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92화 (492/507)

아무튼 여러분들도 어린이날 편히 쉬세요! 작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492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딱히 동성애에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나도 환생자였고 비교적 최근까지 시온이랑 폭풍 레즈 섹스도 해봤는데 오히려 가지고 있으면 이상하다.

사랑이란 감정에 있어서 성별이나 국경, 나이 같은 선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서로 좋아한다는데 거기서 태클걸 여지가 있겠냐?

그래서 화성 문명에서는 동성애 결혼도 허락한다.

반대? 씨이발, 내가 여자로 돌아온 시점에서 반대하는 새끼 있었으면 시온이랑 결혼 못하니까 죄다 갈아버렸어!

아무튼 딱히 남자와 남자가 관계를 맺는다고 해서 그걸 권리마냥 흉물스러운 모습을 대놓고 보여주는거 아니면 나도 이해는 해준다.

"본래라면 저희 같은 상단이라도 주술사를 들이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인연이 닿아서 말이죠"

"무슨 인연?"

"저 아이의 고향 마을을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그걸 계약으로 해서......."

주술사는 비싼 몸이다. 잘 키우면 개인의 몸으로 마을 하나 정도는 태워버릴 수 있을거다. 강화병도 강화병이지만 그건 혈청을 맞아야 하고 적성도 있어야 하는것에 비해 주술사는 선천적이라서 장점이 크다.

게다가 무화는 쓸 수 있는 속성이 발화 계열인듯 영력이 불타는 형태를 띠며 피어오른다. 게다가 영력을 쓸 수 있으면 백희처럼 수명도 길테니까......적어도 화수 상단주 죽을 때까지는 차고 넘치게 써먹을 수 있을거다.

귀족 아래로 들어간다면 대우를 받을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완숙한 수준의 주술사에 해당하는 사실이다.

다룰줄 모르는 힘을 가진 주술사는 아직 짐덩이 밖에 되지 않는다. 그걸 키우고 단련할 시간을 투자해줄 귀족은 찾아보면 나름 있겠지만.....개인이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대가로 한다면 거기까지 해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지금도 저 아이의 마을로 향하는 길이였습니다. 이번 상행은 일종의 투자죠"

"흠......"

상인 입장에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마을 하나를 돕고 주술사 하나를 받아 키우는 대신에 충성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값질테니까.

......비록 그게 단순힌 충성이 아니랴 육체적 관계까지 있다면 좀 그렇지만.

아무튼 내가 뭐라 태클걸 이야기는 아니다. 이것은 저 아이가 바란 정당한 계약이고 거래다. 불합리한 계약이라면 몰라도 아이에게 있는 것을 대가로 없는 것을 바라고 그걸 서로 납득했다면 충분히 정당한 거래가 된다.

"그런데 최악님은 암시장에서 봤던 것처럼 강화병이신듯 하십니다만......."

"뭐, 그렇지"

"유랑귀족님을 모시고 계시는겁니까?"

"짐작하는대로"

"실례지만 여행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누군가의 건강 걱정할거라면 안해도 된다고 충고 해주고 싶은데"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는 누군가의 건강은 내가 모시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일 가능성을 생각해보시지?"

깊게 캐물으려는 화수 상단주의 입을 다물게 했다. 꼬치꼬치 캐묻는게 꽤나 귀찮다.

아직까지 선을 넘지 않아서 봐주고 있지만.......여차하면 죄다 목을 꺾어버리는 수가 있다.

그가 묻고 싶은건 유랑귀족의 건강이다. 이 사막의 환경에 맞게 진화하여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지금의 인간들과 다르게 귀족들의 흰 피부는 강렬한 햇빛을 견디기 힘들다.

평범한 지구에서도 엄청 흰 피부를 가진 사람은 햇빛에 화상을 입거나 그러는데 여기는 오죽할까.

다만 시온은 그런거 없다. 애초에 시온의 몸은 인간 흉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햇빛은 커녕 태양 옆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하는 판에 화상을 입을리 없다. 그리고 백희는......이야기 들은 뒤로 내가 슬쩍 역장 씌워주고 있거든?

물론 가끔씩 시온에게 걸어주는 그 정도는 아니고 아주 약간 정도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내가 무의식 중에 쓰는 역장의 1퍼센트 정도? 전체적인 비율로 따지면 소수점 자리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 정도로도 화상은 커녕 어디서 눈먼 화살에 죽을 걱정은 없지만.......

"혹시 목적지가 어딘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자세한 곳은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남쪽으로 간다고는 해주지"

"그렇다면 방향은 같군요. 그러면 잠깐 동행하는건 어떻습니까?"

"나쁘진 않을것 같긴 한데......."

우리끼리 가더라도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 가능하니까 딱히 디메리트는 없다. 하지만 다수가 다수인 만큼 나름의 장점은 있다.

아마 아까 전의 자갈 늑대들이 이 상단이 아니라 우리를 먼저 발견했다면 망설임 없이 덤벼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겉보기에는 몇 안되는 일행으로 얕보일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수가 몰려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어지간한 놈들은 건드리지 않는다. 아까 그놈들은 그만큼 숫자가 많아서 그랬던거고 보통은 이만한 숫자가 몰려 있으면 모래 호랑이라도 도망갈거다.

게다가 이놈들, 마을로 간다고 했으니까.......거기서 물 좀 보충하고 잠깐 쉬는 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다 생각했다.

"뭐, 일단은 그러지"

잠깐의 동행이 되었다. 이 동행이 길어질지는.......

*

*

*

*

자갈 늑대의 습격 이후로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사막에서는 아까 본 자갈 늑대 무리 정도의 위협은 드물고 오히려 놈들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

아니, 이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공통 사항이다. 핵으로 멸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방사능으로 인한 돌연변이 같은 괴물이 없는 이상 생존한 사람들로부터 위협 받는게 훨씬 위험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인간을 먹는건 생존경쟁일 뿐이지 거기에 악의가 있는건 아니거든. 그에 비해 인간은......때론 짐승보다 더 추악해질 수 있지.

"화수라고 했던 상단주 녀석. 우리한테 꽤나 볼일이 있는 모양이다, 뭐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고 하는건지"

"참어, 난 되도록이면 선 넘지 않으면 봐주려는 쪽이니까"

"저 사람 자꾸 저희한테 다가오려고 하는게 좀 그렇습니다"

"그래? 찢여죽여버릴까?"

"........나랑 대우 차이가 꽤나 크지 않느냐?"

"한쪽은 걍 동행이고 한쪽은 마누란데 당연히 그래야지 않겠어? 누가 자기 마누라보다 딴 여자를 소중하게 여겨? 있어도 딸이나 여동생 정도겠지"

물론 아직 우리 집은 딸은 커녕 자식도 없으니까 그럴 일은 없다. 음.......개인적으로 우리집 대는 잇지 않아도 되니까 딸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만약 우리 사이에 자식 생기면 저랑 그 아이랑 둘 중에서 어느 쪽을 더 사랑할겁니까?"

"그 질문이 엄마 좋아해, 아빠 좋아해 같은 답 없는 질문인거 알지?"

"대답은?"

"그걸 대답하느니 혀 깨물고 죽어버릴까 싶은데"

차라리 우주 하나랑 우리 마누라랑 비교를 하지. 물론 그 질문의 답은 명백하게 후자로 바로 즉답이 나올거다.

모르는 다수랑 울 마누라랑 비벼볼 수준이나 되냐? 그게 설령 우주 하나의 수많은 인간이라도 마찬가지다.

"애처가가 따로 없군"

"칭찬하는걸로 들을께"

아무튼 화수 상단주는 아직까지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상인인 만큼 눈치가 빠른건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파악하고 간을 보는건지 모른다.

여기가 지구였다면 그 선을 넘는 사람이 꽤 자주 있었겠지만 저쪽은 내가 강화병인걸 알고 유랑귀족을 호위하는 사람인 것도 아는데다 암시장에서 광견 나부랭이들을 광견이였던 것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봤다.

무력이 앞서고 죽음이 가까운 이곳에서 깝치면 뒤진다는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테니 함부로 그 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무화가 이야기 한대로라면 내일 중으로 마을에 도착하게 될겁니다"

"흐음"

"저희들은 며칠동안 마을에 머물 생각입니다만, 혹시 다른 일정이 없으시면......"

"일단 우리들도 마을에 머무르기는 하겠지만 오래 있진 않을거야. 그 뒤에는 다시 길을 떠날거고"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가 우리 일행에게 뭔가 얻어먹으려고 접근한다는 소리는, 반대로 무화의 근처에도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다들 말만 안할 뿐이지 상단주와 무화가 관계로 맺고 있다는건 대충 알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니 암시장에서 쌍둥이 자매도 아니고 남매를 세트로 팔고 있었는데 얘네들은 맛만 있으면 남자던 여자던 안가리는 놈들인가?

상상 이상으로 동성애의 보급률이.....?

"아, 최악님"

"애들한테서 까지 님자 들으면 어쩐지 좀 기분이 껄끄러워지는데"

존칭 듣는건 익숙하다만 애들한테까지 그러면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나한테도 아직 남아 있는 인간성이 애들은 되도록 건드리면 안된다고 호소하는 느낌일까......아니, 애들도 죽이는 판에 무슨.

무화는 아직 어려서 그런건 둘째 치더라도 남자 치고는 꽤나 선이 가늘었다. 이대로 자라서 2차 성징을 고려해도 여자 꽤나 홀릴 미남이 될거다.

주술사로서의 재능도, 외모도 타고났지만 현실은 타고나지 못했다. 만약 여기가 나름의 사회가 갖추어진 곳이였다면 나름의 대우를 받으면서 편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테지만 지금은 그저 돈 많은 아저씨의 노리개로 쓰일 뿐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건 스스로도 납득했다는 뜻이겠지. 그게 설령 현실에 절망해서 한 선택이라도 말이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야밤에 뭐 하는지 대충 알고 있으니까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화의 눈에 그늘이 져 있었다. 본인이 그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소리다.

아니, 솔직히 성 정체성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남자가 남자한테 따이는걸 누가 좋아하겠냐.

"그......"

"저런 사람한테까지 몸 내어주면서 해야할 일이 있다는 소리겠지?"

"........예"

나는 천천히 무화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살던 마을은 수원지 하나를 끼고 살던 작은 마을이고 여태까지 별 문제 없이 살았지만 저번 모래 폭풍으로 인해서 수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루리에게 듣자하니 모래 폭풍 때문에 기존에 있던 수원지가 사라지고 다시 생겨나는 것이 하루에도 수십번은 당연하게 일어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 마을 중 하나가 된것 같다.

"마실 물도 충분히 얻지 못하고......이대로 가다간 언젠가 수원지가 매말라 버릴것 같았아요. 다른 수원지를 찾아 나서기에는 아기도 있고 식량도 부족해서 무리였고, 그래서......."

"주술사로 태어난 네가 대신 그런거구나"

"예, 저 한사람 정도 도시로 보내는건 가능했으니까요"

이주는 큰 선택이다. 익숙하다면 차라리 낫지만 오히려 운이 좋은듯 나빠서 한 자리에 계속 머무르게 되면 그곳에 안주하고 익숙해져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거기서 소년은 자신의 가치를 깨달았다. 마을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팔았다.

그건 한편으로 자기 희생이다. 불교던, 기독교던 자기 희생이란 부분은 고귀하단 명사를 붙일 정도로 대단한 일이다.

다만 희생에는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 강요되지 않을것.

둘, 계획되지 않을것.

강요나 계획, 두가지로 인해 생기는 희생은 그저 제물에 불과할 따름이다. 내가 알리언 박사를 죽인 것도 비인도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한 대가로서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따위걸 희생이라 부르는 마인드가 빡쳐서 그런 것도 있다.

"그건 네 스스로 생각한거냐. 아니면 마을 사람들에 너에게 밀어붙인거냐"

"도시로 가서 저를 팔겠다고 한건 저였어요"

"누가 강요하지 않고?"

"네"

"이렇게 될줄 몰랐냐?"

"조금은 예상 외이긴 했지만 그래도......때리거나 하지는 않는걸요. 그러면 됐죠"

"강한 녀석이구나"

세상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척박한 세상에서 소중한 사람을 구할 방법은 고작해야 자기 스스로를 파는 수 밖에 없었다. 설령 그것이 자신의 존엄을 내던지는 것이 되더라도 그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기껏해야 10대 중반에 불과한 나이였다. 내가 저번에 기본권 박탈시킨 애새끼들의 나이랑 비슷한 수준인데 차이가 너무 난다.

고통과 현실 앞에서 좀 더 약한 모습을 보여도 될거다. 그는 아직 어린애다. 운다고 해서 누군가 추하다고 손가락질 하진 않는다.

마치 잡초같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욕하는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로 칭찬이다.

볼품없지만 질긴 생명력으로 어떻게든 싹을 피우니까.

"그래, 이거지"

내가 이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상에 온 것은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가를 보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그 추악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의 선함을 보기 위함이다.

인간은 이런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에 좋은 것이다. 스스로의 행복과 쾌락을 추구해도 되는 것을 그는 타인을 위해 움직였다. 그것은 존중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이 세상에 와서 인간의 바닥도 보았지만 반대로 인간의 선함도 보았다. 으음, 충분히 만족한다. 오히려 부족했던 한조각이 채워진것 같은 느낌이다.

대충 고기 구워먹고 철판 위에 볶음밥 해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일단은 정당한 거래니까 두고 보마"

"예?"

"기억만 하고 있어"

나는 정당한 거래에 간섭할 생각 없다. 무화는 자신을 팔았고 화수 상단주는 그를 샀다. 거기에 내가 끼어들 여지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무화는 나한테 내가 보고 싶었던걸 보여주었다. 이것 또한 한편으로 거래다. 그렇다면 나도 그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지 않겠냐?

"아! 저기가 저희 마을이예요!"

"생각보다 빨리 왔.......어?"

저 멀리서 시야에 작은 촌락이 눈에 들어온다. 돌담을 쌓아 만든 벽이 눈에 띄지만.......

모래 바람을 타고 희미하게 피 냄새가 난다.

시체 썩는 냄새도 함께.

어디선가 맡아본, 광견 놈들의 입에서 나던 그런 썩은 냄새였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을, 광견소굴로 바뀌었다. 불만 있어요?

멀쩡했던 마을이 며칠 사이에 폭망하는건 꽤나....으음,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로 진화했다!

희망이 짓뭉게질 때 나는 맛은 또 좋지요. 앗, 다시 말하지만 작가는 가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 인간성을 버리면 짐승보다 더 짐승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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