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87화 (487/507)

되도록이면 아메리카노에서 에스프레소로!487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광견 놈들이 뛰쳐나오면서 본보기로 사회자를 그대로 석궁으로 쏘아 죽였다.

퍼억, 하고 간결한 느낌과 함께 그대로 사회자의 머리통이 박살난 수박처럼 터졌다. 여기 애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그 정도야 위협에 불과하다.

아무튼 그들은 사회자를 죽이고 석궁을 꺼내어 경매자들에게 겨누더니 이윽고 소리쳤다.

"움직이는 새끼는 전부 다 죽인다!!!!!"

그 말을 실천이라도 하려는건지 누군가가 움찔거리자 투웅, 하고 거친 석궁이 쏘아져 한 사람의 머리를 쏘아 터트렸다.

정말로 아무나 쏘았다. 시온을 쏘려고 했다면 그대로 찢여죽였겠지만 놈들은 다른 누군가의 머리통을 터트려 죽이고 경매에 올라온 물건을 챙겼다.

물론 가장 먼저 챙긴건 강화 혈청이다. 아무래도 그게 목적이였는지 그거에 신경쓴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런 짓을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할것 같아? 닥치고 입이나 다물어"

"응, 그래"

"앗, 우리 사사룡 부산물도 춤쳐간다!"

"너 너무 노골적인 이야기 아니니?"

다른 사람 물건 훔쳐가도 자기 물건 하나 훔쳐가는 것만 못하다. 루리는 사사룡의 부산물들을 훔쳐가는 놈들을 보고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루리랑 나는 별개. 아무리 루리가 지랄해도 우리한테 피해 없다면 방관한다.

적어도 그게 우리들에게 있어서 확실한 경계였다. 여기 루리랑 지구 루리랑 다른 사람이듯이 서로 간섭할 선은 별개의 문제였다.

내가 번 돈을 손해 보는건 좀 꺼려지긴 하지만 감당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온이 번 돈을 손해보는건 그 상대를 찢어죽이고 죄다 뜯어내고 남을 일이였다.

나한테 있어서 시온은 최우선 사항이니 말이다.

"움직이는 새끼는 다 죽인다니까!!! 거기, 너!!!!!"

그때.

누군지 모르겠지만 위협이던 뭐던 아무튼 누가 시온을 향해 석궁을 쏘았다.

터엉, 하고 인간의 두개골 쯤은 그대로 폭사시킬 위력의 쿼렐이 쏘아진다. 여기 애들은 기술력이 지구보다 발전한 만큼 아무리 구식이여도 일반적인 탄환 이상의 위력을 낸다.

놈들이 한건 시온의 머리를 터트리려는 의도로 행한 것이다. 다른건 두고볼 것도 없다. 나는 놈이 쏘아낸 쿼렐을 손으로 받아내 그대로 놈들을 노려보았다.

"어?"

"니들 씨발 지금 시온 건드렸니?"

"이놈! 강화병이다!!!!! 전부 쏴!!!!!"

그대로 나를 향해 수십발의 쿼렐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 무엇하나 나에게 치명상을 주지 못했다.

그건 씨발 그렇다 치더라도.

이 새끼들 시온을 건드렸지?

시온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충 예상하여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적당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 윤리적 관념에는 맞춰줄께"

근데 이곳의 윤리 개념은 씹창난지 오래 아니야? 이것만 봐도 대충 알겠다, 씨발!!!!!

이후 나는 놈들의 사지를 찢어버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

*

*

*

정말로, 정말로 최소한의 고문이 끝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였다.

사실 그렇게 내가 한건 많지 않았다. 스물에 달하는 광견 놈들을 그대로 사지를 찢어 출혈 없이 고통만 주는 형태로 고문했을 뿐이다.

귀족의 대리인이건 아니면 그냥 좀 사는 상인이건 아무튼 그런 사람들은 나를 보며 경악할 따름이였다.

"끄으으으으아가가가가가갸가가가가가!!!!!"

"꽤 큰 소리로 울어주는데 그 정도로 부족하지!!!!"

"끄어어어어어어억!!! 죄송합니다! 죄송하빈다!!! 쩨발 용서해 주세요오오오!!!!"

"고작 그 따위로 용서해줄 생각이였다면 애초에 하지 않았겠지? 각오 하고 난 뒤에 일 이야기 아니냐?"

애새끼들의 애원을 들어줄 정도였다면 진작에 용서해 줬을 것이다.

그들을 저마다의 비명을 화음으로 내며 괴성을 지른다. 꽤나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라서 듣기는 꽤 괜찮다. 아마 사디스트적 성향이 있는 사람은 녹음해서 듣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라고? 아님 말고!

"......말려야 하는것 아니더냐?"

"뭘 말입니까?"

"여기서는 이게 상식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는 편이 나을껄?"

보통 배가 갈라져 내장이 흘러나오면 봉합하지 않고서야 어지간해선 죽는게 상식이다.

하지만 경지에 이른 고문은 그것도 예술이 된다. 배를 갈랐는데 피도 안나오고 장기자랑을 하는데도 아프기만 할 뿐 죽지는 않는건 꽤나 재미있는 광경이다.

"광견도 안할 짓을.....!!"

"보통 사람한테는 못하지. 그러니까 광견한테 하는거잖아, 그치?"

"말도 안되는 논리인데 설득력이 있어서 문제입니다!!!"

이윽고 공권력의 시간이다.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시간이 있었지만 시온을 해하려 든 놈들을 곱게 죽여서 끝내기에는 내가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터라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내가 위협 당한건 내 편의에 의해서 얼마든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시온이 걸린 일이라면 어지간해서 타협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윽?!"

도시의 치안 병력들이 몰려왔다. 여기 치안이 원래 씹창이라 경비도 무장을 하고 돌아다니는데 그들은 군대라고 부를법한 중무장을 하고 왔다.

기이하게 웅웅거리는 갑옷. 루리가 입고 다니는 물건보다 보다 뛰어난 형태와 기능의 그것은 엑토플라즘을 매개로 하여 구동하는 물건인것 같았다.

경매장으로 난입해온 그들은 피칠갑이 된 경매장 한켠을 보고 기겁했다. 누군가는 토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아니, 이런 세상에서 살면서 그렇게 비위가 약하면 쓰나.

"그대가 한 짓이 그토록 처참한 것이라는 생각은 못해보나?"

"오, 역발상 좋네"

".......원래라면 이게 정상적인 발상 같은데, 이곳이 이상한건지 아니면 그대가 이상한건지 모르겠다"

"아님 둘 다거나"

장비의 수준이 다르기에 진교 같은 귀족 휘하의 들개인 수렵견은 아니다. 정식으로 도시민이 귀족 아래로 들어가 충성을 맹새한 정식 도시군이였다.

그들은 이런 사태를 만든 나를 경계와 두려움이 반반씩 섞인 눈으로 보며 석궁을 이쪽으로 겨눈다.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경매장을 둘러본 후 거리를 두고 나에게 물었다.

"경매 물품을 강탈하려 하는 강도가 있다고 해서 출동했는데......이건 네 짓인가?"

"강도는 이쪽이야. 엄한 사람 건드려는건 아니지?"

"아저씨는 잠깐 좀 빠져. 아저씨가 이야기 하면 탈날것 같은 느낌이 무진장 드니까"

이미 개판 충분히 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나는 한발 물러나서 루리에게 주도권을 넘겼다. 사람 좋은 얼굴로 헤실헤실 웃으며 루리가 굽신거리며 나섰다.

"이야,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냥 들개인 루리라고 해요"

"기영 도시군, 은양위장 주대다. 일단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그러시면 일단 석궁부터 내리고 시작하시죠? 건드렸다가 터지면 난감한 사람이 있는데"

슬쩍 루리가 나에게 눈짓하자 은양위장 주대란 남자의 시선도 쏠린다. 경계도 섞여 있지만 탐색의 기미도 있는 것이 꽤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증거다.

"싸운건 저자 뿐인가?"

"네, 뭐. 저희는 나설 필요도, 나설 시간도 없었거든요"

"저만한 수를 혼자 죽이다니......강화병인 모양이군"

"그렇죠 뭐"

"어느 도시에서 온 강화병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놈들을 죽인건 감사를 표하지. 요즘 광견 놈들이 심상치 않았는데.....하지만 도시에서 살인을 저지른 이상 어느 정도의 조사는 받아야 한다"

".......그거 얼마나 걸릴까요?"

"상황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단 며칠 정도는 있어야겠지"

루리가 살짝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만도 할것이 우리는 지금 쫒기는 와중이다. 그래서 일단 이 도시로 피해 온거지만 여기서 시간 낭비를 하면 본말전도다.

어떻게 할까 하던 루리는 잠시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평소에 보여준적 없는 정중한 모습으로 시온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시온님? 여기서 시간을 낭비면 여정에 차질이 생길텐데요"

"........"

루리가 저러는 이유는 대충 눈치 채었다. 이미 이 도시에 들어오기 전에 여차하면 유랑귀족인걸 밝혀서 트러블을 회피하자는 제안을 했었다.

아무래도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것 같은데......흠,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여차하면 무력으로 해결 봐도 되지만 결국 가장 나은 선택이 지금의 이것이다.

시온도 눈치 챘다. 그리고 이내 얼굴을 가린 후드를 넘겨서 얼굴을 드러낸다.

한순간 경매장 안이 조용해졌다. 시온의 외모를 알고 있던 우리들이야 별거 아니지만 본래 시온의 외모는 초월자 중에서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미모였다. 비록 어린 외견이 마이너스라도 그런 취향을 2순위로 밀어낼만한 외모다.

거기에 더불어서 흰 피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귀족의 상징이다.

"........!!!"

1차로 외모에 놀라고 2차로 귀족인 것에 경악한다. 은양위장 주대는 상황을 파악 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예를 표했다.

"제가 행한 일에 대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귀하신 분이신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용무로 인해서 여정을 재촉하는 와중이라 오랜 시간을 끌 수 없는데 이번 일은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저분은 혹시 귀족님의 호위입니까?"

은양위장 주대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 단순한 강화병에서 귀족의 호위로 격상하는 순간이다.......실제로는 남편이지만.

"예, 그가 저런 것은 그들이 저를 해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손속이 과하지만 호위로서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 선처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 일은 제가 처리하겠으니 걱정 마십시오"

"감사합니다"

인사치례로 하는 간단한 감사 인사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는 그것만으로도 큰 격려의 말을 들은것 마냥 흥분의 기색을 보였다.

.......대충 쟤네들 직장 생활이 어떨런지는 짐작이 간다.

이후 은양위장 주대와 그의 병력들은 널부러진 광견이였던 것을 수습하고 돌아갔다. 시온이 다시금 얼굴을 가렸지만 주변에서 시온의 정체를 알아버린 다른 사람들은 많다.

"여기서 더 엮이기 전에 얼른 튀자"

"정체를 드러냈다면 오히려 대접을 받아도 되는것 아니더냐?"

"유랑귀족인걸 드러내는건 어디까지나 미봉책이야. 단순히 유물 정도만 가지고 다니는 유랑귀족은 별 취급 못받지만 강화병까지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데 그 재산을 딴 부자가 보면 뭐라고 생각할것 같아?"

"흑심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거군"

"그니까 그 전에 후딱 튀어야지"

하지만 우리들이 숙소로 왔을 무렵에는 이미 늦었다. 짐을 챙기고 나가려던 찰나, 도시장이 보낸 사람이 우리를 찾아왔다.

"실례합니다. 기영 화자님께서 귀족님을 초청하고자 하십니다"

꽤나 행동이 빨랐다. 그만큼 급했던건지 아니면 욕심이 난 것인지 보고 하자마자 바로 명령이 떨어진것 같은 모양새였다.

느낌은......나쁘지 않았다. 운명의 절대자가 개입한게 아니라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략적인 느낌은 오는데 이번 것은 딱히 걸리는게 없었다.

"거절하면 분명 반감사고 문제가 생길게 많은데 일단 갔다가 하루쯤 자고 일정 핑계 대고 가는게 좋겠다"

"여기 귀족 평판은 어떠냐?"

"나쁘진 않은데 크게 좋은 것도 없는 느낌?"

"무난하단 소리네"

이윽고 우리들은 안내를 받아 도시 중앙의 건물로 향했다.

멀리서 봤을 때도 눈에 띄던 백색의 건물이다. 백희가 말하길 초호화 온천 휴향시설이라고 했는데 가까히서 보니까 그런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의 화려함을 장식하고 있었다.

도시의 흙과 돌로 만들어진 건물에 비하면 지극히 이질적인 건물이다. 단순히 재질을 넘어서 시공 방법, 기술력, 수준 또한 다르다.

적어도 멸망한 뒤의 세계의 기술력으로 이런 높이의 건물은 지을 수 없다. 반의 반토막난 높이만으로도 대충 63빌딩 정도는 되는데 보통은 이렇게 짓기도 전에 무너져내릴게 뻔하다.

건물 정문을 넘어 들어서자 화려한 로비가 반겨준다.

초호화란 이름에 걸맞게 꽤나 동양풍의 궁전 같은 느낌의 장식이 곳곳에서 보인다.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있어보이는 명화라던가, 은은한 빛을 내지만 고풍스러운 멋이 있는 조명이라던가,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딱 봐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난다.

"익숙한 광경이군......."

백희가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멸망한 뒤의 풍경보다 아직 남아 있는 시설의 풍경이 더 익숙할테니까.

중간에 냉동수면한 기간이 있지만 인지하지도 못한 시간은 의미가 없다. 그녀에게 있어서 령 제국이 실존했던건 얼마 전이나 마찬가지일테니 한편으로 감상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도시의 주인인 기영 화자라 합니다"

이내 우리가 안내받은 곳은 건물의 응접실로 마련한것 같은 곳이였다. 처음 보는 동물의 가죽 같은 것으로 만든 푹신한 소파에 고급진 의복을 차려 입은 여자가 우리를 맞이했다.

.......여자였나? 다행히도 만의 하나의 불상사는 건널 뛸 수 있을것 같다. 동성애 취향이라도 없으면 시온을 탐내진 않겠지.

탐내면 어쩔거냐고? 나는 양성평등을 추구하는 사람이라서 패고 죽이는데 남녀 안가려!

"시온이라고 합니다. 사정이 있어 가문명은 밝힐 수 없으니 양해 바랍니다"

"나는......"

시온에 이어서 백희 또한 후드를 벗어 자신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한가지 예상 못한게 있다면 그녀가 자신에 대해 밝히는 부분에 대해서다.

"령제 백희라 한다"

".......령제?"

잠깐만, 생각해보니 그거 령 제국 황족의 성 같은거 아니였음?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하면 영향을 받은 작품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이전에도 말씀드린 사막의 해적 캡틴 쿠파랑, 봉준호 감독님의 설국열차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설정들을 적용한 것도 있죠. 냉동수면했다가 깨어난 사람(폴아웃), 광견(매드맥스) 등등등.....

하지만 개인적으로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가뜩이나 뭐든지 부족한 세상에서 가진 사람은 풍족하다 못해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모습은 격차와 안타까움과 비정함을 보여주는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아,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작가는 사디스트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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