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91화 (491/507)

한숨 자고 나서 연참 할거니까 여러분도 그때 오시면 됩니다!491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며칠 동안 지루한 항해를 보냈다. 드럼 호는 에너지가 풀 차지라서 야밤에도 계속해서 나아가고, 어지간해서는 서는 일이 없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에는 정보가 부족했다.

"지금 우리들이 알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네. 충분한 기록이라던가 그런게 필요하려나......"

"그게 아니라면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묻는 것도 좋겠지"

"그런 사람이 있어? 죄다 죽어나간 이 시대에?"

"재호 유귀"

"아!!! 그 새끼 이름 꺼내지 마!!!!"

루리가 신경질적으로 화를 냈다. 하긴, 당연한 일이다. 전이라면 과민반응이라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친구를 죽인 원흉이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재호 유귀는 몇 남지 않은 그 시절 생존자라고 했던가. 얼핏 했던 말이 기억 난다.

"재호 유귀......그는 사실 내 외조부다"

"드럼호에 유골함에 든 그 사람도 외조부라 했던것 같은데"

"외조부가 둘이라 조으시게써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친 외조부가 아니라 이복 남동생의 외조부다"

"뭐, 대충 이해는 간다만"

권력이 높은 집안일수록 거기에서 생기는 집안 문제는 넓어진다.

류씨네 집안도 보면 엄마만 넷에 자식은 다섯이고, 나도 개인적으로 애가 다섯인데 엄마도 다섯인 집안에서 태어난 적 있다. 류씨네 집안은 그나마 분위기가 화목한데 비해 거기는.....

종종 하는 말이지만 내 환생 중에서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 받은적 없다는걸 생각하자. 죽었던, 바쁘던, 아니면 있어도 부모 같지 않은 사람이건. 좀 정상적인 환경에서 태어난건 환생 초창기 이후로는 거의 없다.

"재호 유귀는 내 이복 남동생을 앞세워서 섭정을 노리던 자였다. 권력욕의 화신이지"

"댁은 안그렇고?"

"내가 제국을 물려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거기에서 생기는 책임 또한 방관할 생각은 없지. 만약 나에게 능력이 없고 그에게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면 황위를 넘기는 것 또한 생각해볼 터였다"

".......루리야, 재호 유귀 평가는 어떻냐?"

"애1미 뒤진 씹창 호로 새끼 이야기를 왜 꺼내?"

"네 친구 죽인거 빼고 사감 없이 말해봐"

"조실부모한 발정난 개새끼?"

"반응이 한결같네"

"그럴만한 놈이야. 그놈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거기서 살고 싶어서 사는건 아닐껄? 딴데 갈 수 없고 돈만 있으면 거기보다 잘 살 수 있는 곳도 드물거든"

"어쩐지 기시감이 듭니다"

"너! 한국 생각하면 못써!"

아무튼 그놈이 개새끼라는 평가는 같았다. 제국 멸망 이전이나 이후나 반응이 한결 같으면 결론도 한결같아야지.

근데 한가지 의문점이 있다.

"외조부라며? 아무리 냉동 수면 장치에 들어가 있어도 나이가 꽤 있을텐데 수명은 어떻게 된거야?"

"수명 정도야 따로 시술을 받으면 최대 1000년까지 늘릴 수는 있다만"

"뭔놈의 엘프도 아니고, 그럼 댁은?"

"나야 그 정도로 시술 받지 않았다. 기껏해야 기본 시술 정도라......대충 600년은 살겠군"

"너네는 효율이 다르구나"

인간은 태어나면서 진원진기, 혹은 생명력이란 것을 타고난다. 무림인들이 종종 목숨 버리면서 싸울 때 쓰는 그거다.

이것은 살면서 지속적으로 소모하고 별탈 없으면 점차 줄어들다 늙어 죽는게 생명력이 바닥난 자의 죽음이다.

백희의 생명력은 딱히 다른 인간과 별 차이가 없지만 소모하는 양이 수십분의 일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그래서 그녀가 같은 생명력으로 오래 살 수 있는 이유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병 안걸리고 외상을 입지 않았을 경우다? 너네는 생명력을 쓰는 효율이 좋은거지 생명력 자체가 늘어난건 아니니까"

"그 정도는 알고 있다. 헌데......너네라고 말하는 대상이 꽤나 포괄적이군. 제국이나 문명 자체를 그런 식으로 칭하는것 같은데 꽤나 시야가 위에 있구나"

"대충 눈치 좀 까고 있는 주제에 뭘"

우리는 아직 백희에게 우리 정체를 알려주지 않았다.

말해줄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파해쳐 보는 편이 재미있을것 같아서다. 여행 중에 소소한 즐길거리다.

삐삐삐삐!!!

"이야기 하시는 중에 죄송합니다만. 감지기에 뭔가 잡힙니다. 반응이 큰건 아니고 다수이니 인간으로 보이는데......"

"인간?"

"추적자들 아니야? 진랑 요주가 슬슬 뭐 좀 해볼 가능성이 있는데? 아니, 오히려 너무 조용했던거 아냐?"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목표가 저희는 아니고 오히려 짐승 무리와 교전 중입니다"

"적이 아니라면 도와줘야지"

"당신이 언제 봤다고 타인에게 친절한 사람이였습니까?"

"이런 곳을 다수가 돌아다니고 있다면 나름 세력이 있는 사람이란 소리 아니겠어? 도와주고 뭐 좀 뜯어내야지"

"크으으으! 아저씨 말 좀 통하네! 가즈아아아아아! 전속 전진!!!!"

드럼 호가 급발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고 나서야 소란의 근원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꽤나 많은 갈색 털을 가진 늑대들에게 둘러쌓인 사람들이 있었다. 맨몸이 아닌 무장한 병력 수십이면 솔직히 많은거지만 갈색 늑대들은 세자리수에 들어선다.

한편으로는 저만한 숫자가 있다는 것도 우리들이 별의 남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다. 대낮에 그늘 없으면 뒤질것 같은 더위도 어느 정도는 견딜만 해졌다는 뜻이니까.

"짐 싣고 있는 풍륜차가 보이는걸 보니 아무래도 상단인 모양인데!"

"그렇다면 줄것도 많겠군"

"근데 자갈늑대가 저렇게 많다니, 보통은 저만큼 무리짓진 않는데"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이윽고 우리들은 전투에 난입했다. 사실 직접 전투에 들어서는건 나 한명 뿐이고 나머지 인원들은 드럼 호 위의 갑판에서 석궁과 활을 쏜다. 아, 참고로 시온은 개꿀잼 관전 모드.

백희도 기영 도시에서 산 활로 놈들에게 겨누어 쏜다.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의 머리나 급소 부위에 정확히 적중한다. 아무래도 단순 취미로 익힌 수준은 아닌것 같다.

"크르륵!!!"

"이게 어디서 이빨을 내밀어? 개새끼 교육 좀 시켜야겠다!!!"

보통 늑대라고 하면 초반 쩌리 잡몹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그거야 진짜 늑대를 안봐서 하는 소리다.

대충 건장한 성인 남성 어께 위에 앞발을 걸칠 수도 있는 덩치를 가진 늑대들은 한마리만으로 위협적인데 무리 생활까지 한다. 시튼 동물기에 나오는 이리왕 로보가 괜히 있는줄 아냐?

하지만 그것도 일반인 기준이다. 이놈들 가죽이 꽤나 두꺼워서 그런지 어지간한 샷건 위력은 있는 이곳의 쿼렐이 튕겨나가거나 아니면 박혀도 큰 데미지가 없어 보이지만 나한테는 상관없다.

우드드득!

단숨에 덤벼드는 한놈 목을 꺽어버리고 그대로 인중여포 마냥 놈들을 휩쓴다. 주먹 한방에 한놈씩. 슬금슬금 하는데도 불구하고 놈들의 수가 줄어드는건 금방이였다.

"아저씨는 인중여포가 아니라 낭중지추겠지!"

"그건 여기서 쓰는 말이 아닐것 같은데?"

"낭중지추(狼中之醜)라고 늑대 무리 속에 추남!"

"아니, 이년이?!?!"

"뭐, 솔직히 추남 맞잖아"

"울 남편은 개성적인거지 못생긴게 아닙니다!"

난전 속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애꾸 늑대 한마리가 으르렁거리며 짖었다. 승산이 없다고 느낀건지 놈은 살아남은 늑대들을 이끌고 그대로 물러난다.

추격할 수도 있지만 추격하지 않았다. 지들 딴에도 살기 위해서 사람을 습격했을 터인데 자연의 약육강식에서 죄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에 악의는 없는 법이니까.

남은건 수십마리의 늑대 시체 뿐, 놈의 무리는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어서 한동안 사람 습격하기 힘들 것이다.

"어이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막 한가운데서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아, 별거 아니......"

"그럼 가진거 다 내놔"

"예?"

"가진거 다 내놔"

루리가 하는 말에 상단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굳었다.

늑대를 피하고 나니까 강도라. 거 참 재미있는 꼴이네.

*

*

*

*

사실 루리가 가진거 내놓으라고 한건 반쯤 농담이였다. 한편으로 반쯤 진담이였던건 잠깐 집어넣도록 하자.

자갈 늑대들에게 공격받던 사람들은 다른 도시와 교역을 하는 상단이였다. 음......갑자기 저쪽 무협 차원에서 혈교 끄나풀 상단 때문에 블러디어가 부활한게 생각나지만 일단 이건 내가 접근한거니 둘째 치자.

"자갈 늑대 사체들은 저희들이 해체 하겠습니다. 만약 짐이 필요 없으시다면 저희 쪽에서 매입해 드릴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얼마나 쳐줄건데요?"

"생명의 은인에게 후려치기야 하겠습니까. 충분히 만족하실만큼 쳐드리겠습니다"

"으음, 일단 피 빼기는 우리 쪽에서 하는걸로"

"아! 유적 발굴품인가 했더니 정화 기능도 있는 것이였습니까? 실력 있는 들개이신 모양이군요!"

"뭐, 그럭저럭이죠"

생각해보니 드럼 호랑 다른 풍륜차들이랑 기능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서 드럼 호가 그렇게 귀한가 싶었는데 구조랑 편의 시설의 차이가 다른 모양이다.

드럼 호는 좀 좁더라도 내부에 생활에 필요한 기능이 전부 있지만 그들이 상단 운용에 쓰는 풍륜차는 그런게 없다고 한다. 그나마 유사시에 모래 폭풍 피하려고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는 정도지.

일반적인 차량과 휴향을 위한 선박의 차이는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것들과 다르게 유적 발굴품이라고 확정 짓는구나?

"아, 제 이름은 화수라고 합니다. 나름 규모 있는 상단의 주인이죠"

"그런데 댁 얼굴을 언제 본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아마 스쳐지나가서 잘 모르시겠지만, 그때 암시장에 저도 있었습니다"

".........아, 그때 주술사 데리고 있던 사람?"

내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진짜 주술사를 데리고 있던 사람을 보았던 것이 바로 암시장에서였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서 깊게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여기서 만나게 되네.

생각해보면 그런 암시장에 있던게 돈이 많다는 증거다. 거기 물건들은 못해도 몇천 영에서 몇만 영은 받는 곳이니까.....뜯어먹을게 많겠군.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는군요. 그렇다면 저 뒤에 계신 분들은......."

"깊게 신경쓰지 않는게 좋을껄. 모르는게 약이란 말도 있지 않나? 아, 모르려나?"

"비슷한 이야기는 압니다. 하지만 싫으시다면.....예, 알겠습니다"

암시장에 있어서 우리 일행에 유랑귀족이 있는걸 아는 화수가 우리 뒤에 드럼 호의 갑판 그늘에서 쉬고 있는 시온과 백희를 보며(물론 얼굴은 가렸다) 살짝 감정을 드러냈다.

거기에 담긴건 약간의 욕망.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을까 싶은 상인으로서의 계산적인 마음이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것이고 악의는 없기에 나도 따로 위협하지는 않았다.

생각하는 것이나 눈빛만으로 트집 잡아서 패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거다. 적어도 실행만 하지 않는다면 나도 너그럽게 넘어가준다.

실행하면 가차없지만!

"가차? 가챠? 가챠아아아아! 야후우우우우!"

"이 년은 왜 갑자기 가챠 타령이지. 혹시 폭사했니?"

잠깐 정신이 나가 발작하는 루리는 두고 상황을 정리했다. 그들을 습격한 동물이라도 일단은 자원이다. 피는 뽑아다가 수분을 뽑아내고 가죽은 벗겨 옷으로 만든 다음에 고기는 먹고 뼈는 국물을 후려낸다.

육식.....아니, 이곳 환경이랑 개과인걸 생각하면 잡식으로 보이는데 이놈들은 고기가 맛있을란가 모르겠다.

뭐, 사람 먹어서 찝찝한 놈들 고기는 별로라 전부 팔아버리겠지만.

"저기.....끝났나요?"

그때, 짐을 실은 풍륜차 컨테이너에서 누군가 나왔다.

아, 저 얼굴은 조금이나마 기억이 난다. 화수 상단주 옆에 붙어 있던 주술사였다.

지금 자세히 보니까 꽤나 어린 나이다. 루리보다도 어릴까, 대충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나이의 곱상한 남자애였다.

"주술사인데 전투에 참여를 안했어? 왜?"

"아.....무화는 주술사로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입니다. 나름의 거래를 통해서 제 품에 들였지만 싸우다가는 아군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절이 안되는거구만"

"예, 정말로 최후의 패죠"

나는 무화라고 이름을 들은 주술사 남자애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때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여서 대충 흝어보기만 하고 넘어갔었는데 지금 보니까 걸리는 점이 몇개 있다.

"........왜 그러신가요?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남자놈 치고 곱상한데다 묘하게 색기까지 있는건 둘째 치더라도 몸에서 화수 상단주의 냄새가 난다.

.........이 새끼들 했네, 했어.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대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은 약속한 연참을 두고 갑니다!

정작 작가는 어린이날에 남자애가 그렇고 그런짓을 당한 부분을 올리고 있지만요.....아, 타이밍 뭐 같네.

그나마 시온이랑 하는 부분은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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