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최흉의 대마왕-485화 (485/507)

뭐야, 그 많던 레이드몹 누가 다 잡았어?!485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기영 화자의 도시는 전에 보았던 도시를 따위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단순한 넓이 문제가 아니다. 도시의 벽 너머로도 보이는 중앙의 거대한 탑 형태의 구조물은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도시 중심의 거대한 탑.....커다란 도시.....큭, 머리가! 특히나 환생 초회차 부분 같은 느낌으로!

"저 탑은......."

"아는 건물이야?"

"내가 기억하기로 초호화 온천 휴향 마천루로 알고 있다. 반의 반 정도만 남아 있는 모양새지만 나름 형태는 남아 있군"

"반의 반절 정도 떨어져 나갔는데 63빌딩 수준인가. 원래 크기쯤 되면 진짜 마천루라 불릴만 하겠는데"

"어쩐지 기영 화자의 도시는 물을 얻기 쉽다 했더니, 온천을 파내기 위해서였군요"

"터를 잘 잡은 모양이네. 여윽시 한방을 노리려면 부동산이 짜세야"

온천도 결국은 물이다. 이곳에서 가장 큰 권력이 물인 만큼 온천을 파낼 설비가 있다면 그걸로 수원지를 개발하고도 남을 능력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물 도마뱀 같은건 수분이 존나 많은데 지하에서 살잖아? 그러면 지하의 수원을 파낼 설비가 있다면 이기는 게임 아닐까? 대충 그런거다.

"일단 드럼 호 부터 맡기고 들어가자"

"오케이"

"너희들은 의미는 알겠지만 이상한 소리를 종종 하는구나"

"냅둬. 그냥 언어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해"

백희의 의견을 무시하고 도시로 들어섰다. 전에 보았던 도시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내 개인적인 의견인진 몰라도 꽤나 질 나쁜 녀석들도 있는 모양인데?

"원래 도시장의 취향에 따라서 치안이 갈려. 광견도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받아주는 곳도 있는데 뭘"

"그러냐"

사람 존나 죽여본 내가 잘 알고 확신한다. 사람 한명 이상 죽여본 놈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열명 이상 죽인 놈들은 종종 있고......백명 이상은 30분에 한놈 쯤 있다.

이 세상에서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평소에 못보던걸 보게 되니까 감각이 나름 묘하다. 자꾸 신경을 거슬리는게 짜증난다고 할까.

어떻게 보면 동족 혐오일지도 모른다. 나라고 뭐 사람 존나 죽인 새끼랑 마냥 친하게 지낼것 같냐.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이지만 나는 살인이 나쁜짓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도 발전한게 나름 괜찮네. 아, 진교 너는 이쪽이랑 사이가 나쁜가?"

"전 직장에 대해서 불평할 이유는 딱히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반대지. 전 직장이니까 존나 불평하고 그래도 되는거 아냐?"

"아, 그러면 해야지요. 월급은 짜고 임무는 힘들고, 저번처럼 죽을 위기도 있고.......사명만 없다면 때려치우고도 남았을 정도니까요"

"그렇다고 우리쪽에 순식간에 붙는건 너무 박쥐 아니냐?"

"승산이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승산 없었으면 배신하고도 남았겠네"

"에이, 아닙니다"

일단 나도 나름 믿을만 해서 진교를 일행으로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에게 있어 절대는 없다.

한 인간이 작정하고 날 죽이려 들면 그것도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할 뿐이지 제로는 아닐테니 인간의 가능성은 한편으로 무궁무진한 법이다.

그러니 비틀림의 절대자에게 감사하십시오. 알겠습니까 휴먼?

"여긴 시장도 크고......뭔가 더 많군"

"일단 큰 규모의 빡촌이랑 도박장, 그리고 암시장도 있으려나"

"창관이란 좋은말 두고 노골적인 빡촌이라 하는건 좀 그렇지 않냐?"

"결국 가리키는건 똑같은 말이니까 꼴리는 말로 써야지!"

"너랑 그런쪽으로 말 섞은 내 잘못이지"

아무튼 루리의 말대로라면 어지간한 인프라는 갖추어져 있다는 소리다.

루리는 전에 얻은 사사룡의 영결석과 기타 부산물을 팔기 위해서 암시장으로 향했다.

"원래 암시장이 값을 더 쳐주거든. 들개 소굴에 팔면 현금 조달도 안되는 판에 거기에 팔면 수수료는 있어도 화끈하게 후딱 처리해주니까"

"근데 도시에 대놓고 있을 정도인데 왜 암시장이냐"

"여차하면 발뺌해야 하니까. 귀족 세력에서만 제작 가능한 강화병 혈청 나오는 시점에서 발뻼할 수단은 마련해야지"

"수틀리면 발 빼고 모른척 하려는 태도는 제국 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구나"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매한가지란 소리입니다"

"음, 그대와는 말이 통하는군"

"뭐, 나름 그렇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가 통했는지 서로 살짝 떠들었다. 나름 시온이 이야기 할 사람이 늘어서 좋은 상황이니 그렇다 치고 일단 팔 물건을 가지고 동행한다.

암시장이라고 하니 건물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다만 작지는 않아서 현 기술력을 생각해도 꽤나 큰 건물이였다. 대충 1,2백명 정도가 한번에 들어갈 수 있으려냐. 대충 그 정도 크기다.

"어서오십시오. 들개이신 모양인데 파실 물건이라도 있으십니까?"

"사사룡의 영결석이랑 주요 부산물 등등"

"예?"

"여기"

루리가 실물을 올려놓자 태도가 달라진다. 테이블 위에는 루리 머리만한 특대 크기의 광택 나는 별사탕 같은 영결석이 놓여졌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물건이다. 괜히 백희가 제국 시절에 보석으로 썼다는게 아닌것 처럼.

"이런 물건이라면.......예, 알겠습니다. 다른 물건은 없으신지요?"

"없어요"

"경매 수수료는 낙찰 금액의 2할이 되겠습니다만, 그것은 꼭 확인해 주십시오"

아니, 단순히 장소만 빌려주는 격인데 낙찰 금액의 2할이라니, 수수료가 미친거 아니야?

하지만 따지고 들 수는 없다. 귀족도 은근히 비호하는 암시장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면 어지간한 놈들은 그대로 슥삭이니까. 루리도 내가 있어서 살았지 저번에 습격자들이랑 조우했으면 그냥 뒤졌다니까?

"냅두면 알아서 팔리겠지. 경매라는 상황인 이상 단합이 아니면 어지간해서 본전 이상의 돈은 벌테니까 안심하고 가자고"

"필요한거 좀 사고 갈까......."

"기영 화자의 도시는 돈만 있다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습니다"

"오! 그거 좋네!"

"못해도 한명당 100영은 드는데?! 으아아아, 지갑에서 먼지나는 소리가 들린드아아아아아!!!!"

"그 돈 누구 덕분에 벌었는지 일단 생각부터 하자고"

내가 루리한테 벌어준 돈만 하더라도 물도마뱀과 사사룡까지 더해서 몇만 영은 족히 될거다. 근데 겨우 100영 정도로 구두쇠 같이 굴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니 이곳에 와서 물에 적신 천으로 씻기만 했을 뿐 물에 몸을 담그지는 못했다. 간만에 때 빼고 광내고 하는건 솔직히 끌린다.

하지만 루리가 말한건 '못해도' 한명당 100영이였다. 실제로는 그 이상 든다는 소리다.

주막 따위가 아니라 도시에서 운영하는 고급 숙소에서 머무르는데 한명당 1박에 30영은 들었다. 우리 일행이 5명이니 못해도 150영은 든다는 뜻이다.

1영이면 국밥 한그릇인데 그 돈이면 국밥 150그릇은 사 먹겠다! 나는 맛있는거 다 좋아하니까 가성비로 따지진 않는데 그래도 생각해보니 이건 좀 너무하다 싶다!

"시설은 그럭저럭인데 씻는건 별개라니 무섭네"

"5명 목욕값 500영......그아아아악! 혼자라면 며칠은 커녕 아껴서 1년 생활비가 하룻밤에!!!"

"사실 좀 찝찝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돈 있는데 쓰는게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법입니다"

"경제 활성화고 나발이고 내 지갑 사정이 활성화가 안되는데 무슨 소리야!"

물이 비싸다 못해 갈사(渴死)해서 죽는 사람도 있는 이곳에서 몸을 씻는데 물에 담그는 사치는 정말로 정말로 돈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였다.

그나마도 100영 정도란 합리적인 가격을 받는 것은 여기가 온천이 솟아나는 지역이라서 그럴 확률이 높았다. 전에 있던 도시에서 국밥 먹을 때 마시려고 샀던 물이 작은 한동이에 5영이란걸 생각하면 씻기 위해서 그 20배로 어림도 없다.

아무튼 도시에서 관리를 받는다는게 딱히 치안 문제만은 아닌지 어디서 연결된 송수관으로 탕에 뜨끈한 온천물을 받는다. 그걸 보니 얘네들은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세계가 아니라 기술이 망실된 세계란걸 느끼게 해준다.

"크으으으, 이렇게 된 이상 들어가야지! 본전을 뽑아주겠어!"

"들어가서 퉁퉁 불을 때까지 3일은 있을 생각이냐?"

"아니 다 마셔버려야지"

".........?"

"미소녀들이 씻은 물......이건 굉장히 귀한거네요"

"아, 루리 이 새끼 변태였지"

나도 간만에 씻으려고 들어가려고 했는데......여기는 남녀간 탕이 따로 나누어지지 않았다는걸 깨달았다.

머임? 대체 머임? 운명의 절대자의 함정인가? 왜 여기서 갑자기 혼욕이 나오는거지?

아,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고대나 중세 정도의 옛날 옛적에는 오히려 혼욕이 평범한 것이였으니까, 그만한 수준으로 문명이 뒤떨어지게 된 이곳은 그럴만도 하지.

몸을 담글 물이 있다면 아끼기 위해서 같이 들어가는건 당연한 이야기다.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효율을 생각한 현실적인 이유다.

"마실 물도 없는 판에 씻을 물이라고 넘쳐나겠어? 여기서 보통은 혼욕이지"

"남녀의 구분이 있거늘, 어디 같은 탕에 들어간단 말인가?!?!"

"응 제국 망했어~, 꼬우시면.....아시죠?"

"그럼 난 나중에 씻을께. 너희들 다 씻고 들어가면 되니까"

"미소녀들이 들어갔던 욕탕에 들어간다고?"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랴?"

"자기 씻은 물에 미소녀들을 넣겠다고?"

"야!!!! 그런식으로 답 없는 질문 계속 물을래? 그리고 미소녀 중에 너도 들어가는건 아니겠지!"

"근데 현실적으로 우리 씻은 물 들어가면 장난 아닐텐데"

"뭐래?"

"시온 언니나 백희는 그렇다 쳐도 나나 진교는 얼마나 못씻었다고 생각해?"

"어......."

"내 평생 탕에 몸 담그는건 처음이거든? 땟국물 장난 아니게 나올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아, 오히려 포상일지도 모르나?"

"여자애가 그런소리 해도 되냐"

"얼굴이 화살 피하게 해주는건 아니니까. 그리고 예쁘면 오히려 표적이 되서 험한꼴 당하지"

어쩔 수 없이 혼욕을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루리나 진교는 오히려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치고 시온은 내 마누라라서 평소에도 같이 잘만 들어가니까 문제 없다.

나? 내가 류씨네 집안 놈들도 아닌데 여자 알몸 좀 봤다고 얼굴 붉히고 그러겠냐? 좀 껄끄러울 뿐이지.

다만 문제는 백희였다. 윤리관도 그 시절의 수준에 남녀칠세 부동석을 외치고 앉았는데 쉽사리 고를리 없었다.

"그럼 들어가지 말던가"

"그건 싫다"

"그럼 결정 났네"

수건으로 중요 부위를 가리고 탕에 들어가자 뜨끈한 온천물이 몸을 적신다.

원래부터 더운 날씨인데도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온천보다 바깥 기온이 더 뜨거워서 시원한 느낌이다.

간만에 씻으니까 몸의 기름기가 씻겨나가서 되게 기분이 좋았다. 아, 근데 생각해보니 샴푸라던가 그런게 없네. 비누는 있어서 사오긴 했었는데.

"끄으으으......"

"남자 알몸 좀 봤다고 그러지 마라"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대가......."

백희의 몸은 나름 매력적이다. 아, 물론 여기에 성적인 감상이나 관심은 전혀 없다. 객관적인 평가일 뿐이지.

나 외에는 죄다 여자지만 내가 관심있는 알몸은 딱 하나 뿐이다. 그것도 지금 내 품안에 안겨 있으니까 되게 기분 좋다.

"나는 댁 알몸에 관심 없어요. 울 마누라거면 몰라도 말이지"

".......그런 취향이였나?"

"그런 의미 말고!!!!"

생각해보니 초등학생 수준의 외모인 시온한테 그런말 하면 엄한 뜻이 된다. 나는 초등학생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우리 마누라가 초등학생 같아보일 뿐이라고!!!!

백희는 나와 시온을 번갈아 보았다. 시온은 온천물에 머리카락이 젖어 예쁜 은발의 끝에 물이 방울방울 맺혀 수면에 떨어진다. 마치 선녀가 내려와서 목욕하는 것 같다.

어디서 씻는 여자는 몇배로 예쁘다는 말을 들은것 같긴 한데......아무튼 결론은 우리 마누라 짱 예쁘다는거!

"꼭 선녀와 야수 같구나. 나 또한 어디가서 밀리는 외모는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대의 처에 비하면 비할바가 못되니까"

"내가 못생겼다고 욕하는거지 지금"

"솔직히 맞는 말 아닙니까? 제가 짱 예쁜게 당연합니다"

"두사람은 어쩌다가 결혼하게 되었나? 솔직히 그건 궁금하구나"

"이야기 하려면 무척이나 길지"

내가 시온을 만난 이야기를 하려면 엄청 옛날로 돌아가야 한다. 대충 만난건 2회차 부터고 결혼한게 3화차였던가?

그 뒤에도 환생하면서 만난적 없던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인연은 쌓아갈수록 강해졌다. 사랑이란 감정이 그저 호르몬 작용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해서 그런거고 오히려 초월자에 이른 자들에게 사랑은 위험하면서도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세상도 구할 수 있지만 반대로 파멸시킬 수도 있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시온이 원하면 나는 세상도 구해줄테지만 세상이 시온을 위험하게 만들면 세상이고 나발이고 다 뒤집어 엎어 죽일테니까.

솔직히 수명 없는 시온이 죽으려면 타살 아니면 자살 뿐인데 시온이 누군가한테 죽으면 그 다음으로 인간성 포기해서 로드 오른 다음에 시온 죽인놈 죽이러 갈거다.

나에게 있어 시온의 가치는 로드라는 경지 이상의 것이니까.

그러자 시온이 나를 칭찬하면서 손이 노골적인데로 향한다. 어딘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건으로 둘러 가린 사타구니 사이로

"역시 울 남편입니다"

"어허, 남 앞에서 나쁜손 하면 못써"

"크다 커! 진짜 크네!"

"야!! 루리 너!!!"

"이 몸이 되서 좀 더 커지긴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이 몸으로는 해본적 없는데 들어갈런지 모르겠습니다"

"......남자는 보통 그런 크기더냐?"

"야! 남녀 구별이 어쩌고 하던 사람이 그런데 관심 가지면 어쩌자고?!"

간만에 시원하게 씻으니 참 좋다.

......근데 어쩐지 이게 폭풍전야 같이 느껴지는게 내 착각이였으면 좋겠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이 부족한 세상에서 몸을 담그고 씻는건 지독한 사치겠죠.

전에 말했던 사막의 해적 캡틴 쿠파란 애니에서는 마실물도 부족한 세상에 수자원을 독점한 조직에서 워터 파크를 운영하는거 보고 벙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격차가 장난 아니네요.

화폐 단위 설정상 1영에 1,2만원 선이니 5명 목욕탕 값으로 크면 천만원 정도 들어가는겁니다. 그나마도 작중 도시가 온천 도시라서 수자원은 풍부하니까 이 정도지 다른데서는 몇배가 들어가겠죠.

아, 참고로 저렇게 씻은 물은 농업 용수 등으로 쓰이고 돈 없는 빈민들에게 무료로 풀거나 외지인에게 싼값에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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