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흠, 포스트 아포칼립스에서 나는 불확실한 희망의 맛! 이것도 좋지!482회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여행하는 초월자들을 위한 안내서]시온과 루리의 이야기를 들으면 여의주, 아니 여의보주에는 두가지 기능이 있다고 들었다.
하나는 동력원으로서, 다른 하나는 신분을 증명하는 단말로서.
여기까지는 듣는다면 에너지 공급 기능 있는 핸드폰이나 다름없다. 신분 증명은 휴대폰 전화 인증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그런데 여기서 그 핸드폰 주인이 대통령(황제)이면?
"여의보주는 단순한 상징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력원으로서의 의미보다 단말로서의 권한이 더욱 중요하다!!! 여의보주만 있다면 제국의 모든 것의 권한을 얻는게 가능하단 말이다!!!! 그게 설령 군사시설의 권한이더라도!!!"
"빡친건 이해하겠는데 좀 앉자. 정신사나워"
"이.....!!!"
"너 화난건 알아. 하지만 여기는 제국이 멸망한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의 세계이며 우리들 또한 사정이 있다는걸 생각했으면 좋겠어"
사실 루리 편들어주기 좀 힘든 상황이지만.......그래도 이야기는 들어봐야 했다.
게다가 루리의 행동은 적어도 이 세계에서 남에게 기대하기 힘들만큼 선한 행동이다. 자신의 이득도 아니고 절대다수의 행복을 위해 낙원을 찾는 일은 현 시점에서 옳은 일이며 숭고한 행동이다.
비록 개드립 섹드립 패드립 등등등의 트리플 악셀 드립을 잘치고 웃긴 모습을 잘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실속까지 없는 애는 아니다.
"루리 너도 썰 좀 풀어봐. 이거 어떻게 훔친거야?"
"내가 안훔쳐써!!!!!"
"아직까지도 드립치려고?!?!"
"아냐, 진짜야. 이거 내가 훔친게 아니라 죽은 내 친구가 훔쳐서 나한테 맡겨 준거야"
"어......."
개드립이 아니라 복선이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듣자하니 처참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도망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루리의 말에 백희 또한 진정하고 귀를 기울였다.
"휘애라고, 내 소꿉친구가 있었어. 같은 마을 출신이였는데 나랑 똑같이 들개가 됐지. 그러다가 재호 유귀가 주관하여 대대적인 유적 발굴 작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여했어"
"그 유적이란 곳의 위치가 어떻게 되지?"
"잠깐만, 지도로 보여줄께"
과거의 멸망 전 문명 수준이라면 세계지도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을테니 지금의 지도를 본다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루리가 지도를 가지고 와서 그녀에게 보여주어 유적의 위치를 알려줬다.
".......령 제국의 황궁이 있던 곳이로군"
"응, 아직도 거대한 궁전의 일부가 잔뜩 남아 있더라. 아무튼 거기서 발굴 작업을 하다가.......여의주, 아니 여의보주를 발견했지"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여의보주를 진상해 돈이던 권력이던 얻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루리의 소꿉친구는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휘애는 귀족들간의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녀석이야. 그래서 전쟁을 싫어하지. 돈만 번다면 들개는 때려치고 농사나 지을거라고 했어"
"........."
"여의주가 재호 유귀의 손에 들어가면 그걸로 뭘 하던 전쟁 밖에 일어나지 않을테니 놈의 손에 들어가지 않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여의보주를 훔쳐 달아났지"
하지만 상대는 이 별의 북부를 지배하는 귀족 중에서 손꼽히는 자다. 그 자에게서 멀쩡하게 도망칠 수 있을린 없었다.
그래서 휘애는 루리에게 여의보주를 맡겼다. 전쟁 따위가 아니라 낙원을 만들려고 하는 루리를 신뢰할 수 있기에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그 다음을 생각한 것이였다.
"그 이후 나는 북부를 넘어왔어. 대사막을 건너 남부로 내려왔지. 낙원을 만들 수 있는 '요람'이란 시설을 찾아서"
"........."
"내 이야기는 끝이야. 물어볼거라도 있어?"
루리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백희는 이내 조심스레 물었다.
"휘애란 친구는 친한 친구였나?"
"응"
"얼마나?"
"10살때 너무 배고파서 처녀 팔아 얻은 감자 두개 중 하나를 나눠줄 정도로"
"그렇군"
전에 루리가 10살 때 감자 두개에 자존심을 팔았다는 이야기를 한적 있었다. 뭔가 어두운 이야기가 있을거라 생각했더니 10살때 몸을 판건가......
신의 단말이라고 마냥 절대적인건 아니다. 각성 전에는 조금 오성이 뛰어난 인간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와서 내가 여의보주를 요구하기에는 죽은 네 친구에게 염치가 없을 것이란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제국이 붕괴되었어도 나라는 령 제국의 핏줄이 남아 있는 한 그것의 정당한 주인이 나라는 것 또한 사실이지"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절충하도록 하지. 내가 그것을 너에게 빌려주겠다"
"생색을 내겠다는 소리야?"
"적어도 그것을 올바르지 않는데 쓸거라 보이진 않으니까"
저런 사람은 체면이 중요하다. 위에 설 수록,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설령 지금은 아무도 그녀를 보지 않더라도 최후의 최후까지 자기 자신은 그녀 스스로를 보고 있기에 그것을 지켜야 한다.
황제에게만 전해지는 여의보주를 루리가 가지고 있는거랑, 소유권만 백희가 가지고 있고 그걸 루리에게 대여해주는거는 차이가 크다.
원래 높으신 분들이 이야기 하는 것들은 같아 보이는데 조금씩 다른걸로 큰 차이가 나더라고. 나도 자주 봐서 알아.
"물어볼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군. 당분간 그대들에게 의탁하겠다"
"짐이 또 하나 더 늘었군"
"최악님? 왜 저를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겁니까? 그리고 말하시는 것이 하나를 가리키는건 아닌것 같습니다만......"
"알면서 뭘 그러니?"
근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네. 황태녀인 백희가 호화로운 곳에 머무르는건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가 그녀를 발견했던 건물은 기껏해야 몇층짜리 저택이다.
물론 그게 작은건 아니지만 그녀의 위치를 생각하면 하다못해 작은 별궁 정도에는 머물러야 할텐데 그런 곳에 있던건 좀 이해가 안되는데?
"그곳은 외조부님의 별장이였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휴향차 내려온 곳이지"
"휴향? 이 주변에서?"
"적어도 당시에는 그럴만큼 이 주변은 풍요로운 곳이였다만......"
백희가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바깥의 정경을 보았다.
생명 하나 없이 사막 밖에 없는 삭막한 곳이다. 사하라 사막도 이것보다는 생명이 있을진데 보이는건 오로지 모래 뿐이다.
"도대체 어찌하다 제국은 멸망하게 된 것인가?"
"언제쯤 멸망했는지도 몰랐는데 우리라고 알겠냐. 아......그러고 보니까 시온, 아까 그 동면 장치에 따로 시간 표시된건 없었어?"
"그건 최소한의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절약 모드인 상태여서 그런 기능은 꺼져 있었습니다"
"뭐여, 그쪽 여의주는 저택 하나 에너지 공급 가능하다며?"
"사용자의 의식이 없다면 조금씩 출력이 줄어들기는 한다. 아무리 여의주라고 한들 무한정 힘을 방출하는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어지간한 시간으로는 그러지 않을텐데.......도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거지?"
영자는 감정에 반응한다.
그렇기에 설령 영혼이 없는 만들어진 생명이라도 감정표현을 하다보면 영자가 결정화 되어 영혼이 만들어지는 법이다.
만약에 그런 성질을 에너지 생산에 응용하면 어떻게 될까?
잘만하면 인간의 감정에 따라 무한정 에너지를 방출하는 동력원을 만들 수도 있다. 이미 최길현 쪽은 그걸 실용화가 끝난지 오래지만.......
이해하기 어려우면 사자왕 가오가이가에서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바꾸는 존더 메탈이나 용기를 에너지로 바꾸는 G스톤을 생각하면 좋다. 아니, 오히려 그쪽에 가깝다.
"용자왕이 아니라 사자왕이라니. 추억 돋습니다"
"무엇을 찾기 위해, 이 길을 헤메이나. 어두운 과거 속에 기억들을 찾기 위해~"
"이제는 내가 왔다, 세상을 가득품고. 사라진 진실들은 이제 어디에~"
아, 갑자기 추억 돋는다. 일본 원작 오프닝도 좋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판 오프닝도 좋다고 생각한다.
번안해서 반영할 때는 용자왕이 아니라 사자왕으로 바꿔서 나왔지......정말로 아주 오래전이지만 1회차 시절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에 가오가이가 장난감을 사주셔서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다만 당시 어린애 힘으로는 합체 후에 분리하기가 빡샜던게.....
"좋은 노래군. 거기에 담긴 가서는......나에게 하는 말인가?"
"응?"
"그래, 나쁘지 않군. 그대들과 함께하면서 제국이 멸망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어"
원래 그거 가사가 심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라더니.......뭐, 본인이 좋다면 좋은거겠지.
"일단 다시금 도시로 돌아가서 보급품 좀 보충하자! 한명 더 늘어서 하다못해 생필품은 사야 하니까!"
"지금 가면 해질 때 도착하는거 아니냐"
"장은 서 있겠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도시로 향했다.
올 때보다 일행 한명을 더 늘리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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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희가 도시에 도착해서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가 처음 도시에 왔을 때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였다.
당장에 제국이 멸망했단 소리를 들어도 그걸 쉽게 떨쳐낼 수 없다면 눈 앞의 도시는 무너진 제국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세상의 다른 문명을 방문한 관광객 정도로 생각할 뿐이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이곳저곳을 보는 모습이 꽤나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군, 정말로 피부가 까무잡잡한 사람 밖에 없나"
"너! 피부색으로 사람 차별하면 못써! 유 퍼킹 레이시스트!"
"인간의 귀천은 피부색 따위가 아니라 능력으로 결정되는 법이다"
"그러면 능력이 없다면?"
"능력이 없어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노력도 없다면?"
"능력조차 없고 노력조차 안한다면 존중해줄 이유는 뭐지?"
"그렇긴 하네"
높으신 분 치고는 꽤나 마인드가 열려 있는데. 괜히 여자의 몸으로 제국을 이어받는 위치까지 올라간건 아니란건가?
썩어도 준치, 진흙 안의 진주라 했다. 제국이 멸망했어도 그녀 스스로의 능력은 지니고 있다. 물론 이 씹창난 세상에서 개인의 오성보다 무력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말이야.
"일단 옷을 사야겠는데......"
"개인적으로 눈에 찬 것은 보이지 않다만. 뭐, 여기서는 양보해야겠지"
생각해보니 이 일행에서 남자는 나 혼자 뿐이다.
괄괄하고 입 험한 아저씨 같은 성격의 루리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여자애고.......네명의 여자가 모여서 쇼핑을 한다는 소리다.
여자들 쇼핑은 무지 오래 걸려!!!! 그게 설령 현지인 두명(한명은 황족)과 외계인 한명, 신의 단말이라도 말이야!!!
내가 여자일 때는 옷 살것만 사고 저녁 장 볼때나 좀 오래걸리지!!!!
아름다워지고 싶은건 분명 대부분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쇼핑 하나 하는데 시간이 몇시간이나 걸리는건 좀 아니지 싶다.
해가 떨어질 무렵에 도시에 도착했던 우리들은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두워져 시장이 조용해진다. 이곳에서는 따로 빛이 나는 도구라고는 유적에서 나오는 물건이 대부분이니 어지간해서는 불을 피울 연료를 아끼기 위해서 밤에는 일과를 끝낸다.
원래 조명 기구가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횃불? 그런 것도 다 돈인데 무슨.
"별이 밝군"
"아, 그렇긴 하네"
"수천 수만광년 떨어진 항성의 빛이 오랜 시간이 걸려 이 별에 닿는다는 사실은 꽤나 로맨틱 합니다"
"시온 넌 설명이 로맨틱하지가 않은데? 이래서 이과 감성하고는"
"별이 밥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뭐해. 유성 떨어져도 나는 소원빌기 보다는 재호 유귀 머리 위에 떨어졌으면 좋겠구만"
주막으로 돌아가서 하룻밤 머무르고, 내일 곧바로 출발할 생각이다.
루리가 찾는 요람이란 시설은 아직 멀었다. 여정은 길고 추적해 오는 사람은 많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여기 사람들 행동은 문명이 쇠퇴했기에 조사부터 대응까지 그리 빠르지 않다는 점일까.
진교가 있던 수렵견 놈들의 습격 이후로 며칠 미적거려도 반응이 없는걸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삐걱 삐걱.
"음?"
녹슨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묵직한 수레를 끄는 듯한 소리였다.
평소라면 무시했겠지만 이 야밤에 뭘 그렇게 싣고 가는건가 싶은 느낌이 불연듯 생긴다. 한편으로 예감 또한 그리 좋지 않았다.
"무슨 일 있습니까?"
"잠깐 좀"
일행에서 잠깐 떨어져 수레를 끄는 곳을 찾아갔다.
거기에는 누군가가 지푸라기를 엮어 만든 섬을 덮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누가 보면 그냥 짐을 옳기는거라 생각할 수 있겠는데......거기에는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
".........."
그리고 거기서 본적 있던 얼굴을 보았다.
반쯤 가려져 있지만 나한테 매춘을 하려 했던 여자아이가 시체가 되어 수레에 실려 있었다.
[작품후기]* 작중 내용에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멀쩡했던 애가 며칠만에 죽어나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특유의 인명경시의 씁쓸한맛~, 으음, 좋다!
물론 이런다고 깽판놓거나 하지 않습니다. 면식 있다고 죄다 복수해주는 성격이였으면 주인공 살던 문명은 남아나는게 없었을테니까요.
심판 때리거나 시온 건드리지만 않으면 어지간해선 문제 없죠. 아, 다시 생각하니까 여기 중국은 진짜 병신 트롤짓 했네.
아이가 죽은 이유는 다음화에 나옵니다. 왜 죽었는지 나름 유추해보는 재미도 있겠네요.