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86화 (486/507)

미소녀가 씻은 물.....흠...으음.....가능. 486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루리가 말하긴 아마 제대로 된 보급을 할 수 있는 장소는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한다.

자잘한 도시는 종종 있지만 이곳 정도의 규모를 가진 곳은 별로 없기에 최대한 보급한 후에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래저래 챙길게 많지. 화살도 사야하고 장비도 좋은걸로 맞춰야 하고......그러고 보니까 백희 언니는 무기 하나 없으니까 뭐라도 하나 들고 있어야지. 그치?"

"무기 말인가?"

"쓸줄 아는거 있어?"

"활이라면 다뤄보았다. 원래 제국에서는 활은 필수 교양 학문이지"

"어쩐지 출토되는 무기들은 죄다 이런거더라"

루리가 자신의 석궁을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화기는 본적이 없다. 대부분 석궁 같이 화를 기반으로 한 무기들 뿐이다. 연발로 쏠 수 있는 화기와 다르게 어지간해서 활을 당겨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상 효율이 나쁠 수 밖에 없는데 교양이라서 그런거였냐.

지구에서 활은 취미나 스포츠 등으로 쓰인다. 무기로서의 의미가 희박해져서(무기로 안쓴다는건 아니다) 보통은 총을 쓸텐데 얘네들은 효율보다 로망을 선택한 모양이다.

크으으, 로망 좋지......효율이 뭐냐! 나한테는 로망이 있다! 자고로 효율을 뛰어넘는게 로망인 법이다!!!

"그래도 지금 가진 돈이라면 엄청 좋은 무기 살 수 있어. 개인적으로 완전 기계식 석궁 같은거 사고 싶었었는데 이번에 살 수 있겠네!"

"기계식?"

"그 왜 막 반 헬싱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거"

"존나 멋지겠다!!!!!"

석궁 주제에 탄창 달려 있고 두두두두두! 하고 연발로 나가는 그거 말하는거지? 씨이발, 내가 무기는 안쓰는데 그 정도라면 취미로 한번 들어볼 마음 정도는 있지!!!!

아무튼 일단 새 장비를 맞추기 위한 쇼핑을 하기로 했다.

무기를 파는 곳은 도시의 번화가에 멋들어지게 만들어진 건물에 가게가 있었는데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보안 기능도 있는걸 본다면 이것도 도시에서 관리하는 가게로 보인다.

"뭔가 공방 같은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네?"

"보통 그런 비싼 장비는 유적 발굴품이나 도시에서 만들어낸 물건이니까. 대부분 귀족이 독점하고 있어서 그런거지"

"흐음......"

가게 내부의 장비들을 둘러보던 백희가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작 루리나 진교는 반짝이는 눈으로 이런저런 물건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그리 마음에 차지 않는듯 했다.

"죄다 조악한 물건 밖에 없구나"

"자고로 고기 사주는 사람 앞에서는 감사하며 닥치고 먹는게 예의라고 했는데"

"하지만 사실인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지금 이 시대에서 기술력 씹창난건 감안해야지. 아무리 그 시절에 빛났으면 뭐해, 결국에는 패망해서 아무도 모르는 과거가 되어버렸는데 언제까지 죽은 사람 부랄만 만지고 있을거야?"

"........."

"너무 독설 날리는거 아니냐"

"현실을 보라는거지"

그래도 나름 마음 깊이 받아들인건지 백희는 조용히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루리도 가게에 있는 물건 중에서 기계식 석궁을 들어보며 성능을 가늠해본다.

원통형 탄창이 붙어 있으며 석궁의 시위도 두개나 달려 있었다. 어께에 대기 편하게 개머리판에는 가죽이 덧대어져 있으며 근접 전투를 위한 날붙이를 부착할 수도 있었다.

"아,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분당 120발을 연사할 수 있는 자동 석궁입니다. 연료는 영을 소모하고 경량화 되어 있기 때문에 들고 다니기도 편하죠"

"이거 꽤 괜찮은데......얼마예요?"

"본래 가격은 1050영입니다만, 지금 사시면 탄창 하나를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도시 발행 어음도 받죠?"

"물론입니다"

석궁 외에도 활이 있었다. 사실 활은 석궁보다 관통력은 낮지만 연사력은 좋다. 다만 이건 보통의 기준이다.

여기 석궁은 장전도 나름 빨라서 활의 장점이 죽어버리는거 아닐까 했지만 나름 컴파운드 보우 같은 것이 있었다. 거기다가 쿼렐을 사용하는 석궁과 다르게 활은 나름의 화살을 특화하여 차별점은 둔듯 싶다.

"이게 제일 낫군"

"손님도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저희 가게에서 가장 좋은 활입니다만......"

"가격은?"

"820영 입니다"

"구와아아악! 하루 지출이 2000영 이상이라니!"

루리의 지갑이 털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전체적으로 무기는 맞췄다. 하지만 다음은 방어구가 남아 있었다.

.......오늘의 쇼핑은 결과적으로 물 도마뱀을 잡고 얻은 금액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게 되는 큰 지출이 있었다.

"인생무상.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을......"

"왜 해탈하고 앉았냐"

"지갑이 단숨에 가벼워지니 현자타임이 오는거야. 뭐, 솔직히 돈 못벌었으면 이것도 없었을테지만"

"내 덕분인줄 알아라"

"보답으로 처음은 줄 수 없으니까 뒤쪽 처녀라도 줄까?"

"필요없어 그런거"

"뒤쪽......?"

"앗, 여기서 순수한 사람이!"

무난한 쇼핑이였다. 지출이 크긴 했지만 사사룡의 부산물들이 암시장에서 팔린다면 적은 금액이다. 못해도 몇만 영은 받는다 했으니 고작 1만 영 내의 지출은 별거 아니다.

그나저나 뭔가 빠진 느낌이 들어서 슬쩍 돌아보니 진교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게다가 시온이랑 백희처럼 얼굴을 천으로 둘러 가리고 있어서 뭔가를 숨기는 눈치다.

"뭐하냐 너?"

"아.....혹시나 경우를 대비해서 얼굴을 가렸습니다. 저를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그러고 보니까 여기 도시 주인하고 니가 있던 도시 주인하고 사이가 나쁘다고 그랬나"

"교전한 적도 꽤나 있어서 조심하는 편이 좋을겁니다"

"그래, 잘했네"

불길한 기색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만간 일이 생길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지간히 대비해서 문제 일으킬 소지를 줄이고 있는데 어디서 삑사리 날련지 모르겠다. 내 능력이라면 미래도 볼 수 있지만 빡대가리라서 못한다.

"이래서 문과는 안돼. 수포자가 초월자가 되면 패배자가 되는거야"

"라임이 쩝니다. 근데 루리는 이과 아닙니까?"

"개드립은 계산해서 치는거야!"

"두사람 다 됐고, 이후에 일정 없으면 숙소로 돌아갈까?"

"암시장 구경이라도 할래? 어차피 지금 가진 돈으로 비싼건 못사겠지만 마냥 만 단위 물건만 나오는건 아니라서 다른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거 괜찮겠네"

루리의 의견대로 암시장으로 향했다. 우리들과 똑같이 암시장의 이용 고객인지 꽤나 번지르르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모여드는게 보였다.

개중에는 기이한 느낌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육체적으로 강한 것은 강화 혈청을 맞은 강화병이라 치더라도 미미하게 영력이 흐르는 인간이 있었다.

"주술사 아니야?"

"아, 그런가?"

영력은 이능력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도 쓸 수 있는 힘이다. 왜냐하면 영력은 보통의 이능력은 환경에서 주어지는 요소가 아니라 영혼 자체에서 발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다만 습득이 어렵고 다루는 것도 난해하다. 보통 인간은 영혼이 아니라 육체에 얽매이기에 영혼 상태에서 각성하거나 죽음의 위기를 겪어본게 아닌 이상은 영력을 발현하기 어렵다.

그와 반대로 장점이 있다면 순도와 효율이 좋다. 아마 이능력 중에서는 최상위권에 들어갈까. 다른 이능력과 융화되기도 쉽고 미량으로도 상상 이상의 효율을 뿜어낼 수 있다.

"주술사를 호위로 두다니 나름 있는 사람인 모양이네. 아, 저사람 실력은 어때?"

"그다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마을 하나 정도는 불태우고도 남을것 같긴 한데. 아, 비유가 이런건 발화 능력에 특화된것 같아서 그래"

영력이 넘실거리는 모양새가 불과 같이 아지랑이로 보인다. 영력은 영혼의 힘이지만 감정에 호응하기 쉽기에 그만한 형태로 눈에 들어오곤 한다.

아무튼 우리들은 암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암시장이란 이름 주제에 얼굴도 가린 사람 하나 없고 대놓고 있는걸 보면 반쯤은 공식적인거 싶다. 하기사 대놓고 자리 좋은데 건물 세우고 있으면 당연하겠지. 거의 눈가리고 아웅거리는거 아냐.

백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대부분이 호위를 데려온 사람들이고 루리 같은 들개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스무명 정도?

"......꽤 많은데"

"스무명이 많은건가?"

"이쪽에서 암시장 올만큼 돈 많은 들개가 몇이나 있을거라고 생각해? 한탕 해먹어서 은퇴하는 놈들은 머리가 좋은거고 도박이나 여자에 꼬라박는 것들은 보통이고 다음 한탕을 대비하는 것들은 사정이 있거나 미친놈들이지"

"너는 마지막이구나"

"아무튼 돈 많은 들개는 별로 없어. 있어도 들개무리 공금이나 쓰겠지 그것도 예산이 만 단위 이상으로 가는 놈들은 적고"

"주시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일단은 보고 판단하자고. 아......."

그때, 들개 하나가 우리 일행 옆을 스쳐지나간다.

딴에는 씻어서 냄새를 지운것 같았지만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 아, 물론 그 냄새는 단순히 사람을 죽인 사람의 냄새가 아니다.

실제로 물리적인 냄새가 아니라 내 감에 의존하는거지만 오히려 내 성질이 이래서 엄청 확실하다.

사람을 죽인 놈에게서는 피 냄새가 나지만......사람을 먹은 놈에게서는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

놈들은 인육에 맛들린 녀석들이다.

*

*

*

*

생존 앞에 사람들은 모든 가치를 잃는다. 황금도 그저 금속 쪼가리에 불과하고 윤리조차 허상에 불과하다.

만약 생존 앞에서 목숨 외의 다른 것을 선택하면 그것은 신념이 되지만 보통은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굶어 죽어가는 와중에 먹을 것이 인간의 시신 밖에 없다면 과연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마실 물도 부족하고 식량조차 풍족하지 못한 이 세계에서 인육을 먹는 사람이 생기는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죄책감을 가지고 고통스러워 하며 후회하고 반성하는 사람과, 거기에 맛을 들려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은 사람이 있다.

생존 앞에서 인육을 먹었다면 그것은 납득은 못해도 이해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인육을 선호하게 된 순간 놈은 인간으로서의 선을 넘게 된다.

"........같은 사람을 먹는단 말이냐?"

"별로 특이할 것도 없네"

"광견 놈들에게는 먹은 놈보다 안먹은 놈들을 찾는게 더 빠릅니다"

"뭐, 그런 놈들 있을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데서 만나게 될줄은 몰랐습니다만"

백희만 놈들의 행태에 경악했다. 윤리관이 문명 사회 시절에 한정된 그녀라면 솔직히 당연한 반응이다.

현재 암시장에 모여든 광견으로 추정되는 놈들은 서로 일행이 아닌척 하면서 4,5명씩 나누어져 암시장 구석에 흩어져 있었다. 하지만 놈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는 시체 썩은 냄새는 숨어 있어도 구별할 수 있는 법이였다.

다른 곳이라면 이런데 들어올 때 무기를 압수 했을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세상인지라 보통은 무기 소지를 허용했다.

그리고 보통은 도시를 적대하기 싫다면 이런 시설은 건드리지 못한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러지 않는데 놈들은 그런 미친놈이였다.

"예! 지금부터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첫번째로 나올 물건은 15살짜리 쌍둥이 남매입니다!!!"

"........사람을 사고판다고?"

"에이, 어딜 가도 노예제도 같은건 있었어. 인간은 그렇게 현명한 종족이 아니니까. 저어기 사람 먹는 놈들도 있는데 뭘 바래?"

일단 지켜보기로 하고 경매를 구경한다. 가장 먼저 올라온 물건은 꽤나 예쁘장한 쌍둥이 남매였다.

이런걸 보면 꽤나 착잡한 마음이 든다. 윤리관이 작살나 야만적인 시절로 돌아가서 추한 욕망을 드러내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사실상 내가 막을 방법은 없다.

루리가 요람에 이르러 낙원을 건설한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존재하겠지만 나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나는 문명 운영은 영 꽝이라고. 그래서 화성 문명도 죄다 처벌쪽 일만 하잖아?

"아주 귀여운 남매지요, 사내 놈도 예쁘장하고 여자아이는 아직 처녀입니다. 하루에 둘의 처음을 가져갈 수도 있겠지요. 남매를 한 침대에 두고 동시에 범하는 기분은......크으, 경매 시작가는 300영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 쌍둥이들은 460영 정도에 낙찰되었다.

우리가 목욕한 값도 못하지만 그것은 이 시대의 사람의 가치를 보여주는 일이였다. 애들 두명의 목숨이 사람 씻는데 들어간 돈보다 못하다고 말이다.

"예! 다음은 유적 발굴품입니다! 물만 붓는다면 소량의 영을 소모해서 언제든 얼음을 만들어주죠! 200영 부터 경매 시작합니다!!"

우리한테 필요 없는 것도 있고 꽤 쓸만해 보이는 것도 나오지만 우선 계속해서 패스했다.

사회자는 어느새 우리가 경매에 내놓았던 사사룡의 부산물도 올렸다.

"사사룡의 영결석입니다! 큼직한게 아주 쓸모가 많죠. 귀족분들의 대리인께서는 구매하시는게 좋을것 같은데........3만 영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올린 사사룡의 영결석은 결국 4만 5천영에 낙찰 받았다. 생각외로 치열한 경매 끝에 그 정도 가격을 받았는데 시세 이상의 값을 받았다고 루리가 좋아라 웃었다.

그리고 경매의 마지막 차례가 되었다. 가장 중요한 물건이 나오는 때이며 광견 놈들이 아직까지 조용했던 이유다.

"오늘의 마지막 물건입니다. 예, 다들 기다리셨던 물건이죠. 이것은......강화 혈청입니다!"

인간을 강화병으로 만들어주는 특수 혈청. 있다고 들었지만 여기서 처음 보게될 줄은 몰랐다.

단상 위에는 근미래적 시험관에 액체가 들어 그대로 나와 있었다. 투여하는데 그대로 찔러넣고 투입하면 될것 같은 느낌의 세럼이 나와 있다.

그리고 그때를 노린 광견들이 행동을 개시했다.

"아, 팝콘 먹고 싶습니다"

"너어는 진짜 나빴다"

시온만 홀로 흥미진진한 눈으로 지켜볼 뿐이였다.[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본인이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외적인 이유로 얼마든지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법이죠.

뭐, 대부분 그랬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식량이 부족한 시대라면 충분히 사람 먹는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도 생길 수 밖에 없겠죠.

개인적으로 생존을 위해 그러는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으음, 쓴맛이 부족한데 여기서 더 넣어야 할것 같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