가 조지면 그만이다. 설령 이놈 말고 또 불 놈이 없을것 같냐?

결국 목숨 생각 안하는 고문이 짜세라는 소리다.

"네네, 고문학개론 잘 들었고요. 일단 안볼 사람들은 나가 있지?"

"저는 남아 있을게요"

"무화 너 은근 비위 좋네. 나도 이런건 좀 별론데"

루리도 기겁하는 내 고문을 무화는 실시간으로 지켜본다.

아니, 긴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서 엿보이는 것은 복수심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과 그 수하들에 대한 분노다. 그것은 좋은 원동력이 되어 무화를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꽤나 어울리는 감정이다. 조용한 성격과 다르게 무화의 영력은 불꽃처럼 일렁여서 속성 또한 그쪽에 속하기에 격한 감정이 어울린다. 영력은 감정에 호응하니 출력에 큰 도움이 될테지.

"끄윽, 끄아아아아!!!!"

"야, 잘 봐. 사람은 팔을 해체하면 이렇게 신경이 있거든? 여기 부분을 콕콕콕 찔러주면 다른데 건드릴 필요 없이 고통이 뇌까지 직통으로 간단다"

"네"

"나야 혈관 같은건 피해서 해체할 수 있는데 혹시나 너는 그런건 힘들테니까 큰거만 피해서 하고 작은건 주술로 지져버려. 제어는 힘들어도 세세한게 힘들지 아주 조금 발화시키는건 가능하지?"

"네, 그 정도는 가능해요"

"대충 지져서 지혈하고 고문해. 어지간한 수준이라면 팔다리 뜯어내고 지져도 쇼크사......아니, 과한 고통으로 인한 발작만 막으면 살아 있을테니까"

"예"

시온이 봤다면 애한테 참 좋은거 가르친다고 타박하겠지만 여기도 기술자는 우대하는 법이다.

그 기술이 보통 강화병이나 주술사 같은 무력에 해당되지만......이미 주술사라서 갈고닦기만 하면 되는 무화는 그 외의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고문 기술 같은거 배워서 꽤 쓸모 있어!

나도 사실 징하게 사람 죽이다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사람이 죽는다'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이 안죽는다'의 역발상으로 진화하여 발전한 케이스니까 고문이 전문은 아니다.

대충 정형 기술자가 사람 멱도 잘 딸 수 있는거랑 비슷하다고 해야하나.....아, 비유가 좀 이상했군.

"재호 유귀!!!!"

"어?"

"재호 유귀님이다!!!! 내 주인은 재호 유귀님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죽여줘......!!!!"

놈도 결국에는 고통에 굴했지만.....나온 이름이 심상치 않다.

북부에 있어야 할 귀족놈의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오지?

"그놈이 지금 여기에 있냐?"

"끄으으.....그, 그래! 광견소굴에 계신다!!!!"

"무거운 엉덩이를 잘도 움직였네"

귀족의 육체는 이 시대에 적응해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의가 아니더라도 멸망 이전의 시설에서 생활해야 했다. 하다못해 뜨거운 햇빛이 들지 않는 그늘에서 생활해야 한다.

멸망 이전 기술로 시술을 받아 수명이 대폭 늘어난 백희도 어디까지나 효율이 좋은거지 그 이상으로 소모시키면 결국 죽는다. 좀 오래버틴다 뿐이지 수백년 가량의 수명도 수년 정도로 줄어들 뿐이다.

욕심이 많으면 자기 목숨에 대한 집착도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점에서 나와 이곳에 있다는건........욕심이 목숨에 대한 집착을 이겼다는 소리겠지.

대충 어떤 놈인지 짐작이 간다. 루리랑 백희가 말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꽤나 질 나쁜 녀석일게 훤히 보였다.

"이제.....제발.....죽여주십시오......"

"오냐"

더 이상 비명을 지를 기력도 남아 있지 않은 녀석의 목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더 캐낼 정보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놈의 이름이 나온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돌아와서 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말하니 백희는 그나마 덜 놀라는 눈치였는데 루리는 여자가 해서는 안될 얼굴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 애1미 애1비 없는 미친 개호로 잡놈 새끼가 왜 여기에 있어?"

"........예상은 했었지만 가능성이 낮아서 크게 신경쓰진 않았는데, 한편으로 최악의 경우인가"

"너는 이럴거라는거 생각은 해봤나보다?"

"당연하지. 재호 유귀는 욕심만큼 의심도 많은 자다. 설령 자신의 혈육이라도 쉽사리 믿지 못하는 자지. 그런 자가 요람 같은 중요 시설의 권한을 자기 수하에게 맡길거라 생각하는가?"

"하긴, 자기가 직접 얻기 위해서 내려오겠네"

만약 멀쩡하기만 해도, 아니 절반만 남아 있어도 요람의 시설은 과거의 기술력을 온전히 가지고 있기에 이 별의 패권을 논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단순한 병력을 넘어서 기타 시설들은 그 기반이 되어 도시를 넘어 국가를 건설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힘을 과연 의심 많은 자가 남에게 맡길까?

최초의 한번은 넘어와야 하는 일이였다. 그게 바로 지금이였다는거고.

"아니, 과거의 봉신관계는 싸그리 날려먹은 시대에서 진랑 요주한테 나 쫒으라고 명령한 주제에 여기까지 지가 직접 내려왔다고?"

"아무래도 그건 단순한 몰이 사냥이였던것 같구나......"

"몰이 사냥?"

"단순히 요람으로 가는 방향이라면 우회해서 돌아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쫒기는 와중에 가야하는 방향이라면 유추할 수는 있겠지"

".......우리가 처음부터 놀아났다고?"

"그럴지도. 늙은 돼지가 예전과 다르게 잔머리가 늘었구나"

"돼지가 천년을 살아봤자 저팔계 밖에 더 되겠어? 씨발, 아무튼 기분이 더럽네"

요람까지는 몇가지 루트가 있다. 가장 긴건 몇달이 걸리지만 그래도 놈들이 있는 광견소굴을 피해갈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우리는 추격자로 생각되는 진랑 요주를 피해서 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사이가 나쁜 기영 화자의 도시로 피해 오면서 요람으로 향하는 루트를 정했다.

놈은 그걸 예측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광견 놈들이 적혼화를 빨았을 때부터 눈치 깠어야 했는데......여기가 남부라고 생각을 하지 않았던게 오산이였네"

"놈이 마약 생산도 하나봐?"

"아저씨 이해 쉽게 말해주면 북부의 재호 유귀의 도시는 멕시코 수준이야. 아니, 더 나빠"

"대충 알만하다"

근데 내가 거기 멸망시켰는데? 정확히는 심판 때렸는데!

아무튼 이런식이라면 마약을 생산한 인프라가 이해가 된다. 북부에서 손꼽히는 세력을 가진 귀족이 작정하고 마약을 생산하는데 그 양이 적을리 없었다. 오히려 광견이 수백, 수천이라도 실컷 빨다가 뇌가 곤죽이 되어 뒤질 정도의 양은 충분히 있을 것이다.

"마약 따위를 팔았단 말인가?"

"물론 어디까지나 전투 보조용 약물이라고 하긴 하는데.......어느 미친놈이 마약을 도시에서 앞장서서 팔아? 내가 아무리 미친년이지만 컨셉 광기고 이놈들은 진짜 미친 광기라고!"

루리가 멕시코보다 더 나쁘다고 했던게 이해가 된다.

국제 사회가 중요한 지구에서 멕시코는 마약을 구하기 쉬워도 어디까지나 음지의 사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재호 유귀의 도시는 말하자면 경찰이나 공립 시설에서 마약을 팔기에 멕시코보다 질이 나쁘다고 한거다.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개드립이 개드립이 아니게 된다는 소리다.

"북부의 병력을 데리고 대사막을 넘어올 수는 없을테니 강화병이나 주술사 등의 최소한의 병력만 꾸려서 내려온 다음에 마약으로 광견들을 모아 세력을 다시금 일구고 지금처럼 소수의 강자로 최소한의 컨트롤......우리가 올 곳을 예측해 몰아놓고 올 때까지 존버중?"

"이 새끼 무능한거 맞냐?"

"아무래도 시간이 그를 바꿔놓은 모양이군. 내가 기억하는 재호 유귀는 욕심 많은 주제에 능력은 없는 남자였다"

다만 여기서 유일한 오산이 있다면 나의 존재였다.

만약 루리 혼자였다면 진랑 요주의 추적을 뿌리칠 수는 없었겠지만 힘겹게 도주는 가능했을거다. 그러지 않았다면 애초에 북부를 탈출해 대사막을 넘어오지 못했을테니까.

시간은 지금보다 오래 걸렸을지언정 결국에 요람 인근에 도착했겠지. 그리고 여기에서 여의보주를 가져온 루리를 광견과 재호 유귀의 하수인 놈들이 붙잡았을거고......

그 뒤는......솔직히 이야기 하지 않아도 아는 이야기다. 무화의 마을에 있던 생존자들과 같은 꼴이 됐으면 됐지 모자라진 않을테니까.

"어쨌든 결국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소리 아닙니까"

시온이 딱 잘라서 상황을 정리했다.

그래, 이건 둘 중 누구 하나가 죽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문제다. 물론 죽는 쪽은 정해져 있지만.

"일단 가장 좋은 방법은 이야기를 나눠보는거겠지"

"이야기? 놈이랑? 어떻게?"

"북부에서 남부로 통신을 해서 진랑 요주가 루리 너를 쫒았는데 이놈들끼리도 뭐 가지고 있는거 하나 없을까봐?"

촌락의 한 집에서 영자 반응이 느껴진다. 단순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정밀한 느낌의.......아마도 그게 통신기구겠지.

소수의 정예를 파견해서 광견들을 컨트롤 해도 지휘 체계에 시간차가 생긴다. 그걸 최소화 하려면 통신 수단은 필수다.

"다루는 방법이 문제지만 그 시절 사람이 있으니까 비교적 쉽지 않을까?"

"확신은 못한다. 한번 봐야 알 수 있겠지"

촌락으로 들어선다. 무화의 마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처참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무화와 백희의 눈이 흔들리는게 보였다. 둘 다 고작해야 며칠전에 겪은 일이기에 혼란스러운게 보인다.

재호 유귀의 수하이니 이래저래 더러운 광견들과 다르게 비교적 깨끗한 집 내부에서 반투명한 정육면체 상자에 수정 구슬같은게 들어가 있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한편으로 여의보주와 비슷한 물건이지만 내부의 수정 구슬이 탁하다. 순도를 생각하면 이쪽은 흙탕물이고 여의보주는 1급수 수준이다.

"아, 군용 영자 통신기인가? 꽤나 구식이지만 튼튼해서 내 시대에서도 현역으로 뛰던 물건이다"

"어딜가나 군용은 군용이구만. 초록색 슬리퍼 마냥 존나 튼튼하고 오래가나보다"

"곤뇽!"

"그건 육군이고. 아무튼 쓸 수 있겠어?"

"원래라면 따로 등록해서 사용 권한을 얻어야 하지만......우리에게 의미가 없는 일이지. 여의보주를 쓸 필요 없이 내 것만 써도 충분하다"

백희가 자신의 여의주를 통신기에 감응시키자 옅은 빛을 발하더니 내부의 영자가 반응하여 미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등록된 통신기는 한개 뿐이군.......찾기는 편하니 좋구나"

"바로 연결해버려"

"그러지 않아도 할 생각이다. 워낙 구식 물건이라 연결이 좀 오래 걸리지만......."

"발전 했는데도 느려 터진겁니까?"

"오히려 군용 장비라서 그런거다. 가뜩이나 구식 장비인데 도청이나 그런걸 막으려면 시간보단 정확도가 중요하니까. 대신에 한번 연결되면 아무도 도청 못한다"

"아, 그런 장점이 있다면야"

기술면에서 까다로운 시온이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능력이 연관된 영자 계통의 기술이라면 도청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되게 어려울게 분명하다. 통신기를 도청하는데 힘 낭비하느니 차라리 무전 받는 사람 옆에 도청기를 두는게 훨씬 싸게먹힐거고.

-신준인가? 무슨 일이지?

이내 저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꽤나 나이 먹은 남자의 목소리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놈이 바로 재호 유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조용히, 백희만 바라볼 뿐이였다. 지금 이야기 할만한 것은 그녀 뿐이란걸 아니까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이내 백희가 말했다. 제국의 멸망을 넘어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사람이 만난다.

"꽤나 오랜만이구나, 재호 유귀"

-.......전하?

"보아하니 늙은 돼지 새끼가 못본 사이에 잔재주만 늘어난것 같구나. 그래봤자 개새끼에 불과하겠지만 말이다"

아니, 초장부터 개돼지 욕을?![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약

백희 : 님 도르신?

사실 광견들이 한짓 보면 그런 말이 나오긴 하겠죠. 딴 사람도 아니고 나름 정적이던 사람이 인간성까지 포기한 놈들을 써먹었다고 하니까요.

일단 이 세계는 동양계 판타지 느낌으로 설정해서 삼강오륜같은 유교적 가르침이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약 뿌려서 인육 먹는 미친개들 써먹으면 취급이 알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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